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빗장 풀리는 군수시장…무기부품 3000개 국산화 민간, 국방벤처 참여 길 넓어
2007년 빗장 풀리는 군수시장…무기부품 3000개 국산화 민간, 국방벤처 참여 길 넓어
무기 국산화 첨병으로 ‘벤처’가 제격 사복에서 개구리복으로 갈아입은 국방벤처가 작전 수행 중이다. 숫자는 아직 많지 않지만 성과를 내는 벤처가 속속 나오는 등 국방벤처로 변신한 업체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특히 폐쇄적인 군수시장의 빗장이 개방형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면서 방위산업에 참여하려는 벤처가 점차 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뚫기는 힘들지만 일단 군납을 시작하면 수요가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국방벤처로 변신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벤처는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 키워드 중 하나인 ‘자주국방’ 정책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무기를 국산화하고, 취약한 방산기술의 하부구조를 탄탄히 하는 데 국방벤처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8월 15일 광복 60주년 경축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능히 나라를 지킬 만한 자주국방의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주국방을 국제적인 역학관계에 무게를 두고 생각하면 다분히 정치적이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무기 국산화’를 뜻한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는 자주국방의 역량을 갖춰가고 있을까. “1970년대 이후 자주국방의 구호 아래 무기 국산화가 진행되면서 지난 10년간 무려 7조원의 외화 절감 효과가 있었다.” 국방부 측 얘기다. 하지만 국방 국산화율은 여전히 70% 이하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국방 연구개발(R&D) 투자비를 현재 전체 국방 예산의 4.5%에서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국방 분야 전문가들은 “내후년이면 약 1조원이 국방 R&D 비용으로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벤처 관계자들은 “이 자금의 일부가 벤처에 지원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선규 국방벤처센터장은 “현재 많은 국방벤처가 민간 기술을 군에 도입하려고 시도하지만 국방부 차원의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라며 “민간 벤처의 기술을 잘 활용하면 부품 국산화나 민·군 겸용기술 확대 차원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에 정책적인 자금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세중 국방품질관리소 선임연구원 역시 “국방 R&D 대부분을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주도하는데 현재의 인력으로는 모든 R&D를 ADD에서 전담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민간 기술을 활용하는 이른바 ‘스핀온(Spin-on)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빗장 풀리는 군수시장 김 연구원은 “부품·소재 개발의 경우 유사 기술을 갖고 있는 벤처에 맡겨 군용화·국산화하는 작업을 한다면 엄청난 외화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국방품질관리소는 지난 5년간 3838개의 부품을 국산화해 약 400억원의 외화 절감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중소 벤처가 방위·군수산업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방위산업의 경우 ‘전문화 계열화 제도’라고 해서 무기별로 선정된 한 업체에 R&D와 생산 등 독점권을 보장해 주는 제도가 있어 일반기업, 특히 규모가 작은 벤처의 경우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2007년 폐지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국방벤처의 먹을거리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광문 국방품질관리소장은 “부품 소재를 생산하는 중소 벤처라 할지라도 기술적으로 우수한 업체가 계속 나온다면 군수시장도 협력사 중심의 고리가 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국방벤처가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아직 힘들다. 일반 벤처가 전략적으로 뛰어들 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광문 소장은 “전국에 최소 7~8곳의 국방벤처센터가 생겨야 방위산업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데 아직은 환경이 그리 좋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품질관리소가 운영하는 서울·인천 국방벤처센터에 입주한 업체는 43곳. 전국적으로도 200여 개 미만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이 때문에 한 소장을 포함한 전문가들은 “민간 벤처가 국방벤처로 변신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매력적인 지원 제도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방벤처 지원 국방부가 나서야 예를 들어 가격이 외산에 비해 비싸더라도 국산품을 구매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그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한국산 M16 소총보다 14배나 비싼 89식 일본 소총을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개발하려는 국산 제품이 외산보다 130% 정도만 비쌀 것으로 예상되면 개발 자체를 만류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세중 연구원은 “국산화되지 않은 구성품이나 부품은 고가에 구매할 수밖에 없고, 유사시 공급의 어려움으로 장비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산화한 제품에 대해 장기간 군납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정부의 촉진정책이 미약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김병환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팀장은 “군용 부품이나 제품의 경우 국산화까지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 반면 납품 보장은 5년에 불과하다”며 “외산을 대체한 국산품의 경우 납품 보장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장 국산화가 필요한 무기 부품만 3000여 개가 넘는다. 따라서 유사 기술을 가진 벤처가 국방 분야에 뛰어든다면 무기 국산화와 민·군 겸용기술 확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자원부나 중소기업청·지자체 차원이 아니라 국방부가 직접 나서 국방벤처를 육성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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