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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다스의 손’을 가진 사나이

‘미다스의 손’을 가진 사나이

로버트 프리들랜드가 또 대박을 터뜨릴 기세다. 이번에는 몽골의 구리 ·금 ·광산이라고.
천연자원으로 억만장자가 된 로버트 프리들랜드(Robert Friedland?3)는 회사 전용기에 몸을 싣고 세계 곳곳을 누빈다. 홍콩에서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이르기까지 세계 전역을 돌아다니며 투자자들을 매혹시킨다. 일본 ·한국의 금융인들을 구워삶는 것은 물론 중국 ·미얀마 정부와 결탁하기도 한다. 프리들랜드의 이런 왕성한 활동에 힘입어 로이터 상품 시세 지수는 지난 2년 사이 30%나 올랐다.

정작 흥미로운 것은 프리들랜드라는 인물 자신과 고비사막 아래 구리 ·금이 묻혀 있다는 그의 주장이다. 광맥은 현지인들이 ‘오유톨고이(또는 Turquoise Hill)’라고 부르는 몽골 오지에 묻혀 있다. 하지만 프리들랜드는 오유톨고이를 ‘보물상자’라고 부른다. 캐나다 광산업체 팰컨브리지(Falconbridge)가 개발하는 칠레의 코야와시 광산 못지않게 구리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오유톨고이는 중국의 코앞에 위치해 있다. 중국은 2002년 250만t의 구리를 소비해 세계 최대 구리 소비국으로 떠올랐다.

프리들랜드에 따르면 재정적으로 궁핍한 몽골은 오유톨고이 개발을 위해 온갖 지원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 뉴스와 가진 회견을 통해 “투자자문가는 아니다”라면서도 “오유톨고이야말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구리와 금의 보고(寶庫)”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단서는 지난 2년 동안 채취한 원통형 지질 샘플들이다. 그러나 포괄적인 엔지니어링 연구는 아직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투자자들로서는 귀가 번쩍 뜨이는 말이다. 프리들랜드가 소유한 싱가포르 소재 아이반호 마인스(Ivanhoe Mines)의 주식은 현재 호주증권거래소와 토론토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외시장에도 등록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나쁜 기업들 주식을 거래하는 미국의 이른바 ‘핑크 시트(Pink Sheets)’에서는 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아이반호 마인스의 주가는 2002년 한 해 318% 급등했다.

그 결과 프리들랜드가 보유한 지분 41%의 가치는 9억4,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주목할 만한 것은 2002년 아이반호 마인스가 매출 8,700만 달러에 3,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호주의 철, 미얀마의 구리, 카자흐스탄의 금 채굴 사업 때문이다. 토크빌 골드(Tocqueville Gold)와 스커더 골드 앤 프리셔스 메탈스(Scudder Gold & Precious Metals) 같은 뮤추얼펀드들 사이에서 아이반호 마인스 주식은 최대 단일 보유 종목으로 떠올랐다. 프리들랜드가 몽골에서 뭔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아이반호 마인스의 주식은 애널리스트와 주식전문 뉴스레터 칼럼니스트들 사이에서도 환영받고 있다. 이들은 프리들랜드가 내부거래로 자기 지분을 늘렸다는 사실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주주들도 과거 그와 미 정부 사이에 벌어진 법정 공방, 그와 미얀마 군사정권의 유착관계, 오유톨고이에 대한 치밀한 엔지니어링 분석 결핍 등은 눈감아주는 듯하다. 몽골에서 얼마 전 돌아온 콜로라도주 덴버 소재 리소스 캐피털 펀즈(Resource Capital Funds)의 라이언 베넷(Ryan Bennett) 사장은 “프리들랜드가 주식을 띄우면 그것이 합당한 일인지 아닌지 생각도 않고 너나 할 것 없이 흥분한다”고 전했다.

프리들랜드의 홍보 수완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태생인 프리들랜드는 값싼 광산 주식을 매입한 뒤 밴쿠버증권거래소에 내다팔았다. 그러던 중 그가 소유한 다이아몬드 필즈 리소시스(Diamond Fields Resources)의 시굴팀이 캐나다 뉴펀들랜드주 보이시스베이에서 다이아몬드를 찾다 뜻밖에 어마어마한 니켈 광상(鑛床)과 마주쳤다.

보이시스베이 광상 발견은 프리들랜드뿐 아니라 다이아몬드 필즈 주주들의 운명까지 바꿔 놓았다. 그는 대형 광산업체 인코(Inco)와 팰컨브리지를 보이시스베이 광상 입찰에 끌어들였다. 광상은 96년 인코에 31억 달러 가격으로 낙찰됐다. 그러나 얼마 후 인코는 후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이시스베이가 니켈 매장지이자 정치적 지뢰밭이었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가난한 주인 뉴펀들랜드는 니켈 가공 ·처리 ·제련 시설 마련을 채굴 조건으로 내걸었다. 원주민 이누족 ·이누이트족은 니켈 광상이 조상의 영토 중 일부라며 반발했다. 인코는 2002년 마침내 합의를 도출했다.

