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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단체장을 찾아서 … 500개 묘 5개월 내 이장‘최단기록’

CEO 단체장을 찾아서 … 500개 묘 5개월 내 이장‘최단기록’

통일로에서 LG필립스LCD 단지로 연결된 왕복 4차선의 LG로.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일대에 건설 중인 LG필립스LCD 단지. 현재 80% 이상 공정이 끝났다.
LG로(路). 자유로와 통일로에서 파주 LG필립스LCD 공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의 행정구역상 정식 명칭이다. 고작 5.9㎞, 왕복 4차선의 보통 도로지만 그 의미는 크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힘을 합쳐 중앙정부의 규제를 풀어낸 상징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정부는 “대기업이 수도권에 공장을 신증설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10년 만에 풀린 빗장이다. 물론 완전히 규제가 풀린 것은 아니다. 2006년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사실상 LG필립스LCD가 파주에 건설 중인 단지를 위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 균형발전 차원에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대기업이 수도권에 공장을 짓거나 늘리는 것을 제한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지자체 발전을 위한 경기도와 파주시의 노력, 효율적인 입지에 공장을 세워 세계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LG필립스LCD의 고집에 결국 손을 들었다.

1년 만에 ‘첫 삽’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일대는 휴전선과 불과 5~6㎞ 인접한 지역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LG필립스LCD의 7세대 라인 본 공장이 들어설 시설 규모만 50만 평을 넘는다. 상암월드컵 경기장의 28배 규모다. 이미 80% 이상 완공된 상태다. 내년 상반기 중에 제품이 나올 것이라는 게 LG 측 얘기다. LG 측과 경기도가 첫 손을 잡은 것은 2003년 2월. 첫 삽을 뜬 것은 지난해 3월 18일이다. 보통 3년 정도 걸리는 관행은 여기서부터 깨졌다. 이를 두고 관계자들은 “이렇게 빨리 착공된 것은 아마 세계기록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자랑을 하기까지는 지자체가 흘린 땀과 노력이 있었다. 좋은 일화가 있다. LCD 공장이 들어설 부지에는 500여 개의 묘지가 있었다. 어떤 토지 개발 사업도 부지 안에 한두 개의 묘만 있으면 애를 먹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묘도 보통 묘가 아니었다. 이곳에 있는 종중묘만 180여 기였다. 경기도 북부 지역은 전통적으로 부락의 개념이 있다. 조상의 묘가 있는 곳에 후손들이 모여 사는 곳이 많다는 얘기다. 이들에게 조상의 묘를 파내 공장을 짓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주시는 20여 명으로 ‘분묘 이전 대책반’을 구성했고 주민들은 곧장 ‘분묘 이장 반대 추진위’를 구성했다. 문전박대는 예사였고, 묘 이전을 허락하는 주민들은 마을에서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그렇게 5개월 이상 설득했고 현재 98%의 묘가 이장됐다.

LCD 클러스터로 키운다 그렇다면 기업을 유치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경기도와 파주시의 노력이 가져다줄 혜택은 뭘까. 지금까지 토지보상금만 2조원이 풀렸고, 공시지가가 100% 가까이 올랐다는 것은 단기적인 혜택이다. LG필립스LCD 측은 이곳을 LCD 클러스터(산업집적단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전체 규모만 110만 평에 이르는 LCD단지 건설을 위해 이미 하루 1만여 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연인원으로 치면 1000만 명에 육박한다. 내년에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고용효과만 2만5000여 명이라는 것이 경기도와 파주시의 설명이다. 여기에 협력업체를 합치면 추가 1만 명이 고용될 수 있다. 지역 상권이 활성화될 것은 당연하다. 지역 이미지 개선도 기대된다. 단지 내에는 이미 첨단 공장과 사무동·모듈공장·기숙사·복지동·환경동이 들어섰다. 또 28개 아파트 56개 동이 건설된다. 물론 중심은 25층 아파트 높이의 7세대 생산라인 공장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엄청난 공장용수와 전력 에너지가 들어간다. 이 회사 파주총무팀의 허만복 부장은 “공업용수의 경우 하루 22만t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이는 성인 한 명의 하루 물 소비량(250ℓ)을 감안하면 약 100만 명이 쓰는 물이 단지 내에서 쓰이게 된다는 얘기다. 전력 사용량도 만만치 않다. LG필립스LCD 측이 예상하는 전력 소모량은 시간당 100만㎾가 될 전망이다. 허 부장은 “이는 월성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양과 같으며 결국 발전소 하나를 단지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더 큰 기대는 이곳에 단순히 LCD 공장 하나가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산업 클러스터로 발전할 것이라는 데 있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LCD(PDP 포함) 산업의 중심이 ‘파주’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LG가 파주 LCD단지에 투입할 자금은 2010년까지 1조7300억원이다. 정부의 인가가 늦어지면서 당초 3조5000억원 투자계획에 비해서는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LG계열 4개 사는 이미 착공에 들어간 LG필립스LCD 공장과 더불어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해 LCD 부품에서 패널,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일괄 생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LG전자는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에 7000억원을 투자하고, LCD TV에 2000억원, LCD 모니터에 1000억원 등 총 1조1000억원 투자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LG화학과 LG마이크론도 각각 3300억원과 2600억원, LG이노텍도 4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울산이 현대로 인해 국내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지역이 된 것처럼, 파주도 LG 클러스터를 유치함으로써 ‘상전벽해’를 꿈꿀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문미성 경기개발연구원 박사는 “LG필립스LCD 단지의 경우 내년에 5000명이 고용되고, 그 주변에 몇 만 명의 관련 종사자가 모이게 될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외부 투자 기업이 또 들어오게 되고 현장에서 연구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또 “LCD 산업 자체가 IT 기술에 기반한 것인데 여기에 정밀화학·기계 등이 모여 LCD 집적을 이루게 될 경우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필립스LCD도 파주에서 첨단 디스플레이 세계 선두기업을 굳힐 방침이다. 이 회사는 최근 파주 LCD 7세대 라인에서 42인치 LCD 시험 생산에 들어갔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다. 회사 측은 “7세대 라인의 장비 반입이 상당 부분 진척됐고, 최근 시험 생산에 들어가 당초 계획대로 내년 1분기 중 42인치와 47인치 LCD 패널에 대한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필립스LCD는 파주 7세대 라인에서 1단계로 42인치 LCD 기준으로 월 36만 장을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LG필립스LCD는 향후 총 5조3000억원을 투자해 1단계 생산량의 두 배를 양산할 계획이다. LG필립스LCD는 삼성전자와 세계 LCD 시장 지존을 다투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충남 아산 탕정에 210만 평 규모의 LCD단지를 짓고 있다. LCD 세계 정상을 놓고 파주 LG와 탕정 삼성이 벌이는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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