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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LG ·현대차 흑자 행진 SK는 올부터 ‘기지개’

삼성 ·LG ·현대차 흑자 행진 SK는 올부터 ‘기지개’

1992년 한 ·중 수교를 전후해 하나 둘 중국에 진출한 삼성 ·LG ·현대차 ·SK는 너나 할 것 없이 중국 사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들 4대 기업의 지난 10여 년의 진출 성과와 미래 전략을 살펴봤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4월 7일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LG카드 사태 등으로 대외 활동을 중단한 지 5개월 만의 첫 ‘외출’이었다. 1995년 취임 후 해마다 중국에 들렀던 구 회장이지만 올해 방문의 의미는 남달랐다. 올해 ‘현장 경영’의 첫 테이프를 끊은 장소가 바로 중국이었기 때문이다. 난징(南京)의 LG전자 PDP 공장 준공식과 LG화학 생산라인 기공식에 참석한 구 회장은 중겴掠?생산겾塚?계획을 점검하는 전략회의도 주재했다.

좀처럼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중국만큼은 예외다. 정 회장은 중국 정부의 긴축 발표로 어수선하던 5월 6일에 중국으로 날아갔다. 더구나 다임러크라이슬러와 결별설이 굳어지던 무렵이라 현대차로선 중국 시장이 더욱 각별해 보일 때였다.

정 회장은베이징현대기차(北京現代汽車有限公司) ·현대하이스코 ·INI스틸 등의 계열사를 돌며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중국지주회사 설립과 기아차의 장쑤(江蘇)성 옌청(鹽城) 제2공장 건설 투자협의서 체결 등을 진두지휘했다.

한 ·중 수교 12년 만에 한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성장의 화두로 자리한 지 오래다. 중국은 요긴한 생산기지이자 역동적인 소비시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간판 기업인 삼성 ·LG ·현대차 ·SK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92년 수교를 전후로 하나 둘 중국에 진출한 4대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중국 사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긴축 기조에도 투자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차이나 리스크’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포석이다. 더구나 세계 유수의 기업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場)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4대 기업들은 이미 현지 경영 중심으로 전략을 선회한 데 이어 거물급 CEO도 전진 배치했다.

현대 ·기아차그룹은 국내 4대 기업 가운데 중국행이 가장 늦었지만 요즘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기업에 속한다. 삼성과 LG 등의 중국 현지 법인 관계자들이 “이익이 많이 난다고 요란하게 떠들면 견제가 심해질 텐데…”라며 걱정할 정도다.
2002년에 생산을 시작한 현대차의 중국 현지 법인인 베이징현대기차는 짧은 연륜에도 고속 질주하고 있다. 올해 판매 목표가 15만 대로 지난해 3,000억원 가량의 이익을 냈다. 중국에 진출한 20여 개 외국계 자동차회사 가운데 6번째 이익 규모다. 제너럴 모터스(GM)가 비슷한 이익 수준에 이르기까지 5년, 10만 대를 파는 데 30개월이 소요된 것과 달리 그 절반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현대차는 모두 5만2,000대로 현대차가 지난해 판 자동차 수(196만 대)의 2.7%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은 1,500억원으로 지난해 현대차 전체 이익(1조7,000억원)의 약 10%에 이른다.96년에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한 기아자동차의 현지 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기차(東風悅達起亞汽車有限公司)도 지난해 54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형차(EF쏘나타)가 주축인 베이징현대기차와 달리 프라이드와 천리마 등 소형차를 팔고 있어 이익 규모는 작지만 꾸준한 편이다. 지난해 5만1,000대를 판 이 회사의 5월 말 현재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3만1,000대) 늘었다. 98년에 위에다그룹과 손을 잡은 기아차는 2002년 3월에 중국 3대 자동차회사인 둥펑기차집단과도 자본합자 계약을 맺으며 중국 시장 공략의 강도를 높여왔다. 카니발(중국명 지아화)을 라인업에 넣어 올해 8만 대를 판다는 목표다.

2002년에 현대차와 더불어 중국에 진출한 현대모비스도 지난해 5개 현지 법인에서 12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현대모비스는 중국(2004 베이징 모터쇼)에서 해외 모터쇼 첫 나들이를 할 정도로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모터쇼를 계기로 중국 내 해외 완성차업체에 대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모듈 공급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0년까지 모두 1조4,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연간 100만 대 생산체제를 갖추려는 현대 ·기아차그룹은 공장 증설에도 한창이다. 내년까지 제1 공장의 생산량을 연간 30만 대로 늘릴 베이징현대기차는 2007년까지 30만 대 생산규모의 제2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또 7월에 착공해 2006년에 모습을 드러낼 장쑤성 옌청의 둥펑위에다기아기차 제2 공장이 가동되면 모두 43만 대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대 ·기아차그룹은 이렇게 급격히 커지고 있는 중국 현지 법인을 총괄할 지주회사(베이징현대기차투자유한공사)도 세운다. 이 지주회사는 중국에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INI스틸, 현대하이스코 등 15개 현대 ·기아차법인은 중국 법인을 지휘한다. 6월 현재 인가 신청을 마친 상태다. 4대 기업 가운데 중국에서 그룹 계열 ·관계사의 업무를 총괄하는 지주회사로는 첫 케이스다.

