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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혁명 꿈꾸는 초보 정치인

이슬람 혁명 꿈꾸는 초보 정치인

Religion Versus Reality 마무드 아마디네자드는 이란 대통령에 선출된 뒤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Mr. Smith Goes to Washington·1939년 영화)에서 미국 배우 제임스 스튜어트가 담당한 역할을 따라했다. 할리우드의 촌뜨기였던 스튜어트처럼 아마디네자드도 자신이 약삭빠른 정치인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기존의 지배 계층을 불신하고, 등한시당하는 서민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려는 선의의 이상주의자로 비쳤다. 이런 자세에는 얼마간의 진실도 담겨 있었다. 어쨌든 아마디네자드는 대중주의적 경제 공약을 내걸고 출마해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엄청난 부자이고 매우 부패한 인물로 알려졌다)을 누르고 당선했다. 그러나 이런 보통사람 연기는 이미 신선미를 잃었다.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버려야 한다”는 아마디네자드의 선동적인 발언은 서방 외교관들을 경악하게 했다. 아울러 이란 국민의 우려도 샀다. 새 대통령이 나라를 혁명적 이슬람 노선으로 되돌리려고 작심한 이념적·종교적 광신자가 아닌지 의심하는 이란인들이 점점 늘어난다. 최근 들어서는 아마디네자드의 신비주의 집착에 대한 섬뜩한 이야기들이 테헤란 밖으로 흘러나왔다. 특히 소위 12번째 이맘에 대한 믿음이 화제다(이맘은 시아파의 구세주로 ‘마디’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으며, 재림해서 억압받은 자들의 종말적인 혁명을 이끌어 불의의 모호한 세력들을 몰아낸다고 한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최근 제1 부통령 파르비스 다부디가 공식회의 석상에서 각료들에게 날인 편지로 마디에 충성을 맹세하라고 주문했다. 아마디네자드가 테헤란 시장 시절, 마디가 재림 때 그 길을 따라 온다는 이유로 시내의 한 주요 간선도로를 새로 단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주에는 아마디네자드가 이란의 최고위 성직자 중 한 명인 아야툴라 자바디 아몰리와 담소하는 장면이 들어 있다는 비디오 디스크가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 디스크에서 아마디네자드는 12번째 이맘의 재림을 호소했던 지난 9월 유엔총회 연설을 언급하며 당시 자신이 빛나는 광체에 둘러싸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자신이 연설하는 동안 외국 외교관들 중 눈 한번 깜박한 사람이 없었다고 덧붙인다. 이 모든 언행으로 인해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일부 비판자는 아마디네자드가 스스로를 12번째 이맘의 지상 대리인이라는 환상을 품고 있지 않은가 의심한다. 교통관리학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치고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다. 이란은 고약한 신정국가일지 모르지만 억압적인 악의 제국은 아니다. 실제로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는 지난 6월 대통령선거 전에 “새의 두 날개처럼 두 파벌(보수파와 개혁파)이 존재해야 정권에 이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마디네자드의 구세주적인 메시지는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두고 국제사회와 중대한 협상을 진행 중인 바로 이 시점에 기존 질서를 흔들고 보수 지도부 내에 혼란을 가져왔다. 하메네이는 지난 6월 선거일 불과 이틀 전 자기 아들인 모지타바의 권유에 못 이겨 아마디네자드 지지를 선언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일부 전문가는 하메네이가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며, 전임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보다 아마디네자드를 더 두려워한다고 생각한다. 하타미는 개혁주의자였지만 최소한 기존 질서는 유지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분명 그렇지 않다. 바로 그점이 전통적이고 매우 보수적인 이란의 고위 성직자들을 불안케 한다. 거기에는 이들이 현 체제를 개인 이득을 챙기는 데 이용했다는 이유도 부분적으로 깔려 있다. “새 정부는 신보수주의에다 매우 강경한 노선을 취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별난 행동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스코틀랜드의 성앤드루스대 현대사 부교수인 알리 안사리는 말했다. 안사리 교수는 아마디네자드라는 인물 자체가 “정치적으로 미숙하고 세상 물정도 잘 모른다”고 평했다. 아마디네자드가 하메네이의 권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보다 엄격한 이슬람 정부 설립을 원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온건파들을 숙청하고, 많은 경우 무능하고 이념지향적인 추종자들을 대신 앉혔다. 11월 16일 금요 기도회 준비회의 석상에서 그는 또다시 신비주의 주제를 꺼냈다. “이맘 마디의 재림이라는 토대 위에 우리의 경제·문화·정치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아마디네자드는 말했다. “서방 모방은 피해야 한다.” 