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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세에 제주도 리조트 개발 남상수 비비안 명예회장 … “33년 묵은 꿈, 이제야 시작한다”
- 80세에 제주도 리조트 개발 남상수 비비안 명예회장 … “33년 묵은 꿈, 이제야 시작한다”
80 남상수 남영L&F 명예회장의 나이다. 남영L&F는 ‘비비안’이라는 속옷을 판매하는 업체다. 180cm의 훤칠한 키에 꼿꼿한 허리를 보면 80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이 나이쯤 되면 주변을 정리하게 돼 있다. 하지만 그는 올 3월부터 또 다른 사업을 시작했다. 제주도에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 단지를 개발하는 것. 한번은 골프장에서 만난 구평회 E1 명예회장이 “당신 어쩌려고 그거 시작하느냐”고 대뜸 따지듯이 물었다. 천하의 사업가 집안 구씨도 그 나이쯤 되면 개업을 두려워하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남 회장이 여전히 정력적이고 의욕 넘치는 사람은 아니다. 올해 벌써 위수술을 두 번이나 했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그 나이의 수술이 젊었을 때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도 매주 한 번씩 제주도에 출근한다. “가면 일단 9홀 한 번 돌고, 사람들 모아서 회의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죠. 아직 진흙이라 걷기가 힘듭니다. 낮에 많이 돌아다니다 보면 저녁에 피곤해서 그냥 목욕도 안 하고 잘 때도 있어요. 물수건으로 발만 닦고 자죠. ‘내 나이에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가도 내년 6월 개장한다고 약속해 놨는데 그걸 안 지킬 수 없어 또 움직입니다. 50년 쌓아온 신용을 나이 80에 무너뜨릴 수는 없죠.” 51 남영L&F는 올해로 창업 51년 된 기업이다. 1954년 12월 법인 등록을 냈으니 꽉 찬 51살짜리 기업이다. 말로만 듣던 ‘자유당 시절’부터 기업을 한 셈이다. “그때 기업 중에 지금 간판 가지고 있는 곳이 10%가 안 돼요. 럭키치약·삼성물산·동양화학 등이 그나마 알 만한 회사들이지….” 비비안도 60~70년대까지는 꽤 큰 기업이었다. 옆에 있던 김진형 사장이 거들었다. “70년대만 해도 명동에서 ‘남영나일론 영업부 사원 김진형’이란 명함 주면 외상이 다 될 정도였으니까요.” 카드가 없던 시절에 남영나일론 명함은 신용카드 역할까지 했다. 더 키우고 싶지 않았을까? “제 신조가 ‘위를 쳐다보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게 천직이고, 내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만주에서 고무신 신고 다니다가 서울 와서 초대 대법원장이 타던 롤스로이스 중고를 구입해 타고다녔습니다. 그 정도면 출세한 거 아닙니까? 나는 언제나 ‘내가 최고다’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리를 안 해요.” 고만고만하던 기업이 재벌로 성장했지만 남 회장은 개의치 않았다. “저는 큰 기업들 안 부러워요. 내 능력에 한계도 있고, 2세 능력에도 한계가 있는데 그 어린 친구한테 짐을 지워줄 수 있나? 경영에도 다 한도가 있습니다. 아무나 다 대기업 하는 게 아니에요.” 52 남 회장의 골프 경력. 법인 경력보다 1년 더 됐다. 53년부터 골프를 했으니 그야말로 골프의 산증인이다. 핸디는 얼마나 될까? “내가 20년 전에 서울컨트리(지금 어린이대공원 자리)에서 8, 안양(지금 안양베네스트)에서 9 정도 쳤어요. 요즘은 턱도 없지. 늙으니까 ‘컴퓨터’가 안 움직여서 제 맘대로 가요. 30야드 쳐야 하는데 50야드 가고…. ” 지금은 핸디를 밝히지 않는다. 다만 그의 사무실에는 홀인원 트로피가 두 개 있고, 에이지 슈터(자신의 나이와 같은 타수를 치는 것) 트로피도 하나 있다. 오래된 경력만큼 남 회장의 골프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69년부터 4년간 서울컨트리클럽 운영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매주 출근도 했다. 그 뒤에는 우정힐스에서 운영위원도 했다. 대학에서 토목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골프장 건설에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다. 164 지난해 남 회장이 라운딩을 나간 횟수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쿤밍(昆明)에서 마지막 라운딩이 164번째였다. 