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드리아해의 보석 크로아티아
굳이 프랑스로 떠날 필요가 있을까. 크로아티아는 어떨까. 따스한 햇볕, 푸른 바다, 로즈메리향이 진동하는 언덕.그리고 무엇보다 부동산 값이 싸다.
크로아티아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기원 전 400년 그리스인들은 크로아티아의 달마티아 해안을 발견하고 1,100여 개 섬까지 식민지로 삼았다. 이후 로마겫炷步푳베네치아 등 제국의 피한객(避寒客)들이 바위가 많은 이곳 해안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이 한때 이곳의 주인이었음을 보여주는 멋진 건축물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245~316년) 황제는 크로아티아 도시 스플릿(Split)에서 만년을 보냈다.
그의 저택은 158m에 이르는 주랑(柱廊) 현관을 지나야 침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설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서 남쪽으로 177km 떨어진 ‘르네상스의 보석’ 두브로브니크(Dubrovnik)는 옛 유고슬라비아가 붕괴할 당시인 1991년 세르비아로부터 잠시 포격을 받았다. 그 뒤 지금까지 전운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두브로브니크는 이제 완전 복구됐다.
오늘날 달마티아 해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2의 리비에라(Riviera)로, 별장을 지을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리비에라가 사라졌다는 말은 아니다. 여름이면 리비에라 해변은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바닷물에 들어서면 너무 탁해 자기 발가락이 겨우 보일 정도다.
크로아티아는 그동안 끈기 있게 기다렸다. 사회주의 ·민족분쟁은 크로아티아를 외부와 단절시킨 채 미개발 상태로 남겨 놓았다. 이곳 지중해, 아니 좀더 엄밀히 말해 아드리아해는 여전히 보석처럼 영롱하다. 해변에 바위가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모래가 없어 바닷물은 태고의 맑음을 간직하고 있다. 로즈메리 ·올리브나무 ·라벤더로 뒤덮인 가파른 석회암 언덕은 바다에서 곧바로 솟구친 듯한 형상이다. 항구 마을마다 성채겚냠툈궁이 있다. 모두 같은 석재로 지은 것들이다.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의 로버트 벤모시(Robert Benmosche ·60) 회장은 87년 두브로브니크를 방문했다가 때묻지 않은 장엄함에 반하고 말았다. 와인 애호가인 그는 99년 캘리포니아산 흑포도 진판델(zinfandel)의 원조로 알려진 달마티아 포도를 찾아 다시 이곳에 왔다. 그가 어느 포도주 제조업자와 만났을 때 크로아티아 정부에서 해변의 석조 주택 한 채를 경매한다는 소식에 접했다. 1934년 유고슬라비아 왕의 재무대신을 위해 지어진 집이었다. 저택은 본채와 그보다 작은 세 건물로 이뤄져 있었다. 대지 면적은 225평으로 해변에서 46m 떨어져 있었다.
벤모시는 여기서 은퇴생활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막힌 저택이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유럽 대부분 지역에 당도할 수 있다. 배만 타면 아드리아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갈 수도 있다.” 벤모시가 들떠 한 말이다. 그는 집값으로 100만 달러를 지불했다. 개 ·보수비 100만 달러가 더 들어갈 것이다. 벤모시는 그래도 잘 샀다고 생각한다. 그는 “98년 25만 달러에 거래되던 주택이 지금 100만 달러를 호가한다”고 전했다.
두브로브니크는 석벽과 우아한 베네치아 양식 궁전 덕에 크로아티아 부동산업계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두브로브니크 다음으로 각광받는 곳이 지척에 있는 스플릿 연안의 큰 섬들과 북쪽 이스트리아(Istria) 지역이다.
스페인의 코스타델솔을 런던 교외쯤으로 탈바꿈시킨 영국 부동산 중개업체 이베리안선(IberianSun)은 다음 개발지 물색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이베리안선의 자매업체인 크로아티안선(CroatianSun)이 두브로브니크에서 문을 열었다. 크로아티안선의 폴 케플러(Paul Keppler) 이사는 “크로아티아가 불가리아 ·터키 키프로스 ·북아프리카보다 훨씬 낫다”고 귀띔했다.
케플러는 지난 1년 사이 이곳 부동산 가격이 20~30% 올랐지만 아직도 싼 편이라고 말했다. 섬에 있는 웬만한 석조 주택은 7만 달러면 매입이 가능하다. 매우 아늑한 30평짜리 별장은 15만 달러에 소유할 수 있다. 평당 신축 아파트 가격은 코스타델솔의 절반에 불과하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안드리야 코야코비치(Andrija Kojakovic)는 크로아티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2009년이면 부동산 가격이 4배로 뛸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외국인 3만 명이 크로아티아의 해변 주택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9만 명 정도는 매입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이 크로아티아에서 집을 살 수 있게 된 것은 98년부터다. 하지만 아직 많은 걸림돌이 남아 있다.
