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국책은행도 개혁”김종창 기업은행장…납작 엎드린 조직 바꾸기

“국책은행도 개혁”김종창 기업은행장…납작 엎드린 조직 바꾸기

“국책은행도 개혁”김종창 기업은행장
그동안 국책은행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부정적인 면이 많았다. ‘폐쇄적이고 경직돼 있으며 변화를 싫어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국책은행장 또한 대충 임기 3년을 때우고 나가면 그만인 자리로 여기는 경향이 많았다. 지난 2001년 5월에 취임한 김종창(56) 기업은행장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대담한 변화를 추진해 왔다. 돌이켜보면 그의 개혁은 취임 직후 넓은 행장실을 좁은 곳으로 옮기는 일부터 시작됐다. 예전 행장실은 이제 직원용 휴게실로 바뀌었다. 처음 이러한 김행장의 모습을 지켜본 직원들은 “쇼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그 뒤 이어진 개혁 움직임은 구체적이고도 끈질긴 것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기업은행 주식을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옮기는 ‘이전(移轉)상장’을 이뤄냈다. 기업은행의 규모나 수익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어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고 유동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내부적으로는 납작 엎드린 조직을 바꾸기 위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실적 위주의 직원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존 조직을 사업부로 바꾸는 등 구체적인 변화를 시도하자 직원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는 5월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도 김행장의 개혁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모든 직원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진명출판)라는 책을 읽도록 했다. 그의 개혁은 지금 당장이 아니라 5년, 10년을 내다본 작업이기 때문이다. “고객 중심·성과 중심의 경영체계를 한층 강화한다면 2005년에는 자산 1백조원, 순이익 1조원을 올려 세계 1백대 은행에 진입할 수 있을 겁니다.” 임기를 끝내는 그날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는 김행장.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기업은행 최초의 행장 연임설, 타 은행장 내정설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을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옮겼는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기업은행만 코스닥시장에 등록돼 있었어요. 규모나 수익에 비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측면이 많았죠. 한국투자증권·수출입은행 등 대주주 보유물량도 많아 유통되는 주식 수도 전체의 6%에 불과했습니다. 유통물량이 적다는 점이 주가 상승의 장애요인이 돼 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에 총 6천5백억원 규모의 공모를 성공적으로 완료함으로써 주식 유통물량을 2천6백만주에서 1억2천만주(전체의 26.3% 수준)로 대폭 늘렸습니다. 그동안 주가 저평가 요인으로 지적됐던 유동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한 셈이죠.”

지난해 상반기 영업수익 3조5백78억원, 순이익 9백47억원의 좋은 실적을 올렸는데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이라서 지금까지는 ‘공공성’에 치우친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익성’도 중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에 관해서는 국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중소기업에 대출하기 시작한 것이 42년이나 됐지요. 전체 중소기업 대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15.8%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총 16만여개 중소기업에 업체당 평균 2.5억원 규모로 분산 대출해 거액 편중여신에 따른 위험이 없는 상태입니다.”

수익 위주 경영으로 인해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공공성이 훼손되지는 않을까요? “기업은행은 거래 중소기업을 단순한 고객 차원을 넘어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40여년간 꾸준히 여러 가지 지원정책을 펼쳐오고 있죠. 침체된 경기가 장기간 회복되지 못함에 따라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이 상당히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기업은행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해 올해 전년 대비 5.5% 증가한 총 19조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서 경쟁이 치열하겠군요. “그동안 외국계 은행과 국내 은행들의 인수·합병 과정을 통해 4개의 대형 은행그룹이 탄생했고, 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아진 셈이죠. 그러나 지난 40여년간 쌓아온 중소기업 전문은행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와 두터운 중소기업 고객층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추진한다면 이 분야에서만은 최고의 위치를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은행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외환위기 이후 한국 은행업은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과당 경쟁과 저효율성 등이 상당 부분 개선되고 수익성·건전성 측면에서 눈에 띄게 좋아진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직의 정비, IT 시스템의 구축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는 발전을 위한 토대가 마련됐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은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죠. 따라서 은행의 각종 제도, 조직 체계 등을 선진은행 수준으로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계 은행이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위기론도 있습니다. “최근의 다변화된 국내외 금융환경에서 금융개방은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외국계 은행의 한국 시장 잠식은 금융 시스템의 교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등 단점도 있지만 그들로부터 선진금융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고, 국내 금융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금융 글로벌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습니다. 그러나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 은행들은 기본적으로 프라이빗 뱅킹을 중심으로 한 소매금융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게 되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은행들이 대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가 작은 기업은행이 살아남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국민·신한·우리 등 합병은행이 앞으로 시장을 선도하겠지만 나머지 은행들도 시장개척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어 쉽게 뒤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선진은행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차별화를 통해 특정 업무 영역에 특화하는 발전 방식 역시 생존을 위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산건전성이나 수익성 등에서 은행권 선두그룹에 속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합병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기 중 ‘김종창 주가’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평가가 좋은데요.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일해 준 덕분입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고객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 김종창 기업은행장- 1948년 경북 예천 生
대창고·서울대 상학과 卒
70년 행정고시 합격(8회)
98년 재정경제원 국장
2000년 금감원 부원장
2001년~現 기업은행장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탈(脫) 하이브' 선언한 뉴진스 영향에 하이브 주가도 급락.. “주주 무슨 죄”

2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정진완 부행장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

3"아이폰도 접는다"…애플, 폴더블 개발 본격 착수

4삼성, 세대교체로 '인적쇄신'...30代 상무∙40代 부사장 다수 승진

5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에 정진완 부행장

6"어린이용 버블 클렌저에 분사제로 LPG 사용?"…화재·폭발 주의

7엔지니어 중심의 인사 삼성벤처투자에도 이어져

8누구나홀딱반한닭, 2024 한국브랜드 소비자 평가 대상 수상 "쌈닭으로 메뉴 차별화"

9‘환승 저축’ 우리은행, 청약 예·부금→주택청약종합저축 전환시 5만원

실시간 뉴스

1'탈(脫) 하이브' 선언한 뉴진스 영향에 하이브 주가도 급락.. “주주 무슨 죄”

2차기 우리은행장 후보 정진완 부행장 “실추된 은행 신뢰회복”

3"아이폰도 접는다"…애플, 폴더블 개발 본격 착수

4삼성, 세대교체로 '인적쇄신'...30代 상무∙40代 부사장 다수 승진

5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에 정진완 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