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실종된 세계 경제
소비자들이 실종된 세계 경제
The Missing Shoppers
세계 경제의 회복 가도에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소비자들이 경기전망이 좋아지기 시작할 때 흔히 하던 방식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태도가 몇개월 후 변할지 여부에 따라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질 것이다. 경제의 회복세가 끝나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포함해 많은 주요 사안의 운명이 여기에 달려 있다.
지금 같은 경제 회복기에는 기업들이 지출과 고용을 시작하고, 자신감을 회복한 근로자들이 물건들을 사면서 좋은 시절이 계속돼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업들은 지출은 재개했지만 고용을 늘리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아직 소비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신중한 일본인들은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자국 경제가 마침내 성장을 재개했지만 안전하게 숲을 벗어났는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역시 완만한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독일인들은 10%의 실업률과 연금 같은 복지 혜택 축소에 놀란 나머지 아직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독일의 소비지출은 벌써 1년 이상 정체돼 있다.
이같은 소비 침체의 정확한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4%인 세계 경제의 성장 전망치가 낮아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런던의 한 경제전문가는 “상황이 불투명할 때는 일단 관망하려는 게 일반적인 심리”라고 말한다. 이같은 소비 침체는 세계 경제성장의 주된 엔진인 미국에서 특히 심각하다.
최근 몇주간 미국에서 나온 경제 데이터는 갑작스럽게 어두워졌다. 먼저 7월 30일 상무부는 2분기 미국 경제가 1분기의 4.5%보다 낮은 3%밖에 성장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미국 소비자들의 지난 6월 소비 수준이 3년 사이에 최대폭으로 줄어들었고, 근로자들의 7월 임금 성장이 거의 제로 수준이며, 8월의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 지수가 떨어졌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소비 위축을 지난주 기록적인 49달러에 도달한 유가 인상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골드먼 삭스의 세계 경제 전문가 짐 오닐은 “그것은 난센스”라고 말한다. 유가는 지난 2년간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희망은, 부시 행정부의 일시적 감세 조치에서 비롯된 경기부양의 약발이 떨어지는 올해 말께 기업들이 신규 고용으로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의미있는 고용 성장은 보이지 않고 있고, 시간제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경기 하강기에도 기록적인 저금리 때문에 소비를 계속하긴 했지만 이제는 기운이 소진된 상태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편집인 프랭크 뉴포트가 소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앞으로 지출을 감소할 계획이고, 경기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으며, 지금이 좋은 직장을 찾기에 적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수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미국 이외에 이같은 소비 침체를 해결하려고 나서는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저축이 늘고 있다.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정부지출이 감소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아프거나 은퇴하거나 실직했을 때 자력으로 먹고 살아야 함을 의미한다는 점을 유럽인들이 알고 있는 것이다. 정책결정자들이 국민적 희생의 필요성을 경시하는 프랑스의 경우는 지출이 약간 늘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이탈리아 등 여타 유럽 국가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유로존의 소비자 지출 성장률은 평년 2.5%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리먼 브러더스의 유럽 경제 전문가 마이클 딕스는 지적한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 성장은 수출에 의해 주도되며, 일본의 소비는 지난 10년간 간헐적으로 있었던 소규모 회복기 때보다도 적다. 또 일본의 소비는 현직 근로자보다는 은퇴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지속될 가능성이 없다.
이런 암울한 전망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 무역적자 폭의 확대(예상치보다 1백억달러나 많은 5백50억달러)는 수출이 내수를 대체해 성장엔진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비판자들은 그린스펀이 유가 인상 탓을 하는 것은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바람에 은행빚을 많이 지게 된 소비자들이 경기 회복기에도 지출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한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경제전문가 마크 페이버는 “경기침체의 일반적인 목표는 활황기 때 발생한 ‘과잉 부분’을 시스템으로부터 제거하는 데 있다. 그러나 2000년과 지금 사이에서는 그런 기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970년대 이래 보이지 않았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이 혼합된 상태)의 재현을 우려한다. 미국의 성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치솟는 유가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메릴 린치의 데이비드 바우어스는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이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회복 가능성에 회의적이며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서 볼 수 있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그들은 에너지 기업 같은 유가인상 수혜주들을 선호하고 유가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유통업체 주식들을 피한다. 소비 침체의 긍정적인 면을 보는 비관론자들도 있다. 미국 가계 지출의 감소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세계 경제 질서(많은 나라들이 대미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불균형 상태)의 재편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시각이다.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는 국민총생산(GNP)의 5%도 넘는다.
이를 좀더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이 저축을 늘릴 필요가 있으나 이는 사실상 또다른 경기침체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혹은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미 재무부 채권을 매입해 미국 정부에 자금을 제공하는 현상(이는 달러가치의 추가 하락을 촉진할 것이다)을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사실 최근의 새로운 비관론은 바로 그 점을 예측하고 있다. 페이버는 “이같은 불균형은 언젠가 시정될 것이지만 그런 작업이 위기를 통해 나타날까 걱정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미국 소비자들은 세계 경제의 구원이 지출을 시작하는 것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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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회복 가도에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소비자들이 경기전망이 좋아지기 시작할 때 흔히 하던 방식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태도가 몇개월 후 변할지 여부에 따라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달라질 것이다. 경제의 회복세가 끝나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포함해 많은 주요 사안의 운명이 여기에 달려 있다.