이 정도면 골프 매니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가장 많이 쳤을 때는 1년에 170회 이상 친 적도 있다. 이틀에 한 번꼴이다. 국내외 골프장을 섭렵했다고 할 수 있다. 골프장 보는 안목이 남다르지 않을 수 없다. 50년 ‘부라자 장사꾼’이 뒤늦게 골프장 사업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33 남 회장이 제주도에 땅을 산 시점은 72년. 220만 평을 샀다. 그 후 33년간 한 평도 더하거나 빼지 않았다. 왜 그렇게 큰 땅을 샀을까? “한국의 하와이를 꿈꿨기 때문”이다. 당시 수출 때문에 미국 출장이 잦았는데 그때 하와이에 머물면서 ‘한국에도 저런 섬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꼭 33년 만에 꿈을 실현하고 있다. 그동안은 땅 때문에 돈도 많이 나갔다. 팔자에 없는 목축업도 하고, 지역민에게 장학사업도 했다. 6공 때는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되어 1년에 수억원씩 세금도 냈다. 여기에 축사에서 나오는 손실까지 합하면 10억원 이상 적자가 매년 난 셈이다. “결과야 어떻게 됐든 중간에 땅 팔면 땅 장사 한 거밖에 더 돼요? 그래서 붙들고 있었지….” 골프장뿐 아니라 실버타운·병원·콘도 등을 유치해 명실공히 하나의 타운으로 만들 생각이다. 골프장 외에 다른 시설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직접 시설을 짓고, 운영케 할 생각이다. 남 회장은 땅만 싸게 제공해 주면 좋은 사람이 몰려 올 거라고 낙관하고 있다. 그렇게 싸게 주면 돈벌이가 될까? “그런 거 걱정할 거 없어요. 내가 살 때 한 평에 250원씩 주고 샀는데 아무리 싸게 빌려줘도 걱정 없어요. 허허.” 33 아들인 남석우 남영L&F 회장의 나이. 남 회장이 80에 이 일을 시작하는 이유다. “내가 지금 이거 안 하면 우리 아들은 엄두도 못 냅니다.” 이 말은 앞서 구평회 회장의 질책성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무슨 말일까? “내 아들이 지금 비비안 맡으면 그거 추스르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새 사업에 엄두나 내겠어요? 안 그러면 전문경영인 불러와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골프장 전문경영인이 어디 있어요? 다 건설업자들이 하는 건데,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일단 시작하는 겁니다. 220만 평 중 4분의 1이라도 시작해 놓으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연이어 맡아서 해도 좋고… .” 그렇게 리조트사업의 틀을 잡아 놓으면 그 다음에는 누가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0 지난해 남영L&F의 배당률이다. 110억원의 적자가 났지만 주주들에게 10% 배당을 줬다. 2003년에는 100억원의 이익이 나 30% 배당을 줬다. 적지않은 수치다. 보통 적자가 나면 무배당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배당이란 이익이 났을 때 주주에게 이익금을 나눠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벌어 놓은 게 있잖아요. 한해 적자 났다고 배당 안 주면 언제 이익 많이 날 때는 다 나눠 줬습니까? 양심이 있어야지…. 정 못 줄 상황이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는 유보금이 있잖아요. 주주 중에는 배당으로 용돈 쓰는 사람도 있고, 생활비 쓰는 사람도 있는데 좀 못 벌었다고 모른 척하면 염치없지. 그 사람들이 우리 믿고 있잖아. 남한테 욕먹지 말아야죠.” 물론 대주주인 남 회장도 배당을 받았다. 남 회장의 배당률은 5%. 차등 배당이다. 이런 남 회장의 경영스타일은 골프장사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사이프러스 골프클럽은 회원권 계약기간인 5년 후 가격이 떨어지면 차액을 보상해 회사가 되사줄 계획이다. “더 오르면 모르지만 떨어지면 되사주는 게 당연한 거 아니오? 내가 재산이 없으면 모르지만 나는 땅도 있고, 재산도 있는데 돌려줘야지. 5년 동안 무이자로 돈 쓴 셈이니까 ‘고맙습니다’하고 갚아야지. 그거 안 해주면 도둑놈 심보지. 남의 돈 떼먹고 어디 잘 살겠소?” 남상수 비비안 명예회장 1925년 경북 영양생 건국대 상대졸, 일본 고베 대학 경영대학원 수료 1954년 남영산업 설립 1979년 남영나일론 회장 2005년 3월 제주리조트 회장 2005년 7월 남영L&F 명예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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