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디지털 화물’로 활로
항공사들‘디지털 화물’로 활로
국내 항공사들은 고속철도(KTX) 개통에다 국제유가 폭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찾은 탈출구는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디지털 화물’. 특히 대한항공은 디지털 제품의 수송에 주력하며 세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994년 12월 베이징(北京)을 비롯해 선양(瀋陽) ·칭다오(靑島) ·톈진(天津) 등 중국 4개 도시에 정기노선을 처음 개설했다. 10년이 흐른 현재 연간 여객 수송규모는 29만 명에서 147만 명으로 5배로 늘었다. 더 주목할 것은 이 기간에 이들 노선의 화물 수송량이 15배로 커졌다는 점이다.
국제항공운수협회(IATA)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화물 물동량은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항공화물 물동량이 두자리 수 성장을 기록하기는 지난 97년 이후 처음이다. 항공업계는 이를 “10년 만에 찾아온 항공화물의 고속 성장기”라며 반기고 있다. 항공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항공화물 교역이 경기호조로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항공사들은 2~3년 전부터 항공화물 수송부문을 강화하기 시작해 최근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33.8%인 417억 달러어치를 실어 날랐다.
국내에 취항하는 항공사들의 수출화물 수송액은 2002년도에 전년 대비 22.4%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0.6% 증가했다. 올해도 30% 이상의 고속성장이 예고돼 있다. 덕분에 한국은 올해 상반기 항공화물 수송 실적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188개 회원국 가운데 2위로 올라섰다. 항공화물 수송 실적은 화물 톤수에 거리를 곱한 ‘화물톤 킬로(tk)’로 집계한다.
국내 항공사들에게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이 경박단소화한 디지털 제품으로 바뀐 것이 큰 호재가 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한국의 5대 수출품목은 금액기준으로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컴퓨터, 선박 순이다. 이들중 자동차와 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은 주로 항공기를 이용해 수출한다.
첨단 디지털기기들은 제품교체 주기가 갈수록 단축되고 있어 항공수송이 불가피하다. 신제품도 선박으로 수송하면 유럽이나 미주지역 등에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구형 모델이 된다. 특히 유럽행 화물기는 공간부족 현상마저 일어나 정보기술(IT)업체들이 예약 경쟁을 벌이는 실정이다.
부피와 무게 줄이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제품은 한 번에 많은 물량을 비싼 값에 실을 수 있다. 게다가 화물수송은 유가 상승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화물수송 요금은 유가할증료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요즘 국제선 화물은 요금과 별도로 ㎏당 400원 가량의 유가할증료를 받는다. 반면 여객운임은 고객 이탈 우려 때문에 기름값이 올라도 바로 요금을 조정하기 어렵다.
디지털 화물에 ‘올인’한 지 1년여가 지난 현재 대한항공은 목표의 9부 능선까지 도달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IATA가 발표한 ‘세계 항공수송 통계’에서 독일 루프트한자(Lufthansa)에 이어 세계 2위 국제선 항공화물 수송업체로 올라섰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3조3,574억원 중 1조595억원을 수출화물 수송으로 벌어들였다. 지난 2002년 상반기의 수출화물 수송액 8,168억원과 비교하면 30% 가량 성장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전체 매출액은 10% 정도 느는 데 그쳤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화물 세계 1위 도약의 목표 시점은 2007년이지만 올해에만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조기 달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국제선 화물수송액이 3,985억원 수준으로 그리 많지 않다. 아시아나는 화물전용기와 화물겸용 여객기 6대를 보유하고 있다. 적재능력 130~140t 규모의 화물전용기 20여 대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에 비해 수송능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시아나도 국제선 화물수송액이 2002년 상반기 3,382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3,613억원으로 느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늘어나는 물동량을 소화하기 위해 화물기를 늘리는 작업도 시작했다.
대한항공 최경호 화물사업본부장은 “장거리 항공화물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5대인 최신형 화물기 B747-400ERF를 내년까지 7대로 늘릴 예정”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모든 화물기를 대형인 B747-400 기종으로 단일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주지역 내 총 5개 도시에 화물 전용기를 운항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항공화물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2006년부터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수송하는 B747-콤비 3대를 매년 1대씩 화물전용기로 전환할 계획이다. 두 항공사에 남은 과제는 수출화물을 내려놓은 뒤 빈 상태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국내 기업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맡기는 것처럼 상대국 기업들도 대부분 국적항공기를 이용한다.
