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영웅 할리우드의 ‘제왕’
뉴질랜드의 영웅 할리우드의 ‘제왕’
영화감독 피터 잭슨은 할리우드에서 멀리 떨어진 뉴질랜드에 거대한 영화산업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다음 작품인 <킹콩> 도 뉴질랜드에서 제작할 계획이다. 킹콩>
헝클어진 머리에 아무렇게나 걸친 옷, 맨발로 다니기를 좋아하는 영화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 ·42)은 키가 서양인으로서는 작은 1m68cm이지만 할리우드에서 거인으로 통한다. 그의 조국 뉴질랜드에서는 거인보다 큰 존재다. 새로운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것이다. 웰링턴 공항에 내리는 순간 잭슨이 뉴질랜드에서 어떤 존재인지 실감하게 된다. 공항은 빨간 카펫과 함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Lord of the Rings: Return of the King)이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에서 받은 황금 트로피의 대형 복제물로 장식돼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괴한 ‘골룸’ 캐릭터 모형이 거대한 모습으로 메인 터미널 지붕에서 내려다본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지 여러 주 지났지만 뉴질랜드 현지 신문들은 아직도 잭슨에 관한 기사로 1면을 도배하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힐튼호텔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Paris Hilton)이 아카데미 시상식 파티석에서 정장 차림으로 수영장에 빠지게 된 진짜 경위를 놓고 쉴 새 없이 입방아를 찧고 있었다. 잭슨이 구해주기를 바라고 일부러 빠졌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TV 방송 작가 벨린다 토드는 “한 섬에 잭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며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잭슨은 하루아침에 영화계의 영향력 있는 거부들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영국 소설가 존 톨킨(1892~1973)이 쓴 대하 3부작을 영화화해 입장권 ·DVD ·캐릭터 상품으로 40억 달러의 매출을 일으킨 덕이다. 감독 겸 제작자인 잭슨은 <반지의 제왕> 3부작으로 모두 1억2,500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3부작을 완결하는 데 8년이 걸렸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3,500만 달러를 벌어 포브스 선정 ‘세계 100대 스타’ 리스트 가운데 소득 순위에서 20위, 인기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했다. 그는 2편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The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의 DVD 판매 및 3편의 입장권 매출 가운데 7.5%를 받았다.
잭슨은 다음 작품의 감독 ·제작 ·시나리오를 맡는 대가로 선금을 2,000만 달러나 받게 된다. <킹콩> (King Kong) 리메이크에 손대고 있는 것이다. 1933년 페이 레이의 연기로 유명해진 주연은 나오미 와츠(Naomi Watts)가 맡는다. 76년 디노 데 로렌티스의 <킹콩> 에는 제시카 랭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잭슨은 <킹콩> 의 총수익 가운데 20%를 받게 된다. 감독으로서는 기록적인 규모다. 잭슨은 겸연쩍은 듯 “엄청나게 많은 돈”이라면서도 그 가운데 일부가 시나리오 공동 작가들에게 돌아갈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최고’ 대우임은 분명하다.
뉴질랜드의 영웅 잭슨은 조국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는 5,000만 달러를 직접 투자해 영화제국 건설에 나섰다. 그의 영화제국은 대형 사운드 스테이지, 특수효과 작업실, 첨단 편집실을 갖추게 된다. 거의 완성된 화려한 작업실 ‘파크 로드 포스트(Park Road Post)’ 밖에서는 불도저가 작업에 한창이다. 원래 화공약품 공장이었던 파크 로드 포스트는 미국인 건축가 프랭크 라이트의 그 유명한 ‘프레리 양식(낮게 누워 있는 형태)’을 연상케 하는데, 건축비로 3,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잭슨은 껄껄 웃으며 “ <반지의 제왕> 에서 얻은 수입이 몽땅 여기에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잭슨은 이미 갖고 있는 두 사운드 스테이지를 보완하기 위해 700만 달러를 들여 새로운 사운드 스테이지까지 설립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 효과 전문업체 웨타(Weta)와 소품 디자인업체 웨타 워크숍(Weta Workshop) 지분 일부도 보유하고 있다. 웨타는 <반지의 제왕> 3부작의 화려한 디지털 작업을 담당했고, 웨타 워크숍은 ‘중간대륙(Middle-earth)’에서 쓰인 갑옷 ·무기들을 만들었다.
잭슨이 건설 중인 영화제국은 <스타워스> 를 만든 조지 루카스(George Lucas)의 수직 통합형 영화제작소인 스카이워커 랜치(Skywalker Ranch)에 필적할 만하다. <반지의 제왕> 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영화 제작사가 뉴질랜드를 로케이션 현장으로 택했다. 따라서 잭슨의 사업은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그가 고비용 영화를 몇 편 더 찍어 흥행에 실패하고 다른 지역이 알맞은 영화 제작 장소로 떠오를 경우 엄청난 돈만 날릴 수도 있다.
