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연료전지차 개발 선두 고수…하이브리드는 일본 따라잡기

연료전지차 개발 선두 고수…하이브리드는 일본 따라잡기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는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서 선두를 지키기 위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GM은 또 도요타와 혼다의 하이브리드차를 견제하기 위해 연비를 향상시킨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도 올해 내놓을 계획이다.
"이것(연료전지 상용화)은 비밀 종교의 이론이나 그림의 떡이 아닌 현실이다.” 지난 2월 10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남쪽으로 88㎞ 떨어진 프리포트(Freeport)의 다우케미컬 공장. 스펜서 에이브러햄(Spencer Abraham) 미 에너지부 장관은 전세계에서 온 100여 명의 보도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너럴 모터스(GM)의 연료전지로 이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세계 최초 프로젝트의 스위치를 올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에이브러햄 장관이 자신의 키보다 조금 큰 파란색 제어함의 스위치를 올리자 길가에 주차된 대형 트레일러에 차곡 차곡 채워진 연료전지로 수소를 공급하는 파이프 탑들에서 형광등 같은 불빛이 밑에서부터 꼭대기까지 연속적으로 밝혀졌다. 에이브러햄 장관은 전기가 생산되고 있다는 표시인 제어함의 붉은색 회전등을 가리키며 “연료전지는 이 화학단지의 2만5,000가구가 쓰는 데 충분한 전력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용된 75㎾의 연료전지들은 GM이 이미 개발해 놓은 연료전지차에 쓰이는 것과 똑같은 것들이다. 다우케미컬의 세계 공장들 가운데 가장 큰 프리포트 공장은 염소 비료와 플라스틱 원료를 만드는 과정에 수소를 부산물로 배출하고 있어 GM과 손을 잡게 됐다. 이 공장은 2006년까지 세탁기만한 크기의 연료전지 400개를 사용, 소요 전력의 2%인 35MW(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다우의 에너지 담당 매니저 조지 켈러(George Kehler)는 “이렇게 해도 공장에서 나오는 수소의 6분의 1만 사용할 뿐”이라며 “앞으로 5,000만 달러어치의 전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GM의 입장에서는 현재 400대의 연료전지 차량을 실제 도로에서 운행시키며 신뢰성이나 내구성을 테스트하는 것처럼, 가정의 동력원으로서 연료전지의 효율성과 원가를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게 된다.



연료전지로 다우케미컬 공장에 전력 공급

GM은 이날 4인승 자피라 승용차에 연료전지를 장착한 ‘하이드러전3’ 시승 행사도 가졌다. 다우케미컬 연구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프랭크 스필러스(Frank Spillers)는 “배기가스가 없는 차를 몰아보게 돼 기쁘다”며 “빨리 상용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이브리드차에서 일본 업체들에 뒤진 GM은 연료전지차의 개발 ·만매에서 만큼은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전체 연구 개발비의 25%를 이 부문에 투입하고 있다. 그 덕에 GM은 현재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서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GM은 지난해 워싱턴 DC에 오펠의 자피라 미니밴에 연료전지를 장착한 ‘하이드러전3’ 6대를 선보였다.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 지원 ·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방 정부 ·의회 관계자들에게 직접 시승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연료전지 차량에 수소를 공급하기 위해 GM과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로열 더치 셸 그룹의 자회사 ‘셸 하이드러전(Shell Hydrogen)’은 이 차들에 수소를 넣을 수 있도록 셸 주유소에 수소 연료 펌프를 설치했다. 이 시승차들의 일부는 가스 형태의 수소를, 다른 일부는 액체 형태의 수소를 사용하고 있다.

