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급등하는 중동 주식 봐라
해외 건설 수주실적이 1997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동 지역의 플랜트 수주 실적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발간된 중동의 경제전문지 ‘MEED(Middle East Economic Digest)’에 따르면 중동에서는 매주 40억 달러어치의 신규 공사가 발주되고 있다고 한다.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의 증대는 이 같은 중동시장의 건설 붐에 힘입은 것이다. 그리고 중동시장의 건설 붐은 ‘오일 달러’ 때문일 것이다. 98년 배럴당 15달러에도 못 미쳤던 국제 유가는 수직 상승을 거듭한 끝에 지금은 배럴당 60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산유국들은 석유 수출을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호주와 캐나다를 제외한 전 세계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은 98년에 1290억 달러에서 2002년에는 2810억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는 70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동 산유국들이 오일 달러로 필요한 인프라 시설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70년대와 같이 또다시 ‘제2의 중동특수’를 맞이하지 않겠는가 하는 막연한 기대감도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미국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보면 오일 달러는 70년대와 달리 ‘달러화 표시 자산의 구입 자금으로 전환돼 세계 경제의 윤활유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지금 중동의 오일 달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먼저 주식시장이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두바이는 166%, 사우디아라비아는 99%, 쿠웨이트는 82%, 아부다비는 80%, 카타르는 69%에 달하는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두바이와 아부다비 상장 주식의 시가총액은 2000년에 150억 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에는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주식시장의 버블을 우려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들 주식시장에서 손 털고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중동 각국의 부동산 개발시장이다. 지금의 두바이를 보고 10년 전의 상하이를 연상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하이와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상하이에서는 건물이 지어진 뒤에도 한동안 입주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두바이에서는 건물을 짓기도 전에 팔려나간다. 두바이의 해변지역 개발사업은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릴 만큼 엄청난 규모다. 두바이뿐만 아니라 쿠웨이트·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바레인 등 걸프협력위원회(GCC) 소속 국가들 모두가 독자적인 개발계획을 갖고 활발한 투자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보면 중동의 오일 달러가 70년대처럼 우리나라에 들어와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하리라는 섣부른 기대를 갖기 어렵다.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의 중동 5개국 순방길에 동행하면서도 확인한 것이지만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 각국은 도로나 항만 같은 단순 인프라 시설보다는 ‘팜 아일랜드’나 ‘버즈 두바이’ 같은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세계 최대의 부동산 개발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적인 볼거리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면서 석유자원 고갈 시점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과 정부의 중동시장 진출 확대 전략도 오일 달러가 가는 방향을 보고 수립해야 할 것이다. 해외 건설의 경우 현재는 플랜트 공사 중심이지만, 세계 최고층 건물인 버즈 두바이처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최첨단의 토목·건축공사나 부동산 개발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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