잭슨의 말을 들어보자. “개의치 않는다. 돈을 은행에 쌓아두기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 투자하는 게 낫다. 내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든다면 이런 시설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뉴질랜드인으로 조국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뉴질랜드의 영화 인프라에 투자해야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 으로 번 돈 모두 제작소에 투자 반지의>
잭슨은 할리우드의 유혹을 뿌리치고 굳이 호주 동남쪽 머나먼 섬나라 뉴질랜드에서 작업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1만500km 떨어진 뉴질랜드까지 가려면 비행기로 12시간 여행해야 한다. 뉴질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커다란 두 섬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면적의 66%에 해당한다. 인구는 캘리포니아주의 11%다. 지난 수년 동안 뉴질랜드의 영화 ·TV 산업은 보잘것없었다. 그러나 지금 잭슨이라는 존재 덕에 뉴질랜드 전역이 할리우드의 주요 로케이션 후보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영화사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미라맥스의 프로젝트와 1억 달러가 투입된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 서사극 <라스트 사무라이> 같은 고비용 영화 제작을 유치했다.
면적이 26만8,680㎢에 이르는 뉴질랜드는 일종의 거대한 사운드 스테이지 같다. 농장 ·초원에서부터 우림, 아열대 해변, 사막고원, 높은 산 정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풍광을 자랑한다. 사우스아일랜드의 얼음 덮인 산맥은 컬럼비아 영화사가 2000년 제작한 <버티컬 리미트> 에서 히말라야산맥으로 둔갑했다. 워너 브러더스가 제작한 <라스트 사무라이> 의 경우 노스아일랜드 서해안에 있는 한 소도시에서 19세기 일본을 재현했다.
배경으로 등장한 산 정상은 일본의 후지산을 대체하기에 충분했다. 바람 잦은 항구와 싸구려 방갈로가 즐비한 웰링턴은 샌프란시스코를 연상케 한다. 이런 웰링턴에서 영화 <노턴 황제의 흥망> (The Remarkable Fall and Rise of Emperor Norton)이 기획제작에 들어갔다. 이 영화는 빈털터리 노숙자로 전락한 샌프란시스코 출신 어느 백만장자의 실화를 다뤘다. 4,000만 달러가 들어갈 영화의 주인공은 케빈 클라인(Kevin Kline)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잭슨은 톨킨이 그린 신비한 선사시대의 배경으로 20년 전 뉴질랜드를 염두에 뒀다. 그는 당시 기차에서 <반지의 제왕> 을 읽다 차창 밖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잭슨은 “갑자기 중간대륙이 눈 앞에 펼쳐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20대 초반에 영화를 감독하기 시작했다. 초기 작품은 대개 통속적인 유혈극이었다. 87년 15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고무 인간의 최후> (Bad Taste)가 좋은 예다. 94년 감독한 <천상의 피조물들> (Heavenly Creatures)은 여배우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의 데뷔작이다. 5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나 세계적으로 입장권 수입이 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때마다 할리우드의 에이전트로부터 다른 곳에서 영화를 찍자는 제안이 들어오곤 했다. 잭슨은 그때마다 거절한 채 자신의 인프라를 계속 구축했다. 프랜시스 월시(Frances Walsh)는 잭슨과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하는 작가이자 동업자다. 잭슨의 어린 두 자녀를 낳은 엄마이기도 하다. 잭슨과 월시는 결혼한 적이 없다. 그러나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며 모든 수입은 다음 영화 제작에 쏟아 붓는다.
잭슨은 마이클 폭스(Michael Fox)가 주연한 96년 공포영화 <프라이트너> (The Frighteners)를 제작하기 위해 한 창고를 사들였다. 사운드 스테이지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잭슨의 첫 사운드 스테이지였다. 같은 해 제2의 사운드 스테이지를 세웠다. 여기서 <반지의 제왕> 을 완성하기 위한 기나긴 기획작업이 시작됐다.
잭슨의 스튜디오이자 제작업체인 윙넛 필름스(WingNut Films)는 조용한 웰링턴 항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변은 산이 많은 지역으로 고만고만한 집과 경공업 업체가 들어서 있다. 파크 로드 포스트에서 1.5km도 안 되는 곳에 웨타가 있다. 웨타는 잭슨과 5개 뉴질랜드 영화사들이 11년 전 설립한 업체다. 웨타의 특수효과실은 <반지의 제왕> 3부작에서 볼 수 있듯 현란하고 복잡한 액션 장면을 연출해내는 데 업계 최고로 알려져 있다. 웨타는 휴 잭맨(Hugh Jackman) 주연의 <반 헬싱> (Van Helsing)에서 까다로운 특수효과를 담당했다. 윌 스미스(Will Smith)가 주연한 <아이 로봇> (I, Robot)의 특수효과도 웨타에서 맡았다.
