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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살리고 기업은 키운다”

“환경은 살리고 기업은 키운다”

경북 포항에 본사를 둔 그린케미칼의 소재춘(48) 사장은 요새 서울 출장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 2월 7일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쌀쌀해진 데다 눈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그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서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만큼 ‘서울 사업’에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1998년 창업한 그린케미칼은 주로 산업용 세정제를 생산한다. 이 회사가 만든 세정제는 냉연강판에 묻어 있는 압연유를 닦아내는데 ‘특효제품’으로 통한다. 소 사장은 “그린케미칼 세정제는 섭씨 50도 아래서 저온 탈지되는 세계 유일의 제품”이라며 “포스코·동부제강·현대하이스코 등에 납품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포항에 본사와 기술연구소를 두고 있는 것도 최대 고객이 포스코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산업용 세정제 매출은 70억원에 이른다.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 된 환경벤처 그러나 소 사장의 중장기 비전은 ‘서울 사업’에 있다. 그린케미칼은 2003년께부터 사업영역을 ‘공장에서 주방으로’ 넓혔다. 사탕수수와 올리브유·키토산·자몽 등 식물성 소재로 만든 친(親)환경 주방세제 ‘슈가버블’이 대표 상품이다. 소 사장은 자신이 개발한 주방세제를 종이컵에 담아 한 모금 마시면서 ‘무공해·무자극·무독성 세제’임을 강조했다. “회사를 더 키우려면 ‘산업재 기업’의 한계에서 벗어나 ‘소비재 기업’으로 전환해 매출을 크게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산업재 회사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주방용품 제조업체로 더 유명한 옥시 같은 회사가 그린케미칼의 벤치마킹 모델이지요.” 그린케미칼의 경쟁 상대는 LG생활건강·태평양·CJ·애경 같은 대기업이다. 자금과 유통망·마케팅 등에서 열세인 지방의 벤처기업이 감당하기엔 녹록지 않다. 모 대기업과 제휴해 할인점을 공략했지만 성적이 기대치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이 회사 소비재 부문의 매출은 50억원대. 그러나 그냥 주저앉기엔 상품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소 사장의 밝은 표정이 되살아난 것은 김명철(53) 하이넷생활건강 사장과 손을 잡으면서다. 지난 7일 두 사람은 하이넷생활건강 ‘그레이츠그룹’의 하종석(49) 총 리더와 자리를 함께했다. 그린케미칼 제품의 판매량을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하이넷생활건강은 지난해 11월 창립된 네트워크마케팅 회사다. 김 사장은 “모범적인 기업 활동을 통해 2∼3년 내 국내 간판급 토종 네트워크마케팅 회사가 되겠다”며 비전을 밝혔다. 한국암웨이를 거쳐 풀무원생활건강 대표이사를 지낸 그는 업계의 베테랑 CEO다. 김 사장이 제시하는 토종 네트워크마케팅 회사의 ‘대표 상품론’이 흥미롭다. “10여 년 전 벨기에에 출장 다녀올 일이 있었어요. 이때 우연히 ‘에코보’라는 회사를 접하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 유명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공인한 친환경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더군요. 이때 ‘이제 우리나라도 이런 환경 회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지요. 네트워크마케팅 회사에 몸담고 있던 저는 이런 제품이 대표 상품이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지인으로부터 그린케미칼을 소개받은 김 사장은 “아이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소 사장 역시 “일단 김 사장님의 믿음직한 얼굴에 끌렸다”고 말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두 사람은 곧바로 생활용품 개발(그린케미칼)과 유통(하이넷생활건강)을 책임지기로 합의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 1월 내놓은 하이넷생활건강의 가정용품 브랜드가 ‘에코 밸런스(Eco Balance)’다. 두 회사의 제휴는 단순히 제품 개발과 유통을 맡기로 합의한 것 이상이다. 김 사장이 ‘생활과 환경이 균형을 이룬다’는 뜻에서 ‘에코 밸런스’라는 브랜드 이름을 지어줬고, 소 사장은 하이넷에 자본금을 출자했다. 다시 김 사장과 하종석 총 리더가 “하이넷의 대표 상품인 만큼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대표상품인 만큼 파격적 마케팅” “설문조사를 해보면 친환경 제품이 필요하다고 대답하는 소비자가 95%가 넘어요. 그런데 실제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5%로 떨어집니다. 너무 괴리가 큽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가격입니다. 그 다음이 홍보와 마케팅이지요.”(김명철 사장)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김 사장이 파격적인 제품 가격을 제안했다. 에코 밸런스는 네트워크 마케터들에게 돌아가는 마일리지 포인트를 일반 상품에 비해 절반으로 줄였다. 가령 4200원짜리 에코 밸런스 세제를 팔면 마케터들에게 2250마일리지 포인트를 준다. 하종석 총 리더는 “네트워크 업체들은 통상 제품 가격의 90%를 포인트로 준다”면서 “에코 밸런스는 포인트를 절반으로 줄여 거의 노마진으로 내놓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소 사장은 제품 ‘업그레이드’로 화답했다. 소 사장은 “이번에 출시한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계면 활성제 함량을 두 배로 높이고 항진균제를 첨가했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제품군(群)도 넓힐 계획이다. “시작이 좋아요. 