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천국 ‘아, 대한민국’
온라인 게임 천국 ‘아, 대한민국’
"그때는 온라인 컴퓨터 게임 없이도 잘 놀았다." 심기수(36)씨는 동네 공터에서 뛰놀며 구슬치기·술래잡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하지만 심씨와는 달리 딸 예린(9)은 여러 가지 컴퓨터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 있다. 예린이가 바라는 것은 아버지가 보다 많은 게임 시간을 허락해주는 일뿐이다.
심씨는 그나마 게임을 즐기는 요즘 아이들을 잘 이해하는 아버지에 속한다.
무조건 컴퓨터 앞에서 아이들을 떼놓으려 하는 다른 부모들과는 달리 그가 허락한 게임의 경우 일정 시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심씨는 예린이가 숙제·학원 등 할 일을 마친 경우 1시간 정도 게임을 허락하고 있다.
이 규칙이나 게임 시간을 어길 시 예린이가 좋아하는 과일 간식을 주지 않는 게 벌칙이다. 예린이가 규칙을 잘 따라주고 있기에 부녀간 평화로운 관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심씨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는 넋두리까지 했다.
최근 그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 8월 대구에서 열린 가족 게임대회에 참가해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란 종목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심씨는 어린 딸이 오락에 열중하는 모습이 불안하지만 무조건 못하게 말리는 비현실적인 방법보다는 함께 참여하는 것이 그나마 딸과 대화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기에 대회까지 참가한 것이다. 요즘도 심씨는 가끔씩 딸과 함께 게임을 하며 놀아주고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걸 느끼는 건 비단 심씨뿐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 온라인 게임산업의 성장은 하루가 다르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이런 현상은 한국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고 또 전세계 게임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있는 가운데 나타난 독보적인 현상이기에 더 주시되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온라인 게임시장은 2년 연속 65%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2003년에는 온라인 업체들의 해외 진출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게임은 전체 게임 수출액 1억8천1백54만달러의 80%인 1억5천1백22만달러를 차지하며 한국 게임시장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은 2004년에도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과 신규 게임 출시로 45% 성장한 1조9백35억원 규모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급격한 성장은 2000년대부터 늘어난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온라인 게임의 지속적인 발전과 더불어 네트워크 기능 및 기기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짐에 따라 크게 늘어난 인터넷 인구가 온라인 게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용자 증가는 온라인 게임업체의 수입 증가로 연결되며 더욱 정교한 게임 개발의 촉매가 됐다.
이 같은 성장은 2004년 들어 디지털 문화의 발전과 함께 홈 네트워킹, 즉 유비쿼터스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하며 더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이미 한국 온라인 게임은 세계 정상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문화산업”이라고 평하며 “개발자와 투자자 사이의 관계 정립과 정부의 정책 보조가 조금만 더 뒤따라 준다면 한국의 대표적 문화산업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국의 대표적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개발·보급한 NC소프트를 보면 온라인 게임산업의 성장을 더 쉽게 알 수 있다. 98년 출시된 리니지는 “게임은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6년간 5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온라인 게임산업의 문을 열었다. 97년 11억원의 자본과 20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NC소프트의 현재 사원 수는 5백50명, 시가 총액은 무려 1조5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총액은 9월 기준으로 5천4백35억원으로 상장회사 전체 주식 부자 순위 5위를 차지했다. 김대표는 지난해 인터넷 부호 5인방 중 3위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2위인 이재웅 다음 커뮤니케이션 대표의 5배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독보적 인터넷 부호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뒷골목 오락실에서나 하던 게임을 당당한 산업의 대열에 올려 놓았을 뿐 아니라 자신도 대한민국 최고 부자 대열에 명함을 내밀어 놓은 것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시각을 바꿔 놓았다는 평에 대해 김대표는 “인적 자원만 풍부한 한국에서 게임산업 진출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며 “늦게나마 사람들이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업이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상장·등록 업체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비IT 산업을 가리지 않고 ‘게임산업 진출’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시스템 통합업체 아이콜스는 이수영 전 웹젠 사장을 영입하며 게임 주력 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텐트 제조 전문 업체인 경조산업, 대구 도시가스공사, 철골구조 전문 업체 신한TS 등 비IT 기업들도 최근 온라인 게임산업에 진출했다. 경조산업의 경우 지난 7월 온라인 게임업체 조이온의 지분 47%를 인수, 최대 주주가 됐다. 조이온은 9월에만 호주·중국에 1백만달러와 60만달러 상당의 온라인 게임을 수출하며 경조산업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경조산업은 10월 4일부터는 아예 ‘KJ온라인‘이라는 회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이처럼 온라인 게임산업에 진출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기술투자의 최범진 이사는 “적은 자본을 투자하고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전망 좋은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인수비용이 적고 절차가 다른 사업에 비해 간단한 게임업체 인수의 특성에 대해 말했다. 또한 게임업체들은 기술과 인력의 인프라가 탄탄한데다 해외 진출의 노하우까지 있어 이들 업체 인수를 위한 투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IT업체의 진출에 대해서는 산업 공동화 현상을 지적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게임산업에 진출한 한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인수·합병(M&A)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동종·유사사업 투자를 검토했지만 우리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투자처를 찾기 힘들었다”면서 “20억원을 투자해서 경쟁력 있는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에 시행착오를 무릅쓰고 진출을 결정했다”고 털어 놓았다.
