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기울어질 보름달’인가
한국 증시 ‘기울어질 보름달’인가
교보증권의 임송학 리서치센터 이사는 최근 증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낙관적’에서 ‘비관적’으로 바꿨다.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증시를 좋게 보는 것과는 다른 흐름으로 읽고 있는 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임이사는 대답 대신 ‘삼국사기’에 나오는 고사 한토막을 들려주었다. “백제 의자왕이 하루는 꿈을 꾸었습니다.
땅 속에서 나온 거북이를 잡아보니 ‘백제는 보름달과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는 글귀가 쓰여 있었지요. 점쟁이를 불러 뜻을 물었더니 ‘백제는 비록 보름달이지만 곧 그믐이 오기 때문에 국운이 기운다는 뜻이고, 신라는 비록 초승달이지만 달이 점차 차올라 흥한다는 뜻입니다’고 말하더래요. 이 말을 들은 의자왕은 화가 나서 그 점쟁이를 죽였지만 결국 백제는 의자왕이 꿈을 꾸던 해(660) 멸망했어요. 나는 지금의 증시가 보름달로 보입니다.”
임이사가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는 구체적 이유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중국이 경기조정에 들어간다는 것 때문이다. 중국의 식료품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고, 철강·자동차 등 일부 설비투자 부문에서 과열 현상이 나타나자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억제할 조짐이다. 일례로 내년 1월 1일부터 중국 정부는 증치세(부가가치세)의 환급률을 인하할 예정이다. 이는 수출업자가 수출할 때 되돌려받는 세금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일종의 수출억제책이다. 임이사는 “중국이 지난 95년 증치세를 인하한 결과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중국 현지 공장을 통한 한국 기업의 수출 역시 줄어 당시 국내 증시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8백선 안팎을 오르내리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무관심하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8백선은 1천포인트 돌파의 전조였다. 89년 이후 네번 8백선을 넘었고, 이중 세번이 1천포인트를 돌파했다. 따라서 8백선을 넘어서면 개인투자자들이 슬슬 증권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최근엔 8백선이 무색할 정도로 투자자들은 냉담하기만 하다.
서울 압구정동 신영증권의 장득수 지점장은 “주식을 더 사겠다는 손님은 없고, 보유한 주식을 적절할 때 팔아달라는 손님만 있다”며 “자금의 신규 유입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왜 개인투자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곧 기울어질 보름달로 보는 것일까. 머니투데이 정병선 전문위원은 “내수 부진, 정치 혼란, 북핵 위기 등 지정학적 요소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투자하겠느냐”며 “수출이 잘 되고 있다지만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점이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과거 주식 투자에 관심을 보였던 40대 샐러리맨들의 피로감도 냉담한 투자 분위기의 한 요인이다. 피데스투자자문의 김한진 상무는 최근 동창회에 나갔다가 동창들이 보인 주식에 대한 냉담함에 다소 놀랐다.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친구들에게 한국 증시가 우려할 만큼 나쁘지는 않다고 말해주었지만, 친구들은 “회사 일이 바쁘다”, “언제 잘릴 지 모르는데 차라리 일만 하는 것이 속 편하다”는 얘기만 했다. 김상무는 “개인의 주식 투자 비중이 역사상 최저 수준에 있다”며 걱정했다.
매수 주체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도 증시가 외면당하는 요인이다. 주식 투자는 대부분 중산층이 하는데, 부(富)의 양극화 현상으로 중산층이 붕괴돼 주식 투자의 주체세력이 사라졌다. 하나은행 가계영업추진본부 조덕중 상무는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부동산담보대출 조건 강화로 원금 갚을 걱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내년 경기의 불투명 때문에 소비를 줄여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주식투자를 하겠는가”고 반문했다.