글로벌 톱5 목표 달성의 전초기지 격인 중국에서 현대 ·기아차그룹이 질주할 수 있는 배경은 뭘까. 먼저 현대차는 외국계 자동차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도인 베이징에 공장을 두고 있어 1,400만 명의 소비자뿐 아니라 중국 권력층과도 가깝다. 더구나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는 중국 고위층과 돈독한 관계다. 그런 덕인지 베이징시는 택시 표준 사양으로 쏘나타를, 관용 차량으로 아우디 대신 다이너스티를 선정해 현대차를 거들었다.

EF쏘나타와 엘란트라(한국 판매명 아반떼XD)를 비롯한 최신 모델을 들여왔고, 부품회사와 동반 진출했다는 점도 유리했다. 외국계 자동차회사의 경우 중국에 옛 모델을 들여와 파는 경우가 많았다.
화교인 설영흥(薛榮興)씨가 중국 사업을 총괄한 것도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5월 1일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특히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첫 무이자 할부판매’ 돌풍을 일으켰다.

다만 경쟁사보다 여전히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배급겿퓔?네트워크는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경쟁 격화로 차 값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 들어 차 값을 5%나 내렸다. 지난해와 같은 고마진(영업이익률 25%)을 기대하긴 어렵다.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에 따라 은행 대출 등을 옥죄고 있는 점도 악재다.



“준중형 모델은 여전히 잘 팔려”
이강동 베이징현대기차 이사

“중형차인 쏘나타는 주춤하지만 준중형인 엘란트라는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다.”
이강동 이사는 “긴축 기조의 영향은 별로 없다”며 “오히려 자동차산업 발전 정책에 따라 구조조정이 이뤄져 현대차에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주회사 설립은 어떻게 돼가나.

“인가 신청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 상반기 내 법인 등록을 기대한다

-할부금융법인 설립은.

“검토하고 있지만 리스크가 커 당분간 어려울 듯하다.”

-베이징현대기차에서 러시아 ·동남아 등으로 승용차 수출도 하나.

“와전된 내용이다. 도어 등 일부 부품만 수출한다.”

-승용차 합작법인을 더 세울 계획은.

“2개 외에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SK는 ‘SK 사태’ 뒤 주춤

반면 90년 11월에 4대 그룹 가운데 처음 중국에 진출했고, 중국 본사 격인 SK차이나 대표에 중국인(셰청)을 앉힐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SK는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중국 사업에 힘을 실어주던 최태원 회장이 ‘SK 사태’로 한동안 자리를 비웠고, 중국 고위층과 교류 등을 통해 ‘지렛대’ 역할을 했던 손길승 회장마저 구속돼 SK의 중국 사업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통신과 정유가 주축인 SK로선 중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사업의 특성도 태생적인 약점이다(SK는 90년대 초 10억 달러 상당의 정유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 보호 정책으로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4대 그룹 가운데 중국에서 올리는 매출과 이익 규모가 작은 편이다. 그나마 덩치가 있는 SK㈜와 SK텔레콤 그리고 SKC의 사업장 등도 지난해에 가동한 경우가 많아 내세울 만한 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그룹과 계열사의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숫자 공개’를 꺼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성재덕 SK차이나 부장은 “제법 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중국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며 “중국 사업은 SK㈜와 SK텔레콤으로 이원화했고, 특히 SK㈜가 지주회사 기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의 중국 사업장으로는 SK㈜ 7개, SK텔레콤 2개, SK케미칼 1개 그리고 SKC 6개 정도가 눈에 띈다. 먼저 한·중수교 전인 90년 11월에 SKC와 홍콩 인데센(永德信) 그룹이 손을 잡고 푸젠(福建)성에 세운 ‘인데센’은 연간 6,600만 개의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어 후지(富士) 등 일본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SKC는 또 지난해 9월에 쑤저우(蘇州) 근처에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용 필름을 만드는 SKC쑤저우신재료유한공사를 설립했다. SK㈜는 중국에서 생명과학 ·자동차 - 도로 유관 사업 ·화학 분야에서 ‘아이캉 병원’을 비롯한 7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SK㈜ 측은 “경쟁력 있는 3개 분야를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무선 인터넷 사업자인 UNISK와 SK차이나로부터 인수한 콘텐츠업체인 ‘비아텍’을 갖고 있다. UNISK는 중국의 첫 외국계 합작 통신서비스업체로 3월에 차이나유니콤의 CDMA 가입자 1,900만 명을 대상으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한 비아텍은 1,160만 명의 가입자(유료 50만 명)를 확보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또 SK텔레텍의 중국 단말기 수출을 늘리기 위해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SK케미칼은 2001년 10월 칭다오(靑島)에 세운 SK화공유한공사와 상하이(上海)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오문길 SK케미칼 차장은 “칭다오 공장에서는 이익은 나지만 중소기업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SK와 달리 삼성은 중국에서 이미 탄탄한 매출 ·이익 기반을 구축했다. 삼성이 지난해 중국에서 올린 매출액은 약 12조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액의 10%에 이른다. 삼성전자 ·삼성 SDI ·삼성전기 ·삼성코닝을 비롯한 전자 ·전기 계열사를 주축으로 삼성테크윈 ·제일모직 ·삼성화재 등 16개사가 70개 거점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직원 수만 4만5,000명에 이른다.