지금 같은 경제 회복기에는 기업들이 지출과 고용을 시작하고, 자신감을 회복한 근로자들이 물건들을 사면서 좋은 시절이 계속돼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업들은 지출은 재개했지만 고용을 늘리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아직 소비 증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신중한 일본인들은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던 자국 경제가 마침내 성장을 재개했지만 안전하게 숲을 벗어났는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역시 완만한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독일인들은 10%의 실업률과 연금 같은 복지 혜택 축소에 놀란 나머지 아직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독일의 소비지출은 벌써 1년 이상 정체돼 있다.
이같은 소비 침체의 정확한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4%인 세계 경제의 성장 전망치가 낮아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런던의 한 경제전문가는 “상황이 불투명할 때는 일단 관망하려는 게 일반적인 심리”라고 말한다. 이같은 소비 침체는 세계 경제성장의 주된 엔진인 미국에서 특히 심각하다.
최근 몇주간 미국에서 나온 경제 데이터는 갑작스럽게 어두워졌다. 먼저 7월 30일 상무부는 2분기 미국 경제가 1분기의 4.5%보다 낮은 3%밖에 성장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미국 소비자들의 지난 6월 소비 수준이 3년 사이에 최대폭으로 줄어들었고, 근로자들의 7월 임금 성장이 거의 제로 수준이며, 8월의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 지수가 떨어졌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소비 위축을 지난주 기록적인 49달러에 도달한 유가 인상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골드먼 삭스의 세계 경제 전문가 짐 오닐은 “그것은 난센스”라고 말한다. 유가는 지난 2년간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희망은, 부시 행정부의 일시적 감세 조치에서 비롯된 경기부양의 약발이 떨어지는 올해 말께 기업들이 신규 고용으로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의미있는 고용 성장은 보이지 않고 있고, 시간제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경기 하강기에도 기록적인 저금리 때문에 소비를 계속하긴 했지만 이제는 기운이 소진된 상태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편집인 프랭크 뉴포트가 소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앞으로 지출을 감소할 계획이고, 경기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으며, 지금이 좋은 직장을 찾기에 적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수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미국 이외에 이같은 소비 침체를 해결하려고 나서는 나라가 없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저축이 늘고 있다.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정부지출이 감소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아프거나 은퇴하거나 실직했을 때 자력으로 먹고 살아야 함을 의미한다는 점을 유럽인들이 알고 있는 것이다. 정책결정자들이 국민적 희생의 필요성을 경시하는 프랑스의 경우는 지출이 약간 늘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이탈리아 등 여타 유럽 국가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유로존의 소비자 지출 성장률은 평년 2.5%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리먼 브러더스의 유럽 경제 전문가 마이클 딕스는 지적한다. 일본과 한국의 경우 성장은 수출에 의해 주도되며, 일본의 소비는 지난 10년간 간헐적으로 있었던 소규모 회복기 때보다도 적다. 또 일본의 소비는 현직 근로자보다는 은퇴자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어 지속될 가능성이 없다.
이런 암울한 전망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 무역적자 폭의 확대(예상치보다 1백억달러나 많은 5백50억달러)는 수출이 내수를 대체해 성장엔진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비판자들은 그린스펀이 유가 인상 탓을 하는 것은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는 바람에 은행빚을 많이 지게 된 소비자들이 경기 회복기에도 지출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라고 지적한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경제전문가 마크 페이버는 “경기침체의 일반적인 목표는 활황기 때 발생한 ‘과잉 부분’을 시스템으로부터 제거하는 데 있다. 그러나 2000년과 지금 사이에서는 그런 기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970년대 이래 보이지 않았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이 혼합된 상태)의 재현을 우려한다. 미국의 성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치솟는 유가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메릴 린치의 데이비드 바우어스는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이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회복 가능성에 회의적이며 “스태그플레이션 환경에서 볼 수 있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그들은 에너지 기업 같은 유가인상 수혜주들을 선호하고 유가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유통업체 주식들을 피한다. 소비 침체의 긍정적인 면을 보는 비관론자들도 있다. 미국 가계 지출의 감소가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세계 경제 질서(많은 나라들이 대미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불균형 상태)의 재편을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시각이다.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는 국민총생산(GNP)의 5%도 넘는다.
이를 좀더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이 저축을 늘릴 필요가 있으나 이는 사실상 또다른 경기침체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혹은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미 재무부 채권을 매입해 미국 정부에 자금을 제공하는 현상(이는 달러가치의 추가 하락을 촉진할 것이다)을 중단시킬 필요가 있다. 사실 최근의 새로운 비관론은 바로 그 점을 예측하고 있다. 페이버는 “이같은 불균형은 언젠가 시정될 것이지만 그런 작업이 위기를 통해 나타날까 걱정된다”고 말한다. 그러니 미국 소비자들은 세계 경제의 구원이 지출을 시작하는 것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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