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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상품 성공학⑬ ㈜넥슨의 카트라이더] ‘단순+재미’의 게임 기본에 충실

[히트상품 성공학⑬ ㈜넥슨의 카트라이더] ‘단순+재미’의 게임 기본에 충실

지난 1월 14일 서울 삼성동의 영화관 메가박스. 평소에도 유동인구가 적지 않은 이곳에 이날 저녁따라 10대와 20대 젊은이들이 발 디딜틈 없을 정도로 몰렸다. 500석 규모의 영화관은 금세 가득 찼고 입장을 못해 발을 구르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메가박스에서 열린 특별한 행사를 지켜보기 위해 온 젊은이들이었다. 특별한 행사란 다름 아닌 온라인게임 카트라이더 2차 리그 결선 경기. 카트라이더 게임 최고수를 가려내는 이벤트였다. 오후 7시. 8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드디어 게임 개막이 선언됐다. 참가 선수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12주 동안 진행된 본선 게임에서 선발된 카트라이더 ‘고수’들. 이날의 결승전은 10차례의 레이싱을 갖고 점수를 합산해 등수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세트, 2세트 게임이 진행되며 관중석에서는 환성과 탄식이 번갈아 쏟아져 나왔다. 게임이 중반을 넘어가며 김진용 선수가 1위로 뛰쳐나왔고, 마침내 10번째 마지막 레이스가 끝나며 우승이 확정돼 2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주)넥슨이 주최한 이번 게임 대회는 ‘국민 게임’으로 불리는 카트라이더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넥슨은 지난해 3~7월에 열린 1차 리그에 이어 이번 2차 리그를 치렀고, 앞으로도 매년 두 차례 정도 정기 리그를 계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스포츠로 불리는 게임대회는 그동안 스타크래프트 등 외국 게임을 중심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국산 게임도 인기종목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카트라이더가 탄생한 것은 2004년 6월. 예쁘장한 캐릭터를 앞세워 온라인에서 하는 자동차경주 게임이었다. 그로부터 1년6개월여가 지난 지금, 카트라이더가 거둔 성적표는 화려하다. 네이버가 선정한 2005년 검색어 순위에서 총괄 1위를 차지했고, 대학생이 가장 많이 즐긴 온라인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카트라이더의 이 같은 인기는 회원 수가 무려 1500만 명이나 된다는 점을 보면 금세 이해가 간다. 게임업계에선 ‘온라인 게임의 1000만 회원 시대를 연 주역’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시 접속자 수도 서비스 첫 달 6000명에서 꾸준히 늘어 1월 현재 최고 22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10대 남성 중심의 게임 매니어층을 20대 성인과 여성으로까지 넓혀, 말 그대로 게임 시장의 저변을 넓힌 것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넥슨의 박경재 개발팀장은 “기존 온라인 게임이 매니어들만의 문화로 치부되거나 부정적 측면만 부각됐던 것과 달리 카트라이더는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카트라이더의 이 같은 성공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도 쏟아져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블루오션 전략의 본질을 읽어라’ 보고서에서 성공사례로 인용했고,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 10대 히트상품으로 선정했다.
무료 게임으로 출발했지만 서비스 두 달 만에 월 매출(게이머들에 대한 아이템 판매와 PC방에서 받는 이용요금) 10억원을 돌파하는 등 매출이 꾸준히 늘어 최근 월평균 30억~40억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월 매출 60억원을 기록한 적도 있다. 카트라이더의 인기에 힘입어 회사 전체 매출도 2004년 1110억원에서 지난해 2000억원을 돌파했다. 넥슨의 김정주 사장은 카트라이더 대박에 힘입어 지난해 포브스코리아에 의해 국내 ‘벤처부자 1등’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월 기준 김 사장의 자산 평가액은 3505억원이었다. 넥슨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업계에선 특히 김정주 사장의 움직임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창업 이후 한번도 대표를 맡지 않고 게임 개발만 해오다 지난해 6월 대표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최근에는 주로 일본에 머물며 해외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카트라이더에 이어 올해 선보일 후속 게임도 관심거리다. 이 회사 민용재 이사는 “현 유저들의 충성도가 높아 카트라이더의 인기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시장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우수한 게임들을 개발, 서비스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 쉽게, 더 재미있게=
“어렵지 않지만 즐길수록 더욱 재미있게 만들자.” 박경재 개발팀장은 카트라이더의 기획 방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인터넷을 사용할 줄 아는 네티즌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레이싱 게임은 카트라이더가 처음은 아니다. 카트라이더 이전에도 3~4개의 게임이 서비스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이 내놓은 카트라이더는 어린이들도 즐길 수 있도록 난이도를 확 낮췄다. 그러다 보니 게임에 서툰 30대 이상 성인들까지 대거 게이머가 됐다.
또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우선 게임이 2~3분이면 끝나도록 했다. 승부가 즉각 결정되다 보니 박진감이 넘쳤다. 각종 아이템을 구입하면 불리한 경기도 순식간에 역전시킬 수 있고, 팀플레이도 가능하도록 했다. 윤대근 팀장은 “게임하는 재미를 많이 줬고 그래픽도 아기자기하게 만들어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단순함 속에서 느끼는 묘한 승부욕”을 인기의 비결로 꼽았다. 게임 구조는 누구나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게 돼 있지만, 생각만큼 잘 하기가 쉽지 않아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브랜드 관리=
넥슨은 지난해부터 온라인 게임을 통한 타 업체와의 공동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트라이더의 인기에 가속도를 붙여 보자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10월 BMW그룹의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와 제휴해 공동 프로모션에 나섰다. 게임 속에 미니의 세련된 디자인을 담은 ‘미니카트’와 번호판 등의 게임 아이템을 추가해 게이머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우승자에게는 실제 미니 승용차를 상품으로 줄 예정이다. 공동마케팅도 활발하다. 지난해 치렀던 1차 리그는 코카콜라와 함께했고, 14일 끝난 2차 리그는 올림푸스와 함께 치렀다. 대형 영화관 체인인 메가박스와도 제휴해 결선 게임을 영화관에서 했다. 기업들이 카트라이더와 공동마케팅에 나서는 까닭은 무려 1500만 명에 이르는 회원 수가 가진 위력 때문이다. 대형 온라인 게임이 오프라인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게임시장 판도까지 바꿨다=
카트라이더는 캐주얼 게임으로 분류된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불과 몇 분이면 게임이 끝난다. 단판 승부다. 그러다 보니 자투리 시간에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스토리도 복잡하고 게임이 끝없이 이어지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사실 카트라이더가 나오기 전에는 RPG가 온라인 게임의 주류였다. 그러나 ‘쉽고 재미있는’ 카트라이더에 게임 매니어들이 몰리면서 캐주얼 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게임산업의 판도마저 바꿔버린 것이다. 이와 관련, 민용재 이사는 “카트라이더를 계기로 캐주얼 게임 시장이 급성장했고, 앞으로도 게임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움말=김용태 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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