정원조 삼성 구조조정본부 상무는 “지난해 투자를 시작한 삼성코닝 정도를 빼고는 모든 계열사가 중국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코닝 관계자는 “선전(深) 법인이 올해까지 9,600억원을 들여 브라운관 유리 11개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95년 말에 선전 법인을, 96년에 톈진(天津), 97년에 둥완(東莞) 법인을 세웠고 베이징 사무소와 홍콩 판매법인을 두고 있는 삼성SDI는 지난해 1조6,900억원의 매출에 1,189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대형 ·평면 브라운관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였다”며 “하이얼(海爾) ·TLC ·창홍(長虹) 등 중국 5대 TV 메이커에도 납품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가전 판매에 주력”
이강동 베이징현대기차 이사
정대영 LG전자 중국지주회사 상무

“백색가전, 휴대전화 단말기, PDP, LCD TV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
정대영 상무는 “99년부터 LG전자 중국지주회사의 모든 생산 법인이 이익을 내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꾸준히 기반을 다진 결과”라고 자랑했다.

-삼성보다 판매망 구축이 잘 돼 있다는데.

“10여 년간 공장 설립-인프라 구축-판매망 확대에 투자했다. 삼성은 딜러 영업 중심이었다가 지난해와 올해 지역영업본부를 늘리고 있다. 삼성은 한 번 철수했다가 다시 진입해 이제 바닥을 다지는 과정을 거치는 모습이다.”

-판매 역량은 어느 정도 되나.

“점포 역량이 커지면서 구석구석까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아르바이트를 포함하면 판매사원 수가 2만 명이 넘는다.”

-긴축 기조에 따른 대책은.

“영향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긴축해도 9%의 성장을 하는 나라다. 핵심 딜러의 자금 사정 등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재고도 줄이고 있으며 거래선의 은행 신용도도 점검하고 있다.”


삼성 ·LG, R&D-생산-판매 현지 완결형 체제 구축

지난해 중국에서 8조4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삼성전자는 올해 매출 목표를 12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92년에 중국에 첫 진출했던 삼성전자는 97년 철수했다가 98년에 재진입했고 그때부터는 계속 이익을 내고 있다.
하이얼 ·TLC 등 막강한 현지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 수정도 한창이다. 국내 영업을 총괄하다 지난해 중국 본사에 부임한 이상현 사장은 “연구 ·개발(R&D)-생산-판매가 모두 중국에서 이뤄지는 현지 완결형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내수 60%, 수출 40% 비중인 삼성전자는 생산 중심에서 R&D ·판매쪽 강화로 선회하고 있다. 베이징과 쑤저우에 각각 통신과 반도체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3월에는 항저우(杭州)에 시스템LSI 연구소를 열었다. 또 소프트웨어는 물론 다양한 R&D 기능을 수행할 난징 연구소도 세울 예정이다. 기술 개발로 현지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시장을 이끌기 위한 포석이다.

