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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맥스무비… “40대 아줌마도 ‘클릭’ 예매”

[화제기업]맥스무비… “40대 아줌마도 ‘클릭’ 예매”

지난 2001년 자금난에 빠졌던 맥스무비는 신용카드 할인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사진은 직원들의 회의 모습.
주태산 맥스무비 사장
지난 2000년 영화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의 주태산(47) 사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직원들에게 반지하 사무실로 옮기자는 발표를 했다. 당시 맥스무비의 월 매출은 500만원에 불과한데 월 적자는 1억원을 넘어섰고, 회사 통장에는 세달치 월급밖에 없었다. 증자를 위해 여기저기 쫓아다녔지만 IT 거품이 꺼지면서 수익모델이 불확실한 맥스무비에 돈을 대겠다는 곳은 하나도 없었다. 주사장은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라고 판단했다. 직원 월급도 반만 지급했다. 정상화되면 은행이자까지 쳐서 주겠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이렇게 해서 비용은 줄일 수 있었지만 문제는 수익모델이었다. 영화 예매를 하더라도 극장 측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 예매가 잘 될수록 오히려 회사는 적자의 늪에 빠져드는 상황이었다. 2001년 설, 이때 회사 통장에는 한달치 월급밖에 남지 않았다. 막판까지 내몰렸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설 연휴 때 답답한 심정에 집 근처 놀이터에서 애꿎은 담배만 태우던 주사장의 머리 속에 아이디어 하나가 퍼뜩 떠올랐다. “돈을 벌려면 돈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당시는 신용카드사들이 돈을 잘 벌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카드로 쫓아갔죠.” 주사장은 삼성카드에 ‘영화 예매 할인 서비스’를 제안했다. 7,000원 하는 영화관람료를 5,000원에 볼 수 있게 하자, 삼성카드 가입자도 늘고 맥스무비 회원도 늘기 시작했다. 돈이 들어오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고, 지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연속 흑자 행진을 하고 있다.

인터넷 기반에서 기술 기반 회사로=일반인들에게 맥스무비는 영화 예매 사이트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맥스무비의 매출 구성을 보면 영화 예매 수수료는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영화 광고와 발권 시스템 그리고 판촉물 판매를 통해 올리고 있다. 지난 2001년 주사장은 맥스무비를 ‘인터넷 기반에서 기술 기반 회사’로 바꾸는 작업에 들어갔다. 영화티켓 예매 시장에서 7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예매 수수료만으로는 비즈니스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온라인상에서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 극장에 무인 발권시스템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발권시장 참여 1년 만에 맥스무비는 발권솔루션 수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5월 현재 32개의 발권솔루션을 수주해 신규 발권솔루션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주사장은 “예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했으면 또 다시 위기를 맞았을 것”이라며 “영화 예매로 쌓인 노하우를 솔루션 분야로 확대한 게 주효했다”고 말한다. 발권솔루션 분야의 성공을 바탕으로 맥스무비는 최근 SI(시스템 통합) 분야에도 진출했다. 맥스무비는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들어서는 대형 쇼핑몰 ‘이채’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고객의 불만은 우리의 잘못=맥스무비는 철저히 고객지향적이다. 그래서 사훈도 ‘겸손’으로 지었다. 도덕 교과서에나 나옴직한 겸손을 사훈으로 택한 이유는 무얼까? 주사장은 “우리가 말하는 겸손은 시장과 고객에 대한 겸손을 의미합니다. 시장이나 고객에게서 배우지 않으면 기업은 변화 발전할 수 없습니다”고 겸손의 의미를 풀이한다. 주사장은 그래서 직원들에게 늘 ‘고객의 불만은 우리의 잘못’이라고 강조한다. 설사 고객들이 잘못해 발생한 불만이라도 고객이 옳다고 여긴다. 일례로 고객이 인터넷 예매를 하면서 시간을 잘못 입력해 발생한 문제라고 해도 맥스무비는 보상해 준다. 아예 고객 불만을 위한 예산까지 편성해 놓았다. 발권시스템의 관리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담당자들에게 문자 메시지가 배포된다. 담당자들은 자신의 집에서 원격으로 시스템을 고친다. 주사장은 “대고객 서비스는 사후적이어선 안 됩니다. 선제적이어야죠. 고객들이 불만을 갖기 전에 불만의 소지가 있는 것을 철저히 찾아내 없애고 있습니다”고 말한다.

40대 생선가게 아줌마가 고객 표준=주사장은 “한글만 알고 인터넷을 처음 하는 40대 생선가게 아줌마도 쉽게 영화 예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맥스무비의 방침”이라고 말한다. 누구나 쉽게 빨리 예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사장은 업계 최초로 실시간 예매 서비스를 도입했고, 예매 시간을 줄이기 위해 ‘1일 1초 줄이기’를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설이나 추석 연휴 때 맥스무비 직원들은 상사의 지시가 없어도 설문지를 챙긴다. 집으로 가서 집안 어른들과 함께 예매를 해보면서 그들이 어디서 머뭇거리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그리고 이해하지 못하는 글귀는 없는지 체크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쉬운 예매를 위해 검색예매 서비스인 SST(Speedy Search Ticketing)를 개발해 특허출원을 신청했다. 통상 예매를 할 때 영화나 극장을 먼저 선택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 검색예매 서비스를 이용하면 ‘○월 ○일 극장명 영화명’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예매 단계로 넘어간다. 주사장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인터넷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쉽게 영화를 예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주태산 맥스무비 사장 “휴대폰 영화 예매 서비스도 추진 중”

영화 예매를 주로 하고 있는데, 다른 분야로의 진출 계획은? 맥스무비는 현재 영화와 공연 티켓만 팔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든 티켓을 판매할 계획이다. 일단 공연 티켓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오는 6월에 맥스티켓을 오픈하고, 맥스쇼핑도 준비 중이다. 맥스티켓에서는 공연 티켓뿐만 아니라 스포츠·철도·항공권도 판매할 계획이다. 맥스쇼핑은 DVD 등 영화 관련 상품에 특화된 쇼핑몰이다.

해외 진출 계획은? 이미 NHN과 YTN과 함께 중국에 진출했다. NHN과 YTN이 설립한 태극I&E을 통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티켓을 인터넷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맥스무비는 이 법인에 솔루션을 지원하고 있다. 베이징시 관계자와 개인적 인연 없이 순수하게 프리젠테이션만으로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홍콩 등지에서도 맥스무비의 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최근 무선통신 분야가 확대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현재 SKT와 티켓리스(ticketless)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티켓 없이 휴대폰으로 영화예매를 하고 극장에 입장할 수 있을 것이다. 초기에는 온라인에 비해 규모는 미미하겠지만 모바일 시장이 커지는 추세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티켓리스 사업을 낙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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