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조선업 10년 호황설’?… “日 경쟁 포기, 中 기술 10년 뒤져”

‘조선업 10년 호황설’?… “日 경쟁 포기, 中 기술 10년 뒤져”

장근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
석남식 이코노미스트 기자.
한국 조선업계는 당분간 현재의 호황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은 대우 거제조선소 야경.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한국에 조선소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1971년. 정 명예회장은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약 8000만 달러를 구하기 위해 영국 런던의 바클레이즈 은행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당시 그가 손에 들고 간 것은 조선소를 지을 미포만에 소나무가 서 있는 황량한 모래사장을 찍은 사진이 전부였다. 바클레이즈 은행 측은 “배를 계약할 선주도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고 자금 상환 능력도 의문시된다”며 차관 제공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때 정 명예회장이 내민 것은 500원짜리 지폐 하나. 정 명예회장은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져 있는 거북선을 가리키며 한국은 이미 1500년대에 철갑선을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의 조선 역사가 대략 180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은 그에 비해 무려 300년이나 앞섰다고 강변한 것. 결국 정 명예회장은 차관 도입에 성공했다. 이른바 맨손으로 이룬 ‘조선강국’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유명한 일화다. 정 명예회장의 무모한 도전이 있은 이후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수주에 성공한 것은 1976년 현대중공업이 처음이다. 그 후 기술력에서 엄청난 격차를 보였던 일본 조선업체와 대등한 경쟁을 하기까지는 무려 16년의 세월이 걸렸다. 1992년 수주량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2005년. 한국의 조선업계가 앞으로 10년 이상 ‘나 홀로 호황’을 구가할 것이란 ‘조선업 10년 호황설’이 솔솔 번지고 있다. 정 명예회장이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조선소를 세우겠다고 외친 지 34년 만에 세계 1위 자리에 우뚝 선 것이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조선업 10년 호황설’의 밑바탕에는 세계적 명성을 자랑해 왔던 일본 조선업계의 부진이 깔려 있다. 일본의 조선업은 기능인력 고령화와 정체된 설계기술로 인해 10년 이내에 신(新)조선 주류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본 조선업계는 기능인력 평균 연령이 53세로 이미 고령화된 데다 조선업이 사양산업으로 인식돼 젊은 인력의 수혈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조선업 현재 호황 이어진다 이로 인해 일본인의 평균 정년 퇴직 연령 60세를 감안할 때 일본이 조선강국으로서 선박을 건조하는 것은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조선업 인구 감소를 표준 선박 건조로 해결해 왔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선박설계 기술의 정체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은 이미 LNG선 등 특수선 건조를 포기하고 벌크선과 유조선 위주로 건조하고 있다. 결국 일본의 선박 건조량은 향후 최장 5년 동안 현 수준을 유지한 뒤 급격한 감소를 기록하다 10년 이내에 신조선 주류시장에서 ‘명퇴’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쇠퇴와 함께 한국 조선업을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의 사정은 어떨까? 중국 조선업의 원가 경쟁력은 바로 낮은 임금수준에서 나왔다. 하지만 중국 조선 기능인력은 선박 건조 경험 부족 때문에 1인당 매출액 기준으로 경쟁력이 한국의 2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다 조선업의 배경이 되는 조선 기자재와 철강 등 후방 산업이 취약해 중국이 한국을 추월하는 데는 한국이 일본을 추월하는 데 걸린 16년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의 조선 기자재산업이 발달하는 데는 30여 년에 걸친 조선업체들의 기술 지도와 품질 관리가 근간이 됐기 때문에 중국 기자재산업의 발달이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그 배경이다. 이로 인해 중국과 한국의 신조선 경쟁은 2015년 이후에야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조선 호황이 정말로 지속될 수 있을까? 지난 2002년 말부터 최근까지 보기 드문 호황을 보이고 있는 조선업황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는 반면 해운 운임 하락으로 선박 가격이 하락하면서 호황이 더 이상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호황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과거 호황 사이클과 지금 상황이 다르다고 보는 것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국가들의 고성장세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상품 생산국과 소비국 간의 지리적 차이로 인해 (1)해상 교역량이 지금과 같은 높은 증가율을 유지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 (2)원유에 대한 꾸준한 수요와 청정 연료인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 (3)유조선의 운항 규제에 따른 대체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 등은 호황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로 제시되는 사항이다. 또 물량 확보를 위한 한국과 일본의 경쟁체제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점도 조선시황의 안정된 흐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즉 안정된 신규 발주량이 이어질 경우 조선시황 역시 큰 문제 없이 현재의 호황 국면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세계 해운시황은 1997년 말 동남아 국가들의 외환위기와 2001년 9·11 테러라는 두 차례의 예상치 못한 불안 요소가 나타났었다. 이로 인해 1998년부터 2002년 상반기까지는 테러 및 세계 경기에 대한 부담으로 선박에 대한 신규 주문량이 충분하지 못했다. 선박 부족 현상이 나타날 조짐이 이미 있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급속한 성장세가 해상 물동량 증가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선박 수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원자재 수입 급증 및 외국인의 대중 투자가 증가하면서 중국이 ‘세계 공장’ 역할을 함에 따라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2년 10.5%, 2004년 13.1% 증가하는 강세를 보였다. 이로 인해 충분한 발주가 없었던 선박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선박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조선시황이 불황을 겪는 반면 전 세계 경기가 장기 침체로 빠지지 않을 경우 2~4년 후에는 결국 호황이 오는 사이클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사이클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데 이번 호황 사이클은 유난히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해상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단일선체 유조선 및 노후 선박에 대한 운항 규제에 대비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국의 성장세에 따른 해상 물동량 증가로 선박 수요가 증가했고, 청정 연료인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 증가로 2000년부터 LNG선의 대량 발주도 늘어났다.