온라인 게임산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자 인력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에 의하면 2003년 말 2천54개였던 게임업체가 올해에는 1백20개 업체와 1만1천3백명의 인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자 이를 육성하는 대학·고등학교 등 교육기관도 늘고 있다. 2000년 이후에만 17개의 4년제 대학과 33개의 2년제 대학에 게임 관련 학과가 생겼고 4개의 고등학교와 13개의 사이버 대학이 신설됐다. 하지만 한 게임회사의 간부는 학원 교육 내용과 과정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 게임 디자인이나 프로그램을 전공한 사람을 고용해도 회사에서 재교육시켜야 한다며 그는 “교육이 현실에서 너무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렇듯 국내 온라인 게임은 호황을 누리며 계속 성장해왔지만 누구나 성공한 것은 아니다. 울티마 온라인·심즈 온라인 등 해외의 대작 온라인 게임들은 국내 시장 진출에 실패했다.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해 국내 온라인 게임에 밀려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이다. 최근 해외 유명 게임업체들은 한국 업체와 합작을 통해 간접적으로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한·일 합작을 통한 게임이나 국내 개발사에 의해 개발된 게임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이버시스템’과 한국의 윈디소프트가 공동 개발한 ‘겟앰프트’의 경우 동시 접속자 수 5만명에 월 1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 게임의 세계 진출은 매우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경우 아시아·유럽·호주·미국 등 세계 21개국에 진출해 전세계 2천8백만 사용자를 확보했다. 라그나로크의 개발 보급사인 그라비티는 해외 진출의 성공으로 지난해에는 2002년 대비 5백20%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올린 3백72억원의 매출 대부분을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동시 접속 9만명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라그나로크는 지난 4월부터 ‘TV 도쿄’에서 만화영화로도 방영되는 등 캐릭터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 여론기관에서 서울지역 초등학생 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99%가 알고 있으며, 95%가 게임을 해본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초등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넥슨의 ‘크레이지아케이드 BnB’도 해외 시장에 성공적인 진출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아시아에 진출하고 있는 ‘BnB’는 얼마 전 한국·중국·대만에서 각각 35만명·55만명·10만명 등 총 1백만명의 동시 접속을 기록, 기네스북에 게임 동시 접속 부문 세계신기록을 신청하고 있는 상태다.
넥슨의 대표이사인 서원일(27)씨는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해 “국내 게임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필수”라고 말한다. 서대표는 게임산업의 특성을 ‘원소스 멀티유즈’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파생 상품의 수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BnB의 메인 캐릭터 ‘배찌’는 중국에서 ‘바오바오’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넥슨은 캐릭터를 이용한 인형·학용품·티셔츠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매월 일정 사용료를 내고 게임을 이용하는 리니지·라그나로크와 달리 BnB는 무료 게임이기 때문에 캐릭터 개발을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리니지나 BnB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매출을 올리는 게임도 있다. 무료 게임이지만 게임 캐릭터를 아바타처럼 키우는 게임이다. 게임 캐릭터를 위한 아이템 판매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위젯에서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 중인 ‘메이플 스토리’가 그 대표적인 게임이다. 총 회원수 7백40만명, 동시 접속자 17만명을 자랑하는 메이플 스토리의 월 매출은 평균 20억원 수준이다.
