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부패로 얼룩진 복구사업
부정 부패로 얼룩진 복구사업
Money Pit
아리 아스리는 지난달의 지진해일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가업인 건설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집은 없어졌지만 고향의 재건사업에 참여할 생각으로 지난주 아체의 주도 반다 아체에 갔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재민 수용을 위해 발주한 대규모 정착촌 건설공사를 따기 위해서였다. 국제적 기독교 자선단체인 월드비전의 지원으로 정착촌 네개가 지어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인 문제의 정착촌은 2년 동안 최다 2천5백명을 수용하게 되며 건설비용은 75만달러선이다. 그녀가 알아보니 아체 출신 유명 사업가의 동생이 이미 공사 수주에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얘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원조국들은 지난주 자카르타에서 모임을 갖고 아체의 재건을 위한 45억달러 규모 5개년 계획을 논의했다. 그 시점에서도 첫 사업에 관한 의문들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비상시에는 인명 구조가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진해일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난 뒤 한동안은 정상적 구매관행·입찰규정·감독을 생략했다.
“그러나 비상 상황의 종료시점을 언제로 삼아야 하느냐”고 자카르타에 있는 한 경제 전문가는 물었다. “임시숙소 같은 것이 항구시설로 변할 수 있다. 상황이 최대한 모호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일의 처리는 불투명해진다.”
이번 지진해일 피해국 중에서도 유독 피해가 심한 인도네시아에서 그럴 위험성은 더 크다. 독재자 수하르토가 권좌에서 쫓겨난 1998년,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는 부패와 관련 있었다. 그 뒤로도 수치가 계속 늘어 각국의 투명성 수준을 측정한 국제부패국가 명단에서 25단계나 하락했다. 지진해일 이후의 재건과정은 제2의 참사가 될 소지가 농후하다. 수십억달러의 기금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감독은 하나마나 할 정도로 엉망이기 때문이다. 기금의 사용은 정실·연줄·불안정·공포를 기반으로 결정되는 체제다.
정부의 재건 공약을 불신하는 이재민들이 많은 게 오히려 당연하다. “지진해일을 당하기 오래 전에도 정부 정책은 우리를 차등 대우했다”고 크루엥 라야 마을의 지도자 주무딘 함자는 말했다. “우리는 정부를 믿지 않는다.” 수하르토는 군부가 아체를 수십년 동안 약탈하도록 방관했다. 그의 후임 B. J. 하비비는 평화와 철도 건설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개혁파 대통령 압두라만 와히드는 이웃나라 브루나이의 술탄이 아체를 위해 써달라고 준 인도적 구호금 2백만달러의 일부를 착복했다는 혐의가 있다. 그 추문으로 그는 2001년 탄핵당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가 뒤를 이어 아체의 원시림을 뚫는 도로 공사를 개시했다.
새 대통령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는 이 지역에서 신임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당선된 직후 부패혐의가 있던 압둘라 푸테 아체 주지사의 구속을 허가한 것이다. 푸테는 정계에 폭넓은 연줄을 갖고 있어 오래전부터 건드리지 못할 거물로 인식돼 왔다. 지금은 자카르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진해일 구호활동에서 새로운 난제들이 드러났다. 우선 야심만만한 주수프 칼라 부통령이 문제다. 건설사와 시멘트 회사 등을 갖고 있는 돈많은 사업가인 그는 구호활동에서 파생된 이권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려 들었다. 법에도 없는 ‘부통령령’을 발동해 아체의 구호활동과 재건사업을 총괄할 국가팀을 설립하려 했다.
유도요노가 곧 그를 호되게 꾸짖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건설공사를 위한 비상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자는 국영기업 여섯개(일부는 부실경영과 부패 혐의가 있었다)와 적어도 네개의 연줄이 좋은 아체 건설업자들이다. 그중에는 아체의 24개 지역에서 총 10만명을 수용하는 정착촌 건설 공사도 있다. 침상 한개당 3백달러로 계산해 공사비는 3천만달러에 이른다. 돈은 주로 해외원조로 충당하지만 국제 기준의 투명성 검증절차는 없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의 업자 선정은 영향력이 지대하다. 인도네시아의 국영기업들은 국제 기준에 비춰 부패도가 심각하다. 상당수가 정당들의 금고 역할을 한다. 아체에서 정착촌을 지을 여섯개의 업체 중 후타마 카랴는 1998년 자카르타의 유료도로 공사에서 국고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다른 업체 펨방우난 페루마한은 빚을 갚지 않은 죄로 관급 공사 입찰자격이 정식 박탈됐다.
