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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믿고 중국 금융시장에 몰려드나

무얼 믿고 중국 금융시장에 몰려드나

The Big Bank Chase

거의 매주 중국 은행들과 관련된 대규모 거래 소식이 들린다. 7월 5일 싱가포르의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은 중국건설은행이 올 하반기 홍콩 증시에 상장될 때 10억 달러어치 주식을 사겠다고 확인해 뉴스의 초점이 됐다. 2주 전에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앞으로 더 많이 사들인다는 조건을 달고 중국건설은행 지분 9.1% 구입에 30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그 두 사건의 발표 중간에 상하이의 교통은행은 분수령격인 홍콩의 최초 주식공모를 통해 19억 달러를 조성했다. 상장 첫날 마감 때 종가는 13% 치솟았다.

막대한 잠재력에 현혹된 투자자들은 금세기 중간 무렵이면 세계 최대가 될지도 모를 중국의 금융시장에서 한몫을 차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런 장기적 낙관에 앞서 3만 개에 이르는 중국 은행들의 매우 불안한 현 상황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니 3만 개가 아니라 4만2000개인가? 은행 개수에 대한 추산이 그렇게 크게 다르며, 그런 은행들의 종합적 여건을 통제하기는 더욱 어렵다.

대다수 은행이 겨우 겨우 수익을 내며 굴러가는 듯하다. 중국 정부가 일부러 낮춰잡은 추산에 따르면 은행들은 총 채권의 13%에 이르는 2050억 달러의 부실채권을 떠안았다(민간 분야의 추산으로는 40%대에 이른다). 지점장들은 주로 전문 금융지식이 없고 본사의 지시를 무시하며 정부에 친구가 많은 현지 공산당 책임자들이 맡는다.

외국인들이 이런 판에 끼어들기를 원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다가오는 중국의 시대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는 증거다. 은행업 분석가들은 여전히 ‘중국 은행들, 기적인가 신기루인가?’(투자은행 폭스-피트, 켈턴의 2004년 보고서)라는 식의 제목이 달린 보고서를 양산한다. 매킨지 컨설팅은 은행들이 거의 견제장치 없이 “기존 부실채권을 놔둔 채 의문이 드는 대규모 대출을 계속한다”고 묘사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감독기관이 이런 잘못된 관행을 관리하지 못하면 중국의 번영은 위험에 처할지 모른다.” 홍콩에서 일하는 사업 평론가 제이크 반데르 캄프는 중국 은행들을 사들이려는 쟁탈전에서 “아무도 물어야 할 질문을 하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국적 은행들은 어떤 곳에 발을 들여놓는지 잘 안다고 말한다. 한 가지 큰 매력은 이 파티에 초대받았다는 점이다. 사실 중국 정부는 아시아 역사상 일본 다음으로 큰 대규모의 은행 구조조정에 외국의 개입을 원한다. 일본은 규모가 큰 부실은행도 정비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외국 투자자들은 중국에 돈과 노하우를 대고 그 대가로 중국의 금융에 혁명을 일으킬 신상품 개발의 발판이 만들어지길 기대할 수 있다. 대형 전략 투자자들은 10~20년 뒤의 이익을 찾아 “사업주기 너머 멀리 내다본다”고 폭스-피트, 켈턴의 새뮤얼 천은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은행업계가 떠안은 문제는 지구촌 금융시장에서도 그 성격이 독특하다. 어느 외국 은행이 중국의 한 대출 신청서에서 발견한 다음 세 항목을 통해 은행들이 얼마나 정치화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목적: 폭동을 일으킨 농민용 대출
상환 출처: 미확인
근거: [공란]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난해 중국의 한 은행이 실제로 그 대출을 승인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예기치 못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앞으로 20~30년 뒤 연평균 개인소득 5000달러에 이르는 13억 명의 소비자 시장을 상상한다. 그것은 은행들이 국영기업들에 빌려준 부실채권을 털어내도록 허용해 줄 돈다발이 금융 체제 안으로 흘러든다는 의미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저금리·투기성 부동산 시장으로 흥청망청하는 중국의 경제 호황은 은행권이 빨리 대출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새로운 부채 위기를 낳을지 모른다. 따라서 1997~98년 동아시아를 휩쓴 금융구조 재조정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기 앞서 수지타산을 맞추려고 대단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중국의 금융 부실은 마오쩌둥의 49년 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산당이 창설한 중국 인민은행은 수십 년 동안 중앙은행·재무부·국영 채권자를 한데 합쳐놓은 역할을 했다. 그들의 첫째 목적은 중앙정부 계획가들의 지시대로 국영기업들에 돈을 대는 일이었다. 80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시장개혁을 시작했을 때 중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현대적 금융체제로 뒷받침하지 않는 한 그의 실험이 실패하리라는 점을 곧 깨달았다.