잭슨이 현재 설립 중인 사운드 스테이지는 <반지의 제왕> 을 위해 세운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기술적으로 더 진보한 시설이다. 설립 비용 700만 달러 가운데 절반을 웰링턴시가 부담했다. <반지의 제왕> 제작에 사용된 사운드 스테이지는 비만 오면 드럼통 두드리는 소리가 나는 금속성 지붕을 이고 있었다. 벽은 너무 얇아 인근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 소음조차 차단하지 못했다. 대사는 대부분 파크 로드 포스트의 믹싱 스테이지에서 사후에 다시 손봐야 했다. 기술자들은 파크 로드 포스트에서 최종 사운드를 ‘덧칠’하곤 했다. “지금까지 뉴질랜드에서 영화를 만들려면 약간의 카우보이 기질이 있어야 했다. 함석 헛간에서 제작할 각오가 돼 있어야 했다. 우리는 그렇게 영화를 찍으면서 조금씩 프로로 변해 갔다.” 잭슨이 당시 작업의 고충에 대해 털어놓은 말이다.
뉴질랜드에서 영화를 만들면 부담스러운 배우노동조합 규정과 각종 추가수당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다. 덕분에 노스아일랜드와 사우스아일랜드로 구성된 인구 400만 명의 뉴질랜드에서 걸출한 감독들이 탄생했다. <피아노> 의 제인 캠피언(Jane Campion)과 <007 어나더데이>의 리 타마호리(Lee Tamahori)를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수년 사이 <헤라클레스> (Hercules), <여전사 제나> (Xena: Warrior Princess), <파워 레인저> (Mighty Morphin Power Rangers) 같은 신디케이트 TV 프로그램이 뉴질랜드에서 제작됐다. 수천 명의 제작 스태프들에게 일자리와 훈련기회가 제공된 것이다.
디즈니는 CS 루이스(C.S. Lewis)의 동화 <나니아 연대기> (The Chronicles of Narnia) 시리즈 가운데 일부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을 뉴질랜드에서 제작하고 있다. 제작비는 1억5,000만 달러다. 제작자 마크 존슨(Mark Johnson)은 “뉴질랜드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며 “2~3년 전만 해도 그처럼 강력한 인프라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감탄했다.
존슨은 <나니아 연대기> 의 캐릭터와 무기 제작을 웨타 워크숍에 맡겼다. 감독은 뉴질랜드 태생인 앤드루 애덤슨(Andrew Adamson)으로 애니메이션 히트작 <슈렉> 의 감독이기도 하다. 내년 하반기 개봉될 <나니아 연대기> 가 흥행에 성공하면 디즈니는 나머지 시리즈 6권도 영화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반지의 제왕> 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리며 뉴질랜드에 수년 동안 수억 달러나 안겨줄 것이다. 잭슨의 프로덕션이 크게 성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잭슨 이후 영화산업 메카로 떠오른 뉴질랜드
할리우드와 달리 뉴질랜드의 영화인들은 아직 자만에 빠지지 않았다. 날지 못하는 뉴질랜드의 수수한 토종 새 키위(kiwi)에 비유해 스스로 키위라 부르는 뉴질랜드인들은 영화 제작에서 검약을 지향한다. 워너 브러더스는 <라스트 사무라이> 에서 크루즈가 탔던 움직이는 말 제작에 10만 달러를 썼다. 잭슨은 그 말을 보고 홀딱 반하고 말았다. 그는 웨타의 디자이너들에게 <반지의 제왕> 3편에 쓸 움직이는 말을 제작하라고 지시했다. 디자이너들은 말을 만들었다. 비용은 5,000달러였다. 한 스태프는 “성능도 <라스트 사무라이> 에서 쓴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잭슨이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미국에서 제작하려 들었다면 상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1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은 예산의 절반이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갔다. 몇 초에 불과한 애니메이션 장면 1,500클립을 찍는 데 클립당 평균 3만1,500달러가 들어갔다. 미국에서 작업했다면 클립당 최고 10만 달러는 들었을 것이다. 잭슨은 이렇게 들려줬다. “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영화였다. 작업이 매우 복잡하고 방대하기 때문에 뉴질랜드 말고 다른 곳에서 작업했다면 수지가 맞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에서 만들 생각은 처음부터 엄두도 내지 못했다. ”
올해 안에 촬영을 시작해 내년 12월 개봉할 <킹콩> 에서 30년대 뉴욕의 모습은 디지털 기술로 재현될 것이다. 스태프들은 뉴욕으로 건너가 사진을 찍고 스케치도 했다. 사진과 스케치는 뉴질랜드의 디자이너들이 빌딩을 재현하고 소품도 만드는 데 활용될 것이다. 킹콩 역시 디지털로 처리된다. 배우가 고릴라로 분장하는 일은 없다. 데 로렌티스가 리메이크한 76년작과 달리 킹콩의 움직이는 거대한 팔도 만들지 않는다.