GM은 또 지난해 7월 9일 일본 도쿄의 페덱스 배달차로 하이드러전3를 사용하도록 했다. 연료전지차로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업용으로 판매된 이 차는 액체 형태의 수소를 충전한 후 400㎞까지 달릴 수 있다. GM 측은 “이 차는 1회 충전에 도요타가 개발한 연료전지차보다 100㎞ 더 달린다”고 주장했다.
GM의 래리 번스(Larry Burns) 연구개발 담당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5일 “2010년에 본격적인 연료전지 상용 차량을 출시한 후 2020년까지 10년 동안 전세계 시장에서 100만 대의 연료전지 차량을 팔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러나 GM의 앞날엔 넘어야할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높은 개발 비용과 수소의 저장 기술, 주유소 같은 수소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매자들에 대한 교육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豊田) ·혼다(本田) ·다임러크라이슬러 ·포드 자동차 등 경쟁업체들과 기술 개발 및 ‘사실상의 표준’ 설정을 둘러싸고 벌이는 싸움도 치열하다.
특히 발등에 떨어진 심각한 도전은 하이브리드 차종에서의 경쟁이다. 수소 연료전지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먼데 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 도요타의 프리우스 등 일제 하이브리드차는 소비자들에게 ‘고성능 차’로 인식되며 미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GM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에 뒤처진다는 미국 언론의 비판에 대응해 지난해 12월 11일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에 연비를 30% 향상시키는 ‘강력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오는 2008년부터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GM은 그러나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개발 비용이나 차량 가격, 예상 판매대수 등은 밝히지 않았다. GM파워트레인 그룹의 톰 스티븐스(Tom Stephens) 부사장은 다만 “GM은 차량 디자인의 큰 변화를 주지 않기 위해 전지와 모터겢摸?하드웨어의 크기를 줄일 수 있으며 현재의 조립라인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GM은 올해 작은 전기 모터를 사용, 10% 정도 연비를 향상시키는 ‘부드러운(mild)’ 하이브리드 기술을 픽업 트럭들에 적용할 계획이다. 2007년까지 해마다 100만 대의 하이브리드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번스 부사장은 “이 숫자의 달성 여부는 고객이 차들을 수용하느냐와 GM이 이 차들로 돈을 벌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GM은 기존 가솔린 엔진에서의 연비를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엔진 동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을 때는 엔진 실린더들의 절반이 자동적으로 꺼지게 하는 DOD(Displacement-On-Demand) 기술을 올해 중형 SUV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GM 측은 “2008년까지 200만 대의 DOD 차량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GM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서의 선두를 지키고,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에서 도요타 등을 추월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바이런 매코믹 GM 연료전지 사업 담당 임원


“상용화에는 정부 지원이 중요”

바이런 매코믹(Byron McCormick) GM 연료전지 사업 담당 임원은 “연료전지 차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는 정부 정책과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DC와 일본 도쿄(東京)에서 시행 중인 연료전지차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까지 이 차들은 좋은 성능과 높은 신뢰성을 입증했다. 올해 워싱턴 DC의 시승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가 연료전지 차량 등록과 운전면허를 위한 제도를 만들도록 촉구할 방침이다.”

-연료전지차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가.

“첫째, 현재의 수소 저장기술은 가솔린 엔진 경우보다 더 큰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 수소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저장 물질에 대해 연구 중이다. 둘째, 연료전지의 가격이다.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추려면 연구 ·개발보다 초기의 대량 판매를 가능하게 하는 정부 지원이 중요하다. 셋째, 수소 연료를 넣기 위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

-도요타는 연료전지차가 대중화되는 시점 이후에도 하이브리드차가 인기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중국 ·인도 ·한국 ·브라질 등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들을 보자. 에너지 소비도 같이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연료전지차를 선택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 中 왕이 “최근 한중관계, 공동이익 부합하지 않아”

2공정위, 쿠팡 ‘PB 부당 우대 의혹’ 조사...법인 고발까지 검토

3상주시, 귀농청년과 은퇴자 위한 복합 주거단지 조성... "공동육아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 지원해"

4경북-강원-충북 연결하는 '마구령 터널' 8년만에 개통

5글로벌 축제로 도약한 '파워풀대구 페스티벌' 성황리 마무리

6 권익위 “尹 검사시절 ‘한우 업무추진비’ 위반 아냐”

7학원가 댓글 조작 폭로...스타강사 ‘삽자루’ 향년 59세 사망

8기업은행, 상속설계 신상품 ’IBK 내뜻대로 유언대용신탁’ 출시

9삼성카드, 데이터 플랫폼 ‘블루 데이터 랩’ 오픈…자체 콘텐츠 돋보여

실시간 뉴스

1 中 왕이 “최근 한중관계, 공동이익 부합하지 않아”

2공정위, 쿠팡 ‘PB 부당 우대 의혹’ 조사...법인 고발까지 검토

3상주시, 귀농청년과 은퇴자 위한 복합 주거단지 조성... "공동육아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 지원해"

4경북-강원-충북 연결하는 '마구령 터널' 8년만에 개통

5글로벌 축제로 도약한 '파워풀대구 페스티벌' 성황리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