그런 체제를 만들기 위해 중국 정부는 인민은행을 국내 산업·외국 무역·건설·농업을 전문으로 하는 네 개로 쪼갰다. 이것들이 4대 은행이다. 민간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그 밑에 소수의 국영은행을 승인했으며 수천 개의 도시신용조합을 약 100개의 시중은행으로 강제 통합했다. 정부는 오지에 있는 자본금이 부족한 수천 개의 지방 신용조합은 그대로 놔뒀다.

그러나 새 체제로도 금융문화를 바꾸지는 못했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외국인 전문가들은 은행 직원들이 제대 군인들로 채워지고, 지점장은 공산당 서열에 따라 임명되며, 회계장부는 접근 불허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보다 더 나쁜 문제는 공무원들 사이에 은행이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현금출납기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많은 외국인 전문가들이 이 체제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면서 포기하고 떠났다.

90년대 후반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대두하면서 그런 태도가 바뀌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려오고, 금융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수천 개의 기업과 중산층이 연안도시들에서 발흥하면서 중국의 금융 건강은 갑자기 외부세계의 관심거리가 됐다. 중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2006년 외국 은행들에 문호를 개방하기로 약속했다. 그것은 사실 자기네 이익에 부합하는 ‘양보’였다.

중국 정부는 외국의 자본·능력·기술을 원했으며 중국 은행들에 다국적 파트너를 찾으라고 권장했다. 형편이 좋은 일부 은행들에는 투명성을 개선하고 국제 회계기준에 따르기 위한 수단으로 외국 주식시장 상장을 유도했다.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나서면서 “기업 지배구조 풍조와 그동안의 전통보다는 훨씬 높은 기업 공개기준”이 만들어졌다고 HSBC의 최고경영자 마이크 스미스는 말했다. 그는 지난해 교통은행과의 제휴를 추진해 20% 지분을 얻는 대가로 17억5000만 달러를 지급했다. HSBC는 이 거래를 통해 2000개가 넘는 국내 지점을 얻어 주택담보 장기대출·자동차 할부금융·신용카드 등의 신상품 판매망을 갖추게 됐다.

스미스는 자사의 미래를 위해서는 발전하는 중국 시장에서 반드시 지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중앙계획의 한 가지 부산물은 위험하리 만큼 분권화된 은행제도다. 스미스는 교통은행의 지점들은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다고 말했다. 중국의 다른 대형 은행들은 지점이 2만5000개나 되는 반면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고, 하물며 최근 일어난 일련의 추문들처럼 각 지점장이 금고에서 수백만 달러를 꺼내 도망치는 사태를 막기는 더더욱 어렵다. 시중은행의 지점장들은 자신을 독립적 존재로 생각하는 지방 신용조합장 출신이 맡은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을 해고하는 권한은 은행 본사가 아니라 지방 공산당에 있다. 그리고 이권사업의 지원을 노리는 현지 공무원들이 그처럼 본사를 무시하라고 부추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계속된다. 가장 과격한 실험은 중국의 자본주의 실험실로 유명한 선전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의 투자기금 뉴브리지 캐피털은 도산위기에 처한 선전개발은행의 지분을 사들인 뒤 외국인 이사 일곱 명을 임명했다. 이 인수에 정통한 분석가들에 따르면 뉴브리지는 개혁을 위해 무진 공을 들였다. 예컨대 선전의 공산당은 자기네가 심은 중국인 직원이 회장과 같은 봉급을 받아야겠다고 요구했다.

