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 능력 갖춘 종합예술인 '기생'
이번 전시회는 기생을 주제로 한 첫번째 시도다. 일제 하에 제작된 기생 관련 사진에서부터 기생이 그린 글·그림, 기생을 주제로 한 현대미술품, 규방용품·장신구·한복 등 기생과 관련된 모든 것이 등장한다. ‘지적 능력을 갖춘 종합예술인’이라는 기생의 면모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시다.
조선시대 민속학자였던 이능화는 기생을 ‘해어화’(解語花)라 불렀다.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뜻이다. 기생이 비록 상류층과 교분을 나눴던 특권층이었지만 천한 신분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슬프고 가련한 존재들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에는 “이 내 손은 문고리인가/이 놈도 잡고 저놈도 잡네/이 내 입은 술잔인가/이놈도 핥고 저놈도 핥네/이 내 배는 나룻배인가/이놈도 타고 저놈도 타네”라는 한 기생의 탄식이 실려 있다.
이번 전시는 양반의 노리개라거나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폄하돼온 기생을 시·서·화에 능한 교양인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다. 기생에 부당하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전복시키려는 것이다. 19세기 평양 명기 죽향이 그린 ‘묵란도’는 당대 최고의 명기였던 그녀의 높은 교양과 예술적 재능을 보여준다.
방대한 사진엽서들은 기생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기생들은 가야금을 뜯거나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고, 붓글씨를 쓰거나 창을 배운다. 일제 강점기 명월관 기생들의 표정에서는 신여성다운 당당함도 엿볼 수 있다. 일제시대 들어 기생의 무대가 요리점이나 박람회·공연장 등으로 확대됐다. 당대의 현대적인 여성을 대표한 것이다.
1월 13일 시작된 이번 전시회는 2월 13일까지 열리며, 전시 기간 중인 2월 11일에는 기생을 주제로 한 디자이너 김혜순의 한복 패션쇼가 개최될 예정이다. 입장료는 소인 1천원, 대인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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