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토자업무가 승부처
M&A로 덩치 더 키워 맞대결
자산관리 ·토자업무가 승부처
M&A로 덩치 더 키워 맞대결
경기 침체와 저금리 속에서 새로운 수익원 개발에 고심하던 국내 은행권이 씨티은행과도 맞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이들은 대개 종합자산관리와 투자은행 사업을 대안으로 선택한 모습이다. 투신 ·보험사 등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씨티은행은 1991년에 국내 첫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인 ‘씨티 골드’를 시작했다. PB의 개념조차 생소할 때였다. 2001년에는 공전의 히트작인 주가지수연동예금과 국내 은행에서 판 첫 펀드 상품인 ‘씨티 가란트 펀드’도 내놨다. 개별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펀드로 자산을 구성하는 ‘펀드 오브 펀드’도 씨티은행의 작품이다.
씨티은행의 강점 가운데 하나인 종합자산관리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금융지주회사의 원형으로 불리는 씨티뱅크가 이런 위력을 새로 인수하는 한미은행의 전국 225개 지점망을 통해 그대로 확산시킨다면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은행권의 경우 금융 네트워크는 물론 리스크 관리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이를 축적한 데이터베이스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씨티은행에 한 발 뒤져 있다는 평가다. 우리 ·신한 ·하나은행의 경우 은행-증권사-투신사-보험사 등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지만 씨티와 맞서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PB 영업 근간인 자산운용업 강화에 사활
그렇다고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노릇. 그동안 한국 시장을 장악해온 국내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씨티은행의 공세에도 맞설 대안을 하나둘 마련하고 있다. 먼저 종합자산관리 능력의 강화다.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다 저금리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정기예금 등 은행 고유의 상품만으론 고객을 끌어들이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은행들이 사활을 걸다시피 하며 확장하고 있는 PB 영업에서도 종합자산관리 능력이 필수 요소다.
더구나 종합자산관리 사업의 중요한 기반인 자산운용 분야는 앞으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할 시장으로 점쳐지고 있다. 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이 주식과 채권에 들어 있다”며 “국내에서는 현재 뭉칫돈이 대부분 은행의 단기상품에 들어 있지만 앞으로 투자상품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금리와 고령화 추세가 진전되면서 투자상품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자산운용 영업을 둘러싼 규제도 하나둘씩 풀리고 있다. 3월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 시행령’이 발효됐다. 투신사 또는 자산운용사들은 이제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주식 ·채권 뿐 아니라 금 ·원유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다. 여기에 은행이 특정 고객에게서 현금 ·주식 ·부동산 등을 한 묶음으로 수탁해 운용하는 종합자산관리 신탁제도의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기존 특정금전신탁이 현금만 받는 것과 달리 다양한 자산을 복합적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종합자산관리 신탁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은행의 PB 영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양한 맞춤형 상품이 나오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황금시장을 장악하기에는 국내 은행권의 자산운용 인프라와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3월 2일 월례 조례에서 “씨티은행이 복합 금융상품을 앞세워 원스톱 금융 서비스로 국내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도 “씨티와 비교해 우리 측이 가장 취약한 분야는 자산운용 분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너도나도 자산운용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한국투자증권 또는 대한투자증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은행 계열의 국민투신(수탁액 10조원대)은 한투 또는 대투 중 한 곳과 합병하면 단숨에 투신업계 수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국민은행 측은 단독 인수가 힘에 부치지 않느냐는 안팎의 지적에 대해서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인수전이 서서히 달아오르면서 단독 인수도 가능하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단독 인수 후 외국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 상품개발 또는 판매망 등에서 제휴를 맺을 수도 있다는 것.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자산이 200조원이 넘는데 자산 20조원 수준인 한투나 대투 정도는 충분히 인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은행 부문 M&A 바람 거세
국내 금융권에 ‘CEO 전쟁’을 불러일으킨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도 한투 또는 대투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방침이다. 국민투신과 마찬가지로 우리투신도 두 곳 중 한 곳을 인수하면 단숨에 투신업계 1?위권에 오르게 된다. 현재 한투나 대투에 인사 의사를 밝힌 곳은 국민은행을 비롯해 하나 ·우리은행 등과 미래에셋 ·동원지주 그리고 AIG ·UBS ·메트라이프 ·피델리티 등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에서는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의 실사가 끝나 늦어도 4월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고 이들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를 5월 중 선정해 올 상반기 안에 본계약을 맺는다는 방침이다.