뉴펀들랜드주에 5억3,000만 달러 상당의 니켈 처리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대신 캐나다 정부로부터 1억 달러 출자 약속을 얻어냈다. 인코는 2002년 보이시스베이에 과대투자했음을 시인했다. 인코는 보이시스베이 투자를 둘러싸고 16억 달러나 대손상각 처리했다. 프리들랜드는 다이아몬드 필즈 지분 13%를 4억 달러에 매각하고 보이시스베이에서 유유히 빠져 나왔다.

프리들랜드는 광상 탐사에 다시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는 비상장 기업 아이반호 캐피털을 통해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아이반호 에너지 주식의 32%나 보유하고 있다. 2억1,000만 달러 규모다. 아이반호 에너지는 중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지에서 석유 ·가스를 생산한다. 게다가 프리들랜드는 백금 채굴 비상장 업체 아프리칸 미네럴스(African Minerals) 지분 50%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96년 자신 소유의 비상장 기업 ABM 마이닝(ABM Mining)이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정부로부터 인수한 폐철광을 되살리기 위해 애썼다. 거래조건으로 주정부에 800만 달러 상당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지금 그곳에 아이반호 마인스가 진출해 있다.

아이반호 마인스는 미얀마 정부와 한 구리광산 개발 수익을 나눠갖는다는 계약도 체결했다. 인권단체들이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아이반호 마인스가 강제노동을 이용하고 환경까지 오염시킨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아이반호 마인스는 광산개발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한몫할 것이라며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일축하고 있다.



몽골 채굴권 헐값에 매입해 주목

프리들랜드에게 또 한 차례 행운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다. 세계 최대 광산업체 BHP 빌리턴(BHP Billiton)은 90년대 후반 고비사막을 파헤치고 있었다. BHP는 오유톨고이에 23개 시추공을 뚫었다. 이후 작업 중단을 선언했다. 프리들랜드가 기회를 놓칠세라 잽싸게 개입했다. 그는 2000년 5월 BHP로부터 오유톨고이 땅 4억840만 평에 대한 탐사 라이선스를 사들였다. 500만 달러와 향후 광산 매출의 2%를 BHP에 지불한다는 조건이었다. 아이반호 마인스는 탐사비로 적어도 600만 달러를 지출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같은 해 6월 시추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8월 영국 런던 소재 엔지니어링업체 아멕(Amec)은 400여 개 오유톨고이 시추공에서 채취한 샘플을 살펴본 뒤 구리 1,720만t, 금 600t이 매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최근 시가로 환산할 경우 430억 달러에 이르는 규모다. 매장량은 추정치에 불과하다. 게다가 어떤 경우든 정련 금속과 매장 금속 사이에는 엄청난 가치 차이가 있다.

BHP가 혹시 너무 싸게 넘긴 것은 아닐까. BHP는 당시 상황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주장이다. BHP의 대변인 프랜시스 매컬리스터는 “신생 벤처 사업이 자리를 잡기까지 예상보다 오래 걸리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채굴비용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BHP가 아이반호 마인스와 맺은 기밀 준수 합의 때문이다.

어쨌든 오유톨고이는 프리들랜드에게 이미 노다지가 돼버렸다. 아이반호 마인스가 2000년 중반 오유톨고이 탐사권 획득에 성공하기 몇 년 전 프리들랜드는 아이반호 마인스 주식을 1,700만 주나 거머쥐었다. ‘기업 운영 자금’으로 아이반호 마인스에 빌려준 300만 달러 대신 받은 것이다. 오유톨고이 탐사권 계약이 성사된 지 6개월도 안 돼 아이반호 마인스의 회장 프리들랜드는 보유주로 아이반호 마인스를 장악할 수 있었다. 프리들랜드 소유 태즈메이니아 광산은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상태다. 태즈메이니아 광산은 99년 매출 6,000만 달러에 적자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프리들랜드는 광산을 아이반호 마인스에 매각할 수 있었다. 그는 매각 대금으로 아이반호 마인스 주식 5,030만 주를 손에 쥐었다.

그뿐이 아니다. 계약에 따르면 프리들랜드가 받아야 할 태즈메이니아 광산 빚 2,300만 달러를 아이반호 마인스 주식 3,060만 주로 전환할 수 있었다. 2001년 12월 프리들랜드는 태즈메이니아 광산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아이반호 마인스의 주식 51%에 해당하는 1억100만 주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지난 2년 사이 아이반호 마인스가 2억1,000만 달러어치 주식을 발행하면서 아이반호 마인스에 대한 프리들랜드의 지배권은 약화했다).

그가 태즈메이니아 광산 매각만으로 얻은 주식가치는 오늘날 7억6,300만 달러에 이른다. 도대체 태즈메이니아 광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2001년 아이반호 마인스는 “철광석과 펠릿 가격 전망이 갑자기 부정적으로 반전됐다”며 5,400만 달러를 대손상각 처리했다. 2002년 3분기에는 투자금 1,800만 달러를 다시 대손상각했다. 하지만 채무변제로 수익 3,200만 달러가 발생한 덕에 2002년 태즈메이니아 광산은 흑자를 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아이반호 마인스는 신규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광산이 폐쇄될 판이라고 주장한다.



