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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상품 성공학-틈새라면] ‘숙취 풀어주는 라면’으로 대성공

[히트상품 성공학-틈새라면] ‘숙취 풀어주는 라면’으로 대성공

"어라, 틈새라면이 나왔네.” 큼지막한 검은색 로고 옆에는 주방장 모자를 쓴 라면가게 사장의 얼굴까지 인쇄돼 있다. 바로 밑에는 ‘김복현의 명동 빨계떡’이라는 글도 쓰여 있다. 올해 초 편의점 GS25에서 내놓은 새 용기면(컵라면)을 본 젊은이들은 신기한 듯 만지작거리다 그자리에서 끓여 먹기도 한다. 명동 라면가게에서 먹던 빨계떡(빨간 양념의 계란 떡라면)을 편의점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된 반가움 때문이다. 틈새라면이 라면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GS25가 컵라면과 봉지라면 두 가지 형태의 틈새라면을 만들어 판매에 나선 것은 1월 3일. 그로부터 6일 뒤, 판매량을 집계해 본 GS25 측은 깜짝 놀랐다. 라면시장 부동의 1위 신라면이 11만3000개가 팔린 반면 틈새라면은 무려 14만9700개나 나갔다. 봉지라면 쪽에서도 신라면을 바짝 추격했다. 혹시 제품 홍보를 위해 단무지와 생수 등 사은품을 증정했던 덕이 아닐까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반짝 인기가 아니었다. 사은품 증정기간 이후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1월 한 달간 판매량(컵라면)은 틈새가 40만9000개, 신라면은 23만6000개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봉지라면도 틈새가 42만9000개, 신라면 30만2000개로 여유있게 앞서 나갔다. GS25 관계자는 “고객들의 반응이 예상 외로 좋아 올해 800만 개 이상 팔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편의점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틈새라면은 이 라면의 상표권을 갖고 있는 틈새㈜ 김복현 사장과 GS25의 합작품. 지난해 초 일본 편의점 벤치마킹에 나섰던 GS25는 현지 편의점들이 지역 라면점과 제휴해 PB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을 보고 국내에는 이런 게 없을까 물색하다 틈새라면을 찾아냈다. 김복현 사장도 라면가게에서 벗어나 상품화를 추진해오다 GS 측과 손을 잡았다. 게다가 라면가게와 편의점의 주 고객은 모두 10~20대여서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김복현 사장은 5개월 동안 라면 제조를 담당한 한국야쿠르트 공장을 오가며 특유의 매운 맛을 내는데 매달렸다. 김 사장은 “시제품의 맛이 제대로 나지 않아 10여 차례나 퇴짜를 놓았다”며 “이 때문에 출시 시기도 계획보다 늦어졌다”고 말했다. 지금은 틈새㈜와 틈새유통 두 회사의 경영을 맡고 있지만, 김복현 사장의 출발은 서울 명동의 3평 남짓한 조그만 라면가게였다. 고교 졸업 후 어려운 환경 때문에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할 형편이 되자 김 사장은 1981년 명동 제일백화점 옆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난 조그만 공간에 라면집을 열었다.
"틈새라면의 간판 상품인 빨계떡이 탄생한 것은 창업 3년 뒤인 84년. 술을 좋아하는 김 사장은 해장도 라면으로 했다. 하지만 성에 차질 않았다. 속을 확 풀어줄 만한 시원한 국물맛이 영 아쉬웠다. 고심하던 그는 라면을 끓일 때 고춧가루도 넣어보고, 콩나물도 한 주먹 넣어봤다. 6개월여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가 마침내 ‘입에서는 맵지만 속은 풀어주는’ 소스를 개발했다. 위기도 있었다. 대표적인 게 89년의 우지파동이다. 손님이 뚝 끊어져 당시 명동의 라면가게 7~8곳이 문을 닫았으나 틈새라면은 장사를 계속했다. 위기 뒤에는 기회가 온다던가. 6개월 정도 지나 인근 직장인과 학생들이 다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한데 문닫은 주변의 라면가게는 다시 열지 않아 틈새라면에만 손님이 몰렸다. 우지파동 이전보다 손님이 훨씬 늘어난 것이다. 가게를 지금의 자리로 옮길 때도 위기였다. 91년 창업했던 곳을 내주고 마땅한 자리를 잡지 못해 10개월 가까이 문을 닫았는데 그 사이 틈새라면이 잊혀져 버린 것이었다. 두 번째 위기는 ‘비닐봉지 작전’으로 극복했다. 틈새라면의 전화번호와 약도를 커다랗게 그려넣은 비닐봉지를 만들어 명동 일대 구멍가게와 노점상들에게 공짜로 뿌렸는데, 이를 보고 옛 손님들이 다시 찾기 시작했다. 20년 이상 라면을 끓여오던 김 사장은 2002년 11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프랜차이즈 사업이었다. 라면 ‘가게’를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시키는 작업이었다. 이듬해 3월 첫 가맹점을 냈고 2004년 말 100호점을 돌파했다. 가맹점은 현재 120여 곳에 이른다. 이어 라면 제조업에도 나섰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다져진 브랜드 파워를 대기업과의 경쟁에 적용시켜보려는 시도다. GS와의 협력에 이어, 지난해 설립한 틈새유통㈜에서는 오뚜기에서 OEM으로 만든 라면을 직접 판매한다. 2월 말 미국으로 첫 수출을 하고, 3월부터는 할인점에서도 틈새라면을 팔 계획이다. GS리테일도 편의점에 이어 2월에는 GS수퍼, 3월부터는 GS마트(할인점)로 판매망을 넓혀가고 있다. 도움말=김용태마케팅연구소