3D도 아닌 단면적인 2D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에는 단순한 게임 전개와 키보드 조작 등 쉬운 게임 진행 방식과 자신의 아비타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에 있다. 위젯의 안종혁 게임기획팀장은 “엽기발랄한 컨셉트로 메인 캐릭터를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무심한 표정의 3등신 캐릭터에 엽기적인 아이템을 착용시키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 수많은 이용자의 지갑을 열게 만든 것이다. 위젯의 한 프로그래머는 “온 세상 어린이를 ‘게임 폐인’으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메이플 스토리도 국내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산업은 지금까지는 빠른 성장으로 3년만에 세계 온라인 게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 위치에 만족하며 안주한다면 순식간에 밀려날 것이라고 게임 관련 종사자들은 말한다. 해외 메이저 게임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과 한국내 아이템 사기 및 게임 중독문제 등 국내외의 많은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황민철 상명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과 기업체의 기술 개발 등 더욱 공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만이 나갈 길”이라고 진단한다.
과연 전세계 어린이를 ‘게임 폐인’으로 만들겠다는 한 온라인 게임 프로그래머의 위험한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만일 수년 후 한국산 온라인 게임 때문에 세계 곳곳에 게임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아동상담센터가 생겨 있다면 그의 꿈은 불길한 현실이 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프/CK2215b
제목: 2003년 국내 게임시장 동향
2003년 한국 게임시장의 특성은 2년 연속 65% 이상 성장한 온라인 게임의 독주 속에 40% 성장을 기록한 모바일·비디오 게임의 강세와 -40%와 -20%대의 매출 성장을 보인 PC·아케이드 게임의 하락이다. 게임 무역수지는 PS2와 X박스의 수입이 급증했던 2002년에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온라인 게임 위주의 수출을 통해 지난해에는 흑자로 돌아섰다. 2004년에는 45% 이상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0대의 95% 이상이 게임을 해보았다는 사실은 잠재 시장의 규모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한국이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열성적인 사용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박스/CK2215c/게임중독/1000/조용탁
제목: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
부제: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대화를 통해 자신이 조절할 수 있게 도와야
최근 자녀들이 과도하게 게임에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컴퓨터 게임이 아이들의 주요 놀이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중독’을 두려워해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자녀와 보다 많은 대화를 가지며 게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최근 초등학생 4·5·6학년생과 학부모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인터넷 사용 실태 조사를 위한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자녀의 게임 중독 성향은 부모가 권위주의적일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의 이수진 선임연구원은 “아이들의 중독 현상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는 무관했고 부모와 대화 시간이 적을수록 높아졌다”면서 가족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씨는 “많은 부모들이 게임 때문에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만 걱정한다”고 꼬집으며 게임을 취미로 인정해주고 어떻게 게임을 할 것인가 대화하는 것이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일 자녀가 하루 1시간, 주말은 3시간 이상 게임에 몰두해 있거나 컴퓨터 앞에서 군것질이나 식사를 하고, 심지어 취침 시간을 넘기는 경우 게임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시간 조절을 못하며 생활 부적응이나 갈등이 지속될 경우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자녀의 컴퓨터 사용 시간과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고 어디서나 정보 교환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오늘날 온라인 게임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 때문에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자녀들을 이해하고 함께 사용하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CK2214d/프로게이머/2200/조용탁
제목: 억대 프로게이머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워
가제: 화려한 모습에 도전생들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1승조차 만만치 않아
조용탁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부산이 고향인 윤상민(20)씨는 프로게임단에 합류한지 10개월된 프로게이머 도전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TV를 통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간의 화려한 경기를 본 이후 프로게이머를 향한 꿈을 키워왔다. 시간이 날 때마다 게임 연습을 해온 결과 주위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든 고수로 성장하며 인터넷에서도 제법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그에게 기회가 왔다. 윤씨의 재능을 눈여겨본 한 프로게이머가 자신이 속한 프로팀에 그를 추천한 것이다.