항공사들은 돌아오는 비행기로 한국에서 가까운 제3국행 화물을 수송하는 방법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몇 군데 들르더라도 빈 비행기로 돌아오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0일 대한항공이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보졸레 누보를 수송한 것이 좋은 사례다. 대한항공이 일본으로 수송한 보졸레 누보는 적재능력 130t인 B747-400 화물기 13.5대 분량으로 이를 통해 올린 수송 수익만도 400만 달러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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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지난 1994년 12월 베이징(北京)을 비롯해 선양(瀋陽) ·칭다오(靑島) ·톈진(天津) 등 중국 4개 도시에 정기노선을 처음 개설했다. 10년이 흐른 현재 연간 여객 수송규모는 29만 명에서 147만 명으로 5배로 늘었다. 더 주목할 것은 이 기간에 이들 노선의 화물 수송량이 15배로 커졌다는 점이다.
국제항공운수협회(IATA)에 따르면 전세계 항공화물 물동량은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항공화물 물동량이 두자리 수 성장을 기록하기는 지난 97년 이후 처음이다. 항공업계는 이를 “10년 만에 찾아온 항공화물의 고속 성장기”라며 반기고 있다. 항공전문가들은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항공화물 교역이 경기호조로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 항공사들은 2~3년 전부터 항공화물 수송부문을 강화하기 시작해 최근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33.8%인 417억 달러어치를 실어 날랐다.
국내에 취항하는 항공사들의 수출화물 수송액은 2002년도에 전년 대비 22.4%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30.6% 증가했다. 올해도 30% 이상의 고속성장이 예고돼 있다. 덕분에 한국은 올해 상반기 항공화물 수송 실적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188개 회원국 가운데 2위로 올라섰다. 항공화물 수송 실적은 화물 톤수에 거리를 곱한 ‘화물톤 킬로(tk)’로 집계한다.
국내 항공사들에게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이 경박단소화한 디지털 제품으로 바뀐 것이 큰 호재가 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까지 한국의 5대 수출품목은 금액기준으로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컴퓨터, 선박 순이다. 이들중 자동차와 선박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은 주로 항공기를 이용해 수출한다.
첨단 디지털기기들은 제품교체 주기가 갈수록 단축되고 있어 항공수송이 불가피하다. 신제품도 선박으로 수송하면 유럽이나 미주지역 등에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구형 모델이 된다. 특히 유럽행 화물기는 공간부족 현상마저 일어나 정보기술(IT)업체들이 예약 경쟁을 벌이는 실정이다.
부피와 무게 줄이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제품은 한 번에 많은 물량을 비싼 값에 실을 수 있다. 게다가 화물수송은 유가 상승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화물수송 요금은 유가할증료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름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요즘 국제선 화물은 요금과 별도로 ㎏당 400원 가량의 유가할증료를 받는다. 반면 여객운임은 고객 이탈 우려 때문에 기름값이 올라도 바로 요금을 조정하기 어렵다.
디지털 화물에 ‘올인’한 지 1년여가 지난 현재 대한항공은 목표의 9부 능선까지 도달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월 IATA가 발표한 ‘세계 항공수송 통계’에서 독일 루프트한자(Lufthansa)에 이어 세계 2위 국제선 항공화물 수송업체로 올라섰다.
대한항공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3조3,574억원 중 1조595억원을 수출화물 수송으로 벌어들였다. 지난 2002년 상반기의 수출화물 수송액 8,168억원과 비교하면 30% 가량 성장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전체 매출액은 10% 정도 느는 데 그쳤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화물 세계 1위 도약의 목표 시점은 2007년이지만 올해에만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조기 달성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국제선 화물수송액이 3,985억원 수준으로 그리 많지 않다. 아시아나는 화물전용기와 화물겸용 여객기 6대를 보유하고 있다. 적재능력 130~140t 규모의 화물전용기 20여 대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에 비해 수송능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시아나도 국제선 화물수송액이 2002년 상반기 3,382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3,613억원으로 느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늘어나는 물동량을 소화하기 위해 화물기를 늘리는 작업도 시작했다.
대한항공 최경호 화물사업본부장은 “장거리 항공화물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5대인 최신형 화물기 B747-400ERF를 내년까지 7대로 늘릴 예정”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모든 화물기를 대형인 B747-400 기종으로 단일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주지역 내 총 5개 도시에 화물 전용기를 운항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역시 항공화물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2006년부터 여객과 화물을 동시에 수송하는 B747-콤비 3대를 매년 1대씩 화물전용기로 전환할 계획이다. 두 항공사에 남은 과제는 수출화물을 내려놓은 뒤 빈 상태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국내 기업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맡기는 것처럼 상대국 기업들도 대부분 국적항공기를 이용한다.
항공사들은 돌아오는 비행기로 한국에서 가까운 제3국행 화물을 수송하는 방법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다. 몇 군데 들르더라도 빈 비행기로 돌아오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0일 대한항공이 프랑스에서 일본으로 보졸레 누보를 수송한 것이 좋은 사례다. 대한항공이 일본으로 수송한 보졸레 누보는 적재능력 130t인 B747-400 화물기 13.5대 분량으로 이를 통해 올린 수송 수익만도 400만 달러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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