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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 20人 긴급진단]탄핵경제 5大 약재

[경제 전문가 20人 긴급진단]탄핵경제 5大 약재

지난 12일 박관용 국회의장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하고 있다.
지난 12일 박관용 국회의장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하고 있다.
1. 불안감 높아진 금융시장
2. 얼어붙은 기업마인드
3. 더욱 악화된 소비심리
4.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
5. 뒷걸음치는 일자리 창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경제도 요동치고 있다. 지지부진한 내수 경기와 기업들의 설비투자 위축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경제의 발목을 결정적으로 붙들어매는 정치적 악재가 등장한 것이다. 전세계적인 경제 회복에도 불구하고 유독 우리만 뒷걸음질치고 있는 주 원인이 불확실성이었는데, 그 불확설성이 사상 최고치로 높아진 때문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지난 12일 긴급 성명을 발표하는 등 정부도 경제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챙기고 있으나, 기업의 불안심리는 좀체 사라질 기미가 안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가뜩이나 위축된 판에 또다른 악재가 터져 기업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하소연했다. 탄핵 정국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 폭은 얼마나 될까. 단기 수습은 가능할 것인가. 「이코노미스트」는 20명의 경제 전문가들과 긴급 인터뷰를 갖고 탄핵 정국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분석했다.

“가장 큰 적은 불확실성”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이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으로 금융시장 불안·기업의 투자 위축·일자리 창출 부진·소비심리 악화·대외신인도 하락 등 다섯 가지를 지적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현재 세계 경제 여건은 좋은 반면 우리나라는 내수가 회복되지 못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탄핵 사태로 침체된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뿐만 아니다. 기업들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 오상무는 “기업들이 당장 다급한 부문 외에는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재계 관계자들은 이미 진행 중인 것 외에 신규 투자는 당분간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계획된 투자는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지만 탄핵 정국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신규 투자 결정이 미뤄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도 “탄핵 정국이 있기 전에도 총선이라는 변수가 있어 총선 후에 투자결정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불확실성이 더 커졌으니 투자심리는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들면 노무현 태통령이 올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일자리 창출도 자연스레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까지 투자를 늦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신규 인력에 대한 수요도 따라서 늦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정책 자체가 표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승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창출 문제는 전국민의 관심사인 만큼 정책이 표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구심점이 사라져 속도가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전반적인 경제 기조가 바뀔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었다. 임지원 JP모건 이사는 “탄핵 자체만 놓고 보면 경제에 일시적 충격을 줄 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히려 “문제는 심리적 불안감”이라고 지적했다. 박만순 미래에셋증권 상무도 같은 의견이다. “과거 금융실명제, 9·11테러 등 대형 사건이 있었지만 조만간 정상 궤도를 찾았다”며 “심리적 안정을 얼마나 빨리 되찾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경제에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과거보다 민간 부문의 힘이 커져서 치명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편으로 우려하면서도 탄핵으로 인한 급락세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최홍 랜드마크투신운용 사장은 “가장 걱정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다. 하지만 미국 증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마켓의 투자 비중을 급격히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증시 이탈이 환율 급등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 발생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윤창현 명지대 교수도 “주가가 모든 걸 말해 주는 것 아니냐”며 “국회의 탄핵 가결 직후 50포인트가 떨어졌다가 다시 21포인트가 올랐다.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탄핵 정국의 후유증을 최소할 수 있는 길은 하루 빨리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다. 임지원 이사는 이를 위해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지속적인 구조조정, 경기 부양 의지를 계속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섭 이화여대 부총장도 “경제 펀더멘털은 변한 게 없는 만큼 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자금시장 동향을 살피면서 적극 대응해 시장 심리를 안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악재는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되겠지만 정치적 불안감이 계속 경제를 짓누를 확률이 높다. 탄핵 문제로 불거질 사회 계층간 갈등이 불씨로 남아 있는 한 시장에 불안감이 상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 명단(가나다순)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승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김일섭 이화여대 경영부총장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박대식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제실장


박만순 미래에셋증권 상무


박재환 한국은행부총재보


박 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동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연태훈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


오태석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


윤창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임지원 JP모건 이사


장득수 태광투신운용 자산운용본부장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최 홍 랜드마크투신운용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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