평소 공부보다 게임에 열중하는 아들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던 윤씨의 아버지는 서울에 있는 프로게임단에 입단하겠다는 윤씨에게 “프로게이머는 미래가 없는 직업”이라면서 강력 반대했다. 하지만 윤씨는 “더 잘할 수 있으니 걱정하시지 마라”며 아버지를 설득한 다음 꿈에 부풀어 상경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 10개월간 참가한 여러 스타리그에서 예선 통과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윤씨는 “연초 있었던 게임리그들의 예선 경기에서 전부 탈락한 다음에는 좌절감과 수치심에 고개도 들기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윤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성적뿐만이 아니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성적이 곧 수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윤씨의 경우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다. 아버지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힘들다.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게이머로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2004년 3월 기준으로 한국 e-Sports협회에 등록된 프로게이머는 1백94명이다. 윤씨와 같이 프로게이머를 희망하며 활동하고 있는 연습생 게이머의 수는 2004년 3월 기준으로 1백26명. 2003년 5월의 72명에서 75% 증가한 것이다. 최근 프로게이머를 희망하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연초 모게임단에서 주최한 프로게이머 공개 모집에는 4천명의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TV를 통해 각종 게임리그가 방영되며 게이머들의 인기가 높아지자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도 나오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마음껏 하면서 부와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되자 프로게이머는 중·고생 사이에서 최고 인기 직업의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
인기 프로게이머 임요환(25)씨의 경우 팬클럽 회원만 40만명에 달하고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른 임씨도 프로게이머가 즐거운 직업이냐는 점에는 난색을 표한다. 임씨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매일 12시간 이상 연습한다. 심지어 지난 수개월간은 매일 연습하느라 햇빛도 못보고 살고 있다”면서 프로게이머의 고된 삶에 대해 말한다. 양쪽 모두 1.5이던 시력이 2년만에 0.1로 떨어진 것을 보면 그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임씨는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화려한 면만을 기대한다면 금방 좌절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이들이 프로게이머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공인 게임대회에서 연 2회 이상 예선을 통과하고 문화관광부에서 주관하는 프로게이머 소양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수백명의 쟁쟁한 게이머들과 경쟁을 통해 수십명만이 겨루는 본선에 진출해야 하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억대 연봉 프로게이머는 임씨 외에 이윤열·홍진호·강민씨 등 4명. 그 외에 대기업에서 후원하는 게임단 소속 게이머의 경우 평균 3천만원에서 6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다. 연봉 외에 프로게이머가 올릴 수 있는 수입은 게임대회 우승이다. 투나SG에 소속된 이윤열씨의 경우 지난해 게임대회 우승 상금 6천만원을 획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소속 게임단이나 무소속의 경우 게임대회 입상 전에는 거의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15개 프로게임단의 대부분이 영세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십억원의 운영비를 사용하는 게임단과 1억원대의 운영비 마련도 버거워하는 게임단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e-Sports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를 “과도기적인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보다 많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 안정적인 게임리그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상민씨는 그동안의 수많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한다. 지금 윤씨는 다른 프로게이머들처럼 자신이 억대 연봉의 게이머가 될 수 있을지, 혹은 고향 친구들이 자신의 모습을 TV를 통해 볼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을 가질 만큼 여유가 없다. 오로지 1승에 목말라하는 윤씨는 “적어도 자신과의 싸움에서만은 이기고 싶다”는 열망을 안고 지금도 키보드 앞에 앉아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씨는 그나마 게임을 즐기는 요즘 아이들을 잘 이해하는 아버지에 속한다.
무조건 컴퓨터 앞에서 아이들을 떼놓으려 하는 다른 부모들과는 달리 그가 허락한 게임의 경우 일정 시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심씨는 예린이가 숙제·학원 등 할 일을 마친 경우 1시간 정도 게임을 허락하고 있다.
이 규칙이나 게임 시간을 어길 시 예린이가 좋아하는 과일 간식을 주지 않는 게 벌칙이다. 예린이가 규칙을 잘 따라주고 있기에 부녀간 평화로운 관계가 유지되고 있지만 심씨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는 넋두리까지 했다.