김정태 행장과 황영기 회장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비은행부문의 인수 ·합병(M&A) 바람은 한동안 거셀 전망이다. 황영기 회장은 시장점유율이 낮은 우리증권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LG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내년에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하나은행 측도 자사주를 일부 팔아 자금을 마련해서 증권사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이 이런 방식으로 전력을 보강하면 하나은행도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은 한때 대신증권이나 대우증권을 합병해 덩치를 키우려고 했다가 수포로 돌아간 뒤 증권사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생명보험사도 은행권의 타깃이 되고 있다.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은 지주회사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순히 방카슈랑스 전용 보험사를 두기보다는 별도의 보험사를 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이미 한일생명을 사들여 KB생명으로 재출범할 계획이다.
이동환 신한지주 기획재무팀 부장은 “신한지주는 물론 우리금융과 국민 ·하나은행이 모두 합병이란 짐을 짊어지고 있다”며 “누가 빨리 화학적 결합을 이루고, 시너지효과를 내느냐가 관건이 됐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또 “씨티 측도 자산 40조원의 한미은행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카드사 등을 인수해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국내 은행권과 동일한 출발선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은행들은 종합자산관리 부문 강화와 관련, PB 영업도 앞다퉈 확장하고 있다. 증권사 등과도 피말리는 경쟁을 벌여온 국내 은행으로선 이제 ‘씨티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지금도 ‘서울 강남의 부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씨티은행 고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씨티은행의 PB 부문은 강하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에야 PB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과 달리 씨티은행은 이미 91년에 ‘씨티골드’라는 브랜드로 PB 영업을 시작했다.
국내 은행들은 PB 인력 확보와 육성에 혈안이다. 씨티은행이 부자의 기준을 조금 낮춰 PB 사업의 영역을 확대할 경우 국민 ·우리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하나 ·신한 측은 갈 길이 바빠졌다.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PB 사업을 개척한 하나은행의 김승유 은행장은 “우리 고객들은 은행에 대한 애착이 깊은 데다 우수한 인력과 네트워크도 확보하고 있어 이탈 가능성이 작다”며 애써 느긋한 표정이다. 김 행장은 “오히려 씨티의 글로벌서비스를 활용하려는 기업 고객의 이탈이 더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PB직원들의 성과급 체제를 강화하고 점포를 올해 10여 개 정도 더 늘리는 등 대책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사이버 교육과 외부 연수 등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전문 PB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국민은행은 스위스계 은행과 제휴해서 PB 영업 노하우를 전수받고 상품 제휴 등도 맺을 방침이다. 또 지난 2월 23일 올 들어 네 번째로 서울 목동에 PB 전용 센터를 개점한 데 이어 전문 영업점을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다. 5년 전부터 PB영업을 육성해온 우리은행은 고객 분석과 각종 위험관리 ·인센티브제 정착 등의 작업을 애초 계획보다 앞당겨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서울 강남에만 있는 PB 전용점을 강북에도 세우고, PB 기능을 갖춘 영업점도 43개에서 70개로 대폭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해외파 영입해 투자은행 사업도 업그레이드
국내 은행권이 씨티은행에 대항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은 투자은행 사업의 강화다. 우선 국민은행의 경우 과거 자본시장본부와 국제금융본부 등에 흩어져 있던 투자금융 ·국제금융팀 ·자산유통화팀 ·증권대행팀 투자금융본부로 모으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투자은행 업무를 다뤄본 경험과 노하우가 성공의 열쇠인 만큼 현재 공석 중인 본부장에 외국 금융기관 출신의 투자금융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투자금융업무 전담 부서인 종합금융단에 파생상품 운용을 위한 스와프 트레이더를 영입했다. 또 국내 시장에만 한정했던 투자금융 업무를 해외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해외 금융기관과 손잡고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치중하면서 메릴린치 등과 공동으로 해외 자금 유치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SK ·롯데 등 국내 대기업의 주거래은행이면서 여전히 기업금융의 강자로 꼽히는 우리은행은 이를 토대로 기업들에 필요한 각종 투자은행 업무에 주력할 전망이다. 삼성증권 재직시에도 이 분야 진출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황 회장이 우리금융의 지휘권을 잡았기 때문에 바람몰이에 나설지 관심사다.
