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들은 어떻게 회의할까] 사장과 ‘함께 노는’ 자유로운 회의
[다국적 기업들은 어떻게 회의할까] 사장과 ‘함께 노는’ 자유로운 회의
세계적 기업 GE의 대표적인 회의 방식은 워크아웃(work-out)이다. 워크아웃은 회의 전문 진행자인 외부 인사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 하여금 더 나은 업무 방식과 관료주의를 없애기 위해 시행하는 GE 특유의 회의문화다. 일단 상사는 각 회의의 시작 부분에 참석하여 워크아웃의 취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두 가지 약속을 한다. 첫째, 회의 중에 나오는 제안의 75%에 대해 그 자리에서 ‘예스’나 ‘노’라는 대답을 한다. 둘째, 나머지 25%에 대해서는 30일 내에 결정을 내린다. 이 약속을 하고 상사는 자리를 떠난다. 자유로운 토론의 분위기를 억누르지 않기 위해서다. 상사가 있을 경우 아무래도 상사의 의견이나 성향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GE코리아 역시 워크아웃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GE코리아의 조병렬 이사는 “이런 GE 고유의 문화 덕에 회의가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논의의 장이 된다”고 설명했다. 덴마크에서 출발한 세계적 펌프회사인 그런포스펌프 코리아의 회의 문화 역시 벤치마킹할 만하다. 이 회사의 이강호 사장은 “회의 역시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회의의 가장 큰 특징은 소그룹별 회의를 통해 대회의에서 의견을 발표하는 것이다. 숫자가 많아지면 자연적으로 발언 기회가 줄고 참여도가 떨어져 생생한 회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의도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이런 훈련은 1년에 2회씩 하는 회사 워크숍 격인 팀스피릿 트레이닝 때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팀스피릿 트레이닝을 통해 그런포스펌프의 기업문화와 조직문화를 익힌다. 팀스피릿 트레이닝은 단순히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워크숍은 아니다. 이 행사 기간에 직원들은 이야기도 다 할 수 있고 사장과 공장직원이 같이 어울려 논다. 이런 자유로운 문화가 자연스럽게 토론문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매주 정기적으로 하는 수요마당도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다. 수요일마다 1시간 일찍 출근해 50%는 회사 이야기, 50%는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팀별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재즈, 게임, 책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연습을 하게 되면 딱딱한 회의에서도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권한 위임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기법이 좋아도 결국 당사자가 동기 부여가 안 되면 회의에 적극 참여할 수 없다. 때문에 그런포스펌프에서는 과장, 대리 등 초급 간부나 사원들이 진행하는 회의에 임원이 참석하는 경우도 많다.
월트디즈니코리아는 회의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월트디즈니에는 한 달에 평균 3번의 회의가 있을 뿐이다. 회사 관계자는 “불필요한 회의가 오히려 업무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필요하면 누구라도 필요한 멤버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한국 기업들은 부장, 차장, 이사 등 ‘장’급은 돼야 회의를 소집하지만 디즈니코리아는 대리, 과장은 물론 사원도 필요하면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디즈니코리아의 김지은 대리는 “역할 중심의 회의가 돼야 일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서 “격식 있고, 거창한 회의보다는 실질적인 회의가 우리 회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소니코리아는 타임테크놀로지라는 독특한 제도를 도입해 회의로 인한 낭비를 줄이고 있다. 회의실 한쪽 벽면에 ‘1분은 525원, 1시간은 3만1472원, 1일은 25만1775원’이라고 써 놨다. 그리고 밑에 ‘효율적인 회의가 돈을 번다(Meeting efficiency makes money)’는 문구도 함께 써 있다. 또 회의에 들어갈 때 15분짜리 모래시계를 들고 들어가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실제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소니코리아의 박정훈 대리는 “많은 회의들이 큰 성과없이 시간만 질질 끄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문제점에 착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초급 간부(과장, 차장)에게는 정기적으로 타임테크놀로지에 대한 교육도 실시해 시간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회의 자체의 숫자를 줄이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생활용품 전문 기업인 P&G코리아는 아예 모든 회의를 영어로 진행한다. 한국말로 회의를 하면 자꾸 직급을 부르게 돼 위계질서가 생기기 때문이다. 김상현 P&G코리아 사장의 영어 이름은 샘(Sam)이다. 회의시간에 “사장님,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라고 하기는 쉽지 않지만 “Sam, I don’t think so”라고 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P&G코리아 측은 “영어로 회의를 하면 자연스럽게 서구식 스타일이 자리 잡게 되고 커뮤니케이션도 좀 더 수평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서 중요 결정 이뤄져 덕분에 P&G의 회의 분위기도 상당히 자유스럽다. 회의장을 걸어다니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탁자에 걸터앉기도 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P&G의 인재 채용 시스템과도 관련이 깊다. 원칙적으로 경력사원을 뽑지 않는 탓에 P&G 직원들은 모두 P&G의 가치를 교육받게 된다. 이런 공통적인 배경 아래서 회의문화도 형성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회의에서 한 말이 가장 결정력이 있고, 중요한 결정은 모두 회의를 통해 이뤄지게 만드는 것이다.
P&G 관계자는 “CEO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거나, 사적인 자리에서 의견을 청취하고, 몇몇 사람들끼리 정책을 결정할 경우 회의는 표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술자리나 친분 관계, 비선조직 등이 아니라 공식적인 회의를 통해 회사의 중요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에 회의에 소홀히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다국적 PR 컨설팅 회사인 에델만은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주제별로 나눠서 진행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 날을 잡아놓고 하루종일 하는 것과 달리 에델만은 한 주제가 끝나면 회의를 마치고 다음날 다시 회의를 소집한다. 아이디어는 시간을 잡아놓는다고 떠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HSBC는 자유 토론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직급에 상관없이 서로 의견을 개진하고 난상토론을 한다. 이를 통해 최상의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것이다. 서현진 이사는 “특별한 제도가 있다기보다는 서양의 문화가 토론에 대해 관대하고, 개인의 의견 표명을 권장하는 면이 있어 회의가 좀 더 생산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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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도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이런 훈련은 1년에 2회씩 하는 회사 워크숍 격인 팀스피릿 트레이닝 때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팀스피릿 트레이닝을 통해 그런포스펌프의 기업문화와 조직문화를 익힌다. 팀스피릿 트레이닝은 단순히 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워크숍은 아니다. 이 행사 기간에 직원들은 이야기도 다 할 수 있고 사장과 공장직원이 같이 어울려 논다. 이런 자유로운 문화가 자연스럽게 토론문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매주 정기적으로 하는 수요마당도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다. 수요일마다 1시간 일찍 출근해 50%는 회사 이야기, 50%는 각자의 관심사에 대해 팀별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재즈, 게임, 책 등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조직 내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연습을 하게 되면 딱딱한 회의에서도 자연스럽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권한 위임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기법이 좋아도 결국 당사자가 동기 부여가 안 되면 회의에 적극 참여할 수 없다. 때문에 그런포스펌프에서는 과장, 대리 등 초급 간부나 사원들이 진행하는 회의에 임원이 참석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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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서 중요 결정 이뤄져 덕분에 P&G의 회의 분위기도 상당히 자유스럽다. 회의장을 걸어다니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탁자에 걸터앉기도 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P&G의 인재 채용 시스템과도 관련이 깊다. 원칙적으로 경력사원을 뽑지 않는 탓에 P&G 직원들은 모두 P&G의 가치를 교육받게 된다. 이런 공통적인 배경 아래서 회의문화도 형성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회의에서 한 말이 가장 결정력이 있고, 중요한 결정은 모두 회의를 통해 이뤄지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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