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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츠는 강성보수다?

로버츠는 강성보수다?

Roberts at the Revolution

그 메모들이 꼭 뭔가를 암시하지는 않지만 존 로버츠의 상원 인준 청문회에선 분명 공격거리가 될 듯하다. 2주 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지명될 당시 로버츠는 자제력을 겸비한 조용한 법관의 본보기로 묘사됐다. 그러나 곧 그가 1980년대 레이건 백악관과 법무부에서 일할 당시 작성된 수천 쪽의 메모와 문서가 공개됐다.

언론 보도처럼 로버츠는 자기 확신에 차 있고, 보수적인 상관들과 비교해서도 더 우파인 듯 보였다. 진보진영 단체인 ‘미국식 방식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랠프 니스 회장은 “하루하루가 갈수록 로버츠가 민권 관련 법률과 판례에 대한 우파의 공격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은 보좌관 중 한 명임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메모들은 로버츠가 레이건의 ‘보수 혁명’에서 의욕적으로 선두에 섰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가 대법원에서 기존 판례를 깨는 보수적 대법관이 된다고 보기엔 무리다. 당시 로버츠와 함께 일한 변호사들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인간적 맥락에서 중요한 일부 단서를 제공했다.
레이건 사단이 81년 집권할 당시 연방법원은 이미 20년 넘게 좌파 쪽으로 편향돼 있었다.

윌리엄 프렌치 스미스 당시 법무장관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조언하던 젊은 변호사들은 상관들에게서 그 같은 상황을 역전시키도록 독려받았다. 법무부에서 로버츠와 함께 일한 데이비드 힐러는 “기존 가치의 정신적 기초에 대한 공격적이고 지적인 검토가 대거 진행됐다”며 “로버츠는 현상(現狀)에 대한 도전을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82년 당시 테드 올슨 법무차관은 한 지침에서 낙태, 버싱(강제 통학을 통한 흑백 간 학력 평준화), 교내 기도(祈禱) 등에 대한 결정권을 법원으로부터 박탈하려는 공화당 의원들의 입법 시도에 행정부가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할 경우 “특히 언론으로부터 용기 있고 매우 규율 있는 태도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란 이유도 적혀 있다. 로스쿨을 갓 졸업하고 보수적 판사 밑에서 보조로 일한 로버츠는 그 메모 가장자리에 “그건 옳은 방법이 아니다!”며 그렇게 하기보다 “헌법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고 [진보적 법률가와 칼럼니스트들에게] 고개 숙이지 않아야 진정한 용기”라고 썼다.

로버츠는 “실제 레이건의 백악관 법률고문 프레드 필딩의 독려에 힘입어 건방지고 불손한 면이 다소 있었다”고 백악관 근무 당시 변호사로 함께 일한 웬델 L 윌키 2세는 말했다. 로버츠의 동료 중 일부는 그가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개는 자신의 주장을 반박할 가능성이 있는 동료에게만 냉소적 태도를 보였으며 아직 법률적 입장이 확립되지 않은 20대 후반의 젊은 변호사였다고 덧붙였다. 당시엔 동료였다 지금은 부시 행정부의 관리가 된 한 인사는 로버츠가 백악관 근무 이후 변했다고 말했다.

인준 청문회 출두 가능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그는 로버츠가 “실제의 삶에 부딪히게 됐으며 그런 삶이 그를 진정 따뜻한 인물로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버츠는 자신이 예전에 썼던 잔재주 중 일부가 인준 청문회에서도 쓸모가 있음을 알게 될지 모른다. 그는 법무장관에게 보낸 한 문서(제목: ‘미 유대계 위원회에 보내는 서신’)의 표지에 이렇게 썼다. “답변 초고는 이 정도로 괜찮겠습니까? 즉 알맹이가 전혀 들어 있지 않도록 능숙하게 처리됐는지요?”

With MICHAEL ISIK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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