모건스탠리 ·UBS ·리먼브러더스 등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과의 경쟁에서 비교적 선전해온 하나은행은 투자은행 분문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효진 하나은행 투자은행사업본부장은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등으로 재미를 봤지만, 이제는 파생상품을 비롯한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신한지주 산하 조흥은행 역시 지난 3월 5일 HSBC 부대표 출신의 최인준 씨를 종합금융본부장으로 데려와 투자영업 부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외환시장 전면 개방하면 씨티 파괴력 막강할 듯
국내 은행들은 이렇게 종합자산관리와 투자은행업을 두 축으로 수익 기반을 강화하면서 씨티은행의 본격 진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는 씨티 측이 한미은행을 완전히 ‘접수’하지 않은데다 한국시장 공략 전략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라 짧지만 아직 힘을 키울 시간이 남아있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한 기획담당 임원은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준비할 시간이 있다”라며 “씨티의 공세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한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좀더 멀리 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리스크 관리가 약한 국내 은행의 약점을 파고들어 사각지대에 있는 20?0대 틈새 고객까지 장악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또 씨티의 진정한 힘은 2007~2008년 무렵 외환시장의 빗장이 모두 열린 뒤 경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 은행들이 중국 등으로 진출하려 애쓰는 것도 이런 우려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씨티은행은 1991년에 국내 첫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인 ‘씨티 골드’를 시작했다. PB의 개념조차 생소할 때였다. 2001년에는 공전의 히트작인 주가지수연동예금과 국내 은행에서 판 첫 펀드 상품인 ‘씨티 가란트 펀드’도 내놨다. 개별 주식이나 채권이 아닌 펀드로 자산을 구성하는 ‘펀드 오브 펀드’도 씨티은행의 작품이다.
씨티은행의 강점 가운데 하나인 종합자산관리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사례들이다. 금융지주회사의 원형으로 불리는 씨티뱅크가 이런 위력을 새로 인수하는 한미은행의 전국 225개 지점망을 통해 그대로 확산시킨다면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국내 은행권의 경우 금융 네트워크는 물론 리스크 관리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이를 축적한 데이터베이스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씨티은행에 한 발 뒤져 있다는 평가다. 우리 ·신한 ·하나은행의 경우 은행-증권사-투신사-보험사 등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지만 씨티와 맞서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다.
PB 영업 근간인 자산운용업 강화에 사활
그렇다고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노릇. 그동안 한국 시장을 장악해온 국내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씨티은행의 공세에도 맞설 대안을 하나둘 마련하고 있다. 먼저 종합자산관리 능력의 강화다.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다 저금리 기조까지 이어지면서 정기예금 등 은행 고유의 상품만으론 고객을 끌어들이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은행들이 사활을 걸다시피 하며 확장하고 있는 PB 영업에서도 종합자산관리 능력이 필수 요소다.
