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형달의 현장경매 노하우] ‘임차인 미상’표시 땐 조심해야!
[우형달의 현장경매 노하우] ‘임차인 미상’표시 땐 조심해야!
경매시장에 뛰어 들면, 힘이 좀 들어서 그렇지, 누구나 큰 돈을 버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뛰어들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게 이 시장 생리다. 손해본 이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권리 분석을 잘못해서, 시세 파악을 잘못해서 등 사연도 구구하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적게는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사례부터, 심한 경우에는 잔금을 모두 납부하고 취득한 소유권까지 잃는 최악의 사태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무서운’ 일들이 그간 쉬쉬하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먼저 피나게 공부하라 그래서 나는 지금도 경매를 하는 이들에게 피나게 공부를 하라고, 피나게 현장을 가보라고 단단히 강조한다. 혹시 오랫동안 경매시장에서 실력을 키운 전문가들(흔히 말하는 경매도사들)의 투자 사례를 초보자들이 당장 시작해도 금방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가? 차라리 먼저 공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사실 최소한 3∼5년 이상, 최소한 5건 이상의 부동산을 낙찰받아 처분하는 경험을 해야 경매시장이 보인다. 따라서 고수들의 얘기는 그냥 목표로만 삼고, 지금은 먼저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게 상책이다. 실패의 이유들은 각각 다르다. 그런데 공통 특징이 있다. 투자 전에 먼저 따져 보아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따져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익’에 눈이 멀어 사전 조사를 게을리하면 누구나 실패한다.
1話 나도 이런 실패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입찰보증금을 날린 게 총 3건이다. 가장 적게 날린 걸 여기서 소개한다. 참고로 내가 가장 많이 날린 건 6100만원이나 된다. 서울 방배동 근린물건을 낙찰받았을 때 일어난 사건이다. 아무튼 가장 적게 날린 경우로 되돌아가 보자.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연희동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내부순환로가 지나가는 개천을 만나게 된다. 거기서 한강 쪽으로 가면 월드컵 경기장이 나오는데 그 길가에 있던 연립이었다. 응찰한 목적은 낙찰받아 전세 주면서 기다리다 보면 재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입찰보증금 10%를 결국 떼였다. 이유는 선순위 임차인 때문이었다. 경매정보지에 ‘임차인 미상’으로 표시되었던 것을 무시하고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자 조사를 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선순위 임차인’으로 판명될 소지가 있는 사람이 저당권 설정일보다 먼저 전입하고 있었는데 실수로 놓친 것이다. 4600만원에 응찰하여 그 10%인 460만원을 냈다. 낙찰받을 때에는 기분이 상쾌했다. 낙찰받고 나서 낙찰 영수증을 들고 동사무소에 가서 그 번지로 전입되어 있는 전입자의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보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선순위로 전입자가 한 세대 있는 것을 그제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그 집에 가서 확인해 보니 아주머니 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채무자 부인의 시골 동네 사람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나는 선순위 임차인이어서 아무 걱정 안 하고 낙찰자에게 받아낼 생각으로 배당요구를 안 했다”고 말했다. 전세 보증금이 얼마냐고 묻자 그 아주머니는 “지금은 대답해줄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정 궁금하면, 낙찰 잔금 다 내고 잔금 낸 영수증을 가져와서 물어보면 그때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물건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다음날 법원에 가서 ‘낙찰불허가신청’을 냈다. 결과는 낙찰 허가였다. 다시 ‘낙찰허가취소소송신청’을 했다. 결과는 다시 ‘낙찰허가취소소송신청 기각’이었다. 법원에서는 잔금을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미 납부한 보증금을 몰수하고, 재경매(입찰보증금 20%를 내는 경매절차)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했다. 나는 ‘도사인 체, 잘난 체’ 하다가 한 방 맞은 셈치고, 또 비싼 수업료 지불했다는 셈치고 포기하고 말았다.