고부가가치선 기술력이 ‘경쟁력’ 특히 전체 선박에 대한 투자액 중 가스운반선(LPG선·LNG선)에 대한 투자 비중은 1998년과 1999년에는 5%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00년에는 10.9%, 2004년에는 18.8%로 높아졌다. 이는 유가의 고공 행진, 화석 연료의 고갈 및 환경 문제 등으로 인해 청정 연료인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현재 인도 예정인 LNG선들 중 70% 정도를 국내 조선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LNG선의 대형화에 따라 수주 경쟁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내 업체들은 LNG선 및 대형 컨테이너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대해 선별적인 수주활동을 펴나갈 전망이다. 이러한 점은 타 국가들의 수주활동과 차별화될 수 있는 경쟁력이다. 즉 LNG선 등 고부가가치선의 비중이 커진 상태고 일본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점에서 국내 조선업체들의 호황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보인다. 다만 전방 산업인 해운 운임의 하락과 선박 공급 과잉 현상에 대한 우려로 신규 발주량 감소세가 몇 개월 지속될 경우 충분한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을 완전히 피해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이러한 우려가 조금씩 나타나는 조짐이 있다. 조선산업의 전방 산업인 해운산업이 선복량 증대 우려로 운임이 하락하거나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이번 조선 호황이 좀 더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걱정을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운 운임 하락은 선박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지금의 해운 운임 하락 원인이 지난 2~3년간의 대량 발주에 따른 선복 공급량 과잉 우려 때문이라면 선박에 대한 신규 주문량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반등을 보이고 있지만 원재료 등을 주로 운반하는 벌크선의 운임지수인 BDI(Baltic Dry Index)는 지난해 12월 6208을 고점으로 올해 8월 초에는 1749까지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컨테이너선 용선지수인 HR(Howe Robinson Container Index) 역시 지난 6월 초의 2093을 고점으로 8월 중순에는 1897까지 1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성수기 시즌인 여름철에 컨테이너선의 용선료가 하락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컨테이너선 해운시장의 경우 2007년까지 시황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03~2005년에 이미 발주된 선박들이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조가 완료되면서 해상 운송에 투입될 선복량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예상되는 물동량 증가율보다 투입 선복량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6년부터는 지난 3년과 달리 컨테이너선 시장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과잉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공급 과잉으로 해운 운임이 하락하면 그것은 결국 해운선사들 또는 선박 운용사들의 수입 감소를 의미한다. 반면 선박에 대한 투자는 이들에게 고정비 성격의 부담으로 여전히 남게 된다. 따라서 해운 운임 하락으로 인한 수입 감소를 감당하기 위해 선박 가격을 낮추려고 노력할 것이다. 지난 6월 선박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것도 선박 구매자 또는 운용자의 이 같은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선박 수주 출혈 경쟁 가능성 작아 조선시황에서 우려되는 점은 선복량 증대로 해운 운임 하락이 점쳐지는 지금 상황에서 선박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에 선박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다. 선박 투자자들이 과거 3년과 달리 시황 흐름을 지켜보는 관망 자세로 한 발 물러서게 되고 이는 신규 발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신규 발주량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조선업체들이 이미 확보해 둔 수주 잔량 역시 감소세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이는 조선시황이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징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선박 가격의 하락은 충분한 수주 잔량을 확보하고 있는 조선업체들의 실적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다만 향후 매출에 반영될 시점에서의 단가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선박당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향후 매출이 인식될 때 선박 건조에 투입되는 원가의 변동성은 남아 있다. 그렇지만 선박 가격 하락에 따른 향후 매출 단가 하락은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주요 조선소들이 3년 이상의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무리하게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수주 경쟁으로 선박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낮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최근 LNG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선 위주로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조선업체 주가는?