본격적인 제품 유통에 들어간 지 한 달도 안됐는데 1000세트를 주문한 고객도 있습니다. 지금은 주방세제와 과일 세척제를 내놓았지만 목욕용품이나 유아용 장난감 세척제 등을 추가로 출시할 생각입니다.”(소재춘 사장) 이래저래 세 사람의 표정은 밝다. 김 사장은 “에코 밸런스를 대표 상품으로 내세워 연말께 월 100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회사의 일차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 주방세제 시장이 약 7000억원 규모라고 합니다. LG생활건강·CJ·애경 등 빅5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은 회사가 바로 네트워크마케팅 회사인 A사 제품이에요. 점유율이 7∼8% 정도 되지요. 전반적으로 생활용품 시장에서 네트워크마케팅 업체들의 강세가 두드러집니다. 하이넷 역시 ‘훌륭한 제품’을 얻었으니 이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일만 남아 있습니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좋은 제품을 토대로 토종 네트워크마케팅 업체의 ‘힘’을 보여 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90년대 초반 이후 국내에 유수한 외국계 네트워크 업체들이 진출해 높은 성과를 나타냈지만 최근엔 자본 유출이 심각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외국계 회사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마자 로열티와 배당금 명목으로 다시 해외로 돈을 송금하기 일쑤입니다. 지난해 모 회사는 수백억원의 당기순이익 전부를 배당하기도 했습니다. 외국계 회사들이 ‘불법 피라미드 판매’ ‘다단계 유통’ 같은 국내 시장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꾼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단물’만 빼가는 영업방식을 고수한다면 국내 유통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김 사장은 “토종 업체의 매운 맛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주와 회사는 물론 사업자가 바른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런 면에서 하이넷은 주목할 만한 회사다. 김 사장은 “회사 설립 때부터 이런 의지를 밝혔으며 이에 뜻을 같이하는 서흥캅셀·동성제약 등 신뢰성 있는 중견업체들이 출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조만간 벤처 캐피털의 투자 유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네트워크마케팅에 대한 시각을 바꿔줄 것을 조심스럽게 당부했다. “일단 ‘시장’을 인정해 줬으면 합니다. 국내 언론 가운데 네트워크마케팅을 유통면에 다루는 경우는 거의 드물어요. 아직까지 부정적인 르포 기사를 통해 ‘사회면’에 더 자주 오르내리는 형편이지요.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이미 500만 명이 네트워커로 일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어요. 상위 10개 업체의 매출만 2조원이 넘습니다. 물론 일부 업체들이 법령의 허점을 이용해 비합법적인 행위를 하기도 하지만 많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2010년 코스닥 상장이 목표” 세간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김 사장의 노력은 투명 경영·나눔 경영으로 표현된다. 김 사장은 “회사 설립 때부터 임직원 월급의 1%를 기부하는 나눔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익의 일부를 생색내기 식으로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사회 환원을 염두에 두고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상품을 유치하기 위해서도 발품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기존 네트워크 업체의 문어발식 상품 정책은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 없이 마구잡이로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 등을 선보이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 김 사장은 “보다 치밀한 트렌드 분석과 체계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 니즈에 부응하는 상품 정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넷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신생업체입니다. 서두를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린케미칼 같은 좋은 파트너와 오래 일해야지요. 그것이 진짜 경쟁력 아니겠습니까. 숫자 목표요? 일단 올해는 연 매출로 240억원 정도를 올려 회사를 안정 궤도에 올려야지요. 더 큰 목표는 회사를 2010년께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믿고 제품을 이용할 수 있는 회사,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지요.”

소재춘 사장 경희대 화학박사로 1998년 포스코 기술연구소를 나와 환경벤처 그린케미칼 설립. 산업용 세정제 생산하다가 하이넷생활건강과 손잡고 생활용품 브랜드 ‘에코 밸런스’ 출시.

허종석 사장 서울대 법대 나와 삼성건설 인사팀 근무하다가 2000년 네트워크 비즈니스 시작. 현재 하이넷생활건강 그레이츠그룹의 총 리더.

김명철 사장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나와 한국암웨이 영업·마케팅부서 거쳐 풀무원유통 대표이사, 중앙벤처미디어 본부장 역임. 지난해 하이넷생활건강 설립해 토종기업·친환경기업 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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