잭슨과 제작진의 말마따나 디지털 기술로 처리해도 마치 실물 같다. 웨타 디지털(Weta Digital)의 특수효과 감독 조 레터리(Joe Letteri)는 “관객들이 속으로는 가짜임을 알면서도 진짜처럼 즐긴다”고 귀띔했다. 웨타는 와츠가 연기하는 여주인공도 디지털로 일단 재현해 놓을 생각이다. 레터리는 “디지털 캐릭터가 와츠의 연기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단 갖고 있으면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지의 제왕> 에서 가냘픈 골룸을 탄생시키는 데 첨단 기술이 동원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목표는 훨씬 사실적인 그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잭슨은 “관객들을 영화에 푹 빠뜨려 자리에서 들썩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영감을 얻기 위해 <킹콩> 원작만 연구한다. 메리언 쿠퍼가 각본 ·감독을 맡은 원작은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잭슨은 자신이 지금 영화들을 만드는 것도 <킹콩> 원작에 감명받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잭슨의 <킹콩> 배급업체인 유니버설 영화사는 제작비로 1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잭슨은 <킹콩> 을 미국에서 만들 경우 2억 달러가 넘게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계 내부 인사들에 따르면 워너 브러더스가 영국에서 촬영한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소니의 컬럼비아 영화사가 미국에서 제작한 <스파이더맨2> 모두 제작비로 2억 달러 이상을 들였다. 그러나 두 영화는 기존 관객을 이미 확보한 ‘속편’이다. 그런 점에서 <킹콩> 은 위험부담이 조금 있다.
<킹콩> 으로 첨단기술의 진수 보여줄 작정 킹콩>
잭슨은 뉴질랜드 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새로 마련된 규정에 따라 뉴질랜드에서 영화 제작비로 3,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할 경우 영화가 완성된 뒤 정부로부터 12.5%의 리베이트도 받을 수 있다. 리베이트로 연간 2,500만 달러가 지출되면서 초대형 영화의 부활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영화인 <나니아 연대기> 와 <킹콩> 은 앞으로 1년 동안 뉴질랜드 경제에서 총 2억5,000만 달러의 투자효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뉴질랜드 감독이 제작하는 저예산 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1,400만 달러의 기금도 조성했다. 첫 수혜 작품이 <웨일 라이더> (Whale Rider)다. 원주민 마우리족의 한 소녀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여류감독 니키 카로(Niki Caro)는 <웨일 라이더> 로 세계적인 호평을 얻었다. 10대 주연 케이샤 캐슬 휴스(Keisha Castle-Hughes)는 올해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몬스터> 의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에게 밀리고 말았다.
뉴질랜드 정부는 <웨일 라이더> 제작비 450만 달러의 30%를 지원했다. <웨일 라이더> 는 세계 전역에서 5,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제작자 존 바넷(John Barnett)은 나중에 프리미엄까지 붙여 <웨일 라이더> 의 정부 지분을 사들였다.
바넷은 몇몇 관리들이 혜안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뉴질랜드를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 선전하는 것이 “목재가공 수출보다 훨씬 수지맞는 장사”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는 영화제작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에 비공식 홍보대사까지 파견했다. 뉴질랜드 관리들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던 주에 베벌리힐스 호텔(Beverly Hills Hotel)에서 호화 파티까지 개최했다. 언론의 각광이 집중되는 순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대해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변방의 작은 나라 뉴질랜드가 영화인들을 유치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의사당과 연결된 ‘벌통’ 모양의 총리 관저에서 아이오와 주지사 토머스 빌색 일행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에 잭슨의 도박이 대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는 이미 뉴질랜드에서 이름난 부호가 됐다. 하지만 일상의 변화는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경호원이나 수행원도 없이 헐렁한 반바지에 맨발로 시내를 이곳저곳 돌아다닌다. 홍보 담당자도 없이 인터뷰에 응한다. 억만장자와 사치성 소비를 찾아볼 수 없는 뉴질랜드에서 자신의 지명도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부(富)에 익숙지 않다. 미국에서는 부를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정반대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뉴질랜드 영웅의 고충이다. 