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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9년 만에 다시 만났더니… “미·일 반도체 협공 걱정 안 해”
-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9년 만에 다시 만났더니… “미·일 반도체 협공 걱정 안 해”
2012년 반도체 매출 610억 달러 삼성전자는 2010년 인텔을 제치고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로 등극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9년 전의 윤종용 부회장과 지금의 그는 ‘입의 무게’도 달라졌다. 이제 그의 말 한마디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요동치게 할 만큼 막중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묻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인터뷰는 사양하고 차나 한잔 하자”는 윤 부회장의 말에 기자로서 욕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25층 윤 부회장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눴던 11월 23일. 우연히도 이날 각 조간신문에는 ‘글로벌 전자대전’에 관한 특집 기사들이 동시에 게재됐다.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삼성전자를 협공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은 마이크론과 손잡았다. 두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 합작 생산업체인 ‘IM플래시 테크놀로지’를 설립하기로 했다. 내년에 115억 달러(2004년 70억 달러)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를 저지하겠다는 의도다. 또 일본의 히타치·도시바·마쓰시타·르네사스 등 5개사는 2000억 엔을 공동 투자해 시스템 LSI 차세대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역시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의 독주를 우려하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11월 19일 발매한 일본 유력 주간지인 동양경제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령탑인 황창규 사장이 경기도 화성공장에서 진행된 신공장 기공식(9월 29일)에서 2012년까지 7년간 총액 330억 달러를 들여 최신 반도체 제조 라인을 9개 신설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내용을 자세히 보도했다. 동양경제는 또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계획대로 된다면 이 업계는 삼성전자가 주도할 것’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투자하겠다는 330억 달러를 연평균 금액으로 바꿔 계산하면 47억 달러다. 일본 엔화로는 5000억 엔에 달한다. 올해 일본 기업 중 설비투자가 가장 많은 도시바가 2250억 엔 규모다. 삼성전자의 절반 이하다. 이번 증산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매출은 지난해 163억 달러에서 2012년에는 61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 반도체 메이커들과 삼성전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으로 동양경제는 내다봤다. “반도체 메이커 협공 걱정 안 한다” 윤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대한 세계 반도체 메이커들의 협공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특히 일본 반도체 메이커들의 연합에 대해서는 “기업과 기업이 공동 투자하는 것은 경영권 문제도 있고, 의견을 한데 모아 일사불란하게 일을 추진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윤 부회장의 이러한 자신감은 반도체 제조 부문에 대한 삼성전자의 ‘앞을 내다보는’ 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윤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한 요소를 크게 3가지로 봤다. 첫째는 앞으로의 시장을 예측하고 길을 열어가는 신기술 개발, 둘째는 첨단 제조공정, 그리고 셋째는 설비투자라는 지적이다. 윤 부회장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소는 미국이나 일본 기업들이 삼성전자보다 앞서는 부분도 있지만 설비투자는 우리가 단연 앞서있다. 지난 99년부터 지금까지 일본의 모든 반도체 메이커들의 설비투자를 합친 금액보다 우리가 더 많이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90년대 전반까지 D램으로 돈을 벌었던 일본의 종합가전 메이커들은 이후 거액의 적자에 시달리자 2001년 후반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했다. 결국 NEC와 히타치제작소의 D램 부문이 통합돼 엘피다메모리를 탄생시켰다. NEC는 2002년에 시스템 LSI 부문을 NEC일렉트로닉스로 분사해 2003년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히타치·미쓰비시전기의 반도체 부문도 2003년 4월 통합해 히타치가 55%, 미쓰비시전기가 45% 지분을 갖는 르네사스 테크놀로지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 재편이 일본 반도체 메이커들의 부활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2004년 전반만 해도 휴대전화 단말기, 액정 TV, DVD 기기용으로 액정 구동 반도체 등이 성장해 대형 5사(르네사스·도시바·NEC·후지쓰·엘피다)가 모두 흑자를 냈다. 이같이 디지털 가전 경기에 의해 일본 메이커들이 부활하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 2004년 후반부터 대형 5개 사는 모두 실적이 나빠졌다. 2005년 9월 결산기에는 NEC일렉트로닉스·르네사스·엘피다 3사가 적자에 빠진 상태다. “전형적인 장치 산업인 반도체 사업에서 일본세(勢)가 살아남기 위해선 또 다른 업계 재편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상황을 지켜보거나 체면을 생각하기에는 시간 여유가 없다." 동양경제는 최근 일본의 한 대형 반도체 메이커 간부의 말을 통해 긴장하고 있는 일본 메이커들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연합전선을 펴고 있는 한 일본 반도체 메이커의 경영자는 “각 사의 생각 차이 때문에 의견을 집약하기 어려워 현재 답보 상태에 있다”며 윤종용 부회장의 예측과 비슷한 말을 했다. 동양경제는 “2010년에는 지금의 일본 대형 5개사가 2, 3개 정도로 합쳐질 공산이 크다. 톱10 안에는 들어가겠지만 삼성전자나 인텔과는 더욱 격차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업계 통합은 도시바와 히타치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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