중국 공략의 또 다른 축은 유통망 강화다. 지난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廣州)에 판매 법인을 세운 삼성전자는 올해 동북부와 서부 지역 판매를 늘리기 위해 선양(瀋陽)과 청두(成都)에도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투자도 늘린다. 백색가전 ·반도체 ·LCD ·CDMA 휴대전화 라인 증설에도 적극 나선다. 삼성전자는 특히 쑤저우 공장을 기흥공장과 맞먹는 ‘제2의 반도체 메카’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런 노력 등에 힘입어 중국에서 삼성의 위상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중국 경제신문인 ‘경제관찰보’가 선정한 중국 내 존경받는 20대 기업에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으로는 삼성이 유일하게 16위에 올랐다. 김영진 삼성 중국 본사 부장은 “애니콜의 선전과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미지 덕에 브랜드 인지도는 한국 업체 가운데 최고”라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이어 “중국 정부의 긴축으로 거래업체의 어음 발행 등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다른 특별한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중국 진출 10년을 맞은 LG는 중국에서 전자와 화학을 주축으로 10조2,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LG 전체 매출의 12% 정도에 이르는 규모다. 현재 12개 LG 계열사에서 37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모든 계열사가 이익을 냈다. 지난해까지 중국에 약 2조8,000억원을 투자한 결과 광스토리지 ·플젝션 TV ·PVC 등이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중국 시장 점유율 톱3 체제를 굳힌다는, LG화학은 PVC ·ABS 등 석유화학 제품에서 중국 내 1위 업체로 자리매김한다는 욕심이다. 올해 두 회사의 매출 목표는 14조원 정도다. LG 관계자는 “현지화 ·토착화 전략을 기본으로 R&D-생산-판매-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사업 과정을 현지에서 수행하는 완결형 구조를 지향하고 문화 ·사회공헌 마케팅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LG는 오는 2005년까지 베이징에 있는 LG전자 연구개발센터의 인력을 2,000명으로 늘리고 베이징 창안(長安) 대로에 짓고 있는 ‘LG베이징타워’를 완공해 중국 본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93년 후이저우(惠州)에 생산 법인을 세워 중국 사업의 첫 삽을 떴다. 99년 이후 중국 내 모든 생산법인이 흑자를 내고 있다. 93년 3월에는 중국지주회사(대표 손진방)를 세워 LG전자의 14개 생산 법인과 LG마이크론 ·LG필립스LCD ·이노텍 등의 생산 법인 5개 등 모두 19개 법인을 관할하도록 했다.
LG전자의 기본 전략은 철저한 현지화다.

중국 대륙은 워낙 광활하고 지역마다 제각각이어서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서다. LG는 4대 현지화(생산 ·마케팅 ·인재 R&D) 전략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예컨대 중국 법인의 종업원 3만1,000여 명 가운데 98.7%가 현지인이다. 2002년부터 중국 칭화(淸華)대, 베이징대 등 30여 개 명문대에 해마다 300여 명의 우수 석 ·박사와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기업설명회도 열고 있다. 중국의 유명 취업전문 사이트 ‘51job.com’이 발표한 ‘대학생 취업 선호도 조사’에서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톱10에 뽑힌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시장점유율에서도 LG전자가 호조다. 시장 조사기관인 GFK가 발표한 올 1분기 중국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보자. LG전자는 PDP와 LCD TV 그리고 프로젝션TV를 포함한 TV 시장 점유율에서 1위(17%)에 올랐다. 창홍(11%) ·삼성전자(10%) ·TLC(9%) 등이 뒤를 이었다. LG전자는 이밖에 세탁기 시장에서 3위, 전자레인지 2위, 냉장고 4위, 에어컨 4위를 기록하며 가전 라이벌 삼성전자를 제쳤다. 지난해부터 지역영업본부를 늘리고 있는 삼성과 달리 중국 구석구석까지 꾸준히 판매망을 늘려온 덕이다.

지난 1월 톈진법인장에서 LG전자 중국지주회사 대표로 자리를 옮긴 손진방 사장은 그러나 이런 성과만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렵다고 보고 제2 도약을 선언했다. 손 사장은 “휴대전화와 PDP, LC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워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 중국 사업의 또 다른 축인 LG화학은 PVC,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고부가 석유화학 제품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지난해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LG화학은 올해 2조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중국 내 9개 법인과 영업 ·마케팅을 총괄할 ‘중국지역본부’를 세운 LG화학은 중국이 세계적인 가전제품 생산기지로 부상함에 따라 정보전자와 소재사업 부문의 진출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저수익 사업 퇴각 등 재검토 필요

이처럼 국내 4대 그룹은 SK를 빼고는 중국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재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장 “삼성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인상을 심었고, LG는 좀더 폭넓게 브랜드 구축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 소장은 특히 4대 기업의 현지화 노력이 돋보이며 단기적 이익보다는 중 ·장기 투자를 지향해온 점도 안착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삼성전자의 전자레인지 사업에서 보듯 중국 기업의 급성장에 따라 저수익 사업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세원텔레콤을 비롯한 중저가 휴대전화 사업자들이 이미 중국 시장에서 밀려났다. 평면 TV 등에서도 중국 전자업체들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80년대 1차로 중국에 진출한 국내 봉제업체들이 베트남 등으로 밀려났던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한국 기업이 중국시장을 선점해 온 일본 ·대만과 격차를 좁히고 있지만, 중국의 거대한 수입시장인 남부지역에서는 아직도 부진하다는 점도 숙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남부지역을 적극 공략하는 한편 우세인 북부에서도 지방 정부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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