아마디네자드는 이란 내에서 가장 노련한 외교관 40명, 국책은행장 7명, 기타 고위 관리 여러 명을 경질했다. 석유장관에는 자질이 부족하거나 자질이 전혀 없는 후보를 세 번이나 지명했다. 그러나 모두 의회에서 거부당했다. 아마디네자드의 최고 정신적 조언자인 극단주의자 아야툴라 모하마드 타키 메스바-야즈디는 곱지 않은 인상과 공격적인 견해 때문에 비판자들이 “악어”라는 별명을 붙인 인물이다. 메스바-야즈디는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전문가회의의 일원으로 쿰에 있는 이맘 호메이니 연구학습소 소장이다. 이곳은 이슬람 신학교로 바시지 자원 민병대원들(사실상 도덕경찰 역할을 하는 거리의 악한들)이 교화 목적으로 다닌다. 이란 혁명수비대원들은 메스바-야즈디를 존경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디네자드는 메스바-야즈디를 정기적으로 만난다.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에 있는 해군대학원의 발리 나스르에 따르면 메스바-야즈니는 민주주의를 싫어하며 최근에는 진정한 이슬람 정부가 곧 들어서기 때문에 이란은 앞으로 선거를 치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메스바-야즈디와 하메네이의 관계는 복잡하고 흥미롭다. 메스바-야즈디는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존경을 받지만 자신은 하메네이가 신학적 바탕이 부족하다고 거의 얕본다(하메네이는 최고지도자로 선출될 당시 아야툴라 칭호가 없었다). 스탠퍼드대 교수 압바스 밀라니에 따르면 아마디네자드와 메스바-야즈디는 현재 자신들의 영향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서로 힘을 합쳐 “전문가회의에서 다수를 만든 뒤 하메네이를 몰아내고, 메스바-야즈디를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리려고 할지 모른다.” 하메네이가 여전히 혁명수비대의 신망을 받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 많은 전문가는 아마디네자드를 스탈린처럼 될 인물은 아니라고 본다. 단지 경험이 일천하고 미숙한 정치 초보자일뿐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분석가로 테헤란대 교수인 하미드 레자 잘라이푸르는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이맘 마디에 대한 의존이 정치 이념으로 바뀔 것인가 여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쿰에 있는 고위 신학자들도 이런 언급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의회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의회는 이미 아마디네자드가 추진하는 대중주의 정책의 핵심인 이맘 레자 케어 펀드를 해체했다. “사랑의 펀드”로 더 잘 알려진 이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에게 무이자로 결혼 비용을 빌려주고, 일자리를 주기 위해 불요불급한 고용도 알선해 주었다. 한편 하메네이는 아마디네자드를 희생시켜 라프산자니를 부상시키려고 배후에서 공작 중일지 모른다.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라프산자니는 현재 의회와 최고 지도부 간의 불화를 조정하는 국정조정 위원회를 이끈다. 최근 하메네이는 국가정책 감독권 상당 부분을 이 기구로 넘겼다. 라프산자니 본인 자신은 거명을 하지 않은 채 특히 대통령의 외교관 숙청을 비난했다. 이러한 조치들이 이란의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을 심화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아마디네자드의 반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관건은 급증하기 시작한 이란의 석유 수입을 골고루 분배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빈곤층에게 한 경제적 약속을 지키게 되면 권력이 증대된다”고 잘라이푸르 교수는 말했다. 만약 그렇지 못할 때는 그를 뽑아준 바로 그 유권자들이 그에게서 등을 돌릴지 모른다. 그에 의해 소외당할 처지에 놓인 전통적인 성직자들이 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이란의 개혁가들과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이들이 벌써 반기를 들었다. 따라서 아마디네자드의 권력기반은 놀랄 정도로 빨리 붕괴될지 모른다. “이란을 중세 신정국가로 만들려는 세력과 실용주의 세력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돼 있다”고 밀라니 교수는 말했다. “중세의 신정국가를 바라는 쪽이 득세하는 중이지만 결국 그들이 패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에 갔다가 실패한 스미스씨처럼 시간은 마디 콤플렉스에 빠진 아마디네자드의 편이 아닌 듯하다. With LADANE NASSERI in Tehran and ALAN ISENBERG in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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