결국 뉴브리지의 절충안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끝났다. 그 직원은 계속 고용하되 봉급은 당 서열이 아니라 직무에 걸맞게 주기로 했다. 분석가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지만 이 은행이 대출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저위험 대출을 토대로 알맞은 성장을 하기 위해 마구잡이식 팽창은 자제키로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은행업 전체가 그런 식으로 불확실하다. 은행들은 정부로부터 수시로 모순적인 지시를 받는다. 예컨대 중국은행감독위원회는 특정 연도의 부실채권 비율이 2%를 넘으면 행장을 해고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고위험군의 대출자인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거절하는 은행은 중앙은행의 분노를 산다. 심지어 부실채권의 정의조차 불분명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원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를 말하지만 중국에서는 이자만 꼬박꼬박 내면 ‘양호한’ 채권으로 간주된다. “경영자들에게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고 세계은행 산하 민간대출 기구인 국제금융공사(IFC)의 동아시아·태평양 담당부장 제이비드 하미드는 말했다.

감독기관이 은행을 봐주는 태도를 고치지 않는 한 중국의 금융체제는 지난 5월 27일 칭하이(靑海)성의 외딴 도시 굴무드에서 일어난 소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주 신화통신에 따르면 현금이 바닥난 쿤룬신용조합이 손님들의 예금인출 요청을 거부하자 현지 주민 수천 명이 일곱 개의 현지 은행에 몰려가는 난리가 일어났다. 중앙정부가 곤란에 처한 은행들을 폐쇄할 때까지 이틀 동안 예금인출 소동이 벌어졌다. 위기 해소를 위해 정부는 조합 구제용 긴급자금 900만 달러를 수혈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하면서 그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무려 96%나 된다고 덧붙였다.

그런 부실이 그곳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한 지역의 대출현황을 감사하던 한 ‘주요 은행’은 어느 산업이 특정 대출을 받아갔는지, 어떤 담보물이 제공됐는지 또는 그 대출 결정을 누가 했는지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 또 다른 은행에서는 가짜 주소에 대한 대출이나 채무자가 보유하지도 않은 재산을 담보로 설정하는 등 ‘새 부실 담보대출의 약 3분의 1이 사기성’이었다.

대다수의 외국인 전문가들은 체제의 위기를 걱정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비상시 동원할 수 있는 외화보유액이 4000억 달러나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중국의 뜨거운 경제열기가 식는 순간, 조만간 그리 될 테지만, 어려운 시련이 닥치게 된다. 중국 은행들은 공산주의 전통을 따라 고전하는 국영기업들의 구제에 나설까? IFC는 선구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5000만 달러를 들여 상하이은행의 개조에 나섰다.

효율적인 위기관리와 감독체제를 갖추고 회계기준을 높여 모범 은행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커다란 난제 하나는 경영진이 진짜 경기침체의 결과를 직시하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하미드는 말했다. “정부가 뛰어들어 모두를 구제하려는 생각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은행들은 그 점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구조조정의 규모가 얼마나 크겠느냐는 점인데 이 역시 매우 불확실하다. HSBC의 스미스는 곤란에 처한 채무자들에 대한 사회주의식 보살핌과 자본주의식 냉대 사이의 ‘중간쯤’이 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크레디리요네의 수석연구원 짐 워커는 은행들이 채무자를 까다롭게 대하면서 자본주의를 제대로 수용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게 된다고 확신했다.

과거에는 “미래의 부실채권을 희생시켜 사람들을 살리다시피 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제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 은행들은 ‘더 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말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중국 은행들은 서구와 마찬가지로 잘 나갈 때는 영웅 역할을, 어려울 때는 악당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그런 결말은 보기에는 안 좋지만 그것 역시 성장으로 간주된다.

최한림 parasol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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