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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리눅스 허물기’ 본격 시동

MS‘리눅스 허물기’ 본격 시동

MS는 리눅스를 애써 무시해 왔다. 하지만 MS의 마틴 테일러는 리눅스를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리눅스 바람을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틴 테일러(Martin Taylor ·34)는 회의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지난 6월에는 워싱턴주 레드먼드 본사에서 프랑스 제약업체 아벤티스(Aventis) 인사들을 접견했다. 아벤티스는 MS의 운용체계(OS)가 아닌 무료 리눅스(Linux) 기반 OS로 구동되는 자사 컴퓨터들을 통합해 왔다. 아벤티스의 고성능 컴퓨터들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단백질을 분석한다. 테일러는 당시 “리눅스가 정말 대단하다”고 추켜세웠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MS는 같은 주에 아벤티스가 구축한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과 똑같은 윈도 신버전 개발안을 발표했다.

테일러는 “몇 달 뒤 아벤티스에 가서 MS 신제품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일러는 MS에서 최고의 리눅스 전략가로 통한다. 그는 공개소스 프로그래밍 세미나에 단골 연사로 등장한다. 공개소스란 누구든 기본 소스코드를 점검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이와 달리 MS의 소프트웨어 소스는 오랫동안 철저히 보호돼 왔다. 테일러는 웹에서 리눅스 뉴스그룹을 날마다 훑으며 실리콘밸리의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투자자들에게 전화하기도 한다.

컴퓨터업계는 테일러를 호평한다. 그가 솔직하고 괜찮은 인물인 데다 리눅스를 더 잘 이해하려 애쓰는 것도 리눅스를 무찌르기 위해서다. 2001년 MS의 CEO 스티브 발머(Steve Ballmer)는 리눅스를 ‘암’에 비유했다. 하지만 테일러는 “리눅스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며 “리눅스를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S는 호전적인 폭군에서 성숙한 기업 시민으로 힘든 변신을 시도해 왔다.

최근 320억 달러를 현금으로 배당하고 스톡옵션 프로그램도 중단한 데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 애플 컴퓨터, 연방 ·주 당국과 오랫동안 끌어온 갈등까지 해결했다. 리눅스에 접근하는 방법 역시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리눅스는 성격이 다르다. 타도해야 할 경쟁기업이 아니라 정보기술(IT) 업계로부터 후원받는 일종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IBM은 공개소스 소프트웨어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대표적인 리눅스 배포업체 레드햇(Red Hat)과 노벨(Novell)도 후원한다. 무료 소프트웨어에서도 매출은 발생한다. 리눅스 지원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오라클(Oracle)의 개발자 대다수가 리눅스로 코딩한다. 벤처펀드는 공개소스와 관련된 수십 개 기업을 탄생시키고 있다. 이들 기업은 e메일 보안과 모바일 소프트웨어와 같은 MS의 새로운 성장영역을 잠식할 태세다. IBM ·휼렛패커드 (HP) ·델은 현재 리눅스 아니면 윈도가 탑재된 컴퓨터를 판매한다. PC 시대 개막 이래 MS 진영에 서 왔던 인텔(Intel)조차 펜티엄 프로세서에서 구동되는 리눅스를 지원한다.

MS는 마침내 리눅스라는 호적수와 맞닥뜨리게 됐다.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리눅스가 MS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5월 발머는 임원들과 가진 사적 모임에서 MS의 순이익이 지난 6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주가는 그때나 지금이나 29달러에 머물고 있다고 투덜댔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의 소프트웨어 애널리스트 리처드 셜런드는 “리눅스가 MS에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다”며 “레드햇이 실적을 발표할 때마다 MS가 타격을 입는 듯하다”고 전했다.

상황이 그리 암울한 것은 아니다. 올해 들어 MS의 매출은 14% 늘어 368억4,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리눅스는 MS의 더 큰 기회를 앗아가고 있을 따름이다. 윈도를 사용하는 기업 가운데 리눅스로 전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 ·HP ·IBM이 제공하는 유닉스(Unix)에서 리눅스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리눅스는 서버 소프트웨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데다 MS의 데스크톱 독점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2년 뒤 리눅스 서버 매출이 22억 달러로, MS가 25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눅스가 언젠가 가정용 PC에도 탑재될 수 있다. 현재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리눅스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 학교와 미국 밖에 국한된 것이다. 하지만 애플보다는 높은 점유율이다. 노벨은 자사 직원들 PC에 리눅스를 깔고 18개 고객업체와 시험운영 계약도 체결했다.

테일러는 리눅스와 치르는 전쟁에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고 즐겨 말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과거 리눅스가 MS에 먹구름으로 다가왔다면 지금은 레드 ·노벨 ·IBM이 암운으로 다가오고 있다. MS는 경쟁에 이골이 나 있다. 노벨이 독일의 리눅스 배포업체 수세(SuSe)를 인수했을 때 나는 환호했다. MS는 노벨에 한 차례 승리한 셈이다.”

