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대기업 부·과장 503명 실태보고서]“40대 간부는 고달프다”

[대기업 부·과장 503명 실태보고서]“40대 간부는 고달프다”

대기업 중견간부들은 고단하다. 30대 후반에서 40대까지의 이들은 97년 외환위기 이후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국 살아남았지만, 언제까지 ‘생존자’로 남아 있을지 알 수 없다. 큰 불만 없이 열심히 일하기는 해도 언제 떠날지 모른다. 고단한 삶에 불안감까지 엄습한다. 사회의 허리, 중산층의 대표자, 기업·경제의 말 없는 주역인 이들은 어떤 생각,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까. 「이코노미스트」가 창간 20주년을 맞아 이들을 집중 분석했다. <편집자> -

대기업 중견간부 집중분석 “건강만으로는 안 된다. 체력관리가 필요하다.” 올해 40대 초반인 한 대기업 중견간부의 외침이다. 삭막해진 사회, 각박해진 직장문화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확고부동한 생존방식이다. 30대 후반에서 40대인 이들은 그야말로 ‘세파’를 견디며 살아남았다. IMF 위기부터 구조조정·명예퇴직·감원·감봉에 이르기까지 끝이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말한다. “세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으로 불어닥칠 바람과 파도를 견뎌내려면 이들에게는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 ‘건강’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대기업 중견간부. 이들은 우리 사회 중산층을 대표한다. 안정된 직장에서 꽤 괜찮은 급여를 받아간다. 이들의 소비가 아파트·자동차·식료품 회사를 먹여살리고, 사설 학원 강사는 물론 과외로 먹고사는 대학생들의 생활까지 이끈다. 이 나라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이들은 경제발전의 주역이기도 하다. 생산·수출현장을 누비기도 하고 조직과 인력을 관리한다. 신기술 개발이나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에도 책임을 맡고 있다. 작게는 소속 기업을 이끌고 크게 보면 한국 사회 전체를 이끈다. 그것도 말 없이 묵묵하게. 그런 이들이 위태롭다. 열심히 일은 해도 그저 생존을 위한 것이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면 생계가 막막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연봉에 만족한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 사회에서 탈락한 동료들과의 상대적 비교를 통해서다. 적잖은 간부들이 “공정하게 평가받으면 연봉을 더 받을 수 있다”고 봤다. 회사의 인사정책이나 평가 잣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든 회사를 떠날 마음이 있다. 더 좋은 조건의 스카우트 제안이 있다면 말이다. 이런 상황이니 기업도 나라도 잘 돌아가기가 힘들다. 한 기업인은 “직원들의 애사심이 예전같지 않다”며 우려한다. 한 40대 차장은 “미래가 불안하다. 씀씀이를 더 줄여야겠다”고 말한다. 이 말에는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불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들어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대기업 중견간부를 집중 분석해 봤다. 5백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함께 자유토론 형식의 집단 좌담회도 가졌다. 결과는 그다지 밝지가 않다. 대한민국 중산층의 대변자, 사회의 버팀목, 경제·산업계 주역인 이들은 ‘삶의 피곤증’에 걸려 있다. “40대 중반이면 좀 안정되고 편안하게 살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한 중견간부의 항변은 우리네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새롭게 일깨워준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2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3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4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5“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6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7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8“‘元’ 하나 잘못 보고”…中 여성, ‘1박 5만원’ 제주도 숙소에 1100만원 냈다

9'40세' 솔비, 결정사서 들은 말 충격 "2세 생각은…"

실시간 뉴스

1“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2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3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4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5“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