더구나 종합자산관리 사업의 중요한 기반인 자산운용 분야는 앞으로 가장 가파르게 성장할 시장으로 점쳐지고 있다. 투신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이 주식과 채권에 들어 있다”며 “국내에서는 현재 뭉칫돈이 대부분 은행의 단기상품에 들어 있지만 앞으로 투자상품 수요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금리와 고령화 추세가 진전되면서 투자상품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자산운용 영업을 둘러싼 규제도 하나둘씩 풀리고 있다. 3월 1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간접투자 자산운용업법 시행령’이 발효됐다. 투신사 또는 자산운용사들은 이제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주식 ·채권 뿐 아니라 금 ·원유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다. 여기에 은행이 특정 고객에게서 현금 ·주식 ·부동산 등을 한 묶음으로 수탁해 운용하는 종합자산관리 신탁제도의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 기존 특정금전신탁이 현금만 받는 것과 달리 다양한 자산을 복합적으로 취급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종합자산관리 신탁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은행의 PB 영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양한 맞춤형 상품이 나오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황금시장을 장악하기에는 국내 은행권의 자산운용 인프라와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3월 2일 월례 조례에서 “씨티은행이 복합 금융상품을 앞세워 원스톱 금융 서비스로 국내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도 “씨티와 비교해 우리 측이 가장 취약한 분야는 자산운용 분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너도나도 자산운용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민은행은 한국투자증권 또는 대한투자증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 은행 계열의 국민투신(수탁액 10조원대)은 한투 또는 대투 중 한 곳과 합병하면 단숨에 투신업계 수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국민은행 측은 단독 인수가 힘에 부치지 않느냐는 안팎의 지적에 대해서는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인수전이 서서히 달아오르면서 단독 인수도 가능하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단독 인수 후 외국계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와 상품개발 또는 판매망 등에서 제휴를 맺을 수도 있다는 것.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자산이 200조원이 넘는데 자산 20조원 수준인 한투나 대투 정도는 충분히 인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은행 부문 M&A 바람 거세
국내 금융권에 ‘CEO 전쟁’을 불러일으킨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도 한투 또는 대투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방침이다. 국민투신과 마찬가지로 우리투신도 두 곳 중 한 곳을 인수하면 단숨에 투신업계 1?위권에 오르게 된다. 현재 한투나 대투에 인사 의사를 밝힌 곳은 국민은행을 비롯해 하나 ·우리은행 등과 미래에셋 ·동원지주 그리고 AIG ·UBS ·메트라이프 ·피델리티 등으로 알려졌다. 정부 측에서는 매각 주간사인 모건스탠리의 실사가 끝나 늦어도 4월까지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하고 이들 가운데 우선협상대상자를 5월 중 선정해 올 상반기 안에 본계약을 맺는다는 방침이다.
김정태 행장과 황영기 회장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비은행부문의 인수 ·합병(M&A) 바람은 한동안 거셀 전망이다. 황영기 회장은 시장점유율이 낮은 우리증권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LG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내년에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하나은행 측도 자사주를 일부 팔아 자금을 마련해서 증권사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금융이 이런 방식으로 전력을 보강하면 하나은행도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하나은행은 한때 대신증권이나 대우증권을 합병해 덩치를 키우려고 했다가 수포로 돌아간 뒤 증권사 인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생명보험사도 은행권의 타깃이 되고 있다. 황영기 우리금융 회장은 지주회사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순히 방카슈랑스 전용 보험사를 두기보다는 별도의 보험사를 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이미 한일생명을 사들여 KB생명으로 재출범할 계획이다.
이동환 신한지주 기획재무팀 부장은 “신한지주는 물론 우리금융과 국민 ·하나은행이 모두 합병이란 짐을 짊어지고 있다”며 “누가 빨리 화학적 결합을 이루고, 시너지효과를 내느냐가 관건이 됐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또 “씨티 측도 자산 40조원의 한미은행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카드사 등을 인수해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국내 은행권과 동일한 출발선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은행들은 종합자산관리 부문 강화와 관련, PB 영업도 앞다퉈 확장하고 있다. 증권사 등과도 피말리는 경쟁을 벌여온 국내 은행으로선 이제 ‘씨티 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지금도 ‘서울 강남의 부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씨티은행 고객’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씨티은행의 PB 부문은 강하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에야 PB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과 달리 씨티은행은 이미 91년에 ‘씨티골드’라는 브랜드로 PB 영업을 시작했다.
