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송도국제도시 건설현장··· “이래서야 돈 싸들고 오겠나”
르포 송도국제도시 건설현장··· “이래서야 돈 싸들고 오겠나”
버려진 땅→‘인천의 엔진’? 행정구역으로는 인천광역시 연수구 동춘동. 서울에서 송도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린다. ‘송도 유원지’로 유명한 인천 앞바다에서 간척사업이 시작된 것은 1990년대 후반. 이듬해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송도 매립지는 인근의 영종·청라 지구를 포함해 국내 최초의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물류·관광을 중심으로 개발되는 영종지구와 주거·스포츠·레저 위주의 청라지구, 그리고 비즈니스·주거·쇼핑이 복합된 송도국제도시 지구로 나뉘어 개발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는 미국의 부동산 회사인 게일(GALE)사와 포스코건설이 주도하고 있다. 2001년 7월 이곳에 투자한 두 회사는 각각 70대 30 지분으로 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NSC)를 설립, 송도를 홍콩·싱가포르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동북아의 ‘핵심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중국이 상하이 푸둥(浦東)지구를 개발해 막대한 외국 자본을 유치했듯 우리나라도 다국적기업과 해외자본을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NSC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의 지향은 ‘동북아의 홍콩’”이라며 “우리나라의 앞선 정보기술(IT)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유비쿼터스 도시를 조성, 외국자본 유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송도국제도시의 핵심은 국제업무단지. 게일과 포스코건설이 진행하는 국제업무단지 조성 프로젝트는 167만 평 대지에 향후 15년 간 200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대지 확보에만 10억 달러가 들어간다. 포스코건설은 이곳에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졌다. 최근 분양한 ‘더샵스트월드’ 모델하우스에만 140억원을 투자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회사 조용경 부사장은 “조만간 직원 800명이 근무하는 서울사무소를 송도로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미 60명의 송도사업본부 직원이 인천으로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도 매립지는 대역사(大役事)의 현장이다. 지난해 인천시가 준공한 21층 높이의 송도테크노타운에 올라가면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개간사업이 한창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도시 조성을 위한 터 파기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송도 매립지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이 빌딩의 별칭은 ‘갯벌타워’. 영문 명칭은 ‘get pearl’이라고 정했다. ‘벤처의 진주를 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영종도 인천공항과 송도 매립지를 잇는 연륙교도 조만간 건설에 들어간다. 영국계 아멕(AMEC)사와 인천시가 합작해 6월 16일 첫 삽을 뜨는 이 다리가 놓이는 시기는 2009년께. 다리가 완공되면 인천공항에서 송도까지 15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송도의 장밋빛 꿈이 가능한 이유는 지정학적 매력 때문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환균 청장은 “인천은 세계 최고의 환경을 가진 도시”라며 “비행시간 3시간30분 내에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가 51개나 있고, 배후에는 판매시장과 전문인력을 제공할 수 있는 수도권 2000만 인구를 두고 있다는 것은 인천의 가장 강력한 성장동력의 하나”라고 말했다. 외국인 기업 단 한 곳 뿐 그런데 아직까지 이곳에서 ‘진주’를 캐는 회사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송도는 “절름발이 투자지역”“경제특구가 아니라 아파트 특구”라는 불명예를 먼저 얻었다. 투자 유치는 지지부진한데, 평당 1200만원대를 호가하는 아파트가 분양에 성공하면서 이곳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단지 안에 MS·HP·KT 등 국내외 6개사가 IT 컨소시엄을 구성해 1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고, 하버드대 의대를 유치하겠다는 계획 역시 흐지부지 돼 버렸다. 아멕사가 투자하는 영종도∼송도 간 연륙교 프로젝트는 5년이 넘게 시간을 끌었다. 투자양해각서(MOU)에 사인한 것은 99년이지만 복잡한 허가절차 때문에 착공이 늦어졌다. 옛 동아 매립지 땅인 청라지구는 경제특구 개발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반 조성에 필요한 토사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투자 유치 실적만 놓고 볼 때 5월 말 현재 16건에 182억4250만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곳에 입주할 기업이 투자한 돈이 아니라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게일의 국제업무지구 조성과 제2연륙교 건설, 클럽 폴라리스의 골프장 개발사업 등이다. 확실한 투자결정이 이뤄진 것은 3억5000만 달러로 줄어들고, 외국인 직접투자(FDI)로 공식 집계된 돈은 7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인천권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부산·진해, 광양만 일대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부산의 경우 80% 이상이 사유지여서 아직 토지 수용도 못하고 있는 상태다. 투자자에게 보여줄 땅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자유치가 당초에 전망했던 만큼 속도가 안 나고 있다”며 “교육·의료 문제와 생활여건 등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난제였던 외국학교 등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해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이를 외국 투자가들에게 직접 제안하면서 투자 결정을 빨리 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며 너무 급하게 실적을 요구하는 것을 경계했다. 송도가 ‘무늬만 경제자유구역’으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까다로운 행정규제와 투자자들에게 주어지는 조세혜택이 거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높은 땅값과 까다로운 규제, 경직된 노동시장 등은 외국인들의 발길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다. 다만 입주기업에 대한 조세혜택을 금과옥조처럼 들고 다녔는데, 별다른 혜택이 없어 허망하다.”(포스코건설 관계자)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선 경제자유구역 내에 공장을 설치하면 법인세·관세·지방세를 감면한다고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제조·물류·관광 업종에 국한된다. 