최근 그는 딸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 8월 대구에서 열린 가족 게임대회에 참가해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란 종목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심씨는 어린 딸이 오락에 열중하는 모습이 불안하지만 무조건 못하게 말리는 비현실적인 방법보다는 함께 참여하는 것이 그나마 딸과 대화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했기에 대회까지 참가한 것이다. 요즘도 심씨는 가끔씩 딸과 함께 게임을 하며 놀아주고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한국 사회가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걸 느끼는 건 비단 심씨뿐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 온라인 게임산업의 성장은 하루가 다르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이런 현상은 한국 경제가 극심한 불황에 빠져 있고 또 전세계 게임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있는 가운데 나타난 독보적인 현상이기에 더 주시되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온라인 게임시장은 2년 연속 65%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2003년에는 온라인 업체들의 해외 진출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게임은 전체 게임 수출액 1억8천1백54만달러의 80%인 1억5천1백22만달러를 차지하며 한국 게임시장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은 2004년에도 적극적인 해외 시장 개척과 신규 게임 출시로 45% 성장한 1조9백35억원 규모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급격한 성장은 2000년대부터 늘어난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온라인 게임의 지속적인 발전과 더불어 네트워크 기능 및 기기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짐에 따라 크게 늘어난 인터넷 인구가 온라인 게임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용자 증가는 온라인 게임업체의 수입 증가로 연결되며 더욱 정교한 게임 개발의 촉매가 됐다.
이 같은 성장은 2004년 들어 디지털 문화의 발전과 함께 홈 네트워킹, 즉 유비쿼터스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하며 더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한 관계자는 “이미 한국 온라인 게임은 세계 정상의 기술력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문화산업”이라고 평하며 “개발자와 투자자 사이의 관계 정립과 정부의 정책 보조가 조금만 더 뒤따라 준다면 한국의 대표적 문화산업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한국의 대표적 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개발·보급한 NC소프트를 보면 온라인 게임산업의 성장을 더 쉽게 알 수 있다. 98년 출시된 리니지는 “게임은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6년간 5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온라인 게임산업의 문을 열었다. 97년 11억원의 자본과 20명의 인원으로 시작한 NC소프트의 현재 사원 수는 5백50명, 시가 총액은 무려 1조5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총액은 9월 기준으로 5천4백35억원으로 상장회사 전체 주식 부자 순위 5위를 차지했다. 김대표는 지난해 인터넷 부호 5인방 중 3위에 머물렀으나 이제는 2위인 이재웅 다음 커뮤니케이션 대표의 5배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독보적 인터넷 부호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뒷골목 오락실에서나 하던 게임을 당당한 산업의 대열에 올려 놓았을 뿐 아니라 자신도 대한민국 최고 부자 대열에 명함을 내밀어 놓은 것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시각을 바꿔 놓았다는 평에 대해 김대표는 “인적 자원만 풍부한 한국에서 게임산업 진출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며 “늦게나마 사람들이 게임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업이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상장·등록 업체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비IT 산업을 가리지 않고 ‘게임산업 진출’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시스템 통합업체 아이콜스는 이수영 전 웹젠 사장을 영입하며 게임 주력 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텐트 제조 전문 업체인 경조산업, 대구 도시가스공사, 철골구조 전문 업체 신한TS 등 비IT 기업들도 최근 온라인 게임산업에 진출했다. 경조산업의 경우 지난 7월 온라인 게임업체 조이온의 지분 47%를 인수, 최대 주주가 됐다. 조이온은 9월에만 호주·중국에 1백만달러와 60만달러 상당의 온라인 게임을 수출하며 경조산업의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경조산업은 10월 4일부터는 아예 ‘KJ온라인‘이라는 회사명을 사용하고 있다.
