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MP3플레이어 ‘글로벌 빅3’ 선언… 삼성의 재도전, 이번엔 성공할까?
2007년 MP3플레이어 ‘글로벌 빅3’ 선언… 삼성의 재도전, 이번엔 성공할까?
“MP3 사업 판단 잘못했었다” 이런 이유로 한때 삼성전자가 MP3플레이어 사업에서 서서히 손을 떼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려왔다. 하지만 지난 3월 17일 삼성전자는 6개의 MP3플레이어 신모델을 선보이는 자리에서 “2007년까지 글로벌 빅3 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포기는커녕 향후 MP3플레이어 사업을 전자의 전략사업으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힌 셈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도 하노버에서 열린 ‘세빗’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반드시 ‘옙’을 최정상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올해 생산계획은 500만 대로 지난해 190만 대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사실 삼성전자와 MP3플레이어의 인연은 짧지 않다. 1998년 비교적 일찍 MP3플레이어를 개발하고 사업에 뛰어든 삼성은 하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요 자체가 거의 없었고, 이후에도 불법적인 MP3 다운로드 등 대기업이 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당시 경영진에서 MP3플레이어 시장을 잠시 전환기에 생기는 틈새시장으로 간주한 것이 큰 착오였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도 이 점을 인정했다. 2001년 이후 MP3플레이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자 뒤늦게 마케팅을 했지만 이미 시장은 다른 업체가 주도하고 있었다. 삼성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MP3플레이어 시장에 왜 이렇게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MP3플레이어 국내시장 규모는 5000억원 정도이며 해외는 국내의 10배 규모인 5조원에 이른다. 이 정도 규모면 지난해 매출 57조원의 삼성전자가 전략사업으로 정할 정도로 큰 시장은 아니다. 사실 삼성전자의 양대 사업부문인 반도체와 휴대전화의 세계 시장 규모는 각각 200조원이 넘을 정도다. 적어도 ‘먹을 것’때문에 삼성이 MP3플레이어 시장에 목 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삼성은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의 경쟁 대열에서 빠지는 것을 더 염려하는 분위기다. 김서겸 삼성블루텍 상무(전략 마케팅팀장)는 “MP3는 그 자체 수익성보다 미래세대의 소비자인 10대들에게 삼성의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자동차로 치면 일종의 ‘엔트리 카 효과’를 갖는 셈이다. 엔트리 카 효과란 생애 첫 차를 특정 회사 제품을 살 경우 이후에도 그 회사 제품을 살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더욱이 삼성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이 부품이나 중간재이고, 삼성의 이미지도 다소 딱딱한 느낌이라는 것이 최고위층의 고민이다. 애플이 한물 간 PC회사에서 졸지에 멋진(gorgeous) 브랜드로 재탄생했듯 삼성도 MP3를 통해 젊고, 세련된 분위기로 재탄생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이 성공적일 경우 제품 외에 얻는 부가이익은 엄청나다. “지난해 하반기에 MP3를 주력사업으로 선정한 것에는 수익성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김 상무는 말했다. 제품력 면에서도 삼성은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사실 MP3플레이어의 주요 부품은 메모리다. 세계 최대의 메모리 생산업체인 삼성은 그런 면에서 가장 큰 장점이 있다. 디스플레이용 LCD도 삼성전자나 SDI에서 충분히 공급이 가능하다. 여기에 반도체·휴대전화 등에서 검증된 제조 기술력과 글로벌한 유통력 등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계열사의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MP3는 사실 추가적인 투자 없이 삼성전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최고위층이 MP3 직접 챙겨” 일단 삼성전자의 본격적인 참여 선언으로 시장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다. 국내 최대이면서 세계 2위 업체인 레인콤이 올해 마케팅 비용을 지난해의 세 배인 450억원으로 책정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레인콤의 양동기 부사장(CFO)은 “특히 해외에서 삼성의 브랜드가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해외매출에서 다소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 부사장은 “삼성이 대기업 조직이고 사용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급변하는 MP3플레이어 유저들의 요구에 제때 대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제품의 특성상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는데 대기업인 삼성으로서는 힘들다는 얘기다. 양 부사장은 또 “소비자에게 정보가 부족할 경우 기업 주도의 마케팅 효과가 크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소비자들끼리 이미 상품에 대한 정보가 다 유통된다”며 “대기업의 마케팅 효과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출 면에서 보면 아무런 공헌이 없는 MP3플레이어 사업을 삼성전자가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MP3업체 관계자는 “몇 년 해보다가 생각하는 만큼 성과가 안 나오면 금방 사업을 접을 것”이라면서 “그게 대기업의 장점이라면 장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오재원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MP3플레이어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아직 불확실성이 많고 당장 코스닥 MP3 업체들의 판매가 줄어드는 사인은 발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런 우려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반도체나 전자부문 안에는 이미 ‘선행상품기획팀’이 있다. 1~2년 뒤 시장 변화를 예측해 제품을 기획하는 것이다. 디자인도 일본·미국·유럽 등지에 포진해 있는 삼성전자 디자인팀을 이용해 젊은 감각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이미 올해 세빗과 CES쇼 등에서 삼성의 MP3는 디자인상을 받았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디지털미디어부문의 최지성 사장이 직접 MP3플레이어 사업을 챙긴다는 사실을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삼성전자 측은 “제품디자인, 마케팅, 홍보, 관련 행사 일정까지 최 사장이 일일이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조직 특성상 최고위층의 관심은 어떤 지원보다 삼성 내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삼성의 각오는 예전과 완전히 다르다. 삼성이 이번에는 세계적인 MP3업체로 거듭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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