외국인이 개인적으로 집을 사려면 크로아티아 외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까지 적어도 6개월은 걸린다. 따라서 크로아티아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법인 명의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등기를 완전히 이전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소유주들의 동의도 일일이 얻어야 한다. 해변과 섬의 많은 석조 고택(古宅)이 수세대에 걸쳐 가족 명의로 이어져 온 것들이다.
지분 일부를 소유한 가옥주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종 상태이거나 오래전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주택 소유주나 그들의 후손을 찾을 수 없다면 소유권이 모호해진다. 배짱이 없으면 매입을 시도하기조차 어렵다. 기자는 혼자 집 몇 채를 놓고 흥정에 나섰다. 하지만 기자가 집주인이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이면 그들은 곧 변덕만 부렸다. 자신이 부른 가격을 누군가 수용한다면 분명 더 비싸게 매입할 사람도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기자는 스타리그라드로부터 수km 떨어진 조그만 마을에서 작은 석조 주택 한 채를 구입하기로 집 주인과 합의했다. 집 주인 마트코는 3만6,000달러를 불렀다. 주변 구릉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앞뒤로 각각 테라스가 딸린 데다 개 ·보수를 면 거주공간 56평도 확보할 수 있어 사실 공짜나 마찬가지였다. 흥정이 끝나자 마트코가 집 지분 가운데 6분의 1은 삼촌 몫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그의 삼촌은 30년 전 아르헨티나에서 실종됐다는 것이다. 마트코가 기자와 구두계약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삼촌 가족은 꼭 찾아보겠노라고 약속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기자가 봐둔 집은 마트코의 삼촌 행방과 관계없이 6만6,000달러에 한 오스트리아 여인에게 넘어갔다.
여기서 기자가 깨달은 것은 좀더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믿을 만한 부동산 중개인이 개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크로아티안선은 소유권이 불분명한 부동산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중개하는 부동산은 대개 신축 빌라다.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이 임박하면서 온갖 복잡한 규제들이 기존 EU법과 점차 통합돼 절차는 더 투명해질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오는 2006년 라이언에어(Ryanair) ·이지젯(EasyJet) 같은 저가 항공사에 공항을 개방해야 한다. 이제 크로아티아 해변이 리비에라처럼 망가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것은 크로아티아 정부의 몫이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이미 자원 보호 차원에서 가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안선에서 육지로 100m까지 개발을 금지한 새 법도 시행됐다.
크로아티아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기원 전 400년 그리스인들은 크로아티아의 달마티아 해안을 발견하고 1,100여 개 섬까지 식민지로 삼았다. 이후 로마겫炷步푳베네치아 등 제국의 피한객(避寒客)들이 바위가 많은 이곳 해안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이 한때 이곳의 주인이었음을 보여주는 멋진 건축물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로마의 디오클레티아누스(245~316년) 황제는 크로아티아 도시 스플릿(Split)에서 만년을 보냈다.
그의 저택은 158m에 이르는 주랑(柱廊) 현관을 지나야 침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설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서 남쪽으로 177km 떨어진 ‘르네상스의 보석’ 두브로브니크(Dubrovnik)는 옛 유고슬라비아가 붕괴할 당시인 1991년 세르비아로부터 잠시 포격을 받았다. 그 뒤 지금까지 전운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두브로브니크는 이제 완전 복구됐다.
오늘날 달마티아 해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제2의 리비에라(Riviera)로, 별장을 지을 수 있는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리비에라가 사라졌다는 말은 아니다. 여름이면 리비에라 해변은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바닷물에 들어서면 너무 탁해 자기 발가락이 겨우 보일 정도다.
크로아티아는 그동안 끈기 있게 기다렸다. 사회주의 ·민족분쟁은 크로아티아를 외부와 단절시킨 채 미개발 상태로 남겨 놓았다. 이곳 지중해, 아니 좀더 엄밀히 말해 아드리아해는 여전히 보석처럼 영롱하다. 해변에 바위가 많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모래가 없어 바닷물은 태고의 맑음을 간직하고 있다. 로즈메리 ·올리브나무 ·라벤더로 뒤덮인 가파른 석회암 언덕은 바다에서 곧바로 솟구친 듯한 형상이다. 항구 마을마다 성채겚냠툈궁이 있다. 모두 같은 석재로 지은 것들이다.
메트로폴리탄 생명보험의 로버트 벤모시(Robert Benmosche ·60) 회장은 87년 두브로브니크를 방문했다가 때묻지 않은 장엄함에 반하고 말았다. 와인 애호가인 그는 99년 캘리포니아산 흑포도 진판델(zinfandel)의 원조로 알려진 달마티아 포도를 찾아 다시 이곳에 왔다. 그가 어느 포도주 제조업자와 만났을 때 크로아티아 정부에서 해변의 석조 주택 한 채를 경매한다는 소식에 접했다. 1934년 유고슬라비아 왕의 재무대신을 위해 지어진 집이었다. 저택은 본채와 그보다 작은 세 건물로 이뤄져 있었다. 대지 면적은 225평으로 해변에서 46m 떨어져 있었다.