테일러는 리눅스를 제압하기 위해 MS에서 정보 ·관계 네트워크도 구축 중이다. 테일러의 공격은 MS 제국에서 다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제품개발 ·마케팅 ·영업은 물론 고객을 상대로 한 시연에서도 이뤄지는 것이다. MS가 시연하는 건물에서 테일러는 500대 서버 가운데 50대를 리눅스로 구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테일러가 보인 가장 큰 움직임은 정보 캠페인이다. 세계 29개 거점에서 테일러의 반(反)리눅스 메시지가 MS 영업인력에 전달되고 고객의 반응도 수집한다. 테일러는 “리눅스의 기습 공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이 이기고 무엇이 패할 일인지 잘 안다”고 말했다.

MS는 지난 1년 동안 리눅스와 자사 제품을 비교하는 13개 연구에 자금도 지원했다.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연구결과 모두 MS에 유리하게 나왔다. 이번 연구결과들은 ‘사실을 제대로 알자(Get the Facts)’라는 광고에 많이 인용됐다. 리눅스가 보안갻메일 같은 핵심 영역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 MS는 답을 이미 갖고 있다. 테일러는 ‘운전 중 듣는 CD’를 분기마다 제작한다. MS 소프트웨어 판매업자들이 고객을 방문하러 가는 동안 설교 테이프처럼 들을 수 있게 한 교육용이다. 테일러는 MS 영업사원들이 리눅스 전문가 인증 자격시험을 치르도록 조치했다.

“종교가 아닌 사실에 근거해 결정해야 한다. 흔히들 ‘이건 MS가 아닌데, MS라면 더 나을 텐데’라고 말한다. MS에는 없지만 리눅스에 있는 게 과연 무엇인가.” 테일러가 자신 있게 되묻는 말이다.
테일러의 전략은 비아콤(Viacom) 산하 흑자 엔터테인먼트 자회사인 BET를 비롯한 고객업체들에 먹혀들고 있다.

BET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나바로 라이트(Navarrow Wright)는 MS가 건네준 데이터를 검토했다. 그 뒤 자사 웹 사이트를 선 시스템에서 MS 시스템으로 바꿨다. 하지만 일부 MS 소프트웨어 판매업자는 이번 연구결과에 신경 쓰지 않는다. 광대역 장비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업체인 ADC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제이미 앤더슨(Jamey Anderson)도 “연구자금을 누가 지원했는지 정확히 모르면 연구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MS는 리눅스 잠재 고객들 사이에 불확실성과 의혹을 적극적으로 심고 있다. 공개소스 소프트웨어 뒤에서 누군가 지적재산권을 거머쥐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5월 MS는 유타주의 중소기업 SCO로부터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2,100만 달러에 매입했다. SCO는 IBM에 10억 달러 상당의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한 리눅스 제품에 코드를 제공해 자사의 유닉스 저작권이 침해됐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벤처캐피털리스트들 모임에서 발머는 MS가 리눅스에 대해 지적재산권을 소유하고 있다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그리고 자사의 특허권 침해로 제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S는 이를 부인하며 제소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윈도 그룹 책임자 제임스 올친(James Allchin)은 리눅스를 싸구려 복제품이라고 비난했다. “여전히 혁신은 없고 기존 기술만 복제한다”는 것이다. 그는 2007년 발매할 윈도 신버전의 새로운 특징들을 언급했다. 신버전은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가운데 원격으로 PC를 켜거나 끌 수 있다. 검색범위가 e메일 ·사진 ·워드(Word) 같은 모든 데이터로 확대된다.

MS는 서버 소프트웨어와 기업용 오피스(Office)를 리베이트로 최고 6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조사업체 양키 그룹(Yankee Group)의 애널리스트 로라 디디오는 “MS가 기꺼이 할인해준다”고 귀띔했다. MS는 가격에 민감한 시장에서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판매할지 고심하고 있다. 미국 밖에서 MSN의 프리미엄 핫메일(Hotmail)과 유사한 선불 웹 서비스로 오피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과거 태국의 고객들은 PC 소프트웨어 값을 미국의 소비자와 비슷하게 지불했다. 그러나 요즘 MS는 태국에서 저가판 윈도를 실험하고 있다. MS의 세계 판매 총책 케빈 존슨(Kevin Johnson)은 “가격에 관한 한 예나 지금이나 유연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발머의 보좌관으로 2년 근무한 테일러는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대학 졸업 이래 줄곧 MS에 몸담았다. 테일러는 최근 작성된 연구보고서를 건네받았다. MS가 공개소스 코드에 너무 감정적인 편견이 있는데다 MS 브랜드를 둘러싼 고객의 불신에 둔감하다는 내용이다. 테일러는 연구보고서를 읽은 소감을 이렇게 피력했다. “그야말로 MS에 대한 경종이다. 워드퍼펙트(WordPerfect) 시절 이래 처음으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리눅스를 좀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테일러는 MS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노벨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노벨이 호기를 포착했다”고 분석했다. 노벨은 두 번의 기업인수로 서버 OS, 데스크톱 ·관리 소프트웨어 등 많은 리눅스 기반 소프트웨어를 축적했다. 노벨은 처음 끌어들인 리눅스 고객의 경우 일반 커미션에 최고 15%를 덤으로 얹어 소프트웨어 판매업자에게 지급한다.

지난 7월 테일러는 리눅스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10여 명의 노벨 소프트웨어 판매업자와 4시간 동안 함께 식사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MS의 서버 제품도 판매하기로 계약했다. “몇 년 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앞으로 리눅스가 아니라도 다른 그 무엇이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MS는 이를 수용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테일러가 갖고 있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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