웨일> 웨일> 웨일> 몬스터> 웨일> 웨일> 킹콩> 나니아> 킹콩> 스파이더맨2> 해리> 킹콩> 킹콩> 킹콩> 킹콩> 반지의> 킹콩> 반지의> 반지의> 반지의> 라스트> 반지의> 라스트> 반지의> 나니아> 슈렉> 나니아> 사자와> 나니아> 파워> 여전사> 헤라클레스> 피아노> 반지의> 반지의> 아이> 반> 반지의> 반지의> 프라이트너> 천상의> 고무> 반지의> 노턴> 라스트> 버티컬> 라스트> 반지의> 스타워스> 반지의> 반지의> 킹콩> 킹콩> 킹콩> 반지의> 반지의>반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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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클어진 머리에 아무렇게나 걸친 옷, 맨발로 다니기를 좋아하는 영화감독 피터 잭슨(Peter Jackson ·42)은 키가 서양인으로서는 작은 1m68cm이지만 할리우드에서 거인으로 통한다. 그의 조국 뉴질랜드에서는 거인보다 큰 존재다. 새로운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것이다. 웰링턴 공항에 내리는 순간 잭슨이 뉴질랜드에서 어떤 존재인지 실감하게 된다. 공항은 빨간 카펫과 함께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Lord of the Rings: Return of the King)이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에서 받은 황금 트로피의 대형 복제물로 장식돼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괴한 ‘골룸’ 캐릭터 모형이 거대한 모습으로 메인 터미널 지붕에서 내려다본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난 지 여러 주 지났지만 뉴질랜드 현지 신문들은 아직도 잭슨에 관한 기사로 1면을 도배하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힐튼호텔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Paris Hilton)이 아카데미 시상식 파티석에서 정장 차림으로 수영장에 빠지게 된 진짜 경위를 놓고 쉴 새 없이 입방아를 찧고 있었다. 잭슨이 구해주기를 바라고 일부러 빠졌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TV 방송 작가 벨린다 토드는 “한 섬에 잭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며 “이는 당연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잭슨은 하루아침에 영화계의 영향력 있는 거부들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영국 소설가 존 톨킨(1892~1973)이 쓴 대하 3부작을 영화화해 입장권 ·DVD ·캐릭터 상품으로 40억 달러의 매출을 일으킨 덕이다. 감독 겸 제작자인 잭슨은 <반지의 제왕> 3부작으로 모두 1억2,500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3부작을 완결하는 데 8년이 걸렸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3,500만 달러를 벌어 포브스 선정 ‘세계 100대 스타’ 리스트 가운데 소득 순위에서 20위, 인기 순위에서 12위를 차지했다. 그는 2편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The Lord of the Rings: The Two Towers)의 DVD 판매 및 3편의 입장권 매출 가운데 7.5%를 받았다.
잭슨은 다음 작품의 감독 ·제작 ·시나리오를 맡는 대가로 선금을 2,000만 달러나 받게 된다. <킹콩> (King Kong) 리메이크에 손대고 있는 것이다. 1933년 페이 레이의 연기로 유명해진 주연은 나오미 와츠(Naomi Watts)가 맡는다. 76년 디노 데 로렌티스의 <킹콩> 에는 제시카 랭이 주연으로 출연했다. 잭슨은 <킹콩> 의 총수익 가운데 20%를 받게 된다. 감독으로서는 기록적인 규모다. 잭슨은 겸연쩍은 듯 “엄청나게 많은 돈”이라면서도 그 가운데 일부가 시나리오 공동 작가들에게 돌아갈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최고’ 대우임은 분명하다.
뉴질랜드의 영웅 잭슨은 조국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그는 5,000만 달러를 직접 투자해 영화제국 건설에 나섰다. 그의 영화제국은 대형 사운드 스테이지, 특수효과 작업실, 첨단 편집실을 갖추게 된다. 거의 완성된 화려한 작업실 ‘파크 로드 포스트(Park Road Post)’ 밖에서는 불도저가 작업에 한창이다. 원래 화공약품 공장이었던 파크 로드 포스트는 미국인 건축가 프랭크 라이트의 그 유명한 ‘프레리 양식(낮게 누워 있는 형태)’을 연상케 하는데, 건축비로 3,5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잭슨은 껄껄 웃으며 “ <반지의 제왕> 에서 얻은 수입이 몽땅 여기에 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잭슨은 이미 갖고 있는 두 사운드 스테이지를 보완하기 위해 700만 달러를 들여 새로운 사운드 스테이지까지 설립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 효과 전문업체 웨타(Weta)와 소품 디자인업체 웨타 워크숍(Weta Workshop) 지분 일부도 보유하고 있다. 웨타는 <반지의 제왕> 3부작의 화려한 디지털 작업을 담당했고, 웨타 워크숍은 ‘중간대륙(Middle-earth)’에서 쓰인 갑옷 ·무기들을 만들었다.
잭슨이 건설 중인 영화제국은 <스타워스> 를 만든 조지 루카스(George Lucas)의 수직 통합형 영화제작소인 스카이워커 랜치(Skywalker Ranch)에 필적할 만하다. <반지의 제왕> 의 성공에 힘입어 많은 영화 제작사가 뉴질랜드를 로케이션 현장으로 택했다. 따라서 잭슨의 사업은 가치가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그가 고비용 영화를 몇 편 더 찍어 흥행에 실패하고 다른 지역이 알맞은 영화 제작 장소로 떠오를 경우 엄청난 돈만 날릴 수도 있다.
