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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號 타고 블루오션으로”

“혁신號 타고 블루오션으로”

한전KDN은 한국전력공사가 전액출자한 공기업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 2년 동안 피나는 혁신을 통해 민간기업보다 더 민첩한 공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임창건(61) 사장은 사내에서 혁신 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요즘도 회사 임직원들에게 틈만 나면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임 사장은 “혁신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직원을 볼 때 가장 속상하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2년 전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회사는 매우 힘든 상황이었다”며 “조직 정비와 경영활동에 전반적인 혁신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회사가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4년 동안 한전에서 몸담은 임 사장은 조직에 혁신 바람을 일으킨 경험이 많다. 1990년대 초 한전 내자처장 시절 공사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복수 예정가격제를 공기업 최초로 도입했다. 그 뒤 조달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혁신적인 제도였다. 한전 중앙교육원장으로 있을 때에는 연수원 강좌들의 원가를 계산해 대외 경쟁력이 없는 강의는 과감하게 폐쇄하기도 했다.

92년 설립된 한전KDN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정보기술(IT) 분야 자회사다. 임 사장이 이 회사에 부임한 것은 2003년 9월. 당시 한전KDN은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덩어리’였다. 성장우선을 내세우며 무분별하게 외부사업을 하고 민간기업 발주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새로 벌인 사업의 대부분은 부실화된 상태였다. 그 결과 자본금 640억원인 회사의 부실채권은 200억원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한전이 발주하는 전력관련 정보통신 및 정보시스템 위탁업무 등 유지보수 사업을 제외하면 돈 되는 사업도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주고객인 한전은 ‘이런저런 사업을 방만하게 벌이느라 본업을 소홀히 한다’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해오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회사 조직도 공기업답게 제대로 짜여 있지 않았고, 인사를 할 때마다 ‘경영진의 전횡’이라는 말이 따라다녔다. 임 사장은 “보통 경영혁신이라고 하면 조직이나 인사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모든 걸 바꿔야 했다”고 회고했다.

임 사장은 혁신의 첫걸음을 주주 ·고객 ·협력업체 ·직원 등의 의견을 듣는 데서 출발했다. 전반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회사 내에 경영혁신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면담과 설문조사에서 수렴된 주주의견을 반영한 혁신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그 뒤 임 사장의 이런 계획은 단호하게 추진됐다. 비효율적이고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그 책임을 물어 일부 경영진과 간부들을 퇴진시키기도 했다. 그는 “직원들이 오랫동안 안정적인 근무환경에 있다 보니 변화에 적응하기가 쉽진 않았던 것 같다”며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설득하며 추진했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이렇게 직원들에게 혁신마인드를 심은 뒤 사업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했다.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예외없이 퇴출시킨 것이다.

한전의 관계회사였던 파워콤의 초고속 통신망 구축 및 유지보수 사업을 아예 접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업은 매년 60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렸지만 관계회사 간 거래라 수익성을 크게 따지지 않았던 탓에 인건비 등 원가를 빼면 수십억원 이상 적자를 내고 있었다. 임 사장은 이를 정리하기로 결단을 내리고 여기에 투입됐던 직원들은 모두 배전자동화 분야와 전력선통신(PLC), 자동원격검침(AMR) 등 전력 IT사업으로 돌렸다.

비정규직원들은 더 나은 조건으로 재취업을 알선하는 방식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그 결과 2003년 3,167명이던 상시 인력은 현재 2,145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연구개발 인력만은 늘렸다. 임 사장은 “IT 회사인 만큼 연구 ·개발(R&D)만큼은 지속적으로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여겼다”며 “연구소 사옥을 이전, 확장하고 박사급 인력을 추가로 채용했다”고 말했다. 2년 전 30명에 불과하던 연구원이 지금은 60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과정에서 우려하던 노조의 반발은 다행히 없었다. 임 사장이 “바람직한 노사관계는 상호 간 신뢰로 형성되는 만큼 노조 측에 회사의 경영위기를 성실하게 설명해서 협조를 구하겠다”는 자세로 노조와 공생관계를 모색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전의 압박도 노조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한몫했다. 한전은 발전소 설비 관리나 전력 중앙통제 시스템 등 덩어리가 큰 핵심 IT사업은 파업이 발생하면 전국의 전력공급이 마비되는 만큼 파업할 가능성이 큰 한전KDN에 넘겨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전KDN은 2004년 1월 공기업 최초로 노사가 함께 ‘무분규 노사평화선언’을 했다. 임 사장은 “무분규 선언 이후 한전에 IT 핵심업무를 이전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KDN은 우선 올해 안에는 정보시스템설비를 이관받을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회사 자산은 1,000억원 정도 더 늘게 될 것이다.
임 사장은 윤리경영을 비롯해 직원가족의 회사방문 ·집중근무 ·청년중역회의 등을 추진하며 신기업 문화도 정착시켰다. 김상진 경영혁신실장은 “초기에는 대표를 포함한 임원들이 앞에서 혁신을 끌어가는 형국이었지만 지금은 팀 단위까지 혁신마인드가 확산돼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혁신의 성과가 경영실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전KDN은 지난해 매출액 3,856억원에 당기순이익 277억원을 올리면서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성과를 달성했다. 1인당 영업이익은 3,200만원, 1인당 매출액도 3억3,000만원을 기록해 IT업계 최고 수준에 이른다. 한전에서 실시하는 계열사 경영평가에서도 1위를 차지해 직원들은 올해 공기업 사상 유례없이 500%의 성과급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 7월에는 정부로부터 서비스품질(SQ) 우수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임 사장은 “요즘은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기반을 확보하는 것을 가장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발전과 송변전 계통을 IT화하는 사업이나 AMR 업무 등을 추진 중이다. 인천국제공항 통합경비보안시스템 구축과 군 정보화 관련사업도 따냈다. 그는 미래 수익사업으로 전력선통신(PLC) 사업을 꼽았다. 그는 “전기선은 안 가는 곳이 없다”면서 “앞으로는 전기선을 통해 인터넷과 전화뿐 아니라 홈오토메이션까지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화된 국내 전력사업에서 눈을 돌려 해외 시장도 적극 개척하고 있다. 임 사장은 “동남아의 전력 IT 분야는 블루오션에 가깝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지난 2년 동안 쉴새없이 달렸지만 아직 마무리된 상태는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로 글로벌 전력 IT 전문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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