그럼에도 그 기업은 계속 정부 발주 공사를 수주해 왔다. 당분간 원조국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구호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비상권을 휘두르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그러나 정착촌 건설이 골치아픈 전례가 되리라는 우려도 있다.
업자들은 재건사업의 떡고물을 주워 먹으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내게 일거리를 준 사람에게 돈을 준다. 다만 일이 다 끝난 뒤 준다”고 반다 아체의 한 업자는 널찍한 자기 집에서 말했다. “선물인 셈이다.” 아체에서 20년째 사업을 해온 또다른 업자는 관급 공사에는 마진을 40%까지 붙여 공무원들에게 줄 뇌물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이름을 밝히면 공사를 따기 어렵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세번째로 만난 업자는 아체의 참사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 말의 신빙성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뉴스위크 기자에게 지진해일로 폐허가 된 주도의 쓰레기 수거작업을 맡은 업자들을 취재해 보라고 한 것이다. “그들은 무게를 속인다”고 그는 주장했다.
원조국들은 원조금이 투명하게 잘 집행되도록 챙기려면 평소보다 더 구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월드비전의 한 대변인은 아리 아스리의 사연과, 공사를 수주받을 업자의 연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다음 조사를 약속했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생길 것이다. 아즈와르 아부바카르 아체 주지사 대행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아체에서는 국영기업 네개가 재건공사를 수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정색을 하면서 부패 소문에 대해선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돈 몇푼 때문에 국제사회의 동정심이 사라지게 만들어선 곤란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아체에서는 그것이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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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아스리는 지난달의 지진해일에도 불구하고 운 좋게 가업인 건설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집은 없어졌지만 고향의 재건사업에 참여할 생각으로 지난주 아체의 주도 반다 아체에 갔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재민 수용을 위해 발주한 대규모 정착촌 건설공사를 따기 위해서였다. 국제적 기독교 자선단체인 월드비전의 지원으로 정착촌 네개가 지어지고 있었다. 그중 하나인 문제의 정착촌은 2년 동안 최다 2천5백명을 수용하게 되며 건설비용은 75만달러선이다. 그녀가 알아보니 아체 출신 유명 사업가의 동생이 이미 공사 수주에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얘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원조국들은 지난주 자카르타에서 모임을 갖고 아체의 재건을 위한 45억달러 규모 5개년 계획을 논의했다. 그 시점에서도 첫 사업에 관한 의문들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비상시에는 인명 구조가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지진해일 같은 천재지변이 일어난 뒤 한동안은 정상적 구매관행·입찰규정·감독을 생략했다.
“그러나 비상 상황의 종료시점을 언제로 삼아야 하느냐”고 자카르타에 있는 한 경제 전문가는 물었다. “임시숙소 같은 것이 항구시설로 변할 수 있다. 상황이 최대한 모호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든 일의 처리는 불투명해진다.”
이번 지진해일 피해국 중에서도 유독 피해가 심한 인도네시아에서 그럴 위험성은 더 크다. 독재자 수하르토가 권좌에서 쫓겨난 1998년,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약 2%는 부패와 관련 있었다. 그 뒤로도 수치가 계속 늘어 각국의 투명성 수준을 측정한 국제부패국가 명단에서 25단계나 하락했다. 지진해일 이후의 재건과정은 제2의 참사가 될 소지가 농후하다. 수십억달러의 기금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감독은 하나마나 할 정도로 엉망이기 때문이다. 기금의 사용은 정실·연줄·불안정·공포를 기반으로 결정되는 체제다.