2話 보증금을 날린 것은 아니지만, 근 1년간 명도 때문에 고생한 사례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사는 박모씨의 사례다. 박씨는 서울 서부법원에서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반 지층·지상 2층 단독주택을 낙찰받은 적이 있다. 2차 유찰되자 감정가의 75% 선인 2억1000만원에 단독 응찰했던 것. 낙찰받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단독 응찰이 좀 찜찜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 사건 관련 법원기록 중 특이한 점 하나는 3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배당요구한 선순위 세입자 1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확정일자가 없었다. 또 이 세입자는 채무자의 전 부인이었다. 사업을 하던 채무자는 집에 경매가 들어올 것이 예상되자, 부인과 서류상으로 합의이혼을 했다. 그 자신은 전출을 하고 부인을 임차인으로 만들어 놓았다. 경매가 들어가자 그 전 부인은 임차인의 자격으로 배당요구를 하였다. 권리관계 시간표를 만들어 보면 이러하다. 채무자 전 부인을 홍길순이라고 하자. *1993년 5월 전입, 홍길순은 채무자의 부인(이 당시는 임차인도 아니고, 이혼 상태도 아니었음) *97년 5월 1순위 저당권 설정 6000만원 *97년 10월 2순위 저당권 설정 1억3000만원 *이후 여러 건의 저당권·압류·가압류 등이 등기부에 등재됨 *98년 5월 채무자와 홍길순이 합의이혼했음. 홍길순은 임차인으로 전세계약서 작성 *2002년 5월 1순위 저당권자가 경매 신청함 *2002년 10월 홍길순이 임차인 자격으로 3000만원 배당요구 신청 권리 분석을 해보자. 홍길순은 전입으로는 선순위지만 임차인으로 바뀐 것은 저당권 설정 이후다. 따라서 낙찰자가 추가 부담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임차인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명도를 받는데 애를 먹을 게 뻔했다. 경매로 넘어갈 것에 대비해 서류상 이혼까지 하면서 치밀하게 사전 대비한 것을 보면 홍길순은 경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1순위 저당권이 설정된 시점이 1997년이고, 해당 부동산이 서울에 있고, 후순위라는 점을 정확히 계산하고 전세보증금을 3000만원으로 정했다. 이는 나중에 법원 경매로 배당이 실시되면 최우선 보호의 소액 배당(최고 1200만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런 물건은 나중에 명도과정에서 애먹을 가능성이 높다.
인도명령 송달 후 태도 돌변 그러나 초보자였던 박씨는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못했다. 임차인으로 권리 신고한 홍길순이 배당을 받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입찰일에 홍길순도 응찰했지만 가격을 낮게 써서 떨어지고 말았다. 떨어진 홍길순은 경매가 끝나 낙찰자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만일 내가 배당받지 못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래서 박씨가 나에게 급하게 연락을 했다. 낙찰받았어도 기분이 좋지 않아 포기하고 싶은데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고 박씨는 물어 왔다. 그래서 아직은 낙찰허가 전이라 최고가 매수인에 불과하므로 낙찰불허가신청을 내보라고 권했다. 그래도 낙찰허가 결정이 나면 낙찰허가취소소송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할 것을 다 했는데 한참 뒤에 결국 잔금을 내라고 하는 법원 통지가 날아왔다. 박씨는 “투자가치는 있어 잔금을 납부할 테니 명도를 도와달라”고 했다. 말이 쉬워 명도지 이런 물건은 만만치 않은 저항이 예상되어 처음엔 거절했지만, 결국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홍길순으로부터 연락이 왔으나, 배당 때까지는 만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박씨는 홍길순을 만나지 않았다. 배당에서 홍길순은 제외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임차인의 권리는 전입·점유·채권(전세보증금)의 3대 요소를 모두 갖추어야 하는데 홍길순은 채권이 없었다. 그러자 홍길순은 배당이의신청을 하였고, 배당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5개월이 걸렸다. 한편으로 홍길순은 명도를 거부하고 해당 부동산을 계속 점유하면서 낙찰자 박씨에게 이사비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배당이 확정되자 박씨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강제집행절차에 착수했다. 상당한 저항을 예상하고 정 안되면 정말 집행관을 투입하겠다는 결심까지 했다. 그런데 그동안 그토록 애를 먹이던 홍길순은 인도명령서가 송달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이번에는 너무나 부드럽게 이사비용만 보태주면 순순히 나가겠다는 연락을 했다. 그동안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강제집행을 해도 모자라지만 그냥 이사비를 주기로 합의했다. 박씨는 잔금 납부하고 부동산을 넘겨받는데 10개월 넘게 걸렸다. 여기에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모든 경매 상황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면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이 쉽지 않고, 투자자 본인 건강에도 도움이 안 된다. 칼자루를 쥔 쪽은 어디까지나 낙찰자다. 채무자나 후순위 임차인이 아니다. 낙찰자가 이 정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채무자나 후순위 임차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그것의 몇십 배는 되지 않겠는가? 경매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법이 낙찰자 편이라 해도 가능하면 강제집행을 하지 말고 끝까지 대화를 통해 명도를 하라는 것이다. ‘역지사지’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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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피나게 공부하라 그래서 나는 지금도 경매를 하는 이들에게 피나게 공부를 하라고, 피나게 현장을 가보라고 단단히 강조한다. 혹시 오랫동안 경매시장에서 실력을 키운 전문가들(흔히 말하는 경매도사들)의 투자 사례를 초보자들이 당장 시작해도 금방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가? 차라리 먼저 공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사실 최소한 3∼5년 이상, 최소한 5건 이상의 부동산을 낙찰받아 처분하는 경험을 해야 경매시장이 보인다. 따라서 고수들의 얘기는 그냥 목표로만 삼고, 지금은 먼저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게 상책이다. 실패의 이유들은 각각 다르다. 그런데 공통 특징이 있다. 투자 전에 먼저 따져 보아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따져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익’에 눈이 멀어 사전 조사를 게을리하면 누구나 실패한다.
