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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마케팅 첨병으로 부각

블로그, 마케팅 첨병으로 부각

온라인 일기장인 ‘블로그’ 열풍이 거세게 불자 기업들이 블로그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이용하고 있다.유명 인사의 일기장이나 흥미롭게 꾸민 일기장의 경우 그것을 엿보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들의 ‘입방아’가 물건을 팔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탤런트 소유진은 최근 방송 활동이 뜸하다. 하지만 그녀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녀가 잘 가는 단골 미용실의 주인은 물론 그녀가 자주 만나는 단짝 친구가 누군지도 알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싸이월드(www. cyworld.com)’에 만든 그녀의 ‘미니홈피’를 통해서다. 이곳은 그녀의 공식 홈페이지가 아니다. 그녀의 팬클럽 홈페이지도 아니다. 그녀가 자신의 일상생활을 꾸밈없이 기록하는 ‘온라인 일기장’에 불과하지만 하루에 1만여 명이 그녀의 미니홈피를 ‘훔쳐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블로그(Blog)란 ‘웹 로그(Web Log)’의 줄임말로 ‘웹상의 일기장’을 의미한다. 블로그는 웹페이지에 자신의 생활을 공개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과 사진을 보기 위해 모여들면 막강한 ‘1인 미디어’로 변한다.

재미있는 글과 사진이 많은 블로그나 유명인사 ·연예인의 블로그엔 하루 방문객들이 1,000명을 넘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특히 남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글과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로 ‘퍼올 수’ 있어 그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이건희 회장 딸과 노무현 대통령 며느리가 만든 블로그의 경우 방문자들이 폭주해 언론에까지 공개되자 부작용을 우려해 아예 폐쇄하기도 했다.

이동형 싸이월드 사업본부장은 “블로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라 방문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최초로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한 사이트인 위크(WIK)의 운영자 윤정환 씨는 “어떤 사람의 블로그를 오랫동안 보면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과 심리적인 유대관계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한다.

국내 블로그의 대표 주자는 네이버의 ‘블로그’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네이버 블로그의 순방문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 싸이월드의 순방문자 수도 904만 명에 이른다. 방문자들이 열었던 웹페이지를 기준으로 하면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무려 51억7,261만 페이지뷰(2월 한 달간)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싸이월드는 ‘싸이홀릭(싸이월드 중독)’, ‘싸이질(싸이월드 로그인)’이란 유행어까지 남길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싸이월드의 가입자 수는 600만 명이지만 하루 3만여 명이 새로 가입하고 있다. 지난해 싸이월드를 인수한 SK커뮤니케이션즈의 포털사이트 네이트는 싸이월드 덕에 야후를 제치고 다음?·네이버에 이어 포털 업계 3위에 등극했다. 또 자신의 미니홈피를 개성 있게 단장하려는 이용자들의 욕구 덕에 ‘아바타’, ‘도토리(사이버머니)’ 등 디지털 콘텐츠 매출이 하루 1억원에 이르고 있다.



IT ·영화 ·뷰티 산업 중심으로 마케팅 활발

블로그가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이를 마케팅에 접목하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프랑스 명품업체 지방시에 근무하는 고봉화 씨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신봉자다. 평소 미니홈피에 자신의 친구나 지방시 행사 사진들을 올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미니홈피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자신의 블로그를 방문해 그녀가 올린 사진들을 퍼가기 시작했다.

이런 모습을 본 고씨는 블로그를 지방시의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사의 허락을 받은 그녀는 곧바로 싸이월드에 지방시의 공식 미니홈피를 만들었다.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블로그의 경우 가입비와 운영비가 수천만 원대에 이르지만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 것.

결과는 좋았다. 지방시 특유의 세련된 이미지로 싸이월드에서 활동하는 20 ·30대 여성 회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말하자면 ‘온라인 입소문’인 셈이었다. 샘플 향수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자 하루 방문자 수가 순식간에 2,000여 명을 넘어섰다. 매출 역시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고씨는 “블로그의 홍보 효과를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지만 블로그 덕에 생긴 매출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블로그는 기존 온라인 광고보다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기존 온라인 광고 수단인 배너 ·팝업 ·e메일 ·키워드 검색 등의 경우 대형 포털 사이트에 올리고 e메일로 무차별적으로 보내도 ‘똑똑한’ 네티즌들을 사로잡긴 어려웠다.

블로그가 각광받는 이유는 ‘입방아’의 위력에 있다. 인터넷의 힘이 점점 세지면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도 온라인 소비자들에 좌우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블로그가 온라인 입소문의 진원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윤정환 씨는 “특정인의 블로그에 매료된 사람들은 그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나 다니고 있는 회사까지 동경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초기 블로그 이용자 가운데 매킨토시 컴퓨터를 쓰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들의 블로그를 활발하게 드나드는 사람들까지 매킨토시 홍보맨처럼 변했다는 것.
블로그 마케팅의 또 다른 매력은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과 회원관리 기능이다. 고종화 씨는 “블로그의 경우 소비자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이라며 “지방시 미니홈피를 찾는 사람들은 스스로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운영자에게 쪽지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고객 블로그와 연결(링크)할 수 있는데다 공개된 개인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회원 관리에도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

국내에선 IT ·영화 ·음반 ·뷰티 산업 등을 중심으로 블로그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나 음반 기획사들은 작품을 개봉하기도 전에 그와 관련한 블로그를 만들어 놓는다. 영화 <말죽거리잔혹사> , 뮤지컬 <킹앤아이> 등이 좋은 예다. 이 작품들은 개봉 전에 관련 사진이나 시나리오를 올려 사람들의호기심을 자극하고 ‘퍼가길’ 기다린 것. 지방시처럼 싸이월드에 ‘둥지’를 틀고 있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현재 싸이월드에 등록된 기업 홈페이지만 해도

LG싸이언 ·삼성케녹스 ·엘리자베스아덴 ·타이코리아 ·오로라월드 ·시세이도 등. 가입비와 운영비가 3개월 기준으로 3,000만원이 넘지만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게 싸이월드 측의 설명이다.
블로그를 통한 간접노출광고(PPL) 마케팅도 등장할 전망이다. 이동형 본부장은 “싸이월드 이용자들에게 기업들이 노트북 ·TV ·홈시어터 등 자사 브랜드 제품을 ‘아바타’ 형태로 공급하는 PPL 마케팅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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