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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비즈니스 투자자, 혼선 말아야

사이언스·비즈니스 투자자, 혼선 말아야

'황우석 쇼크' 바이오업체 덮치다 “죄송한데요, 사장님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 “지금 회의 중이신데 나중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이 “배아 줄기세포가 현재로선 없다”고 밝히고 난 다음날인 16일 아침. 며칠 전까지 바이오 기업으로서 주가를 떨치던 몇몇 기업들은 이날 몸을 피하기에 바빴다. 일부 회사는 임원진을 긴급 소집해 대책회의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황우석 쇼크’가 바이오 산업 전체를 뒤덮는 느낌이었다. 한 바이오 업체 투자설명(IR) 담당자는 16일 아침 “황 교수가 사기인데 너희들도 사기 아니냐?”는 난데없는 전화도 받았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바이오 관련 주식에 대해 불신감이 극도로 심하게 퍼지고 있다”며 “주주들이 무조건 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룻밤 새 변한 싸늘한 시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아무리 “우리는 줄기세포와 관련이 없다”고 해도 소용없다. 이미 ‘바이오=황우석’이 된 마당에 다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이날 바이오 및 제약 관련 주가는 대부분 하한가로 떨어졌다. 성체 줄기세포 연구개발 업체인 알앤엘바이오는 배아 줄기세포와 완전히 다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같은 업체로 취급받고 있다. 이 회사의 정호영 과장은 “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이렇게 된 마당에 성체 줄기세포 쪽이 바이오 산업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과장도 “현재는 바이오 산업에 대한 불신감이 너무 커지고 있다”면서 “자칫 미래 산업인 바이오 산업 전체를 불신하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염려했다.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유전자 서열분석 및 DNA칩 제작 업체인 바이오니아는 “우리 회사는 배아 줄기세포와 무관하지만 바이오 업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공모에도 차질이 있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박주선 IR담당 차장은 “일단 공모일을 늦출 생각은 없다”면서 “이번 기회에 너무 쉽게 생각했던 바이오 산업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바이오 업체는 그동안 ‘황우석 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한 업체의 사장은 이달 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 바뀐 것을 느낀다”며 “이 같은 인식 전환이 연구원과 직원들의 사기를 충천시키고 있다”며 황우석 효과에 공을 돌렸다. 때문에 ‘황우석 쇼크’의 그림자도 크게 드리워질 전망이다. 이제 앞다투어 “배아 줄기세포가 전체 바이오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라거나 “한 개인으로 인해 전체 바이오 산업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란다”며 애써 황 교수와 바이오 산업을 분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황우석 쇼크로 인해 당분간 바이오 업계에 펀딩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한 업체 IR 담당자는 “벌써 예정대로 공모는 하느냐”는 전화가 오는 등 “며칠 전 분위기와 달라진 느낌”이라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증권의 김태형 연구원은 “당분간 바이오 관련주 공모 일정이 늦춰지거나 공모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체 펀딩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스타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우리 바이오 업계의 행태를 반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한 바이오 업체 대표는 “사이언스와 비즈니스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바이오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 교수 쇼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우석 쇼크'증시 영향 지난 주말 주식시장은 ‘황우석 쇼크’로 몸살을 앓았다. 코스닥 시장은 물론이고 코스피 시장까지 거의 ‘심리적 공황’ 상태를 보였다. 바이오 관련주들이 많은 코스닥 시장은 한때 투매현상까지 벌어지며 직격탄을 맞았다. 그렇지만 ‘황우석 쇼크’가 시장의 큰 물줄기를 바꿀 정도의 여진을 불러올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충격을 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끈 것은 바이오주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급락세를 보인 제약주나 바이오 관련주들은 ‘덩치(시가총액)’가 작기 때문에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오히려 그동안 실제로는 연관성이 없지만 심리적 영향으로 ‘바람몰이’를 해온 바이오주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견해도 높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황우석 교수 사태가 시장에 일시적 충격을 준 것은 분명하다”며 “그렇지만 그 충격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또 “코스피 시장은 다른 돌발 변수가 없다면 1300선은 충분히 지켜낼 것”이라며 “다만 코스닥 시장의 경우 신뢰도 추락에 따른 영향이 코스피 시장보다는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형 현대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심리적 공황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하는 부분”이라며 “만약 배아 줄기세포가 기술적 차원에서 인정할 수 있다면 의외로 사태는 빠르게 수습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렇지만 배아 줄기세포 기술 자체가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바이오 관련 벤처에 투자했던 자금의 회수부터 세계 줄기세포 허브 설립에 이르기까지 ‘황우석 쇼크’가 바이오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배아 줄기세포와 관련이 없지만 기대감 때문에 강세 행진을 펼쳐왔던 바이오 관련주들은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바이오 관련 테마주를 형성했던 주식들 중 실제로 배아 줄기세포와 연관돼서 연구하는 회사는 사실상 없다. 하지만 이들 주식들은 그동안 배아 줄기세포주로 불릴 때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고 ‘묻어가기 전략’을 써 왔다. 어떻게 보면 ‘황우석 쇼크’로 맞고 있는 역풍은 일종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김태형 현대증권 연구원은 “황 교수 바람에 편승한 회사는 있었지만 실제로 국내에 배아 줄기세포와 관련돼서 연구하거나 상용화한 회사는 없다”고 꼬집었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그동안 바이오 관련주들이 실체보다는 기대감 때문에 상승한 경향이 크다”며 “하지만 실제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상품화한 회사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황 교수에 대한 뉴스로 하루하루 일희일비했던 줄기세포 관련주들의 거품이 꺼질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줄기세포 6대주’로 불려왔던 마크로젠·이노셀·메디포스트·산성피앤씨·중앙바이오텍 등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반면 코스피 시장의 제약주들은 심리적 투매현상으로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파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제훈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뉴스에 따라 울고 웃던 자칭·타칭 줄기세포 관련주들은 거품이 사라질 것”이라며 “그렇지만 대형 제약주들은 단기적인 악재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주가가 많이 빠질 경우 매수를 노려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인터뷰 김광순 한국왓슨와이어트 사장황우석 연구지원금 어떻게 되나… ‘제1호 최고과학자’로서 연간 30억원씩 총 150억원, ‘황우석 연구동’ 건립에 265억원…. 지금까지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위해 지원됐거나 지원 예정인 금액은 1000억원에 이른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정부로부터 안정적인 연구비를 지원받은 다음에 사후에 검증받을 의도 아니었겠느냐”는 추측이 나왔다. 일단 정부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반응이다. 그러나 객관적 검증이 진행될 때까지 황 교수 측에 대한 연구 지원은 ‘올스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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