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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대란說’ 긴·급·진·단…거품 빼려 하자 벌써‘죽겠다’아우성

‘9월 대란說’ 긴·급·진·단…거품 빼려 하자 벌써‘죽겠다’아우성

서울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은 사람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참여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시장이 잔뜩 움츠러들었다. 정부의 정책 의지를 거슬러서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자들뿐 아니라 일반 시민까지도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에 귀를 쫑긋하고 있다. 한때 시장에 넘쳐흐르던 자금은 간 데 없고, 일반 부동산 거래조차 뜸해졌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것일까? ‘부동산 9월 대란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거품이 갑자기 꺼지면 부동산 산업은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공포’도 엄습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현재 부동산 시장에 불고 있는 ‘9월 대란설’의 진앙지를 추적해 봤다. <편집자> 신규 아파트는 보통 40%가 비어 있다.” 중견 건설업체인 S사 관계자의 말이다. 지방 아파트는 절반이 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비록 입주했다 해도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설업체는 자사 아파트 브랜드의 가치 하락을 걱정해 쉬쉬하고 있다. 이제는 일부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인기 아파트 단지까지 공실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서는 보통 자신이 살던 기존의 주택을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최근 은행 융자 문턱도 크게 높아져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은 주택투기지역에서 주택담보 대출요건을 1인당 1건에서 가구당 1건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팀장은 “고강도 정부 대책을 눈앞에 두고 있어 최근 들어 부동산 거래가 소강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은 거래가 장기간 중단되면 시장에 예상치 못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게 마련”이라며 늘어가는 빈집 문제를 경계했다. “부동산에 거품이 들어갔다가 꺼지면 시장이고 뭐고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7월 초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시중에는 8월 말 발표할 예정인 정부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부동산 대란의 시나리오는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서 시작된다. 정부의 규제 등으로 담보대출을 받은 융자금의 금리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부동산을 투매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위축되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은 더욱 큰 가격 하락을 부르며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특히 부동산을 소유한 기업도 보유자산 가치의 대규모 하락을 겪게 된다. 따라서 기업들의 금융 환경도 어려워진다. 건설 및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실업률도 증가한다.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이 낮아져 채무 불이행이 증가한다. 결국 부동산 9월 대란은 전국적인 경기침체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설이다. 참여정부는 지금까지 수많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해 왔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단기적 효과만 거둬왔을 뿐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정부가 국세청과 검찰까지 동원해 시장을 압박하며 이달 말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 장벽이 높아질수록 그에 따른 부작용과 시장의 반발도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노리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빈집은 늘어가고 거래는 사라졌다. 사람들이 부동산 거래를 멈추고 정부 정책을 기다리는 사이 부동산 업체들의 주름살은 깊어졌고, 건설회사들이 자금난으로 쓰러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성철씨는 최근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몇 주째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름은 부동산 업계의 비수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뭄은 정말 겪은 적이 없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보도 이후 한파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강남·분당 등 주요 지역의 집값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7월 중순 가격 상승세를 멈춘 강남·분당 지역 아파트는 본격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김씨는 “급매로 시중가보다 1억원이나 낮게 나온 물건도 찾는 사람이 없다”며 “사람들이 이달 말 정부 대책에만 목을 빼고 있다”며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에다 최근 국세청이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한 이후 다주택 소유자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고 있다. 분당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는 물론 강남권 재건축단지에서도 최대 1억원이나 떨어진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추진 소문으로 급등했던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에서도 7000만~9000만원 가까이 내린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강남·분당 등 6개 주요 집값 상승 지역의 매수 문의는 6월 14일 500건에서 7월 19일 92건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전국부동산협회 양소순 실장은 “정부가 이달 말 부동산 종합 대책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워낙 확고하고 시장 분위기도 일단 기다려보자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부동산 업자들이 생업을 계속하기 힘들다며 시장이 살아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사업을 접는 건설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125개 업체가 건설업 등록을 자진 반납했다. 지난해 112개 업체에 비해 증가한 것이다. 건설업체 부도 역시 증가했다. 상반기 부도 건설업체는 85개사로 전년 동기 78개사보다 7개 증가했다. 대한건설협회 담당자는 “앞으로도 부동산 시장이 불황일 것이라 예측하는 중소업체들의 경우 자금난 등 어려움이 생기면 결국 사업을 포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아있는 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건설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의 채권 발행비율은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다. 7월 28일 한국채권평가에 따르면 건설회사 발행 채권액수는 1~3월 5000억원대에서 4~6월 1조2000억원대로 급증했다. 한국채권평가의 회사채 평가 담당 김남선 대리는 “저금리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에 자금 마련을 위해 건설사에서 발행하는 채권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단속, 주식 활성 정책 영향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당장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부동산 회사 담당자는 “건설 공사 수주액이 줄고 건축 허가 면적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개발해 놓은 부동산마저 묶여 있다”며 “일단 채권 발행을 늘리며 버티는 방법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일부 건설사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까지 아파트 공사 수주활동을 자제하고 분양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주택담보 대출조건’이 강화되고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의 규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괜히 사업을 벌였다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아파트 사업을 체결하며 ‘정부 대책의 내용에 따라 계약 분양조건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단서를 붙이기도 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단은 분양 시기를 미루며 시장을 관찰하고 있다”며 “정부가 시장을 이해하는 정책을 펴기 바란다”고 밝혔다. 금융계에서도 최근 들어 자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단연 강세를 띠었던 부동산과 채권이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펀드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경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이 증시보다 부동산을 선호했었는데, 최근 자금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정기예금 잔고가 지난해 하반기를 정점으로 3분기 연속 감소하는 반면 펀드 수탁액은 올 초 이후 매달 고점을 경신하며 200조원을 넘어섰다. 박 연구원은 “여기에 재경부에서 장기 적립식 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을 검토하는 등 정부가 부동산을 단속하고 주식을 활성화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금융 시장 기류 변화에 한몫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금융자산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예금·채권·보험·부동산, 그리고 기타 금융 자산의 흐름을 보면 한국 경제가 걸어온 길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자산 흐름에서 단연 돋보이는 종목은 부동산이다. 2001년 1300조원에서 2004년 1800조원으로 무려 500조원이 성장해 부동산 경기가 호황의 길을 걸었음을 잘 보여준다. 예금의 경우 2001년 전체 자금 시장의 15.6%를 차지했지만 2004년에는 14.5%에 불과해 오히려 감소했다. 올해의 돈 줄기는 과연 어디를 향해 흘러갈까. 정부의 강력한 규제 대책 발표를 앞둔 부동산이 계속 강세를 이어갈지, 아니면 최근 펀드 투자로 힘을 얻고 있는 주식시장이 저력을 발휘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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