많은 업체들이 이처럼 온라인 게임산업에 진출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기술투자의 최범진 이사는 “적은 자본을 투자하고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전망 좋은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인수비용이 적고 절차가 다른 사업에 비해 간단한 게임업체 인수의 특성에 대해 말했다. 또한 게임업체들은 기술과 인력의 인프라가 탄탄한데다 해외 진출의 노하우까지 있어 이들 업체 인수를 위한 투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IT업체의 진출에 대해서는 산업 공동화 현상을 지적하며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게임산업에 진출한 한 제조업체의 관계자는 “인수·합병(M&A)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동종·유사사업 투자를 검토했지만 우리 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투자처를 찾기 힘들었다”면서 “20억원을 투자해서 경쟁력 있는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에 시행착오를 무릅쓰고 진출을 결정했다”고 털어 놓았다.
온라인 게임산업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자 인력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에 의하면 2003년 말 2천54개였던 게임업체가 올해에는 1백20개 업체와 1만1천3백명의 인력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자 이를 육성하는 대학·고등학교 등 교육기관도 늘고 있다. 2000년 이후에만 17개의 4년제 대학과 33개의 2년제 대학에 게임 관련 학과가 생겼고 4개의 고등학교와 13개의 사이버 대학이 신설됐다. 하지만 한 게임회사의 간부는 학원 교육 내용과 과정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대학에서 게임 디자인이나 프로그램을 전공한 사람을 고용해도 회사에서 재교육시켜야 한다며 그는 “교육이 현실에서 너무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이렇듯 국내 온라인 게임은 호황을 누리며 계속 성장해왔지만 누구나 성공한 것은 아니다. 울티마 온라인·심즈 온라인 등 해외의 대작 온라인 게임들은 국내 시장 진출에 실패했다. 기술력은 뛰어났지만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해 국내 온라인 게임에 밀려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것이다. 최근 해외 유명 게임업체들은 한국 업체와 합작을 통해 간접적으로 한국에 진출하고 있다. 한·일 합작을 통한 게임이나 국내 개발사에 의해 개발된 게임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사이버시스템’과 한국의 윈디소프트가 공동 개발한 ‘겟앰프트’의 경우 동시 접속자 수 5만명에 월 1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 게임의 세계 진출은 매우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경우 아시아·유럽·호주·미국 등 세계 21개국에 진출해 전세계 2천8백만 사용자를 확보했다. 라그나로크의 개발 보급사인 그라비티는 해외 진출의 성공으로 지난해에는 2002년 대비 5백20%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올린 3백72억원의 매출 대부분을 해외에서 거둬들이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동시 접속 9만명을 기록하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라그나로크는 지난 4월부터 ‘TV 도쿄’에서 만화영화로도 방영되는 등 캐릭터사업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 여론기관에서 서울지역 초등학생 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99%가 알고 있으며, 95%가 게임을 해본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초등학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넥슨의 ‘크레이지아케이드 BnB’도 해외 시장에 성공적인 진출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아시아에 진출하고 있는 ‘BnB’는 얼마 전 한국·중국·대만에서 각각 35만명·55만명·10만명 등 총 1백만명의 동시 접속을 기록, 기네스북에 게임 동시 접속 부문 세계신기록을 신청하고 있는 상태다.
넥슨의 대표이사인 서원일(27)씨는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해 “국내 게임시장은 거의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해외 진출은 필수”라고 말한다. 서대표는 게임산업의 특성을 ‘원소스 멀티유즈’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파생 상품의 수출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BnB의 메인 캐릭터 ‘배찌’는 중국에서 ‘바오바오’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넥슨은 캐릭터를 이용한 인형·학용품·티셔츠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 중이다. 매월 일정 사용료를 내고 게임을 이용하는 리니지·라그나로크와 달리 BnB는 무료 게임이기 때문에 캐릭터 개발을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리니지나 BnB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매출을 올리는 게임도 있다. 무료 게임이지만 게임 캐릭터를 아바타처럼 키우는 게임이다. 게임 캐릭터를 위한 아이템 판매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위젯에서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 중인 ‘메이플 스토리’가 그 대표적인 게임이다. 총 회원수 7백40만명, 동시 접속자 17만명을 자랑하는 메이플 스토리의 월 매출은 평균 20억원 수준이다.
