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인구 폭탄’
소리도 없이 다가오는 ‘인구 폭탄’
|
10년 뒤 대한민국은 ‘아찔’ 어디 저출산만 문제인가? 아이를 덜 낳는데 수명은 길어지니 사회 전체가 빠른 속도로 늙어간다.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 7%)를 넘어선 데 이어 2018년 고령사회(노령인구 비율 14%)→2026년 초고령사회(노령인구 비율 20%)를 앞둠으로써 대한민국 인구시계는 고령화 세계 신기록을 예약해둔 상태다. 지난해 평균 노령인구 비율은 9.1%지만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이미 35개 군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55곳은 고령사회 단계다. 특히 경남 남해·의령군, 전남 곡성군, 전북 임실군은 인구 넷 중 한명꼴로 노인이다. 이처럼 군 전체가 거대한 실버타운처럼 돼버린 판에 농업 기계화사업 예산이나 시설자금을 배정한들 누가 움직이랴. 오래 살아도 ‘병은 없이, 돈은 있으면’ 괜찮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고령인구는 불어나는데 그동안 이들을 흡수해온 농업과 영세 자영업은 위축되고 있다. 더구나 불과 ‘10년여 뒤의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2018년이 문제다. 바로 이땅의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65세)에 진입하는 시기다. 2030년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초고령층을 형성함으로써 거대한 노인집단이 형성된다. 6·25전쟁 직후인 1953∼65년에 태어난 1000만∼12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는 1970, 80년대 젊고 값싼 노동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궜지만 이제 서서히 ‘인구 부채’로 전환되는 길을 걷고 있다. 지구상 모든 나라가 저출산·고령화 추세라면 함께 인정하고 돌파구를 찾으면 된다. 문제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며, 한국은 아직 제대로 준비도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인구 14억 명의 시장에다 인건비가 싼 중국에선 평판TV·에어컨·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만드는 TCL, 거란스(格蘭仕), 하이얼 등이 연간 100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췄다. 내수뿐만 아니라 다분히 수출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한국을 위협한다.
![]() |
정부선 아직도 로드맵만 준비 경제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 주체인 사람들이 장사 형태와 벌이를 결정한다. 그런데 그 구조가 급격하게 좋지 않은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늙어간다. 물건을 만들고 사서 쓸 사람이 줄어드는데 부양받는 노인은 많아지니 경제가 쇠약해진다. 지금은 그래도 잠재성장률이 4.5∼5%지만 2030년 무렵에는 1% 수준에 그치리란 전망이다. 연금을 받는 노인이 급격히 많아지니 국민연금 사정은 더욱 나빠지고 재원이 바닥날 수도 있다. 그래서 오피니언 리더 100명 중 74명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경쟁력 낮은 교육과 함께 우리 사회의 10대 과제 중 공동 2위로 꼽았다. 저출산·고령화 시한폭탄이 시시각각 위협하는데도 우리 대응은 너무 안이하다. 지난해 9월에 시행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에 따라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위원회가 설치되고 보건복지부 안에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를 신설했다. 그러나 아직 로드맵만 그리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실행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상반기 중 확정할 계획이다. 또 여성가족부는 ‘아버지 출산휴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밖에도 직장에 다니는 부모가 일 때문에 자녀의 학교행사 참여나 담임교사와의 상담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야간 학부모 회의’를 열고, 부모가 아프거나 야근 때문에 자녀를 돌볼 수 없을 경우 교육을 받은 ‘아이 돌보미’를 집에 보내는 제도를 올해 시범 실시하기로 했다. “두 자녀 이상 가구에 지원금을 주는 식의 단편적 대책으론 곤란하다. 공교육을 정상화해 사교육비를 줄이고 사회 기풍을 바로잡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를 여성의 역할 변화와 비용 측면에서 들여다보자.” (조순 전 경제부총리) “새로 짓는 아파트 1층에 단지 내 보육시설을 만들면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주자. 맞벌이 부부가 출근하면서 단지 안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퇴근하며 데리고 오면 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이 아이들을 돌보도록 하면 여성인력과 고령인력의 활용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 고령화가 시한폭탄만은 아니다.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창출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선진국에서도 고령자 비중이 10%를 넘어서고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이르면서 실버산업 수요가 급증했다. 우리나라가 이 두 조건을 충족시키는 시점은 2008년으로 불과 2년 뒤다. 고령친화휴양단지, 요양서비스업, 한방보건 관광 등 실버산업을 신산업으로 일구려면 그만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미처 외투를 준비하지 않았다고 저출산·고령화의 칼바람이 그냥 비켜갈 리 없다. 엄마인 게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정부와 기업, 가정이 함께 나서고 ‘오래 살 위험(Risk)’에도 제대로 대비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검은사막에서 엿볼 수 있는 차기작 ‘붉은사막’의 모습은?
2이재명 “민주당 집권 땐 코스피 3000 간다”
3‘홍콩 재벌 3세 사망’ 강남 성형 집도의, 업무상과실치사 ‘무죄’ 이유는
4전국 집값, 연초 더 떨어졌다...전셋값도 하락 전환
5정부, 올해 지적재조사사업에 418억 투입…민간 참여 47%로 확대
6“세금 한 푼 안내고”…자녀에 50억 아파트 편법 증여, 156명 세무조사
7美 계란값 폭등 '12개 7200원'...바이든 정부 책임?
8레페리, 알렉스디자인 인수 2년 성과 발표...“올해도 다양한 프로젝트 추진”
9“우리 아티스트 비웃지 마라”...가상 아이돌 시대, ‘플레이브’ 비하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