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알짜 비즈니스로 뜬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 ‘대치동’을 수출하자”
[교육, 알짜 비즈니스로 뜬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 ‘대치동’을 수출하자”
싱가포르 교육허브=산업허브 아시아의 경제부국 중 하나인 싱가포르. 싱가포르 역시 교육열이 대단히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싱가포르는 초등학교부터 입시체제다. 초등학교 졸업시험 결과에 따라 중학교도 능력별로 배정을 받기 때문이다. 또 중학생들은 상위 25%만 대학교 준비학교인 주니어칼리지에 입학할 뿐 나머지 75%는 직업교육을 받게 된다. 주니어칼리지 졸업생 중에서 해외 명문 대학교에 합격하면 국가에서 장학금을 지원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대한민국 교육을 죽인다’, ‘성적 위주의 특혜다’라는 말들이 나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제도이지만 ‘교육은 작은 싱가포르를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교육제도에 대한 신뢰가 높다. 이처럼 학교가 성적에 따른 경쟁체제이다 보니 싱가포르에서도 어릴 때부터 많은 사교육을 시키는 데 학원보다는 개인교습 형태가 강하며, 초등학교 때에는 우리나라보다 사교육을 더 심하게 받는 편이다.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처럼 교육열이 강한 것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교육 비즈니스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향후 국가 전략사업으로 교육 비즈니스를 최우선 과제의 하나로 진행하고 있다. 현재도 많은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본부가 싱가포르에 있는데 이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물론, 현재보다 더욱 더 많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교육 허브’로 발돋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자원이 없고 인구가 적은 싱가포르로선 교육을 통해 경제력이 되는 많은 사람이 몰려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교육산업을 육성하려는 싱가포르 정부의 적극적 노력으로 존스홉킨스 의대, 인시아드(INSEAD), 시카고경영대학원, 뉴사우스 웨일스 대학 등 세계 최고 교육기관의 아시아캠퍼스 유치에 성공해 운영 중이며 MIT, 와튼스쿨, 조지아공대, 상하이 교통대 등과 공동 학위제를 통한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덕에 싱가포르는 인구 대비 유학생 비율이 아시아 최고일 뿐 아니라 교육열이 높다고 늘 자랑하는 한국보다 무려 40배 이상이다. 싱가포르에서 공부한 많은 유학생이 고국으로 돌아가 친 싱가포르 인사가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니 차후에 해당 국가의 기업을 싱가포르에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게 바로 ‘교육허브=산업허브’ 공식을 노리는 싱가포르의 교육산업 장려정책이다. 말레이시아 총리 직접 나서 산업화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교육허브를 노리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총리가 직접 나서서 교육의 산업화를 진두 지휘한다. 100년 이상 영국의 지배를 받아왔던 나라이기에 영어가 공용어인 장점을 최대한 살려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그래서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 자체를 배우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오는 경우도 많으며, 대학 이상의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유학생 유치를 위해서는 ‘트위닝(twinning)’제도가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위닝 제도란 말레이시아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미국·영국 및 영연방 대학의 학위를 취득하는 제도다. 2년을 말레이시아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1~2년은 학위를 취득하고자 하는 해당 대학에 직접 가서 공부를 하고 학위를 받는 식이다. 말레이시아의 낮은 물가와 영어·중국어를 배울 수 있으면서 서구 명문대학의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말레이시아로 유학생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말레이시아 자국 학생들이 해외로 유학을 많이 가 외화 유출 등의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정부가 만든 정책이었는데 이제는 외화 획득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와 더불어 아시아의 교육허브가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유학은 보통 우리보다 잘 사는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는 상식을 깨뜨리기라도 하듯 최근 대한민국의 어린 학생들은 말레이시아로 조기유학을 많이 떠나고 있다. 역발상 대치동을 살리자 지금까지 총 9회에 걸쳐서 교육산업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서 ‘사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 관련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신종 비즈니스가 많이 등장함을 설명하였고, 국가적 개혁이 있지 않는 한 ‘중복 투자’ 형태의 출혈적 사교육비 증가세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설명했다. 또 우리는 교육을 산업화하는데 많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전통적인 경제부국은 물론 말레이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까지도 교육을 국가의 주요 전략산업으로 삼아 외화 획득 및 자국의 문화 보급 수단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우리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공약으로 ‘아시아의 허브’로 한국을 만들겠다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허브가 될 수 있을까?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하다고 필자는 단언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의 한국지사로 발령을 받는 수많은 외국인의 경우를 살펴보자. 그들이 과연 얼마나 가족을 동반하고 한국에 오고 있는가? 한국에 그들의 아이들이 와서 공부할 만한, 또는 한국에서 공부해 졸업을 한다고 했을 때 세계 무대에서 통용될 수 있는 그런 학교가 존재하는가? 우리가 지방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할 때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녀 교육’을 꼽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국인도 해외에서 한국 근무를 고려할 때 ‘자녀 교육’이 우선순위로 들어간다는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본부를 한국에 유치하고 싶으면 먼저 그 다국적 기업 종사자들의 자녀교육에 매력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왜 우리는 아랍이나 동남아시아의 귀족 자녀와 중국의 신흥 갑부 자제를 한국으로 끌어들이지 못할까. 만일 아랍의 왕족 자제가 우리나라에 와서 중·고등학교를 다닌다면 그들은 얼마나 많은 돈을 쓰고 갈까.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낙후돼 있는 교육 인프라가 바로 대한민국이 아시아 허브가 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내부적으로는 어떤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자녀 1명을 키우는 데 약 2억2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그중에 대부분이 교육비일 것은 자명하다. 해마다 자녀 교육비가 증가하고 있고 그 교육비 증가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어 대한민국의 성장동력마저 위축돼 가고 있다. 점점 더 많이 드는 교육비, 과열되는 사교육의 결과는 고학력 실업자의 양산이요, 해외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 국내용 학위자의 양산체제가 현재의 대한민국 교육인 것이다. 돈은 돈대로 들고 실속은 없는 셈이다. 또 사교육을 욕하면서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면 언론과 대중은 공신력(?) 있는 사교육기관에서 논평해주기를 원하는 뒤죽박죽 상황이다. 필자의 사무실이 있는 강남의 대치동에는 독일식 유치원도 있고, 이스라엘식 유치원도 있다. 세계 여러 나라 교육시스템의 경연장인 셈이다. 대치동에서 살아남는 교육시스템은 다른 어디에서도 살아남는다는 학원가의 불문율이 있다. 교육시스템의 ‘테스트베드’인 셈이다. 우리가 일부 IT분야에서 세계적인 테스트베드인 것처럼 공교육의 개혁으로 사교육과의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사교육을 국제화 시대에 걸맞게 산업화하여 동북아의 교육허브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그럼 정부가 주장하는 금융허브, 물류허브는 자동으로 따라오고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국제화 시대에 맞는 글로벌 인재가 될 텐데 말이다. <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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