3D도 아닌 단면적인 2D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에는 단순한 게임 전개와 키보드 조작 등 쉬운 게임 진행 방식과 자신의 아비타 캐릭터를 키우는 재미에 있다. 위젯의 안종혁 게임기획팀장은 “엽기발랄한 컨셉트로 메인 캐릭터를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무심한 표정의 3등신 캐릭터에 엽기적인 아이템을 착용시키고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 수많은 이용자의 지갑을 열게 만든 것이다. 위젯의 한 프로그래머는 “온 세상 어린이를 ‘게임 폐인’으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메이플 스토리도 국내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산업은 지금까지는 빠른 성장으로 3년만에 세계 온라인 게임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 위치에 만족하며 안주한다면 순식간에 밀려날 것이라고 게임 관련 종사자들은 말한다. 해외 메이저 게임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과 한국내 아이템 사기 및 게임 중독문제 등 국내외의 많은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황민철 상명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정부의 효율적인 지원과 기업체의 기술 개발 등 더욱 공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만이 나갈 길”이라고 진단한다.
과연 전세계 어린이를 ‘게임 폐인’으로 만들겠다는 한 온라인 게임 프로그래머의 위험한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만일 수년 후 한국산 온라인 게임 때문에 세계 곳곳에 게임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아동상담센터가 생겨 있다면 그의 꿈은 불길한 현실이 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프/CK2215b
제목: 2003년 국내 게임시장 동향
2003년 한국 게임시장의 특성은 2년 연속 65% 이상 성장한 온라인 게임의 독주 속에 40% 성장을 기록한 모바일·비디오 게임의 강세와 -40%와 -20%대의 매출 성장을 보인 PC·아케이드 게임의 하락이다. 게임 무역수지는 PS2와 X박스의 수입이 급증했던 2002년에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온라인 게임 위주의 수출을 통해 지난해에는 흑자로 돌아섰다. 2004년에는 45% 이상의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0대의 95% 이상이 게임을 해보았다는 사실은 잠재 시장의 규모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 한국이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열성적인 사용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박스/CK2215c/게임중독/1000/조용탁
제목: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
부제: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대화를 통해 자신이 조절할 수 있게 도와야
최근 자녀들이 과도하게 게임에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컴퓨터 게임이 아이들의 주요 놀이문화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 중독’을 두려워해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보다는 자녀와 보다 많은 대화를 가지며 게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최근 초등학생 4·5·6학년생과 학부모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인터넷 사용 실태 조사를 위한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사항은 자녀의 게임 중독 성향은 부모가 권위주의적일수록 더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의 이수진 선임연구원은 “아이들의 중독 현상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과는 무관했고 부모와 대화 시간이 적을수록 높아졌다”면서 가족간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씨는 “많은 부모들이 게임 때문에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만 걱정한다”고 꼬집으며 게임을 취미로 인정해주고 어떻게 게임을 할 것인가 대화하는 것이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일 자녀가 하루 1시간, 주말은 3시간 이상 게임에 몰두해 있거나 컴퓨터 앞에서 군것질이나 식사를 하고, 심지어 취침 시간을 넘기는 경우 게임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시간 조절을 못하며 생활 부적응이나 갈등이 지속될 경우 전문 상담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자녀의 컴퓨터 사용 시간과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하고 어디서나 정보 교환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오늘날 온라인 게임을 무조건 막을 수는 없다. 때문에 온라인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자녀들을 이해하고 함께 사용하는 법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CK2214d/프로게이머/2200/조용탁
제목: 억대 프로게이머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워
가제: 화려한 모습에 도전생들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1승조차 만만치 않아
조용탁 뉴스위크 한국판 기자
부산이 고향인 윤상민(20)씨는 프로게임단에 합류한지 10개월된 프로게이머 도전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TV를 통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간의 화려한 경기를 본 이후 프로게이머를 향한 꿈을 키워왔다. 시간이 날 때마다 게임 연습을 해온 결과 주위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든 고수로 성장하며 인터넷에서도 제법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그에게 기회가 왔다. 윤씨의 재능을 눈여겨본 한 프로게이머가 자신이 속한 프로팀에 그를 추천한 것이다.
