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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트인 바다 ·천혜의 자연 유람처럼 즐거운 레이스

탁트인 바다 ·천혜의 자연 유람처럼 즐거운 레이스

달린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달림이들은 행복을 느낀다. 좋은 계절에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며 여러 사람과 함께 달릴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계절의 여왕 5월에 즐기기에 가장 알맞은 마라톤대회가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이국적 정취가 살아숨쉬는 제주 국제마라톤 축제(5월 30일 개최)가 바로 그것이다. 탁 트인 해안을 끼고 도는 코스에서 달리기의 즐거움을 맛보자.
제주 마라톤축제는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면서 참가형 스포츠 축제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대회 자체를 관광상품화하면서 국내외 마라톤 마니아들이 많이 참가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는 이벤트로 발전했다. 출발을 앞둔 제주 종합경기장은 한바탕 축제 분위기다. 초청가수 김흥국 씨의 노래 ‘호랑나비’에 맞춰 몸을 푸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더없이 즐거워보인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참가자들이 제주 종합경기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10km ·하프 ·풀 코스 참가자들이 동시에 ‘와’하는 함성과 함께 출발하자 초보 달림이들이 앞다투어 나간다. 하지만 풀코스를 달리는 참가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조금만 달리다 보면 앞지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마라톤은 순간적인 민첩함보다는 꾸준하게 달려나가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운동장을 출발해 2km 지점인 용해로 입구까지는 높낮이 차이가 거의 없는 평지다. 2km 지나 3km 지점까지 약 500m 정도의 내리막길이 나온다. 이때부터 제주 앞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초반 오버페이스를 하지말아야 한다. 탁 트인 해안도로를 바라보면서 기분이 더없이 상쾌해진다. 가까이서 제주공항 활주로에 비행기들의 이 ·착륙 모습이 펼쳐진다.

이후 4km까지 거의 평지가 이어지고, 4.5km 지점에서 약간의 오르막이 나타난다. 이 지점이 10km 코스의 반환점으로 초보 달림이들과 뒤섞여 달리다보면 자칫 오버페이스하기 십상이다. 10km 참가자들을 뒤로하고 밋밋한 오르막 내리막을 따라가다 보면 7km 지점을 지나게 된다. 굽이굽이 휘어지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이 바다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몸을 스치는 바닷바람과 짠 내음. 귓가를 스치는 파도소리와 해안의 절경이 환상적이다.

9km를 지나 제주시에서 가장 가까운 이호해수욕장 앞을 지나면 넓게 펼쳐진 바다 속에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이 밀려든다. 내리막과 오르막이 이어지다보면 하프코스 반환점인 내도 검문소가 나온다. 달려온 거리만큼을 더 가야 반환점이다. 마음을 한 번 다잡아본다.내도 검문소와 외도를 지나 하귀2리까지 펼쳐지는 구간은 일반도로이다보니 달리기가 가장 지루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하지만 하귀 우회도로에 접어들고 17km 지점인 가문동 포구에 이르면 한적한 제주도 시골마을 풍경과 함께 해안도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오르막 내리막이 5회 이상 지속적으로 이어져 육체적으로는 고통을 안겨주지만, 이 고통 또한 바다의 장관에 잠시뿐이다. 신엄마을 표지판에 다다르면 풀코스 반환점이다. 반환점까지는 해안도로 경사가 만만치 않아 레이스를 잘 조절해야 한다.

신엄리 해안도로를 따라 다시 반환해서 돌아오는 길은 아주 험난하다. 해안도로의 기기묘묘한 풍경들이 아니라면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운 지점이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참가자들의 표정이 각양각색이다. 일본인 참가자들은‘감바레!(힘내라)’를 연발하면서 달린다.

5km마다 설치한 급수대에 배치된 자원봉사 학생들이 우렁차게 “힘내세요!” 하며 응원을 보낸다. 이에 용기백배해 달리면 어느새 저 멀리 용두암과 제주 시내가 보인다. 제주시 해안도로에 들어서면 다 왔다는 안도감이 솟아나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 갈 길은 아직 멀다. 처음 달릴 때와는 달리 이제부터는 더위, 그리고 끊임없이 다가서는 오르막 내리막 길과의 싸움이 남았다. 자신과의 싸움인 것이다.

해안도로를 끼고 있는 고풍스런 카페 안에서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는 연인들의 모습에서, 한적한 곳에서 바닷바람을 쐬는 연인들의 여유 있는 모습에서 위안을 찾는다. 제주공항 활주로 옆 도로를 지날 때 이제는 다 왔나 싶지만 그래도 5km는 더 가야한다. 갈 때는 내리막이던 코스가 올 때는 완만하게 오르막으로 변해 있다. 용해로 입구에 이르자 2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를 반겨준다.

조금만 더 가면 피니시 라인이다. 대회를 마치고 신선한 회 한 접시를 놓고 회포 풀 생각을 하니 제주 종합경기장이 눈앞에 들어온다. 연도에 응원 나온 사람들이 거의 다 왔다면서 ‘힘내라’고 응원해준다. 종합운동장에 들어서면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제주도의 이국적인 해안을 만끽했다는 즐거움과 해냈다는 만족감이 온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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