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장엔진의 '비타민' M&A 큰 場 선다
기업 성장엔진의 '비타민' M&A 큰 場 선다
몸값 천정부지로 치솟아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몸값’도 치솟고 있다. 실적 상승에다 M&A 재료가 더해지면서 대우종합기계는 주가가 1만2천원대까지 올랐다. 불과 1년 사이에 주가가 4∼5배 오른 것이다. 새 주인이 되려면 많게는 1조원대 자금이 들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보철강·워커힐도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기대값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개 해당 업종에서 1∼2위를 다투는 중견기업이다. 누가 새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업계 지도가 일순간에 바뀐다. 가령 절대적인 시장 지배자인 진로를 인수하면 업계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월 1백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손에 들어온다. M&A는 ‘신데렐라’를 만들어주는 지름길인 것이다. 건설업계 M&A가 대표적인 사례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남광토건과 경남기업은 각각 삼림종건과 대아건설에 넘어갔다. 울트라건설·한신공영·신동아건설 등도 군소업체가 사들였다. 이들은 ‘고래’를 삼킴으로써 일약 중상위권 건설업체로 발돋움했다. M&A는 기업의 얼굴을 바꿔놓기도 한다. 영안모자가 이런 케이스다. 이 회사 백성학 회장은 대우버스와 지게차 메이커인 클라크머터리얼핸들링 인수를 통해 ‘모자왕’에서 ‘기계왕’으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한화 역시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는 보험(대한생명)과 레저(한화콘도) 부문을 모두 M&A를 통해 거머쥐었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두산은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주력업종을 바꿨다. 한결같이 알짜 매물이라는 사실도 매력적이다. 김종태 M&A포럼 대표는 “이들은 건실한 재무구조에 알토란 같은 실적을 자랑하는 ‘워크아웃 우등생’들”이라며 “외환위기 직후 우리 회사 좀 사 달라고 사정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매물이 좋으니 기업 사냥에 나서는 돈도 넘치고 있다. 수년간 구조조정을 거친 국내 기업들이 체력을 비축해 둔 데다 외국계도 여전히 관심이 많다. 최근 한미은행 지분을 씨티그룹에 팔아 6천6백억원을 챙긴 김병주 칼라일그룹 아시아지역 회장이 “매각대금을 대부분 한국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은행 인수에 실패한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측도 “한국 내 사업 확장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M&A 시장에서는 토종-외국자본 간 대결 구도가 점쳐진다.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사무소의 신재하 전무는 “외환위기 이후 M&A 시장의 주류를 이뤘던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은 외국자본이 주도했다면 지금부터 시작될 M&A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진로·대우종합기계·대우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토종-외국자본 간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생존 아닌 성장엔진 강화 차원 우리나라 기업사(史)에서 M&A 바람이 분 것은 70년대부터다. 70년대 들어 60년대 말부터 정리되기 시작한 부실기업과 오일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동방생명(삼성)·인천제철(현대차)·범한화재(옛 LG)·우진건설(롯데) 등이 이때 간판을 바꿔달았다. 기업들이 영토확장 경쟁에 나서면서 재벌의 면모를 갖춘 것도 이 시기다. ‘인수왕’은 단연 김우중 대우 회장이었다. 70년대에만 김우중 회장은 20개의 계열사를 ‘대우가족’이라는 우산 아래 끌어들였다. 김회장은 골칫거리 부실기업들을 무더기 인수하면서 권력자의 ‘마음’을 얻었다. 이때 인수한 회사들이 요즘 각광받는 매물인 대우종합기계·조선해양 등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80년대에는 SK가 유공을 인수하면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고, 국제·삼호·명성 등이 부도나면서 ‘인수=특혜’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때 신데렐라로 등장한 기업이 한화·한일·대림 등이다. 한화는 명성을, 한일은 국제상사를, 대림은 삼호를 인수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M&A라기보다는 경제개발을 밀어붙이던 정부가 ‘기업사냥꾼’으로 나서 부실기업을 불하했다고 보는 것이 옳은 지적이다. 일부에서 “한국에서 적대적 M&A의 1인자는 정부”라고 비꼬는 것도 이런 이유다. 본격적인 M&A 전성기라고 볼 수 있는 시기는 95∼96년이다. 이른바 청년재벌로 주목받던 한솔·신원·거평이 M&A를 통해 금융·건설·정보통신 등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정광선 중앙대 교수(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원장)는 “70∼80년대 M&A는 산업합리화 차원에서 이뤄진 부실기업의 통폐합·구조조정이라면 지금은 클린컴퍼니 인수를 통한 성장엔진 강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이어 “최근의 M&A는 업종별로 경기 성장기에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주인 찾는 매물들 <대우종합기계>대우종합기계> 민수·방산 부문 구분해 6월 중 매각완료 계획 박병엽 팬택 부회장·두산·효성 등 국내외 20여개사 경쟁 주가 1만원대로 오르면서 몸값 상승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단일 규모로 덩치 크고, 해외법인 문제로 당분간 매각 힘들듯 <대우건설> 대우건설> 연내 매각 방침, 매각주간사 선정 중 벡텔·파슨스·HRH 등 외국계에서 관심 <워커힐호텔>워커힐호텔> 파라다이스 컨소시엄 등 10여개 업체 인수제안서 제출 5천억∼8천억원대에서 가격대 형성 중 < LG투자증권 > 4월 중 구본무 회장 등 대주주 지분(3천5백억원 전망) 매각 계획 우리금융·미래에셋·농협 등에서 관심 표명 <대투·한투>대투·한투> 4월 중 예비제안서 접수해 이르면 6월 중으로 매각완료 계획 국민은행·우리금융·미래에셋 등 치열한 신경전 각각 7천억원대에서 가격 형성 <한보철강>한보철강> 4월 중으로 인수의향서 접수 완료 현대차그룹(INI스틸-하이스코)·포스코·동국제강 철강 경기 좋아지면서 몸값 급상승 AK캐피탈과 협상 당시 매각가격 3억8천만 달러 <진 로>진> 이르면 5월 중으로 공개입찰 대한전선·골드만삭스·두산·롯데칠성 등이 각축 골드만삭스는 출자전환을 거쳐 1∼3년 후 3자 매각 방침 <해태제과>해태제과> 2002년 6월 UBS컨소시엄이 4천8백억원에 인수 6월 중 매각협상 가시화, 빙그레·크라운 등에서 관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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