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점수 높다고 영어 잘 한다는 건 오해?
토익 점수 높다고 영어 잘 한다는 건 오해?
2004년 한햇동안 2백만명의 한국인이 토익 시험을 봤다. 토익이 취업과 진급을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잡으며 열풍이 불고 있다. 1979년 일본 기업체가 비즈니스 영어 능력 평가를 위해 미국 Educational Testing Service(ETS)에 의뢰해 탄생한 토익은 세계 65개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영어 능력 평가 시험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만 큰 인기다. 현재 전세계 응시자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토익 시험을 보고 있다.
주로 기업 입사 시험에 사용되던 토익은 각종 공무원 시험은 물론 대학 입학·졸업을 위한 영어 실력 평가 기준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한국의 1백개 이상 대학에서 토익 성적 우수자를 어학 특기자로 인정해 특차로 선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자 중·고생과 심지어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토익 열풍이 불어 토익 관련 교재가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 영어 능력 초·중급자를 겨냥해 미국 ETS사에서 개발한 영어 능력 평가 시험인 ‘토익 브릿지’도 2001년 5월 한국에서 처음 시행된 이래 매년 응시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토익은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대표적인 영어 능력 평가 시험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열풍에도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최근 만만치 않은 ‘토익 회의론’이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토익 고득점자의 영어 실력이 실제 실력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응시 비용만 6백40억원에 달하는 토익 시장 속에서 이와 관련된 교재 출판비와 학원비는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매년 수백만명이 천문학적인 비용과 엄청난 시간을 들여 토익 시험을 준비하지만 정작 영어 실력과 토익 고득점은 큰 관계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말하기와 쓰기 능력 평가가 없기 때문에 학습 과정에서 실제 영어 사용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화여대의 한 대학원 논문에서는 토익 점수와 영어 업무 능력에 대한 국내 다국적 기업 임직원 1백명의 평가를 조사, 분석한 결과 토익과 업무 능력의 상관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토익 9백점 이상의 사원 중 실제 영어 업무가 가능한 사람은 10% 정도”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영어 사용 능력 확인을 위해 별도의 영어 능력 평가 시험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대학가에서조차 영어 학습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세계 공인 시험인 토플 대신 토익이 선호되고 있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주요 대학 1백여곳에서는 장학금·학점 인정, 심지어 해외 연수자 선발 기준으로 토익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여름 문화관광부장관배 전국영어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1백60개 대학의 학생들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토익 리그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2003년 토플과 토익 시험을 치른 대학생들의 학습 능력에 대해 연구·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토플이 토익에 비해 학생의 영어 능력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주요 대학에서 영어 능력 시험으로 토익이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취업 준비를 돕고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토익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유형의 영어 시험 중에서 토익을 선호하는 이유는 점수를 올리기 쉬운 시험 구조에 있다. 정해진 유형의 문제은행 안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패턴만 외우면 답을 ‘찍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위 단기간에 고득점 요령을 알려주는 ‘찍기 학원’으로 수험생들이 몰려 더욱 기형적인 영어 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입사 기준, 진급 기준, 입학 기준을 통과하는 데에 급급한 사람들이 이런 영어 학원에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최근 채용 정보업체 리쿠르트에서 벌인 설문에 따르면 취업 준비자 중에서 오직 5%만이 ‘채용과 관계가 없어도 토익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영어 실력 향상이 아니라 고득점 획득만을 위한 토익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토익 시험을 위해 해외 여행을 가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토익 시험을 하루 두번 볼 수 있다며 일주일간 10회의 토익 시험 패키지 여행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토익 열풍과 이로 인한 문제들이 계속 심화되는 원인에 대해 토익 시험을 관리하고 문제를 출제하는 비영리 재단인 토익위원회와 사설 영어 교육 기관인 시사영어사가 실질적으로 같은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토익 시험 주관사인 국제교류진흥회 토익위원회는 1982년 한국 문학 작품의 해외 출판 지원과 국제적 의사 소통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시사영어사 출연금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재단이다. 하지만 토익위원회와 시사영어사는 사실상 같은 회사로 생각될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같은 건물과 홈페이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직원들도 순환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을 관리하고 문제를 출제하는 토익위원회를 시사영어사가 실질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많은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문제 출제 기관에서 교재를 판매하고 강의를 해서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올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시험의 공신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ETS로부터 문제를 공급받은 다음 시사영어사가 알아서 문제를 출제하다 보니 담당 직원은 다음 시험에 출제될 문제를 미리 파악해 강의에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한마디로 ‘족집게’ 과외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여름과 가을 발생한 토익 문제 유출 사건과 위조 성적표 판매 사건은 전 시사영어사 직원에 의한 것이었다.