벤모시는 여기서 은퇴생활에 들어갈 계획이다. “기막힌 저택이다. 비행기로 1시간이면 유럽 대부분 지역에 당도할 수 있다. 배만 타면 아드리아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갈 수도 있다.” 벤모시가 들떠 한 말이다. 그는 집값으로 100만 달러를 지불했다. 개 ·보수비 100만 달러가 더 들어갈 것이다. 벤모시는 그래도 잘 샀다고 생각한다. 그는 “98년 25만 달러에 거래되던 주택이 지금 100만 달러를 호가한다”고 전했다.
두브로브니크는 석벽과 우아한 베네치아 양식 궁전 덕에 크로아티아 부동산업계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두브로브니크 다음으로 각광받는 곳이 지척에 있는 스플릿 연안의 큰 섬들과 북쪽 이스트리아(Istria) 지역이다.
스페인의 코스타델솔을 런던 교외쯤으로 탈바꿈시킨 영국 부동산 중개업체 이베리안선(IberianSun)은 다음 개발지 물색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이베리안선의 자매업체인 크로아티안선(CroatianSun)이 두브로브니크에서 문을 열었다. 크로아티안선의 폴 케플러(Paul Keppler) 이사는 “크로아티아가 불가리아 ·터키 키프로스 ·북아프리카보다 훨씬 낫다”고 귀띔했다.
케플러는 지난 1년 사이 이곳 부동산 가격이 20~30% 올랐지만 아직도 싼 편이라고 말했다. 섬에 있는 웬만한 석조 주택은 7만 달러면 매입이 가능하다. 매우 아늑한 30평짜리 별장은 15만 달러에 소유할 수 있다. 평당 신축 아파트 가격은 코스타델솔의 절반에 불과하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안드리야 코야코비치(Andrija Kojakovic)는 크로아티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2009년이면 부동산 가격이 4배로 뛸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외국인 3만 명이 크로아티아의 해변 주택을 매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9만 명 정도는 매입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이 크로아티아에서 집을 살 수 있게 된 것은 98년부터다. 하지만 아직 많은 걸림돌이 남아 있다.
외국인이 개인적으로 집을 사려면 크로아티아 외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까지 적어도 6개월은 걸린다. 따라서 크로아티아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법인 명의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다. 등기를 완전히 이전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소유주들의 동의도 일일이 얻어야 한다. 해변과 섬의 많은 석조 고택(古宅)이 수세대에 걸쳐 가족 명의로 이어져 온 것들이다.
지분 일부를 소유한 가옥주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종 상태이거나 오래전 다른 나라로 이주했다. 주택 소유주나 그들의 후손을 찾을 수 없다면 소유권이 모호해진다. 배짱이 없으면 매입을 시도하기조차 어렵다. 기자는 혼자 집 몇 채를 놓고 흥정에 나섰다. 하지만 기자가 집주인이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이면 그들은 곧 변덕만 부렸다. 자신이 부른 가격을 누군가 수용한다면 분명 더 비싸게 매입할 사람도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기자는 스타리그라드로부터 수km 떨어진 조그만 마을에서 작은 석조 주택 한 채를 구입하기로 집 주인과 합의했다. 집 주인 마트코는 3만6,000달러를 불렀다. 주변 구릉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앞뒤로 각각 테라스가 딸린 데다 개 ·보수를 면 거주공간 56평도 확보할 수 있어 사실 공짜나 마찬가지였다. 흥정이 끝나자 마트코가 집 지분 가운데 6분의 1은 삼촌 몫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그의 삼촌은 30년 전 아르헨티나에서 실종됐다는 것이다. 마트코가 기자와 구두계약을 마치고 헤어지면서 삼촌 가족은 꼭 찾아보겠노라고 약속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기자가 봐둔 집은 마트코의 삼촌 행방과 관계없이 6만6,000달러에 한 오스트리아 여인에게 넘어갔다.
여기서 기자가 깨달은 것은 좀더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믿을 만한 부동산 중개인이 개입돼야 한다는 점이다. 크로아티안선은 소유권이 불분명한 부동산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중개하는 부동산은 대개 신축 빌라다.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이 임박하면서 온갖 복잡한 규제들이 기존 EU법과 점차 통합돼 절차는 더 투명해질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오는 2006년 라이언에어(Ryanair) ·이지젯(EasyJet) 같은 저가 항공사에 공항을 개방해야 한다. 이제 크로아티아 해변이 리비에라처럼 망가지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것은 크로아티아 정부의 몫이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이미 자원 보호 차원에서 가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안선에서 육지로 100m까지 개발을 금지한 새 법도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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