“당분간 안정된 상승세 기대된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호황 이전인 2002년 낮은 가격에 수주한 선박을 매출로 인식하면서 적자를 기록해 오고 있다. 그렇지만 주가는 오히려 조선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여왔다. 선박 가격이 상승하면서 신규 수주량이 증가하는 것을 향후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 조선업체들은 호황을 누렸던 만큼의 결과를 이익으로 창출해 내야 하는 시점에 왔으며 이번 2분기 실적이 그러한 기대감을 확인시켜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업체들의 주가에 미치는 변수들은 조선업황, 환율 추이, 원자재 가격 추이, 실적 등이다. 이런 변수들의 움직임은 최근까지 원자재 가격 폭등세 및 실적 부진보다는 조선산업의 호황에 큰 비중을 둬 왔다. 앞으로 호황이 이어질 경우에는 원자재 가격 안정 속에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가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해운 운임이 하락 조짐을 나타내고 있지만 전 세계 주요 조선소들이 충분히 안정된 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시황이 급격하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즉 조선업체들의 주가도 당분간 안정된 시황 흐름 속에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조선시장에서의 확고한 1위 자리를 축하하는 주가 재평가(re-rating) 과정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해운시황의 약세 우려로 신규 발주량 및 선가가 하락하는 모습으로 추세가 전환된다면 과거 2~3년간의 주가 흐름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재의 전 세계 수주 잔량을 감안하면 현재의 시황이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렇지만 향후 6개월 정도의 신규 발주량 및 선가, 국내 업체들의 신규 수주 실적 및 해운 운임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조선업체들의 주가 역시 이러한 시황 예측 지표들의 향방에 따라 전반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일시적인 선가 하락이 나타났을 때 국내 조선업체들의 주가도 단기적이기는 했지만 하락하는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조선시황 약세 전환에 따른 우려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시황이 하락세로 전환할 경우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던 수주 모멘텀은 과거 2~3년에 비해 한층 약화될 것이다. 만약 시황 모멘텀이 약화된다면 이익 달성 규모 등 향후 실적에 대한 평가가 주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겨울철 효자 ‘외투 보관 서비스’...아시아나항공, 올해는 안 한다

2SK온, ‘국내 생산’ 수산화리튬 수급...원소재 조달 경쟁력↑

3‘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김치 원산지 속인 업체 대거 적발

4제뉴인글로벌컴퍼니,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두번째 글로벌 기획전시

5의료현장 스민 첨단기술…새로운 창업 요람은 ‘이곳’

6와인 초보자라면, 병에 붙은 스티커를 살펴보자

7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삼성전자 HBM 승인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

8‘꽁꽁 얼어붙은’ 청년 일자리...10·20대 신규 채용, ‘역대 최저’

9'로또' 한 주에 63명 벼락 맞았다?...'네, 가능합니다', 추첨 생방송으로 불신 정면돌파

실시간 뉴스

1겨울철 효자 ‘외투 보관 서비스’...아시아나항공, 올해는 안 한다

2SK온, ‘국내 생산’ 수산화리튬 수급...원소재 조달 경쟁력↑

3‘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김치 원산지 속인 업체 대거 적발

4제뉴인글로벌컴퍼니,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두번째 글로벌 기획전시

5의료현장 스민 첨단기술…새로운 창업 요람은 ‘이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