1話 나도 이런 실패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입찰보증금을 날린 게 총 3건이다. 가장 적게 날린 걸 여기서 소개한다. 참고로 내가 가장 많이 날린 건 6100만원이나 된다. 서울 방배동 근린물건을 낙찰받았을 때 일어난 사건이다. 아무튼 가장 적게 날린 경우로 되돌아가 보자.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연희동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내부순환로가 지나가는 개천을 만나게 된다. 거기서 한강 쪽으로 가면 월드컵 경기장이 나오는데 그 길가에 있던 연립이었다. 응찰한 목적은 낙찰받아 전세 주면서 기다리다 보면 재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입찰보증금 10%를 결국 떼였다. 이유는 선순위 임차인 때문이었다. 경매정보지에 ‘임차인 미상’으로 표시되었던 것을 무시하고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자 조사를 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선순위 임차인’으로 판명될 소지가 있는 사람이 저당권 설정일보다 먼저 전입하고 있었는데 실수로 놓친 것이다. 4600만원에 응찰하여 그 10%인 460만원을 냈다. 낙찰받을 때에는 기분이 상쾌했다. 낙찰받고 나서 낙찰 영수증을 들고 동사무소에 가서 그 번지로 전입되어 있는 전입자의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아보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선순위로 전입자가 한 세대 있는 것을 그제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그 집에 가서 확인해 보니 아주머니 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는 채무자 부인의 시골 동네 사람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나는 선순위 임차인이어서 아무 걱정 안 하고 낙찰자에게 받아낼 생각으로 배당요구를 안 했다”고 말했다. 전세 보증금이 얼마냐고 묻자 그 아주머니는 “지금은 대답해줄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정 궁금하면, 낙찰 잔금 다 내고 잔금 낸 영수증을 가져와서 물어보면 그때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물건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다음날 법원에 가서 ‘낙찰불허가신청’을 냈다. 결과는 낙찰 허가였다. 다시 ‘낙찰허가취소소송신청’을 했다. 결과는 다시 ‘낙찰허가취소소송신청 기각’이었다. 법원에서는 잔금을 납부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미 납부한 보증금을 몰수하고, 재경매(입찰보증금 20%를 내는 경매절차)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했다. 나는 ‘도사인 체, 잘난 체’ 하다가 한 방 맞은 셈치고, 또 비싼 수업료 지불했다는 셈치고 포기하고 말았다.
