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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이건희 회장 추대 왜 매달리나…‘실세 회장’ 모시기 물건너가나
- 전경련, 이건희 회장 추대 왜 매달리나…‘실세 회장’ 모시기 물건너가나
‘이건희 모시기’ 2003년부터 거론 ‘이건희 전경련 차기 회장론’은 이미 2003년 상반기부터 누군가가 운을 떼기 시작해 지난해 10월 강신호 현 전경련 회장이 ‘임기(올 2월) 뒤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어 지난해 12월 전경련 회장단과 고문단 송념 모임에서 ‘이 회장 추대’가 공식적으로 논의돼 의견이 모아졌고 지난 1월13일 전경련 월례 회장단 회의에서 추대를 결의했다. 그러나 재계 원로들의 ‘비장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정중하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하고 말았다. 어떤 극적인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 회장이 생각을 바꿔 전경련 회장직을 맡겠다고 돌아설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경련 내부에서는 강신호 회장 연임을 생각하는 분위기다. 더 이상 다른 회장감을 찾기 어렵다는 ‘대안 부재론’이 힘을 받고 있다. 이 회장이 고사하면 예의 차림으로라도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나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이른바 ‘빅 3 그룹’의 다른 회장들을 돌아볼 만한데도 전경련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구 회장과 정 회장은 전경련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 일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협조를 구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두 회장은 전경련과 발을 끊은 지 오래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02년 5월부터 회장단 모임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구본무 회장 역시 1999년 ‘반도체 빅딜’ 과정에서 전경련에 ‘서운함’을 느낀 뒤 전경련 공식 회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40년 넘게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재계 랭킹 상위 그룹의 총수들이 돌아가며 회장직을 맡아 구심점 역할을 해온 전경련이 사실상 대표성을 상실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 99년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물러난 뒤 6년째 이른바 ‘비실세 회장’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공식 회장단 회의가 10번 열렸지만 회장단 21명 가운데 절반 이상 참석한 회의는 세 차례에 불과하다. ‘전경련이 요즘 한 일이 뭐 있느냐’고 따져 물으면 더욱 궁색해진다. 지난해 재계는 유난히 정부 또는 정치권과 부딪칠 일이 많았다. 공정거래법과 집단소송법 개정안, 기업도시 특별법 등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했지만 재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된 건 하나도 없었다. 출자총액 규제를 풀어달라고 ‘마르고 닳도록’ 건의했지만 결국 수용되지 않았고 금융계열사 의결권 규제 조항마저 추가되고 말았다. 기업도시 특별법은 특혜 시비를 재우지 못해 ‘기업 없는 기업도시’가 우려될 정도로 빡빡한 규제들이 채택됐다. 집단소송법 역시 ‘과거 분식회계 일괄 사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전경련이 정부나 여당 지도부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의사소통 라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주요 대기업들의 현안과 관련해서 보면 ‘전경련 무용론’이 더 힘을 받는다. 일례로 지난 12월 LG그룹의 LG카드에 대한 출자전환 문제로 채권 금융기관과 LG그룹이 첨예하게 대립했을 때 전경련은 말 한 마디 꺼내지 않았다. 외국계 투자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최태원 SK㈜ 회장의 이사 자격을 문제 삼아 집요하게 주총 소집을 요구할 때도 전경련은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었다. “이 회장 외에는 대안 없다” 역설적으로 보면 전경련의 이러한 현실이 바로 실세 회장을 애타게 찾을 수밖에 없는 절박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재계 대표단체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지만 현재 체제로는 변신의 전기를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우선 삼성의 위치가 다른 그룹 여럿을 합쳐야 할 정도로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 그렇고, 그나마 전경련의 후원자로 말이 통할 만한 메이저 그룹은 삼성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LG·현대차 등이 등을 돌린 상태이고 최태원 회장은 아직 경영권 안정에 매달려야 할 처지다. 김승연 한화 회장 역시 이런 저런 이유로 검찰 수사선상에서 완전히 비켜나지 못해 있다. 이웅렬 코오롱 회장은 그룹의 경영난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거물급 회장을 모셔와야 전경련이 그동안의 무기력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도대체 모셔올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이 회장이 전경련 차기 회장직을 고사하면서 든 세 가지 이유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장은 ‘건강’ ‘삼성 경영’ ‘반기업 정서’를 얘기했다. 암수술을 받은 지 5년이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건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삼성이 이제 막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을 시작했기 때문에 당분간 삼성을 키우는 게 국가에 대한 기여라고 생각한다는 게 두번째 이유다. 이 두 가지는 사실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이 심한데, 가장 윗자리에 있는 삼성의 총수가 경제단체장을 맡았을 때 그 역풍이 걱정된다’는 세번째 이유는 보다 진지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전경련 회장은 ‘재계 총리’로 통했다. 사명감으로 자리를 맡으면 정부나 국민 모두가 인정해 줬다. 그러나 갈수록 험해지고 있는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반감은 대기업 오너들에 대한 ‘동기 부여’를 가로막고 있다. 할 일 많고 고단한 자리. 재계의 실력자일수록 더욱 반기업 정서에 시달려야 하는 한국 경제의 현실 자체가 오는 2월23일 총회를 앞둔 전경련의 근본적인 딜레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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