또 본사와 공장을 제외한 사무소·지역본부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이마저도 혜택의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 내 입주기업에는 법인세 3년간 100%, 추가 2년간 50% 감면 혜택을 준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지역에서는 법인세 5년간 100%, 추가 2년간 50% 감면 혜택이 있다. 원스톱 서비스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경제자유구역청이 설치돼 있지만 원스톱 서비스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국 기업의 임원은 “허가 권한이 미약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인가는 재경부가 지정한 은행에서, 단지 신청은 산자부에서 관할한다. 건축허가를 받으려면 지자체에 가야 하고, 조세감면 신청은 다시 재경부다. 법인설립신고는 지방 국세청에서 담당한다. 이런 잡다한 업무를 일일이 처리해야 한다. 그나마도 담당자가 자주 교체돼 했던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한다. 상하이 푸둥 지구는 원맨 서비스를 지향한다. 투자 유치 담당자 한 사람이 모든 민원을 처리해주는 것이다.” 참여정부와 코드 안 맞아 투자 유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또 있다. “태생이 수도권”인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수도권 정비법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참여정부의 슬로건인 ‘국토 균형발전’ 원칙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은 투자 여력이 있어도 수도권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특구라는 것이 말 그대로 불균형 발전을 통해 경제의 돌파구를 찾자는 것인데 ‘지방 살리기’를 화두로 삼은 참여정부에서는 처음부터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정책이었다”고 꼬집었다. 노무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2003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은 인천공항에서 가진 국정과제회의에서 “동북아 경제중심 계획의 성공 여부에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하느냐, 못 하느냐가 달려 있다”며 “한국의 미래에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송도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투자에 장애요인이 발생하면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역 균형발전 주장이 득세하면서 경제자유구역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이런 경제자유구역 정책을 두고 프란스 햄프싱크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6일 “경제자유구역 몇 개 만든다고 중국으로 갈 돈이 한국으로 오겠느냐”며 “동북아 허브 정책은 중국의 성장을 의식한 임시변통에 불과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인천대 옥동성 경제학과 교수는 “장밋빛 포장만 하고 있지, 실제 수준은 일사불란하게 경제개발을 주도했던 3공화국 때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국가 균형발전도 중요하고, 집중화 전략도 중요하다. 그러나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국가 재원이 정해져 있는 이상 그 범위 안에서 분산 투자하는데, 그런 면에서 참여정부는 너무 많은 곳에 힘을 소모하고 있다”고 옥동성 교수는 덧붙였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기업도시·혁신클러스터·S프로젝트 등 ‘개발 프로젝트’를 남발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정한 자유무역지역·외국인전용단지·외국인투자지역·경제자유구역 등을 더하면 개발지역은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다. 이들은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업을 유치해 낙후지역을 개발한다거나 동북아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는 한가지다. 핵심은 기업의 투자다. 얼마나 많은 기업을 유치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유치해 내는가에 따라 개발 프로젝트의 성패가 갈린다. “스타급 개발 프로젝트 성공시켜라” 최근 행담도 개발 사태로 문제가 불거진 S프로젝트는 자그마치 500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그나마 공항·항만 등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에서 15년 동안 200억 달러를 들여 송도에 신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서남해안 일대에 무슨 방법으로 500억 달러를 유치하겠느냐”며 정부 정책이 환상에 젖어 있다고 비난했다. NSC 관계자는 수조원대 돈이 들어가는 개발 프로젝트에서만큼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S프로젝트는 서남해안을 동북아 허브로 키워 동남아 허브인 싱가포르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동북아 허브를 만들겠다던 인천, 부산·진해, 광양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국제자유도시와 서남해안이 경쟁하는 구도가 되는 것이다. 이런 방법보다는 포기할 곳은 포기하더라도 한 곳을 집중 육성한 다음 여기서 얻어진 개발과 발전 노하우를 주변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경련 유재준 기업도시팀장 역시 “스타급 개발 프로젝트 한 곳을 성공시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안배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사업을 벌일 것이 아니라 확실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환균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청장은 “송도국제도시가 성공할 수 있는 관건은 ‘파워’와 ‘스피드’”라고 말했다. “중국 푸둥보다 14년 뒤졌고, 싱가포르보다는 30년이나 넘게 뒤졌다. 이들을 따라잡으려면 이 프로젝트에 힘이 실려야 하고,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10년 넘게 외국 기업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K씨는 “파워와 스피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레드 테이프를 걷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K씨의 말이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불안한 정치 상황과 북핵 문제로 컨트리 리스크가 높은 나라다. 여기에다 강경한 노조, 행정 규제까지 있다. 아시아의 주요 도시들과 경쟁하려면 지금은 레드 테이프(Red Tape·형식적 규제)를 걷어내는 것이 먼저다. 그 다음에 ‘레드 카펫’(투자 인센티브)을 깔아줘야 하는데, 한국은 지금 구호만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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