토익 시험을 제대로 관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주무 부서간에 떠넘기기가 벌어지고 있다. 토익위원회는 문광부에 등록되어 있는 단체로 감사는 문광부 예술국 예술정책과의 문학 담당이 하고 있다. 문광부의 담당자는 사단법인에 대한 감사는 특별한 회계 부정에 대한 제보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시사영어사에 대한 특별 감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82년 당시만 해도 1천3백여명이 조촐하게 치르던 토익 시험이 20여년만에 2백만명이 응시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자 2004년 11월 문광부는 토익 시험을 교육부에서 관리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수많은 민원과 문제점을 양산하는 토익 시험 관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문광부 담당자는 “영어 학원과 시험은 교육부에서 주관하고 있다”며 이런 원칙대로 교육부에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토익 관리에 부담을 느끼기는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문광부의 공문은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계속 잘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문서와 함께 반려됐다. 교육부 담당자는 “해외 기관인 ETS에서 주관하는 영어 평가 시험 토익을 교육부에서 따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하며 교육부가 토익 시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 어려움을 밝혔다.
이렇게 정부 부처간 떠넘기기가 벌어지고 있는 사이 잦은 응시료 인상과 거의 불가능한 환불, 점수 산정 방식 비공개로 인한 채점에 대한 의혹, 성적 발표 이전에 다음 시험을 접수해야 하는 불합리한 일정에 대해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응시생들은 함부로 항의하지 못하고 있다. 시사영어사가 마음만 먹으면 항의자들의 토익 점수가 낮게 나온다는 루머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토익 점수 없이 입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현 시점에서 토익을 준비하고 있는 구직 희망자들은 자신들을 ‘토익의 볼모’라고 말한다. 사전 문제 유출과 성적표 위조, 그리고 통신을 이용한 부정 행위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2005년에도 토익 시험 시장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국력 낭비’라는 비판을 모면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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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기업 입사 시험에 사용되던 토익은 각종 공무원 시험은 물론 대학 입학·졸업을 위한 영어 실력 평가 기준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한국의 1백개 이상 대학에서 토익 성적 우수자를 어학 특기자로 인정해 특차로 선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자 중·고생과 심지어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토익 열풍이 불어 토익 관련 교재가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다. 영어 능력 초·중급자를 겨냥해 미국 ETS사에서 개발한 영어 능력 평가 시험인 ‘토익 브릿지’도 2001년 5월 한국에서 처음 시행된 이래 매년 응시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토익은 한국 사회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대표적인 영어 능력 평가 시험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열풍에도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최근 만만치 않은 ‘토익 회의론’이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토익 고득점자의 영어 실력이 실제 실력과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응시 비용만 6백40억원에 달하는 토익 시장 속에서 이와 관련된 교재 출판비와 학원비는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매년 수백만명이 천문학적인 비용과 엄청난 시간을 들여 토익 시험을 준비하지만 정작 영어 실력과 토익 고득점은 큰 관계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말하기와 쓰기 능력 평가가 없기 때문에 학습 과정에서 실제 영어 사용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화여대의 한 대학원 논문에서는 토익 점수와 영어 업무 능력에 대한 국내 다국적 기업 임직원 1백명의 평가를 조사, 분석한 결과 토익과 업무 능력의 상관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토익 9백점 이상의 사원 중 실제 영어 업무가 가능한 사람은 10% 정도”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영어 사용 능력 확인을 위해 별도의 영어 능력 평가 시험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대학가에서조차 영어 학습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세계 공인 시험인 토플 대신 토익이 선호되고 있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주요 대학 1백여곳에서는 장학금·학점 인정, 심지어 해외 연수자 선발 기준으로 토익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여름 문화관광부장관배 전국영어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전국 1백60개 대학의 학생들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토익 리그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2003년 토플과 토익 시험을 치른 대학생들의 학습 능력에 대해 연구·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토플이 토익에 비해 학생의 영어 능력을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주요 대학에서 영어 능력 시험으로 토익이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 대해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의 취업 준비를 돕고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점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토익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유형의 영어 시험 중에서 토익을 선호하는 이유는 점수를 올리기 쉬운 시험 구조에 있다. 