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에너지 외교]“이란 유전 우리가 개발한다”
[일본의 에너지 외교]“이란 유전 우리가 개발한다”
| 일본은 대미정책에서 벗어난 독자적 에너지 외교를 모색하고 있다. | 지난 4월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실력자인 사우디아라비아 누아이미 석유광물자원 장관이 당일치기로 일본을 방문했다. 일본 정부 측에서는 나카가와 쇼이치 경제산업대신이 그를 맞이했다. “물량과 가격 면에서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부탁한다”는 일본 측의 요청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원유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도록 하겠다”는 정도로만 대답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랍에미리트연방(UAE)과 함께 일본의 최대 원유 수입국이다. 중동 정세가 혼미하고 원유 값이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존재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처한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범의 일부가 사우디아라비아 세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약 60년간에 걸친 반공산주의의 방파제로 미국을 가까이 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세도 확실히 달라졌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사업을 국영화한 이래 엑손 모빌 등 미국계 거대 석유회사는 주요한 개발안건에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대미관계가 냉랭해진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가까이 하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다. 비(非)OPEC 국가 가운데 최대 석유 세력인 러시아를 무시할 수 없는 데다 미국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왕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여전히 미국의 지원은 필요하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사우디에서는 미국에 저항하는 ‘침묵의 대중’이 있다.”(미야자키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돌이켜보면 일본은 역사적으로 중동과 관계가 좋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때문에 미묘하게 관계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전쟁 상대인 이라크는 물론,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명된 이란,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과 미국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자연히 친중동인 일본과는 입장이 갈리게 된다. 그것을 결정적으로 드러낸 것이 이란의 ‘아자데간 유전 개발’이다. 이란과 이라크 국경 근처에 위치한 아자데간 유전은 일본의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가 2000년에 카후디 유전(사우디아라비아령)의 원유 권익을 잃어버린 이래 다시 확보한 비원의 자주개발 원유다. 2001년에 일본과 이란이 지질조사를 실시한 이래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 의혹을 이유로 이란·리비아 제재강화법을 발동시켜 교섭은 일시 중단됐다. 그러나 지난 2월 일본과 이란이 전격적으로 원유개발 합의를 체결해 버림에 따라 미국은 심한 불쾌감을 표명했다. 일본은 러시아와 이란 양쪽에 선을 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에너지 정책이 안정된 것은 아니다. 동시베리아 유전개발 참가를 표명한 것은 본래 이란과의 아자데간 유전 개발의 교섭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보험을 들어놓는 의미”(정부 관계자)가 있었다. 국가 에너지 보안에 있어 일본은 대미 일변도의 정책을 쓰지 않는다. 앞으로 미국의 중동정책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가 더욱더 반발할 경우 일본은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옳은가. 수요 면에서 잠재적 경합관계에 있는 중국과 미국의 긴장이 장래 불거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02년에 에너지 협력을 체결한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욱 깊어질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종래와는 전혀 다른 에너지 외교가 예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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