잭슨의 말을 들어보자. “개의치 않는다. 돈을 은행에 쌓아두기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에 투자하는 게 낫다. 내가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든다면 이런 시설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뉴질랜드인으로 조국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뉴질랜드의 영화 인프라에 투자해야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 으로 번 돈 모두 제작소에 투자 반지의>
잭슨은 할리우드의 유혹을 뿌리치고 굳이 호주 동남쪽 머나먼 섬나라 뉴질랜드에서 작업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1만500km 떨어진 뉴질랜드까지 가려면 비행기로 12시간 여행해야 한다. 뉴질랜드를 구성하고 있는 커다란 두 섬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면적의 66%에 해당한다. 인구는 캘리포니아주의 11%다. 지난 수년 동안 뉴질랜드의 영화 ·TV 산업은 보잘것없었다. 그러나 지금 잭슨이라는 존재 덕에 뉴질랜드 전역이 할리우드의 주요 로케이션 후보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영화사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미라맥스의 프로젝트와 1억 달러가 투입된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 서사극 <라스트 사무라이> 같은 고비용 영화 제작을 유치했다.
면적이 26만8,680㎢에 이르는 뉴질랜드는 일종의 거대한 사운드 스테이지 같다. 농장 ·초원에서부터 우림, 아열대 해변, 사막고원, 높은 산 정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풍광을 자랑한다. 사우스아일랜드의 얼음 덮인 산맥은 컬럼비아 영화사가 2000년 제작한 <버티컬 리미트> 에서 히말라야산맥으로 둔갑했다. 워너 브러더스가 제작한 <라스트 사무라이> 의 경우 노스아일랜드 서해안에 있는 한 소도시에서 19세기 일본을 재현했다.
배경으로 등장한 산 정상은 일본의 후지산을 대체하기에 충분했다. 바람 잦은 항구와 싸구려 방갈로가 즐비한 웰링턴은 샌프란시스코를 연상케 한다. 이런 웰링턴에서 영화 <노턴 황제의 흥망> (The Remarkable Fall and Rise of Emperor Norton)이 기획제작에 들어갔다. 이 영화는 빈털터리 노숙자로 전락한 샌프란시스코 출신 어느 백만장자의 실화를 다뤘다. 4,000만 달러가 들어갈 영화의 주인공은 케빈 클라인(Kevin Kline)이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잭슨은 톨킨이 그린 신비한 선사시대의 배경으로 20년 전 뉴질랜드를 염두에 뒀다. 그는 당시 기차에서 <반지의 제왕> 을 읽다 차창 밖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잭슨은 “갑자기 중간대륙이 눈 앞에 펼쳐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20대 초반에 영화를 감독하기 시작했다. 초기 작품은 대개 통속적인 유혈극이었다. 87년 15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고무 인간의 최후> (Bad Taste)가 좋은 예다. 94년 감독한 <천상의 피조물들> (Heavenly Creatures)은 여배우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의 데뷔작이다. 500만 달러가 투입된 이 영화는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나 세계적으로 입장권 수입이 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때마다 할리우드의 에이전트로부터 다른 곳에서 영화를 찍자는 제안이 들어오곤 했다. 잭슨은 그때마다 거절한 채 자신의 인프라를 계속 구축했다. 프랜시스 월시(Frances Walsh)는 잭슨과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하는 작가이자 동업자다. 잭슨의 어린 두 자녀를 낳은 엄마이기도 하다. 잭슨과 월시는 결혼한 적이 없다. 그러나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며 모든 수입은 다음 영화 제작에 쏟아 붓는다.
잭슨은 마이클 폭스(Michael Fox)가 주연한 96년 공포영화 <프라이트너> (The Frighteners)를 제작하기 위해 한 창고를 사들였다. 사운드 스테이지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이 잭슨의 첫 사운드 스테이지였다. 같은 해 제2의 사운드 스테이지를 세웠다. 여기서 <반지의 제왕> 을 완성하기 위한 기나긴 기획작업이 시작됐다.
잭슨의 스튜디오이자 제작업체인 윙넛 필름스(WingNut Films)는 조용한 웰링턴 항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변은 산이 많은 지역으로 고만고만한 집과 경공업 업체가 들어서 있다. 파크 로드 포스트에서 1.5km도 안 되는 곳에 웨타가 있다. 웨타는 잭슨과 5개 뉴질랜드 영화사들이 11년 전 설립한 업체다. 웨타의 특수효과실은 <반지의 제왕> 3부작에서 볼 수 있듯 현란하고 복잡한 액션 장면을 연출해내는 데 업계 최고로 알려져 있다. 웨타는 휴 잭맨(Hugh Jackman) 주연의 <반 헬싱> (Van Helsing)에서 까다로운 특수효과를 담당했다. 윌 스미스(Will Smith)가 주연한 <아이 로봇> (I, Robot)의 특수효과도 웨타에서 맡았다.