2話 보증금을 날린 것은 아니지만, 근 1년간 명도 때문에 고생한 사례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사는 박모씨의 사례다. 박씨는 서울 서부법원에서 마포구 용강동에 있는 반 지층·지상 2층 단독주택을 낙찰받은 적이 있다. 2차 유찰되자 감정가의 75% 선인 2억1000만원에 단독 응찰했던 것. 낙찰받을 때는 기분이 좋았다. 단독 응찰이 좀 찜찜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 사건 관련 법원기록 중 특이한 점 하나는 3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배당요구한 선순위 세입자 1명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확정일자가 없었다. 또 이 세입자는 채무자의 전 부인이었다. 사업을 하던 채무자는 집에 경매가 들어올 것이 예상되자, 부인과 서류상으로 합의이혼을 했다. 그 자신은 전출을 하고 부인을 임차인으로 만들어 놓았다. 경매가 들어가자 그 전 부인은 임차인의 자격으로 배당요구를 하였다. 권리관계 시간표를 만들어 보면 이러하다. 채무자 전 부인을 홍길순이라고 하자. *1993년 5월 전입, 홍길순은 채무자의 부인(이 당시는 임차인도 아니고, 이혼 상태도 아니었음) *97년 5월 1순위 저당권 설정 6000만원 *97년 10월 2순위 저당권 설정 1억3000만원 *이후 여러 건의 저당권·압류·가압류 등이 등기부에 등재됨 *98년 5월 채무자와 홍길순이 합의이혼했음. 홍길순은 임차인으로 전세계약서 작성 *2002년 5월 1순위 저당권자가 경매 신청함 *2002년 10월 홍길순이 임차인 자격으로 3000만원 배당요구 신청 권리 분석을 해보자. 홍길순은 전입으로는 선순위지만 임차인으로 바뀐 것은 저당권 설정 이후다. 따라서 낙찰자가 추가 부담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임차인 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명도를 받는데 애를 먹을 게 뻔했다. 경매로 넘어갈 것에 대비해 서류상 이혼까지 하면서 치밀하게 사전 대비한 것을 보면 홍길순은 경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1순위 저당권이 설정된 시점이 1997년이고, 해당 부동산이 서울에 있고, 후순위라는 점을 정확히 계산하고 전세보증금을 3000만원으로 정했다. 이는 나중에 법원 경매로 배당이 실시되면 최우선 보호의 소액 배당(최고 1200만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런 물건은 나중에 명도과정에서 애먹을 가능성이 높다.
인도명령 송달 후 태도 돌변 그러나 초보자였던 박씨는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못했다. 임차인으로 권리 신고한 홍길순이 배당을 받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입찰일에 홍길순도 응찰했지만 가격을 낮게 써서 떨어지고 말았다. 떨어진 홍길순은 경매가 끝나 낙찰자가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만일 내가 배당받지 못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래서 박씨가 나에게 급하게 연락을 했다. 낙찰받았어도 기분이 좋지 않아 포기하고 싶은데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고 박씨는 물어 왔다. 그래서 아직은 낙찰허가 전이라 최고가 매수인에 불과하므로 낙찰불허가신청을 내보라고 권했다. 그래도 낙찰허가 결정이 나면 낙찰허가취소소송을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할 것을 다 했는데 한참 뒤에 결국 잔금을 내라고 하는 법원 통지가 날아왔다. 박씨는 “투자가치는 있어 잔금을 납부할 테니 명도를 도와달라”고 했다. 말이 쉬워 명도지 이런 물건은 만만치 않은 저항이 예상되어 처음엔 거절했지만, 결국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 홍길순으로부터 연락이 왔으나, 배당 때까지는 만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박씨는 홍길순을 만나지 않았다. 배당에서 홍길순은 제외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임차인의 권리는 전입·점유·채권(전세보증금)의 3대 요소를 모두 갖추어야 하는데 홍길순은 채권이 없었다. 그러자 홍길순은 배당이의신청을 하였고, 배당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5개월이 걸렸다. 한편으로 홍길순은 명도를 거부하고 해당 부동산을 계속 점유하면서 낙찰자 박씨에게 이사비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배당이 확정되자 박씨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강제집행절차에 착수했다. 상당한 저항을 예상하고 정 안되면 정말 집행관을 투입하겠다는 결심까지 했다. 그런데 그동안 그토록 애를 먹이던 홍길순은 인도명령서가 송달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이번에는 너무나 부드럽게 이사비용만 보태주면 순순히 나가겠다는 연락을 했다. 그동안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강제집행을 해도 모자라지만 그냥 이사비를 주기로 합의했다. 박씨는 잔금 납부하고 부동산을 넘겨받는데 10개월 넘게 걸렸다. 여기에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모든 경매 상황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면 정확하고 올바른 판단이 쉽지 않고, 투자자 본인 건강에도 도움이 안 된다. 칼자루를 쥔 쪽은 어디까지나 낙찰자다. 채무자나 후순위 임차인이 아니다. 낙찰자가 이 정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채무자나 후순위 임차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그것의 몇십 배는 되지 않겠는가? 경매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무리 법이 낙찰자 편이라 해도 가능하면 강제집행을 하지 말고 끝까지 대화를 통해 명도를 하라는 것이다. ‘역지사지’를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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