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프로슈머 마케팅’ 확산… “가장 훌륭한 컨설턴트는 바로 고객”
IT업계 ‘프로슈머 마케팅’ 확산… “가장 훌륭한 컨설턴트는 바로 고객”
‘소비자가 곧 생산자’인 시대 프로슈머가 IT업계의 중요한 마케팅 정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프로슈머란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 소비자가 기업의 유통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생산적 소비자 역할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IT업계에 프로슈머 마케팅이 도입된 것은 오래됐지만 그동안 특정 상품이 출시될 경우 체험단을 모집하는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벤처들도 ‘고객 컨설턴트’ 형식의 프로슈머 정책을 확대하면서 고객참여 경영이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많게는 1만여명의 체험단을 모집하며 ‘체험마케팅’을 실시했던 삼성전자는 최근 주부와 대학생으로 이뤄진 ‘모니터링·아이디어그룹’을 운영한다. 각각 40명으로 이뤄진 이 그룹은 월 1회 정례회의를 통해 삼성전자가 제시한 프로젝트 수행 결과물을 제출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삼성전자는 이를 제품과 마케팅 정책에 반영하는 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의 니즈를 찾기 위한 프로슈머 기능을 하는 고객마케터”라고 이 조직을 설명했다. LG전자는 상시적으로 신제품 출시 후 대략 1,000∼2,000명 규모의 고객평가단을 모집한다. 선정은 신청자의 지역별·연령대별 안배를 통해 이뤄진다. 활동기간은 통상 3개월 안팎. 평가단에는 공장도가 대비 20∼30% 싼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통상 운용되는 체험단 수준을 넘어 고객 제안을 보다 강화한 방식이다. 네티즌도 아이템을 팔게 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피드 011 레인보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SK텔레콤의 고객 서비스 정책을 포괄하는 브랜드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 중 011 ‘고객 컨설턴트’는 팅(Tin g)·티티엘(TTL)·유토(UTO)·카라(CARA) 등 SK텔레콤의 상품 브랜드별로 500명씩 총 2,000명의 고객들을 각 서비스별 컨설턴트로 위촉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와 개선점·제안 등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1기, 이번 올 1월부터 6월까지 2기 컨설턴트가 활동했다. TV광고를 통해 잘 알려진 일종의 프로슈머 정책이다. SK텔레콤은 모바일게임 등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출시될 때에도 한시적으로 고객평가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업계에서도 프로슈머 정책이 확산될 전망이다. 온라인·모바일 게임 업계는 게임 출시 전 전문가 그룹과 일반그룹에 베타버전을 배포해 제품에 완벽을 기하는 것이 일반화된 상태다. 국내 H사가 개발한 레이싱게임의 경우 거의 1년 넘게 베타버전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고객 테스트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결함 또는 서비스 보완이 이뤄졌다는 것이 H사 관계자의 얘기다. 게임빌·컴투스 등 선두 모바일 게임업체들도 고객들로부터 콘텐츠 구상을 제안받거나 제품 출시 전 고객 체험단을 운영하는 등 프로슈머 마케팅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니홈피·블로그 등에서 일방적인 아이템 판매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발이 심해지면서 네이버·싸이월드 등 일부 업체들이 “아이템 판매를 마켓플레이스 식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즉 해당 업체가 개발한 아이템만을 네티즌들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도 직접 미니홈피용 아이템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 이 경우에는 ‘마케팅 차원의 생산자적 역할’ 수준이 아닌 ‘생산자 겸 소비자’가 된다는 점에서 진정한 의미의 프로슈머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얼리어댑터는 ‘귀하신 몸’ 얼리어댑터나 DIY족을 활용한 프로슈머 마케팅도 확산 추세다. 얼리어댑터는 첨단 신제품을 신속히 받아들이는 매니어들을 일컫고, DIY(Do It Yourself)족은 반제품을 통해 스스로 완제품을 조립·가공하는 중간 생산자적 성격의 소비자를 말한다. IT 업계는 특정 제품을 출시하기 전이나 직후 얼리어댑터 그룹을 통해 먼저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관행이 될 정도로 얼리어댑터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얼리어댑터들이 운용하는 몇몇 사이트에는 휴대폰·PDA·MP3·PC 업계 등이 무료로 제품을 제공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 경우 단순히 ‘제품에 대한 구전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것을 넘어 제품에 대한 장단점을 피드백받아 제품 개발이나 보완에 반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모니터·노트북·휴대폰 등을 직접 DIY하거나 튜닝해 쓰는 소비자가 늘면서 DIY족을 겨냥한 마케팅도 점차 늘고 있다. 인텔코리아가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DIY 행사’가 좋은 예다. 이 행사는 PC DIY족을 겨냥해 인텔에서 새로 개발한 고성능 CPU(인텔P4 P530 프로세서)와 통합 마더보드(주기판)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 데스탑과 노트북 조립을 위한 마더보드(주기판) 판매가 월 6만장에 이를 만큼 DIY족이 늘고 있다는 데 착안한 마케팅이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소비자들과의 관계 구축과 의견 수렴을 시도하고 있고, 기업으로서는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고 구전 마케팅·고객 충성도 등의 효과도 노릴 수 있어 프로슈머 마케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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