잭슨이 현재 설립 중인 사운드 스테이지는 <반지의 제왕> 을 위해 세운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기술적으로 더 진보한 시설이다. 설립 비용 700만 달러 가운데 절반을 웰링턴시가 부담했다. <반지의 제왕> 제작에 사용된 사운드 스테이지는 비만 오면 드럼통 두드리는 소리가 나는 금속성 지붕을 이고 있었다. 벽은 너무 얇아 인근 공항에서 이착륙하는 비행기 소음조차 차단하지 못했다. 대사는 대부분 파크 로드 포스트의 믹싱 스테이지에서 사후에 다시 손봐야 했다. 기술자들은 파크 로드 포스트에서 최종 사운드를 ‘덧칠’하곤 했다. “지금까지 뉴질랜드에서 영화를 만들려면 약간의 카우보이 기질이 있어야 했다. 함석 헛간에서 제작할 각오가 돼 있어야 했다. 우리는 그렇게 영화를 찍으면서 조금씩 프로로 변해 갔다.” 잭슨이 당시 작업의 고충에 대해 털어놓은 말이다.
뉴질랜드에서 영화를 만들면 부담스러운 배우노동조합 규정과 각종 추가수당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다. 덕분에 노스아일랜드와 사우스아일랜드로 구성된 인구 400만 명의 뉴질랜드에서 걸출한 감독들이 탄생했다. <피아노> 의 제인 캠피언(Jane Campion)과 <007 어나더데이>의 리 타마호리(Lee Tamahori)를 예로 들 수 있다. 최근 수년 사이 <헤라클레스> (Hercules), <여전사 제나> (Xena: Warrior Princess), <파워 레인저> (Mighty Morphin Power Rangers) 같은 신디케이트 TV 프로그램이 뉴질랜드에서 제작됐다. 수천 명의 제작 스태프들에게 일자리와 훈련기회가 제공된 것이다.
디즈니는 CS 루이스(C.S. Lewis)의 동화 <나니아 연대기> (The Chronicles of Narnia) 시리즈 가운데 일부인 <사자와 마녀와 옷장>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을 뉴질랜드에서 제작하고 있다. 제작비는 1억5,000만 달러다. 제작자 마크 존슨(Mark Johnson)은 “뉴질랜드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며 “2~3년 전만 해도 그처럼 강력한 인프라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감탄했다.
존슨은 <나니아 연대기> 의 캐릭터와 무기 제작을 웨타 워크숍에 맡겼다. 감독은 뉴질랜드 태생인 앤드루 애덤슨(Andrew Adamson)으로 애니메이션 히트작 <슈렉> 의 감독이기도 하다. 내년 하반기 개봉될 <나니아 연대기> 가 흥행에 성공하면 디즈니는 나머지 시리즈 6권도 영화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반지의 제왕> 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리며 뉴질랜드에 수년 동안 수억 달러나 안겨줄 것이다. 잭슨의 프로덕션이 크게 성공하는 것은 물론이다.
잭슨 이후 영화산업 메카로 떠오른 뉴질랜드
할리우드와 달리 뉴질랜드의 영화인들은 아직 자만에 빠지지 않았다. 날지 못하는 뉴질랜드의 수수한 토종 새 키위(kiwi)에 비유해 스스로 키위라 부르는 뉴질랜드인들은 영화 제작에서 검약을 지향한다. 워너 브러더스는 <라스트 사무라이> 에서 크루즈가 탔던 움직이는 말 제작에 10만 달러를 썼다. 잭슨은 그 말을 보고 홀딱 반하고 말았다. 그는 웨타의 디자이너들에게 <반지의 제왕> 3편에 쓸 움직이는 말을 제작하라고 지시했다. 디자이너들은 말을 만들었다. 비용은 5,000달러였다. 한 스태프는 “성능도 <라스트 사무라이> 에서 쓴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잭슨이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미국에서 제작하려 들었다면 상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1억 달러 이상을 투입한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은 예산의 절반이 디지털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갔다. 몇 초에 불과한 애니메이션 장면 1,500클립을 찍는 데 클립당 평균 3만1,500달러가 들어갔다. 미국에서 작업했다면 클립당 최고 10만 달러는 들었을 것이다. 잭슨은 이렇게 들려줬다. “ <반지의 제왕> 3부작은 돈이 너무 많이 드는 영화였다. 작업이 매우 복잡하고 방대하기 때문에 뉴질랜드 말고 다른 곳에서 작업했다면 수지가 맞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에서 만들 생각은 처음부터 엄두도 내지 못했다. ”
올해 안에 촬영을 시작해 내년 12월 개봉할 <킹콩> 에서 30년대 뉴욕의 모습은 디지털 기술로 재현될 것이다. 스태프들은 뉴욕으로 건너가 사진을 찍고 스케치도 했다. 사진과 스케치는 뉴질랜드의 디자이너들이 빌딩을 재현하고 소품도 만드는 데 활용될 것이다. 킹콩 역시 디지털로 처리된다. 배우가 고릴라로 분장하는 일은 없다. 데 로렌티스가 리메이크한 76년작과 달리 킹콩의 움직이는 거대한 팔도 만들지 않는다.
