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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 노린 ‘긴축’ 본격화
유통 ·서비스 공략해볼만

연착륙 노린 ‘긴축’ 본격화
유통 ·서비스 공략해볼만

중국 정부의 긴축 기조 탓에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제조업 진출은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철강 ·화학 업종 등이 우선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 대신 6월에 빗장이 열릴 유통 ·서비스 분야가 새로운 황금 맥이 될지도 모른다.
올해 중국 경제는 긴축 기조에도 8%가 넘는 고성장을 지속하며 연착륙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반기에 본격화할 가능성이 큰 긴축기조란 것도 과잉투자를 솎아내는 구조조정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중국 정부는 개방 관리를 잘하는 데다 위안화 평가절상 등의 압력에도 잘 버티기 때문에 당장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재욱 UBS증권 한국 대표도 “아시아에서는 연착륙 선례가 없어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별로 동요가 없고 심지어 11%대의 성장 전망까지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한국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커져 혹시 모를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의 수출액 가운데 중국 수출 비중은 18.6%(올해 1분기 기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투자한 돈도 45억 달러로, 홍콩과 일본에 이어 3위였다. 더구나 중국은 1988년과 95년 두 차례에 걸쳐 연착륙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전례가 있다. 각종 경제기관과 증권가에서 ‘중국 경제의 성장이 급격히 둔화하는 등 경착륙하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등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음을 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와 국가개혁발전위원회가 투자억제 ·물가안정을 위해 내놓은 긴급 조치가 몰고올 ‘후폭풍’을 가늠해보는 데 여념이 없다. 중국 은감회는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부동산 ·자동차 등 과열업종에 새로운 대출을 중단하고 기존 대출도 불합리한 건은 회수하도록 지시했다. 국가개혁발전위원회도 지방정부별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한 달 전보다 1%를 넘거나 3개월간 4%를 넘으면 앞으로 3개월 동안 물품가격을 동결하도록 했다.

이런 상황이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수출증가율은 다소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기계 업종 등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클 수 있다. 한국산업은행의 동북아연구센터 관계자는 “중국수출 의존도가 철강업종은 40.9%, 석유화학업종도 품목에 따라 41~91.7%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자동차와 반도체 ·조선업 등의 중국 수출 비중은 10% 미만이라 불행 중 다행이지만 중국 투자도 위축될 공산이 크다. 대출규제 조치로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할 길이 좁아지는 데다 기존 대출금에 대한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 투자 계획을 수정하거나 보류하는 등 대책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에 지주회사를 세운 포스코는 오는 2006년까지 14억 달러를 중국에 쏟아붓겠다고 밝혔지만 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포스코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현재 중국 현지 법인의 스테인리스 생산 등에는 지장이 없지만 기존 투자 계획은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2003년 8월에 베이징현대차를 세우면서 중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중형차는 관공서와 기업체가 주고객이라 문제가 없지만, 준중형차는 대도시 샐러리맨들이 많이 타기 때문에 할부금융을 통한 구매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 정부가 개방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금맥을 찾을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특히 유통과 서비스 쪽에 눈을 돌리라는 주문이다. 중국 정부는 2001년 1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2005년까지 유통시장을 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월에 소매 ·유통시장을 기존 일정보다 앞당겨 올 12월 11일까지 개방하겠다고 언급했다. 관련법은 오는 6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며, 외국 기업의 소유와 투자 관련 규제도 철폐될 전망이다.

조현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은 “소비재 생산업체의 중국 진출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 “국내 유통업체가 중국에서 자리를 잡으면 국내 소비재가 중국 유통망에 빠르게 흘러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허가권이 자치정부로 넘어가고 있어 개방효과가 얼마나 될지 조심스럽지만 새로운 기회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는 것.

국내 유통 ·서비스 업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중국 진출의 선두주자인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 97년 2월에 ‘이마이더(利買得 ·살수록 이득이라는 뜻)’라는 이름으로 상하이(上海)에 1호점을 낸 지 7년 만에 2, 3호점을 잇달아 연다. 신세계 관계자는 “개방 일정을 앞당기면 매장 면적과 점포 수 등에 관한 제한이 없어진다”면서 “오는 2012년까지 상하이와 톈진(天津) 지역을 중심으로 50개 점포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방 기조 속 새로운 금맥을 찾아라”

CJ홈쇼핑은 이른바 ‘중국 쇼크’ 직전인 지난 4월 초 상하이에 합작법인인 동방CJ홈쇼핑을 개국했다. 전략적 제휴가 아닌 현지법인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직접 물품을 구매해 방송제작과 판매까지 하고 있다. 가구 및 인테리어 전문업체인 까사미아도 에넥스 ·한섬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중국 유통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민영상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유통업체의 중국 진출은 시기적으로 좀 늦었지만 포화상태인 제조업보다는 유리하다”며 “특히 중국의 할인점 고객은 부유층이 많아 긴축정책의 영향도 작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진 LG증권 연구위원은 “할인점도 사업성이 있지만 홈쇼핑이 중국에서는 좀더 새로운 업종이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서비스 사업을 펼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2000년에 시장이 열린 의료서비스와 2~3년 뒤 개방 예정인 법률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의원급을 포함해 국내 20여 개 업체가 진출한 중국의 의료시장 규모는 약 4,800억 위안(72조 원 ·2000년 기준)이며 해마다 14% 안팎의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의사수가 부족하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국내 병원들은 한류(韓流) 열풍을 활용해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시 차오양구(區)에 ‘SK아이캉(愛康)’ 병원을 운영하는 박인출 예네트워크 대표는 “중국 진출의 관건은 현지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관료나 관련 인사들과 미리 접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대금 미결제, 계약 파기 사고 등이 급증하면서 법률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한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늘리고 있는 것도 수요 증가의 또 다른 배경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지난 2000년에 베이징사무소를, 지난 4월에는 법무법인 대륙이 상하이 대표사무소를 열었다. 표인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통상문제 자문 등을 통해 중국 정부와 다양한 인맥을 구축하면 좀더 유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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