채산성은 아직 미지수

몽골에서 투자자들이 이익을 건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불투명하다. 금융 서비스업체 메이슨 플레이스먼츠 캐나다(Maison Placements Canada)의 애널리스트 존 잉은 “땅에 뭐가 묻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며 말했다. “지금까지 아이반호 마인스가 밝힌 바에 따르면 매장량이 어마어마하지만 밀도는 낮고 상당 부분 땅 속 깊이 묻혀 있다. 아이반호 마인스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 프리들랜드는 최근의 시굴 결과가 매우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하 1㎞에 묻혀 있는 광석을 채굴하기 위해 노천에서 땅 속 깊이 파고 들어가는 데 8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은행들은 자금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 2004년 어느 시점까지 시굴이 더 이어지고 철저한 엔지니어링 조사가 완료돼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구리와 금을 채산성에 맞게 채굴할 수 있는지 밝힌 타당성 조사결과도 나와야 자금지원이 가능하다.

걸림돌은 그뿐이 아니다. 아이반호 마인스가 대박을 터뜨려 적절한 비용으로 채굴할 수 있다손치자. 채굴한 광석을 시장까지 어떻게 운송하겠는가. 애리조나대학에서 광물경제학을 강의한 바 있는 마이클 라이버는 “몽골은 오지 중 오지”라며 “광물 매장량이 아무리 많더라도 수송비가 엄청나고 전력겮値?같은 인프라까지 전무한 상황에서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오유톨고이는 중국 국경에서 겨우 8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중국은 자국 간선 철도에서 몽골 국경에 이르는 225㎞의 도로를 개 ·보수했다.이제 오유톨고이까지 80㎞ 도로를 추가로 가설하도록 설득하는 것은 프리들랜드의 몫이다. 도로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철도와 연계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프리들랜드가 베이징(北京)에서 남바린 엥흐바야르 몽골 총리, 중국의 푸즈환(傅志環) 철도부장과 논의했지만 어느 쪽도 삽을 뜰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프리들랜드는 몽골 광산을 단독으로 혹은 파트너와 함께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시굴자료를 16개 광산업체와 공유해 왔다. 게다가 아이반호 마인스를 나스닥이나 아메리칸증권거래소(AMEX)에 상장할 생각이다. 이런 움직임이 신규 투자자를 사로잡고 주가도 끌어올릴 것은 분명하다. 프리들랜드가 자금을 더 모은 뒤 곧 매각할 생각이라면 이보다 좋은 아이디어는 없을 듯하다.



아이반호의 지원군
로버트 프리들랜드에게 팬클럽이 생겼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이반호 마인스를 담당하고 있는 애널리스트는 11명이다. 그들 가운데 9명이 아이반호 마인스 주식에 ‘매수’ 또는 ‘투기 매수’ 등급을 매기고 있다. 주가가 매출의 27배에서 거래되고 몽골의 대박성 투기사업이 결실을 보려면 아직 수년 더 기다려야 하는 기업치고는 놀라운 평가다.

프리들랜드가 끊임없이 보도자료를 내보내면서 점차 혹할 만한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HSBC 소속 애널리스트 토니 레시액은 ‘그리고 히트는 계속된다’라는 제하의 9월 22일자 보고서에서 아이반호 마인스 주식을 ‘매수’ 추천했다. CIBC의 애널리스트 잭 존스는 9월 가진 전화회의에서 ‘대단한 성과’라고 극찬한 뒤 아이반호 마인스 주식에 ‘부문 실적 상회’ 등급을 매겼다.

비즈니스 뉴스 전문 웹사이트 CBS 마켓워치의 칼럼니스트 톰 캘런드라(Thom Calandra)만한 아이반호 마인스 열성팬도 없을 것이다. 캘런드라는 CBS 마켓워치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자신이 발행하는 뉴스레터도 판촉한다. 그는 여러 칼럼에서 아이반호 마인스를 언급했다. 그는 자신이 프리들랜드 소유 아이반호 에너지의 ‘대주주’임을 공공연히 밝힌다. 자신이 발행하는 뉴스레터에서 아이반호 마인스와 아이반호 에너지를 줄곧 추천하기도 했다.

CBS 마켓워치의 주말 지상파 TV 프로그램에서 아이반호 에너지에 투자할 것을 권한 적도 있다. 통신사들이 아이반호에 대한 그의 열정을 인용하면서 아이반호 주가는 더 올랐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발간되는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Globe and Mail)은 최근 “CBS 마켓워치의 수석 칼럼니스트가 아이반호 에너지에 투자할 것을 권한 뒤 아이반호 에너지의 주식이 하루 사이 69% 폭등했다”고 보도했다.

캘런드라는 칼럼과 뉴스레터에서 아이반호 마인스및 프리들랜드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 없다는 생각을 내비치고 있다. 캘런드라는 “무엇보다 독자들이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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