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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실용화 위해 국제 공동연구 고려”

“빠른 실용화 위해 국제 공동연구 고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는 매일 오전 4시30분에 자리에서 일어나 단전호흡을 하고 연구실로 출근한다. 하루 4∼5시간 수면에 일요일도 휴일도 없는 그의 생활은 벌써 19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황교수와 함께 일하고 있는 40여명의 연구원들도 부지런하기는 마찬가지다. 황교수와 서울대 의대 문신용 교수는 지난 2월 초 전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과학자가 됐다. 황교수는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한국이 가진 잠재력과 끈질긴 노력의 소산”이라며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제의를 일축하고 “한국에 남아 동료·후학들과 연구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18일 귀국한 황교수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미국에서 발표된 실험 결과에 대해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반향이 클 줄은 몰랐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 기자는 우리 팀의 기자회견을 보고 속으로 울었다고 하더군요. 한국의 토종 과학자들이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는 것이지요. 지난해 미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박사는 ‘사이언스’지에 영장류 복제는 불가능하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죠. 그런데 한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에서 한국인의 손으로 해낸 겁니다.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던 것을 우리가 뒤집은 거예요. 그동안 세포장애나 파괴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에 대해 별다른 해법이 없었는데 이번 연구 성과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습니다. 인류의 미래에 희망의 불씨를 심어준 겁니다.

뉴욕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의 반응도 대단히 컸고, 유럽 등지에서도 특집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서 “이것은 소셜, 메디컬, 사이언티픽 임팩트”(social, medical, scientific impact)라며 이번 연구의 파장을 두고 ‘언카운터블’(uncountable)이라 표현하더군요. 우리 연구팀이 이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분명한 근거를 갖고 발표했기 때문에 세계 과학계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이번 성과는 일종의 ‘꿀단지’입니다. 우리가 토대를 닦아놨기 때문에 우리의 성과에 바탕을 두고 논문이 앞으로 쏟아져 나올 겁니다.

한국은 기초과학 연구 여건이 좋지 않다고 평가돼 왔습니다. 우리의 열악한 연구 풍토에서 어떻게 이런 성과가 나올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외국에서도 그런 의문을 표시합니다. 일부 외국 언론은 한국이 인간의 난자를 구하기 쉬운 곳이어서 연구하기가 수월했다는 해석을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는 수많은 바이오벤처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데, 거기서는 여성의 난자를 4천5백달러 정도 주면 살 수 있습니다. 또 중국에서는 5백달러면 난자를 살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나 영국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복제 연구를 적극 장려할 만큼 연구 환경이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난자를 구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생명윤리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우리나라가 얼마나 엄격하게 규제를 하고 있는지 이 법안 내용을 학술대회에서 외국의 과학자들에게 설명해줬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성취의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미국 국가과학진흥회(AAAS) 학술대회에 모인 과학자들에게 우리 실험실을 찍은 사진 두장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토요일도, 일요일도, 휴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지더군요. 다른 나라 과학자들은 주말에는 쉬어야 하지만 우리는 쉬지 않고 연구했습니다. 결코 우연히 나타난 결과가 아닙니다. 제가 우리나라의 젓가락 문화를 두고 ‘매직 핑거 테크닉’이라고 했는데, 가늘고 긴 금속 젓가락으로 반찬을 먹는 우리의 손재주는 가위 ‘매직’수준입니다.

사람의 난자는 끈끈한 풀로 싸인 작은 공과 같습니다. 잘 달라붙는데다 터지기 쉽죠. 이번 연구의 관건은 얼마나 핵 주위의 세포질을 가능한 한 적게 해서 핵을 살짝 추출해내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젓가락으로 다져진 우리의 뛰어난 손재주가 독보적인 위력을 발휘한 겁니다. 외국 과학자들에게 비디오로 핵 추출 과정을 보여줬더니 “이건 매직”이라고 감탄하더군요.