평소 공부보다 게임에 열중하는 아들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던 윤씨의 아버지는 서울에 있는 프로게임단에 입단하겠다는 윤씨에게 “프로게이머는 미래가 없는 직업”이라면서 강력 반대했다. 하지만 윤씨는 “더 잘할 수 있으니 걱정하시지 마라”며 아버지를 설득한 다음 꿈에 부풀어 상경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지난 10개월간 참가한 여러 스타리그에서 예선 통과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윤씨는 “연초 있었던 게임리그들의 예선 경기에서 전부 탈락한 다음에는 좌절감과 수치심에 고개도 들기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윤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성적뿐만이 아니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성적이 곧 수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윤씨의 경우 수입이 거의 없는 상태다. 아버지에게 도움을 구하기도 힘들다.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게이머로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2004년 3월 기준으로 한국 e-Sports협회에 등록된 프로게이머는 1백94명이다. 윤씨와 같이 프로게이머를 희망하며 활동하고 있는 연습생 게이머의 수는 2004년 3월 기준으로 1백26명. 2003년 5월의 72명에서 75% 증가한 것이다. 최근 프로게이머를 희망하는 사람은 계속 늘고 있다. 연초 모게임단에서 주최한 프로게이머 공개 모집에는 4천명의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TV를 통해 각종 게임리그가 방영되며 게이머들의 인기가 높아지자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도 나오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마음껏 하면서 부와 인기를 누릴 수 있게 되자 프로게이머는 중·고생 사이에서 최고 인기 직업의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
인기 프로게이머 임요환(25)씨의 경우 팬클럽 회원만 40만명에 달하고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른 임씨도 프로게이머가 즐거운 직업이냐는 점에는 난색을 표한다. 임씨는 자신의 삶에 대해 “매일 12시간 이상 연습한다. 심지어 지난 수개월간은 매일 연습하느라 햇빛도 못보고 살고 있다”면서 프로게이머의 고된 삶에 대해 말한다. 양쪽 모두 1.5이던 시력이 2년만에 0.1로 떨어진 것을 보면 그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다.
임씨는 프로게이머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화려한 면만을 기대한다면 금방 좌절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이들이 프로게이머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공인 게임대회에서 연 2회 이상 예선을 통과하고 문화관광부에서 주관하는 프로게이머 소양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수백명의 쟁쟁한 게이머들과 경쟁을 통해 수십명만이 겨루는 본선에 진출해야 하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억대 연봉 프로게이머는 임씨 외에 이윤열·홍진호·강민씨 등 4명. 그 외에 대기업에서 후원하는 게임단 소속 게이머의 경우 평균 3천만원에서 6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다. 연봉 외에 프로게이머가 올릴 수 있는 수입은 게임대회 우승이다. 투나SG에 소속된 이윤열씨의 경우 지난해 게임대회 우승 상금 6천만원을 획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소속 게임단이나 무소속의 경우 게임대회 입상 전에는 거의 수입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국내 15개 프로게임단의 대부분이 영세 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십억원의 운영비를 사용하는 게임단과 1억원대의 운영비 마련도 버거워하는 게임단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e-Sports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를 “과도기적인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보다 많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 안정적인 게임리그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상민씨는 그동안의 수많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한다. 지금 윤씨는 다른 프로게이머들처럼 자신이 억대 연봉의 게이머가 될 수 있을지, 혹은 고향 친구들이 자신의 모습을 TV를 통해 볼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을 가질 만큼 여유가 없다. 오로지 1승에 목말라하는 윤씨는 “적어도 자신과의 싸움에서만은 이기고 싶다”는 열망을 안고 지금도 키보드 앞에 앉아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美 트럼프 수입차 25% 관세 발표에 자동차株 일제히 하락
2보람상조, ‘K-Brand Awards’ 수상...“고객 중심 혁신으로 업계 선도”
3캄파리코리아, 디라돈 고치 ‘마스터 클래스’ 개최
4“우리 아이 안심 첫 밥”...푸디버디, ‘부드러운 유기농 잡곡밥’ 출시
5코스피, 차익 매물에 하락세 '숨고르기'…8거래일 만
6원/달러 환율, FOMC 회의록에 강달러 뚜렷…1,441.1원
7벤처기업협회, 송병준 컴투스 의장 차기 회장으로 추천
8서울시, 옛 국립보건원 부지 매각 절차 본격 나선다
9법원 도착한 尹 대통령, '내란 혐의' 첫 형사재판… 오후 헌재 변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