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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소시엄으로 해태제과 인수”

“컨소시엄으로 해태제과 인수”

빙그레가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고 확장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성장의 두 축은 발효유와 빙과로 잡았다. 발효유 시장을 키우기 위해 프랑스 소디마와의 기술제휴를 확대했다. 빙과부문은 해태제과 인수를 통해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정 사장은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태제과 인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빙그레가 활짝 웃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 3월 라면사업을 정리하면서 구조조정을 일단락지었다. 매출과 이익을 꾸준히 늘려 부채비율을 1996년 9월 말 355%에서 지난 9월 말에는 약 90%로 줄였다. 내년 1월에는 본사를 서울로 옮기기로 했다. 서울 압구정동 사옥을 매각하고 남양주 공장에 ‘배수진’을 친 지 6년여 만이다.

“그 동안 유가공산업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구조조정을 진행했습니다. 이젠 유음료와 빙과 등 핵심부문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11월 12일 남양주 공장 옆 사옥에서 만난 정수용(53) 빙그레 사장은 앞으로의 성장전략을 차근차근 펼쳐보였다.

“유음료에서는 마진이 좋은 가공유와 발효유 시장을 주도적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특히 발효유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선진국 시장과 비교해볼 때 국내 발효유 시장은 현재 연 600억원에서 2∼3배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어요.” 정 사장은 “빙그레는 83년 요플레를 출시하면서 정통 발효유 시장을 열었고, 지금은 국내 시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내년에는 유아용 ·고령자용 ·저지방 등 다양한 고급 발효유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빙그레는 발효유의 고급화와 다양화를 위해 지난 8월 프랑스 소디마(Sodima)와의 제휴를 강화했다. “세계 2위 발효유업체인 소디마와는 81년에 기술제휴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번 계약에서는 제휴 범위를 넓혔어요. 빙그레는 소디마의 전 세계 네트워크에서 개발된 모든 기술과 신제품, 아울러 마케팅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빙그레의 매출은 유음료 45%, 빙과 43% 등으로 구성돼 있다. 빙그레는 빙과부문 강화를 위해서는 해태제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공시를 통해 해태제과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해태제과 인수에 7,000억원이 넘게 필요한데 빙그레에는 그 정도의 여력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정 사장은 “일부 차입을 해야겠지만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면 그리 부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제과 비중이 높은 업체와 함께 컨소시엄을 만들 생각입니다. 빙그레는 해태제과를 통해 빙과부문에서 시너지를 내고 다른 업체는 제과를 강화할 수 있죠. 이미 외국 제과업체들에서 해태제과를 인수하기 위한 빙과부문 파트너를 찾는다는 의사타진을 받았습니다.” 빙그레가 해태제과를 인수하면 빙과 시장의 절반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롯데제과와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최근 빙그레는 중국에 바나나맛 우유 5만 개를 수출했다. 빙그레는 거대한 시장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을 어떻게 공략해 나갈까. “중국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성공보다 훨씬 많은 실패 사례를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에는 완제품 수출 확대, 합작 파트너 물색, 법인 설립 등의 수순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우리 브랜드의 현지화 가능성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국인투자가가 올해 들어 빙그레에 부쩍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빙그레의 외국인 지분은 올해 초 3%에서 최근에는 25%로 높아졌다. 실적 호조와 올해 처음으로 연 해외 기업설명회(IR) 덕분이다. 빙그레는 8월 싱가포르와 홍콩에 이어 10월에는 런던에서 IR를 벌였다. “구조조정으로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크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봅니다. 빙그레는 2000년 이후 매년 영업이익을 30% 늘렸고,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00년 4.5%에서 올해에는 7.1%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제 10%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빙그레는 2,510억원의 매출을 올려 영업이익 210억원, 순이익 150억원을 거뒀다. 라면사업의 중단으로 매출은 약 10% 감소했지만 라면과 관련한 판매관리비 등을 절감해 영업이익은 14% 늘렸다. 차입금 상환으로 이자비용을 줄여 경상이익은 210억원으로 25%, 순이익은 20% 키웠다.
실적호조는 3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빙그레는 3분기에 매출 1,520억원에 영업이익 220억원, 순이익 156억원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보다 10% 정도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순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약 14% 증가했다.

빙그레는 사옥 매각에 이어 2001년에는 초코케이크 사업을 정리하고 베이커리 사업을 매각했다. 올해 라면사업 정리에 이르기까지 구조조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지 않았을까. “라면 사업은 85년에 시작해 한때 시장점유율을 12%까지 높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섯 번째로 진입한 후발주자의 한계가 컸어요. 시장점유율이 5%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2001년에 ‘한 번 원없이 해보자’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450억원 매출에 78억원 적자를 봤어요. 지난해에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정 사장은 많이 팔수록 적자가 커진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노조를 설득했다. 영업인력은 아이스크림 사업부에서 흡수했고 생산인력은 최대한 전환배치하며 명예퇴직을 받았다. 라면사업 정리로 회사를 떠난 인원은 30명. 빙그레의 경기도 광주 공장은 지난 9월 신노사문화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다. 빙그레는 87년 이후 분규를 한번도 겪지 않았다.

“빙그레는 매달 경영설명회를 통해 경영상황을 전 임직원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구축해 누구나 사장과 똑같은 정보를 시차없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그는 2001년 9월에 구축한 ERP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우리 회사는 전산시스템 활용에 있어서 다른 음식료품업체들보다 앞서 있습니다. 빙그레의 ERP는 재무뿐 아니라 생산겳돗?물류 등 모든 영역의 데이터를 통합해 집계하고 제공합니다.”

그는 각 부서의 활동이 ERP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영업에서 잘하고 있어도 그 정보가 생산과 재무 부서로 흘러야만 성과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해직기자에서 연구원을 거쳐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한국산업연구원(KIET) 도쿄(東京)사무소에서 근무하면서 히토쓰바시(一橋)대 경제학부 대학원에 진학했다. 석사학위에 이어 90년에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한양유통 유통경제연구소에서 2년간 일했다. 92년에 빙그레에 관리본부장으로 옮겨왔다. 경기고 동문이기도 한 김호연(48) 빙그레 회장과는 히토쓰바시대 대학원에서 인연을 맺었다.

빙그레 본사는 서울 정동의 배재정동빌딩에 빌린 2개층에 들어선다. 서울로 재입성하는 감회가 남다를 법한데, 정 사장은 뜻밖에 구체적인 이유를 댄다. “빙그레 제품은 패션처럼 흐름을 탑니다. 상품기획에서 마케팅까지 소비자들의 기호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아무래도 서울이 유리하죠. 더 뛰어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도 서울로 돌아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취업난이 극심하다고 하지만 지방근무는 기피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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