국내 은행들은 PB 인력 확보와 육성에 혈안이다. 씨티은행이 부자의 기준을 조금 낮춰 PB 사업의 영역을 확대할 경우 국민 ·우리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하나 ·신한 측은 갈 길이 바빠졌다.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PB 사업을 개척한 하나은행의 김승유 은행장은 “우리 고객들은 은행에 대한 애착이 깊은 데다 우수한 인력과 네트워크도 확보하고 있어 이탈 가능성이 작다”며 애써 느긋한 표정이다. 김 행장은 “오히려 씨티의 글로벌서비스를 활용하려는 기업 고객의 이탈이 더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PB직원들의 성과급 체제를 강화하고 점포를 올해 10여 개 정도 더 늘리는 등 대책 마련도 서두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사이버 교육과 외부 연수 등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전문 PB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국민은행은 스위스계 은행과 제휴해서 PB 영업 노하우를 전수받고 상품 제휴 등도 맺을 방침이다. 또 지난 2월 23일 올 들어 네 번째로 서울 목동에 PB 전용 센터를 개점한 데 이어 전문 영업점을 계속 늘려나갈 방침이다. 5년 전부터 PB영업을 육성해온 우리은행은 고객 분석과 각종 위험관리 ·인센티브제 정착 등의 작업을 애초 계획보다 앞당겨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서울 강남에만 있는 PB 전용점을 강북에도 세우고, PB 기능을 갖춘 영업점도 43개에서 70개로 대폭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해외파 영입해 투자은행 사업도 업그레이드
국내 은행권이 씨티은행에 대항하기 위한 또 다른 수단은 투자은행 사업의 강화다. 우선 국민은행의 경우 과거 자본시장본부와 국제금융본부 등에 흩어져 있던 투자금융 ·국제금융팀 ·자산유통화팀 ·증권대행팀 투자금융본부로 모으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투자은행 업무를 다뤄본 경험과 노하우가 성공의 열쇠인 만큼 현재 공석 중인 본부장에 외국 금융기관 출신의 투자금융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투자금융업무 전담 부서인 종합금융단에 파생상품 운용을 위한 스와프 트레이더를 영입했다. 또 국내 시장에만 한정했던 투자금융 업무를 해외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해외 금융기관과 손잡고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치중하면서 메릴린치 등과 공동으로 해외 자금 유치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SK ·롯데 등 국내 대기업의 주거래은행이면서 여전히 기업금융의 강자로 꼽히는 우리은행은 이를 토대로 기업들에 필요한 각종 투자은행 업무에 주력할 전망이다. 삼성증권 재직시에도 이 분야 진출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던 황 회장이 우리금융의 지휘권을 잡았기 때문에 바람몰이에 나설지 관심사다.
모건스탠리 ·UBS ·리먼브러더스 등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과의 경쟁에서 비교적 선전해온 하나은행은 투자은행 분문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방효진 하나은행 투자은행사업본부장은 “자산담보부증권(ABS) 발행 등으로 재미를 봤지만, 이제는 파생상품을 비롯한 새로운 분야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신한지주 산하 조흥은행 역시 지난 3월 5일 HSBC 부대표 출신의 최인준 씨를 종합금융본부장으로 데려와 투자영업 부문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외환시장 전면 개방하면 씨티 파괴력 막강할 듯
국내 은행들은 이렇게 종합자산관리와 투자은행업을 두 축으로 수익 기반을 강화하면서 씨티은행의 본격 진출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는 씨티 측이 한미은행을 완전히 ‘접수’하지 않은데다 한국시장 공략 전략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라 짧지만 아직 힘을 키울 시간이 남아있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한 기획담당 임원은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준비할 시간이 있다”라며 “씨티의 공세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한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좀더 멀리 보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리스크 관리가 약한 국내 은행의 약점을 파고들어 사각지대에 있는 20?0대 틈새 고객까지 장악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입니다. 또 씨티의 진정한 힘은 2007~2008년 무렵 외환시장의 빗장이 모두 열린 뒤 경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 은행들이 중국 등으로 진출하려 애쓰는 것도 이런 우려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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