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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성장엔진의 '비타민' M&A 큰 場 선다

기업 성장엔진의 '비타민' M&A 큰 場 선다

‘기업사냥’ 큰 장(場)이 섰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부활에 성공한 옛 대우 계열사를 비롯해 진로·LG증권·한보철강 등 업계의 ‘골리앗’들이 매물로 나와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하루 한 개꼴로 매물이 나오면서 M&A가 올해의 화두가 됐다. “등록업체 가운데 절반은 새 주인을 찾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되는 M&A 대어(大漁)는 대우종합기계. 이 회사 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KAMCO)는 5월 중으로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한 뒤 상반기 내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과 자웅을 다투는 건설중장비 업체인 대우종합기계는 기계·방산 부문이 분할 매각된다. KAMCO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을 비롯해 효성·두산중공업 등 모두 20여개의 국내외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인터내셔널·조선해양 등도 워크아웃 졸업을 계기로 ‘주인 찾기’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건설업계 2위 대우건설 인수 건에 대해서는 벡텔·파슨스·HRH 등 외국계 업체들이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HRH는 이미 국내에 자문을 받을 법무법인 선정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업종에서도 먹을 게 많다. 당장 증권업계 2위인 LG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왔다. 이달 초 LG그룹이 카드업에서 손을 떼면서 담보로 맡긴 구본무 LG 회장의 개인 지분과 계열사 지분 등 21.2%가 시장에 나왔다. 채권단은 매각대금을 3천5백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금융업종 최대 관심사는 투신업계의 양대 축인 대투증권과 한투증권의 새 주인 찾기. ‘차별화된 자산관리 서비스’ ‘종합금융그룹화’를 내세우면서 국민은행·우리금융지주가 인수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동원금융·한화증권·미래에셋 등이 가세해 상반기 금융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매각이 성사되면 ‘몸값’만 각각 7천억원을 웃도는 메이저급 M&A다. 이밖에도 재계에는 이름만 들어도 솔깃한 M&A 건이 많다. 1997년 부도가 나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한보철강은 냉탕과 온탕을 드나든 사례.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AK캐피탈이 최종 계약을 앞두고 인수대금을 내지 못해 매각이 좌절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철근 가격이 급등하면서 군침 도는 먹이로 바뀌었다. 현대차 계열의 INI스틸-현대하이스코가 인수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동국제강·한국철강·세아제강 등이 나섰다. 이은영 LG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가동 중인 A지구 공장 이익률이 좋고 서해대교 개통으로 물류 사정이 좋아졌다”며 “한보를 어느 회사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채권단이 매각키로 결정한 워커힐호텔도 관심거리다. 매출 2천억원대로 덩치가 큰 회사는 아니지만 고 최종건-종현 회장이 특별히 아끼면서 ‘SK의 상징’처럼 여겨졌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모인다. 파라다이스-뉴브리지 컨소시엄·S호텔 등 10여개 기업에서 인수제안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 천정부지로 치솟아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몸값’도 치솟고 있다. 실적 상승에다 M&A 재료가 더해지면서 대우종합기계는 주가가 1만2천원대까지 올랐다. 불과 1년 사이에 주가가 4∼5배 오른 것이다. 새 주인이 되려면 많게는 1조원대 자금이 들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한보철강·워커힐도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기대값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개 해당 업종에서 1∼2위를 다투는 중견기업이다. 누가 새 주인이 되느냐에 따라 업계 지도가 일순간에 바뀐다. 가령 절대적인 시장 지배자인 진로를 인수하면 업계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월 1백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손에 들어온다. M&A는 ‘신데렐라’를 만들어주는 지름길인 것이다. 건설업계 M&A가 대표적인 사례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남광토건과 경남기업은 각각 삼림종건과 대아건설에 넘어갔다. 울트라건설·한신공영·신동아건설 등도 군소업체가 사들였다. 이들은 ‘고래’를 삼킴으로써 일약 중상위권 건설업체로 발돋움했다. M&A는 기업의 얼굴을 바꿔놓기도 한다. 영안모자가 이런 케이스다. 이 회사 백성학 회장은 대우버스와 지게차 메이커인 클라크머터리얼핸들링 인수를 통해 ‘모자왕’에서 ‘기계왕’으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한화 역시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는 보험(대한생명)과 레저(한화콘도) 부문을 모두 M&A를 통해 거머쥐었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한 두산은 소비재에서 산업재로 주력업종을 바꿨다. 한결같이 알짜 매물이라는 사실도 매력적이다. 김종태 M&A포럼 대표는 “이들은 건실한 재무구조에 알토란 같은 실적을 자랑하는 ‘워크아웃 우등생’들”이라며 “외환위기 직후 우리 회사 좀 사 달라고 사정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라고 말했다. 매물이 좋으니 기업 사냥에 나서는 돈도 넘치고 있다. 수년간 구조조정을 거친 국내 기업들이 체력을 비축해 둔 데다 외국계도 여전히 관심이 많다. 최근 한미은행 지분을 씨티그룹에 팔아 6천6백억원을 챙긴 김병주 칼라일그룹 아시아지역 회장이 “매각대금을 대부분 한국에 재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은행 인수에 실패한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측도 “한국 내 사업 확장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번 M&A 시장에서는 토종-외국자본 간 대결 구도가 점쳐진다. 모건스탠리증권 서울사무소의 신재하 전무는 “외환위기 이후 M&A 시장의 주류를 이뤘던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은 외국자본이 주도했다면 지금부터 시작될 M&A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진로·대우종합기계·대우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토종-외국자본 간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생존 아닌 성장엔진 강화 차원 우리나라 기업사(史)에서 M&A 바람이 분 것은 70년대부터다. 70년대 들어 60년대 말부터 정리되기 시작한 부실기업과 오일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동방생명(삼성)·인천제철(현대차)·범한화재(옛 LG)·우진건설(롯데) 등이 이때 간판을 바꿔달았다. 기업들이 영토확장 경쟁에 나서면서 재벌의 면모를 갖춘 것도 이 시기다. ‘인수왕’은 단연 김우중 대우 회장이었다. 70년대에만 김우중 회장은 20개의 계열사를 ‘대우가족’이라는 우산 아래 끌어들였다. 김회장은 골칫거리 부실기업들을 무더기 인수하면서 권력자의 ‘마음’을 얻었다. 이때 인수한 회사들이 요즘 각광받는 매물인 대우종합기계·조선해양 등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80년대에는 SK가 유공을 인수하면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고, 국제·삼호·명성 등이 부도나면서 ‘인수=특혜’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때 신데렐라로 등장한 기업이 한화·한일·대림 등이다. 한화는 명성을, 한일은 국제상사를, 대림은 삼호를 인수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M&A라기보다는 경제개발을 밀어붙이던 정부가 ‘기업사냥꾼’으로 나서 부실기업을 불하했다고 보는 것이 옳은 지적이다. 일부에서 “한국에서 적대적 M&A의 1인자는 정부”라고 비꼬는 것도 이런 이유다. 본격적인 M&A 전성기라고 볼 수 있는 시기는 95∼96년이다. 이른바 청년재벌로 주목받던 한솔·신원·거평이 M&A를 통해 금융·건설·정보통신 등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정광선 중앙대 교수(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 원장)는 “70∼80년대 M&A는 산업합리화 차원에서 이뤄진 부실기업의 통폐합·구조조정이라면 지금은 클린컴퍼니 인수를 통한 성장엔진 강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이어 “최근의 M&A는 업종별로 경기 성장기에 나타나고 있어 당분간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주인 찾는 매물들 <대우종합기계>
민수·방산 부문 구분해 6월 중 매각완료 계획
박병엽 팬택 부회장·두산·효성 등 국내외 20여개사 경쟁
주가 1만원대로 오르면서 몸값 상승