인터뷰ㅣ김복현 사장 “구멍가게 장사도 사업의 축소판” 김복현 사장이 25년 동안 끓인 라면은 40만 그릇이 넘는다. 그의 꿈은 ‘라면 장인’이었다. 지난해 말 그는 행정자치부로부터 신지식인상을 받았다. 라면 장인에 버금가는 인정을 받은 셈이다. 2004년 11월에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아시아판 특집기사에서 틈새라면을 ‘아시아 최고의 라면집’으로 선정했다. 김 사장은 프랜차이즈 및 유통 사업 때문에 바쁜 요즘도 하루 한두 차례는 명동 라면가게에 꼭 들른다고 한다.

편의점에서 틈새라면 인기가 높은데.
“신라면보다 더 많이 팔린다고 하더라. 앞으로 유통망을 더 넓혀갈 계획이다. 수출 상담도 계속 진행 중이다. 종합식품회사를 만드는 게 목표다.”

3평짜리 가게에서 출발해 대기업에 맞먹을 정도의 브랜드를 키워냈는데.
“90년대까지만 해도 맛이 먼저고 브랜드는 그 다음이었는데, 지금은 브랜드가 우선이다. 20년 전부터 틈새 브랜드를 키워 사업을 하겠다고 생각해 왔다. 틈새의 브랜드 파워 정도면 대기업에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

장사를 하다가 비즈니스로 업그레이드됐는데.
“잘 몰랐는데 해보니까 사업의 축소판이 장사더라. 장사하며 얻은 경험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장사는 혼자 하지만 사업은 시스템이 돌아가는 거다. 공통점도 있는데, 사람 관리다. 장사나 사업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예전엔 프랜차이즈 사업을 부정적으로 봤는데.
“원래 97년께 하려고 준비하다 IMF 위기 때문에 늦췄다. 당시 프랜차이즈가 우후죽순처럼 생겨 어느 정도 거품이 빠지기를 기다려 2002년에 시작했다.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지 않나.”

차별화된 마케팅 노하우가 있다면.
“당당하고 솔직하게 장사했다. 손님 앞에서 비굴해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책임감 있게 모셨다. 또 하나는 한국 정서에 맞는 덤 문화를 강조했다. 요즘 기업에서 하는 원플러스원도 그런 것 아닌가. 나는 20여 년 전부터 했다. 덤 문화는 물건 하나 더 얹어주는 게 아니라 정이다. 그게 바로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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