정해진 유형의 문제은행 안에서 출제되기 때문에 패턴만 외우면 답을 ‘찍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위 단기간에 고득점 요령을 알려주는 ‘찍기 학원’으로 수험생들이 몰려 더욱 기형적인 영어 교육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입사 기준, 진급 기준, 입학 기준을 통과하는 데에 급급한 사람들이 이런 영어 학원에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이다. 최근 채용 정보업체 리쿠르트에서 벌인 설문에 따르면 취업 준비자 중에서 오직 5%만이 ‘채용과 관계가 없어도 토익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영어 실력 향상이 아니라 고득점 획득만을 위한 토익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토익 시험을 위해 해외 여행을 가는 사람도 나타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토익 시험을 하루 두번 볼 수 있다며 일주일간 10회의 토익 시험 패키지 여행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토익 열풍과 이로 인한 문제들이 계속 심화되는 원인에 대해 토익 시험을 관리하고 문제를 출제하는 비영리 재단인 토익위원회와 사설 영어 교육 기관인 시사영어사가 실질적으로 같은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토익 시험 주관사인 국제교류진흥회 토익위원회는 1982년 한국 문학 작품의 해외 출판 지원과 국제적 의사 소통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시사영어사 출연금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 재단이다. 하지만 토익위원회와 시사영어사는 사실상 같은 회사로 생각될 정도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같은 건물과 홈페이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직원들도 순환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을 관리하고 문제를 출제하는 토익위원회를 시사영어사가 실질적으로 관리하다 보니 많은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문제 출제 기관에서 교재를 판매하고 강의를 해서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올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시험의 공신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ETS로부터 문제를 공급받은 다음 시사영어사가 알아서 문제를 출제하다 보니 담당 직원은 다음 시험에 출제될 문제를 미리 파악해 강의에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한마디로 ‘족집게’ 과외가 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여름과 가을 발생한 토익 문제 유출 사건과 위조 성적표 판매 사건은 전 시사영어사 직원에 의한 것이었다.
토익 시험을 제대로 관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주무 부서간에 떠넘기기가 벌어지고 있다. 토익위원회는 문광부에 등록되어 있는 단체로 감사는 문광부 예술국 예술정책과의 문학 담당이 하고 있다. 문광부의 담당자는 사단법인에 대한 감사는 특별한 회계 부정에 대한 제보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시사영어사에 대한 특별 감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82년 당시만 해도 1천3백여명이 조촐하게 치르던 토익 시험이 20여년만에 2백만명이 응시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자 2004년 11월 문광부는 토익 시험을 교육부에서 관리해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수많은 민원과 문제점을 양산하는 토익 시험 관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문광부 담당자는 “영어 학원과 시험은 교육부에서 주관하고 있다”며 이런 원칙대로 교육부에 공문을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토익 관리에 부담을 느끼기는 교육부도 마찬가지다. 문광부의 공문은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계속 잘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문서와 함께 반려됐다. 교육부 담당자는 “해외 기관인 ETS에서 주관하는 영어 평가 시험 토익을 교육부에서 따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하며 교육부가 토익 시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직접 개입하기 어려움을 밝혔다.
이렇게 정부 부처간 떠넘기기가 벌어지고 있는 사이 잦은 응시료 인상과 거의 불가능한 환불, 점수 산정 방식 비공개로 인한 채점에 대한 의혹, 성적 발표 이전에 다음 시험을 접수해야 하는 불합리한 일정에 대해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응시생들은 함부로 항의하지 못하고 있다. 시사영어사가 마음만 먹으면 항의자들의 토익 점수가 낮게 나온다는 루머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토익 점수 없이 입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현 시점에서 토익을 준비하고 있는 구직 희망자들은 자신들을 ‘토익의 볼모’라고 말한다. 사전 문제 유출과 성적표 위조, 그리고 통신을 이용한 부정 행위 등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2005년에도 토익 시험 시장의 규모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국력 낭비’라는 비판을 모면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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