<대우조선해양 대우인터내셔널>
단일 규모로 덩치 크고, 해외법인 문제로 당분간 매각 힘들듯

<대우건설>
연내 매각 방침, 매각주간사 선정 중
벡텔·파슨스·HRH 등 외국계에서 관심

<워커힐호텔>
파라다이스 컨소시엄 등 10여개 업체 인수제안서 제출
5천억∼8천억원대에서 가격대 형성 중

< LG투자증권 >
4월 중 구본무 회장 등 대주주 지분(3천5백억원 전망) 매각 계획
우리금융·미래에셋·농협 등에서 관심 표명

<대투·한투>
4월 중 예비제안서 접수해 이르면 6월 중으로 매각완료 계획
국민은행·우리금융·미래에셋 등 치열한 신경전
각각 7천억원대에서 가격 형성

<한보철강>
4월 중으로 인수의향서 접수 완료
현대차그룹(INI스틸-하이스코)·포스코·동국제강
철강 경기 좋아지면서 몸값 급상승
AK캐피탈과 협상 당시 매각가격 3억8천만 달러

<진 로>
이르면 5월 중으로 공개입찰
대한전선·골드만삭스·두산·롯데칠성 등이 각축
골드만삭스는 출자전환을 거쳐 1∼3년 후 3자 매각 방침

<해태제과>
2002년 6월 UBS컨소시엄이 4천8백억원에 인수
6월 중 매각협상 가시화, 빙그레·크라운 등에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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