황교수는 생명공학의 권위자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동물 복제 실험에서 커다란 진전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외국 과학자들이 우리 연구실을 ‘파워 하우스’라고 부릅니다. 전율할 정도로 긴장되고 집중된 분위기 때문입니다. 복제 연구를 위해 충남 홍성에 돼지농장과 경기도 광주에 소농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연구원들이 매일 오전 5시 30분이면 난자를 구하러 농장에 갑니다. 외국 연구소는 실험실 바로 옆에 농장과 도축장을 두고 운영합니다. 동물 난자를 구하는데 걸어서 2분이면 되지만 우리는 5시간이 걸립니다. 소농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실험을 위해선 소가 1천5백마리는 필요한데 광주 농장에 80마리밖에 없어 경기도 화성·이천·광주 등지의 50여군데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와주고 있습니다. 시설과 여건은 외국 연구소가 낫지만 실적은 우리가 훨씬 뛰어납니다.

연구원들 월 급여가 1백만원 안팎이라고 들었습니다. 경제적 여건 못지 않게 연구 과정도 어려운 점이 많았을 텐데요.

우리 연구소에는 세속적이고 금전적인 영화를 꿈꾸는 사람이 오면 안됩니다. 여기는 헝그리 정신을 갖고 자기 미래를 가꾸는 곳입니다. 풍요는 나태를 부르죠. 어렵지만 그렇게 보낸 젊음의 몇년간은 그 사람이 과학자로서 몇십년을 살아갈 수 있는 정신적 힘을 길러줍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미래에 대한 완벽한 불확실성에 빠지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난 데다 외국에서 “불가능한 것을 왜 하냐”고 할 때는 정말 절망스러웠습니다. 처음엔 정열과 확신을 갖고 하다가 실패가 거듭되면 무기력증에 빠지게 됩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우리가 아직 하늘을 감동시키지 못해서 그렇다. 그래 조금만 더 하면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어”라고 저 자신과 연구원들을 격려했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연구자들은 낙천적인 성격이 아니라면 힘들 것 같네요.

저는 굉장히 긍정적인 성격입니다. 어떤 난관도 결국 뚫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공계 기피가 지금 과학계가 처한 난점인데, 이것도 일시적인 흐름에 불과한 겁니다. 노벨상도 우리가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누가, 언제 받느냐가 문제일 뿐이죠.

국내의 생명공학 연구는 어느 정도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바이오메디컬 사이언스와 같은 일부 분야는 우리가 리더그룹에 속합니다. 우리의 잠재력은 매우 큽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인간 관계일 겁니다. 지금 돼지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매주 수요일 전국 13개 대학에서 1백84명의 교수·연구원이 오전 6시부터 모여 공부를 합니다. 농대·자연대·약대·의대·수의대·공대가 망라돼 있죠. 이런 다학제적 연구가 우리의 끈끈한 유대 속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런 긴밀한 협력 관계와 잠재력을 잘 이용하면 큰 업적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복제 연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종교계를 어떻게 설득하실 겁니까.

무조건적 설득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과학 연구에는 반대 목소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잘못된 길로 가지 않죠. 이번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도 종교계·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참여시켰고 그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했습니다. 생명 복제의 윤리성 문제는 과학적 잣대만이 아니라 사회적·철학적·종교적 잣대 모두가 필요합니다. 박기영 대통령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은 과학기술 운동을 오랫동안 하신 분인데, 이런 분들이 참여해 우리가 연구 과정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비효율적이고 느린 것 같아도 과학 연구는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 겁니다.

다음 프로젝트가 궁금합니다.

그보다 먼저 난자를 제공해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이렇다 할 혜택도 없는데 자발적으로 도와주신 분들입니다. 이번 성과를 가장 빠르게 실용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인데, 그 하나의 방안이 국제 공동연구입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생명공학 연구소에서 동참한다면 우리의 연구 성과와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그들이 노하우와 장점을 가진 분야의 참여를 유도할 생각입니다.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전세계 과학자들이 인류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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