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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백화점’이라는 자존심 때문…신세계가 충무로에 1800억 쏟아부은 뜻
- ‘국내 최초 백화점’이라는 자존심 때문…신세계가 충무로에 1800억 쏟아부은 뜻
충무로점은 신세계의 자존심 신세계가 진짜 돈을 벌려면 주거지 중심의 외곽을 택했어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도심에 있는 백화점들보다 주거 중심의 부도심 백화점들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백화점 매출 추이를 보면 롯데 명동점을 제외하고는 현대 목동점, 신세계 강남점, 분당 삼성플라자 등의 부도심권이 도심 백화점들보다 매출을 많이 올리고 있다. 주거지역이 옆에 있기 때문에 쇼핑하기가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주 5일제 영향으로 쇼핑을 위해 주말에 도심을 찾는 사람들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신세계 생각은 어떨까? 신세계 본점의 전신은 1930년 개점한 국내 최초 백화점 미스코시 경성지점이다. 신세계가 충무로를 버릴 수 없었던 이유로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이 갖는 상징성과 자부심을 꼽았다. 게다가 백화점 사업 확장은 이명희 회장의 오랜 숙원이었다는 것이다. 내년에 구관까지 다시 개점하게 되면 신세계는 국내 최초, 최신 백화점을 동시에 갖추게 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97년 이 회장이 신세계를 삼성으로부터 분리해 가지고 나올 때 핵심은 백화점이었다”며 “본점은 신세계 그룹의 심장이라 지역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본사 사무실로 쓰는 사옥 1층에 이병철 선대 회장의 흉상까지 세우며 본점에 대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백화점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실제로 신세계는 98년부터 전문경영인인 구학서 사장이 맡고 있다. 이를 빗대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선 “구학서 신세계 그룹 사장이 가장 행복한 전문경영인”이란 말도 있다. 구 사장은 후임자를 본인이 지정해 놓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재량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까지 20대 그룹 진출 목표 신세계는 93년 국내 최초의 할인점인 이마트 창동점을 개점했다. 이후 할인점 사업으로 급성장을 해왔다. 이마트는 현재 중국의 3개 점을 포함해 총 73개 점포가 있다. 신세계 그룹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신세계는 할인점에서 번 돈을 백화점에 투자한 셈이다. 신세계의 백화점 매장은 총 7개다. 롯데 22개, 현대 11개에 비하면 아직 뒤처진다. 신세계는 2007년엔 죽전과 의정부 역사 개발을 지속적으로 펴 백화점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2008년까지 백화점 10개 점포, 할인점 120여 개 점포망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유통시장 공략을 통한 글로벌 종합소매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 신세계의 꿈이다. 총 자산 9조원, 총 매출 18조원, 이익 1조원을 갖춘 20대 그룹에 진입하겠다는 것이다. 숙명적 경쟁 업체인 롯데백화점은 현재 신세계 사업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웃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2007년 죽전점 오픈 말고는 뚜렷한 비전이 없는 신세계가 어떻게 백화점 1등을 꿈꾸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롯데의 명동 본점 매출액은 1조4000억원, 신세계 본점은 1000억원 규모였다. 그런데 신세계 본점은 연말까지 목표 매출액을 5500억원으로 잡았다. 롯데 홍보실 측은 “신세계 개점 초기 한 달은 1% 정도의 매출 잠식을 예상하지만 그 이상은 타격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의 경쟁자는 현대지 신세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역적으로도 롯데는 명동 상권이고 신세계는 남대문 상권이다. 이 때문에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롯데 고객들이 신세계로 대거 이동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신세계 입장은 다르다. 중앙우체국을 중심으로 명동과 남대문을 잇는 오작교 역할을 신세계 본점이 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즉 명동 고객이 신세계로 건너올 것이라는 기대다. 이에 맞춰 신세계는 젊은층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14층 350석 규모의 문화홀에서 매일 영화 시사회나 콘서트를 무료로 열 계획이다. 또 영패션 브랜드도 대량으로 입주시켰다. 메리츠증권의 유주연 애널리스트는 “어떤 지역이든 하나만 있을 때보다 두세 개가 모여 있을 때 집객 효과가 나타난다”며 “신세계 오픈에 따라 명동 상권은 활성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와 한판 싸움 불가피 신세계는 본점 신관의 컨셉트로 ‘World Class’를 내걸었다. 이미 백화점 사업으로 우뚝 서 있는 롯데나 현대와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상품 구성부터 매장 환경, 진열·조명기법, 매장 운영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의 고급 백화점을 벤치마킹했다. 신세계 측은 “백화점은 완전 고급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신세계에 와야만 볼 수 있는 고급 상품을 선보여 백화점 고객을 끌겠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신세계가 97년 자체 제작한 ‘PISHON’ 숍이다. ‘PISHON’ 숍이란 바이어가 직접 해외를 돌며 직수입해 온 인테리어 상품들을 모아 놓은 매장이다. 소파 하나가 600만원을 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이번 본전 신관에도 ‘PISHON’ 대형 매장을 차렸다. 말썽 많은 교통 문제에 대해서도 신세계 측은 낙관한다. 본점 인근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이용 고객을 위한 지하통로가 있기 때문이다. 또 36m 길이의 수평 무빙워크도 설치했다. 이 때문에 교통이 불편해 고객들이 안 찾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무튼 매출액으로 따지면 비교가 안 되는 게임이라며 뒷짐을 지던 롯데백화점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세계 본점이 재오픈한 10일 롯데백화점 본관과 에비뉴얼·영플라자 등을 묶어 ‘롯데타운 오픈’을 선포했을 정도다. 숙명적 경쟁 업체인 신세계를 의식한 제스처가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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