잭슨과 제작진의 말마따나 디지털 기술로 처리해도 마치 실물 같다. 웨타 디지털(Weta Digital)의 특수효과 감독 조 레터리(Joe Letteri)는 “관객들이 속으로는 가짜임을 알면서도 진짜처럼 즐긴다”고 귀띔했다. 웨타는 와츠가 연기하는 여주인공도 디지털로 일단 재현해 놓을 생각이다. 레터리는 “디지털 캐릭터가 와츠의 연기를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일단 갖고 있으면 좋은 도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지의 제왕> 에서 가냘픈 골룸을 탄생시키는 데 첨단 기술이 동원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목표는 훨씬 사실적인 그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잭슨은 “관객들을 영화에 푹 빠뜨려 자리에서 들썩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영감을 얻기 위해 <킹콩> 원작만 연구한다. 메리언 쿠퍼가 각본 ·감독을 맡은 원작은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잭슨은 자신이 지금 영화들을 만드는 것도 <킹콩> 원작에 감명받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잭슨의 <킹콩> 배급업체인 유니버설 영화사는 제작비로 1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잭슨은 <킹콩> 을 미국에서 만들 경우 2억 달러가 넘게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계 내부 인사들에 따르면 워너 브러더스가 영국에서 촬영한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소니의 컬럼비아 영화사가 미국에서 제작한 <스파이더맨2> 모두 제작비로 2억 달러 이상을 들였다. 그러나 두 영화는 기존 관객을 이미 확보한 ‘속편’이다. 그런 점에서 <킹콩> 은 위험부담이 조금 있다.
<킹콩> 으로 첨단기술의 진수 보여줄 작정 킹콩>
잭슨은 뉴질랜드 정부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 새로 마련된 규정에 따라 뉴질랜드에서 영화 제작비로 3,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할 경우 영화가 완성된 뒤 정부로부터 12.5%의 리베이트도 받을 수 있다. 리베이트로 연간 2,500만 달러가 지출되면서 초대형 영화의 부활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영화인 <나니아 연대기> 와 <킹콩> 은 앞으로 1년 동안 뉴질랜드 경제에서 총 2억5,000만 달러의 투자효과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뉴질랜드 감독이 제작하는 저예산 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1,400만 달러의 기금도 조성했다. 첫 수혜 작품이 <웨일 라이더> (Whale Rider)다. 원주민 마우리족의 한 소녀가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여류감독 니키 카로(Niki Caro)는 <웨일 라이더> 로 세계적인 호평을 얻었다. 10대 주연 케이샤 캐슬 휴스(Keisha Castle-Hughes)는 올해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몬스터> 의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에게 밀리고 말았다.
뉴질랜드 정부는 <웨일 라이더> 제작비 450만 달러의 30%를 지원했다. <웨일 라이더> 는 세계 전역에서 5,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제작자 존 바넷(John Barnett)은 나중에 프리미엄까지 붙여 <웨일 라이더> 의 정부 지분을 사들였다.
바넷은 몇몇 관리들이 혜안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뉴질랜드를 영화 로케이션 장소로 선전하는 것이 “목재가공 수출보다 훨씬 수지맞는 장사”라고 강조했다.
뉴질랜드는 영화제작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에 비공식 홍보대사까지 파견했다. 뉴질랜드 관리들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던 주에 베벌리힐스 호텔(Beverly Hills Hotel)에서 호화 파티까지 개최했다. 언론의 각광이 집중되는 순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대해 헬렌 클라크 뉴질랜드 총리는 “변방의 작은 나라 뉴질랜드가 영화인들을 유치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의사당과 연결된 ‘벌통’ 모양의 총리 관저에서 아이오와 주지사 토머스 빌색 일행을 맞이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덕에 잭슨의 도박이 대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는 이미 뉴질랜드에서 이름난 부호가 됐다. 하지만 일상의 변화는 고집스럽게 거부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경호원이나 수행원도 없이 헐렁한 반바지에 맨발로 시내를 이곳저곳 돌아다닌다. 홍보 담당자도 없이 인터뷰에 응한다. 억만장자와 사치성 소비를 찾아볼 수 없는 뉴질랜드에서 자신의 지명도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뉴질랜드 사람들은 부(富)에 익숙지 않다. 미국에서는 부를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정반대다.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뉴질랜드 영웅의 고충이다. 웨일> 웨일> 웨일> 몬스터> 웨일> 웨일> 킹콩> 나니아> 킹콩> 스파이더맨2> 해리> 킹콩> 킹콩> 킹콩> 킹콩> 반지의> 킹콩> 반지의> 반지의> 반지의> 라스트> 반지의> 라스트> 반지의> 나니아> 슈렉> 나니아> 사자와> 나니아> 파워> 여전사> 헤라클레스> 피아노> 반지의> 반지의> 아이> 반> 반지의> 반지의> 프라이트너> 천상의> 고무> 반지의> 노턴> 라스트> 버티컬> 라스트> 반지의> 스타워스> 반지의> 반지의> 킹콩> 킹콩> 킹콩> 반지의> 반지의>반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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