정부의 재건 공약을 불신하는 이재민들이 많은 게 오히려 당연하다. “지진해일을 당하기 오래 전에도 정부 정책은 우리를 차등 대우했다”고 크루엥 라야 마을의 지도자 주무딘 함자는 말했다. “우리는 정부를 믿지 않는다.” 수하르토는 군부가 아체를 수십년 동안 약탈하도록 방관했다. 그의 후임 B. J. 하비비는 평화와 철도 건설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개혁파 대통령 압두라만 와히드는 이웃나라 브루나이의 술탄이 아체를 위해 써달라고 준 인도적 구호금 2백만달러의 일부를 착복했다는 혐의가 있다. 그 추문으로 그는 2001년 탄핵당했다.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가 뒤를 이어 아체의 원시림을 뚫는 도로 공사를 개시했다.
새 대통령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는 이 지역에서 신임을 얻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당선된 직후 부패혐의가 있던 압둘라 푸테 아체 주지사의 구속을 허가한 것이다. 푸테는 정계에 폭넓은 연줄을 갖고 있어 오래전부터 건드리지 못할 거물로 인식돼 왔다. 지금은 자카르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진해일 구호활동에서 새로운 난제들이 드러났다. 우선 야심만만한 주수프 칼라 부통령이 문제다. 건설사와 시멘트 회사 등을 갖고 있는 돈많은 사업가인 그는 구호활동에서 파생된 이권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려 들었다. 법에도 없는 ‘부통령령’을 발동해 아체의 구호활동과 재건사업을 총괄할 국가팀을 설립하려 했다.
유도요노가 곧 그를 호되게 꾸짖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건설공사를 위한 비상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자는 국영기업 여섯개(일부는 부실경영과 부패 혐의가 있었다)와 적어도 네개의 연줄이 좋은 아체 건설업자들이다. 그중에는 아체의 24개 지역에서 총 10만명을 수용하는 정착촌 건설 공사도 있다. 침상 한개당 3백달러로 계산해 공사비는 3천만달러에 이른다. 돈은 주로 해외원조로 충당하지만 국제 기준의 투명성 검증절차는 없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의 업자 선정은 영향력이 지대하다. 인도네시아의 국영기업들은 국제 기준에 비춰 부패도가 심각하다. 상당수가 정당들의 금고 역할을 한다. 아체에서 정착촌을 지을 여섯개의 업체 중 후타마 카랴는 1998년 자카르타의 유료도로 공사에서 국고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다른 업체 펨방우난 페루마한은 빚을 갚지 않은 죄로 관급 공사 입찰자격이 정식 박탈됐다.
그럼에도 그 기업은 계속 정부 발주 공사를 수주해 왔다. 당분간 원조국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구호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비상권을 휘두르도록 내버려두고 있다. 그러나 정착촌 건설이 골치아픈 전례가 되리라는 우려도 있다.
업자들은 재건사업의 떡고물을 주워 먹으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내게 일거리를 준 사람에게 돈을 준다. 다만 일이 다 끝난 뒤 준다”고 반다 아체의 한 업자는 널찍한 자기 집에서 말했다. “선물인 셈이다.” 아체에서 20년째 사업을 해온 또다른 업자는 관급 공사에는 마진을 40%까지 붙여 공무원들에게 줄 뇌물을 확보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 이름을 밝히면 공사를 따기 어렵다”며 익명을 요구했다. 세번째로 만난 업자는 아체의 참사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 말의 신빙성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뉴스위크 기자에게 지진해일로 폐허가 된 주도의 쓰레기 수거작업을 맡은 업자들을 취재해 보라고 한 것이다. “그들은 무게를 속인다”고 그는 주장했다.
원조국들은 원조금이 투명하게 잘 집행되도록 챙기려면 평소보다 더 구체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 월드비전의 한 대변인은 아리 아스리의 사연과, 공사를 수주받을 업자의 연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다음 조사를 약속했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생길 것이다. 아즈와르 아부바카르 아체 주지사 대행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아체에서는 국영기업 네개가 재건공사를 수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정색을 하면서 부패 소문에 대해선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돈 몇푼 때문에 국제사회의 동정심이 사라지게 만들어선 곤란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아체에서는 그것이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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