상황은 이런데도 정부는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거꾸로 읽고 있다. 일례로 최근 재정경제부가 추진한 펀드가 참담하게 실패한 것을 들 수 있다. 최근 재경부는 3조원의 시중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코리아ELF’(주가지수연계펀드·KELF)를 기획했다. 은행·증권·투신사에 개발과 판매를 의뢰했던 이 펀드는 결국 72억원을 설정하는데 그쳤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직접 은행에 가서 펀드에 가입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시장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아무리 정부가 ‘보름달’이라고 우겨도 개인투자자들은 곧 기울어질 보름달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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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에서 나온 거북이를 잡아보니 ‘백제는 보름달과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는 글귀가 쓰여 있었지요. 점쟁이를 불러 뜻을 물었더니 ‘백제는 비록 보름달이지만 곧 그믐이 오기 때문에 국운이 기운다는 뜻이고, 신라는 비록 초승달이지만 달이 점차 차올라 흥한다는 뜻입니다’고 말하더래요. 이 말을 들은 의자왕은 화가 나서 그 점쟁이를 죽였지만 결국 백제는 의자왕이 꿈을 꾸던 해(660) 멸망했어요. 나는 지금의 증시가 보름달로 보입니다.”
임이사가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는 구체적 이유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중국이 경기조정에 들어간다는 것 때문이다. 중국의 식료품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고, 철강·자동차 등 일부 설비투자 부문에서 과열 현상이 나타나자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억제할 조짐이다. 일례로 내년 1월 1일부터 중국 정부는 증치세(부가가치세)의 환급률을 인하할 예정이다. 이는 수출업자가 수출할 때 되돌려받는 세금을 줄이겠다는 의미로 일종의 수출억제책이다. 임이사는 “중국이 지난 95년 증치세를 인하한 결과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중국 현지 공장을 통한 한국 기업의 수출 역시 줄어 당시 국내 증시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8백선 안팎을 오르내리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무관심하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8백선은 1천포인트 돌파의 전조였다. 89년 이후 네번 8백선을 넘었고, 이중 세번이 1천포인트를 돌파했다. 따라서 8백선을 넘어서면 개인투자자들이 슬슬 증권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상식이었으나 최근엔 8백선이 무색할 정도로 투자자들은 냉담하기만 하다.
서울 압구정동 신영증권의 장득수 지점장은 “주식을 더 사겠다는 손님은 없고, 보유한 주식을 적절할 때 팔아달라는 손님만 있다”며 “자금의 신규 유입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왜 개인투자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곧 기울어질 보름달로 보는 것일까. 머니투데이 정병선 전문위원은 “내수 부진, 정치 혼란, 북핵 위기 등 지정학적 요소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누가 투자하겠느냐”며 “수출이 잘 되고 있다지만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점이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과거 주식 투자에 관심을 보였던 40대 샐러리맨들의 피로감도 냉담한 투자 분위기의 한 요인이다. 피데스투자자문의 김한진 상무는 최근 동창회에 나갔다가 동창들이 보인 주식에 대한 냉담함에 다소 놀랐다. 이코노미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그가 친구들에게 한국 증시가 우려할 만큼 나쁘지는 않다고 말해주었지만, 친구들은 “회사 일이 바쁘다”, “언제 잘릴 지 모르는데 차라리 일만 하는 것이 속 편하다”는 얘기만 했다. 김상무는 “개인의 주식 투자 비중이 역사상 최저 수준에 있다”며 걱정했다.
매수 주체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도 증시가 외면당하는 요인이다. 주식 투자는 대부분 중산층이 하는데, 부(富)의 양극화 현상으로 중산층이 붕괴돼 주식 투자의 주체세력이 사라졌다. 하나은행 가계영업추진본부 조덕중 상무는 “대부분의 샐러리맨들은 부동산담보대출 조건 강화로 원금 갚을 걱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내년 경기의 불투명 때문에 소비를 줄여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주식투자를 하겠는가”고 반문했다.
상황은 이런데도 정부는 시장의 흐름을 완전히 거꾸로 읽고 있다. 일례로 최근 재정경제부가 추진한 펀드가 참담하게 실패한 것을 들 수 있다. 최근 재경부는 3조원의 시중 부동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코리아ELF’(주가지수연계펀드·KELF)를 기획했다. 은행·증권·투신사에 개발과 판매를 의뢰했던 이 펀드는 결국 72억원을 설정하는데 그쳤다. 김진표 경제부총리가 직접 은행에 가서 펀드에 가입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시장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아무리 정부가 ‘보름달’이라고 우겨도 개인투자자들은 곧 기울어질 보름달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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