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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꽃 피우려면 규제 말고 특혜를”

“송도 꽃 피우려면 규제 말고 특혜를”



‘삶의 질’로 차별화… 더 개방적인 의료·교육 서비스 제공해야 수도권정비법 묶여 국내 기업 못 들어오는 ‘희한한 경제특별구역’ “10년 뒤 송도국제도시에 야생화 향기 날리게 하는 것이 나의 꿈”

▶조용경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사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이환균(64) 청장과 재정경제부 조성익(53) 경제자유구역기획단장, 그리고 지난해 10월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GIK) CEO에 선임된 조용경(55) 포스코건설 부사장. 세 사람은 모두 성남시 분당에 산다. 그래서 이들은 “송도는 분당 사람들이 만든다”며 서현역 근처 대폿집에서 의기투합하는 일이 잦다. 이 자리에는 역시 분당구민인 서정진(49) 셀트리온 사장이 가끔 동석한다. 서 사장은 송도에 세계적인 바이오 신약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 청장과 조 단장은 관(官)에서, 조 사장은 민(民)에서 송도국제도시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다. 송도는 부산·진해, 광양과 함께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경제자유구역은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하고 각종 규제 및 세제 등에서 특혜를 주는 ‘경제특별구’다. <상자기사 참조> 이들이 만나 소주잔이 두어 순배 돌고 나면 으레 ‘조용경 레퍼토리’가 나오게 마련이다. “아파트 장사꾼이 아파트에 살지 않는 이유”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로지 야생화 때문입니다. 좋은 야생화를 감상하려면 흙이 좋아야 하는데 그게 아파트에선 쉽지 않지요. 그래서 아파트 짓는 회사에 다니지만 단독주택에 살고 있지요. 나중에 송도국제도시가 조성되면 땅 한뙈기라도 분양받아 그곳에 야생화 공원을 꾸미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조 사장은 야생화 매니어다. 산들에서 거칠게 자라는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는 것이 그의 15년 취미다. 그의 홈페이지(www.hansong.com)에 들어가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애기여뀌’ ‘산국’ ‘개모밀’ ‘바위떡풀’ ‘누운주름잎’ 들이 인터넷 꽃밭에 피어있다.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그 향기가 코끝에 전해질 것 같다. 지난 10일부터 닷새 동안 서울 서초동에 있는 포스코건설 모델 하우스에서 아내인 오선희씨와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이정우 경북대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야생화 매니어들이 참석해 잔잔한 화제가 됐다. 그런데 그가 벌이고 있는 송도국제도시가 ‘향기’를 품으려면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듯하다. 정작 본인은 “벌써 씨앗이 뿌려졌으니 긍정적으로 보려고 한다”고 웃는다.

아파트에 살지 않는 아파트 장사꾼 GIK는 미국의 부동산 개발 회사인 게일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이 70대30으로 합작한 송도신도시개발(NSC)의 실질 업무를 맡고 있다. 지분이 적은 포스코건설 측에서 CEO를 맡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조용경’이라는 사람을 믿고 있다는 뜻이다. 조 사장은 “서로 잘하는 쪽을 나눠서 하는 것이다”며 “인허가 문제와 토지 매입, 주거단지 분양·시공은 포스코건설이, 외국인 투자 유치, 해외 홍보는 게일이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조 사장은 이어 “현재는 마스터 플랜 실시계획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짐짓 여유가 있어 보인다. 기다릴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사연이 있다. 송도에 경제자유구역 얘기가 나온 때는 1998년이다.

▶4월 10~14일 서울 서초동 포스코건설 모델 하우스에서 조용경 사장은 백두산부터 정선, 강화도, 한라산 등 전국을 누비며 찍은 50여 장의 야생화 사진을 모아 '꽃과 사람' 전시회를 열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많이 어려웠어요. 외환보유액이 바닥난 가운데 투기성 자본이 들어와 우리 경제의 토대를 뿌리째 흔들었습니다. 경제를 장기적·안정적으로 끌고 가려면 장기적인 관점에 투자하는 외국 자본의 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지요. ‘쉽게 빠져나가지 않을 장치’가 필요했던 겁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여건이 완전 개방으로 가기에 시기 상조다 싶어 특정 지역을 ‘마음껏 투자하되 함부로 빠져나가기 힘든 땅’으로 지정하자는 쪽으로 여론이 흘러갔지요.” 부연하면 이렇다. 양질의 외국 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와 병원까지 최적의 주거 요건을 풀 서비스해야 한다. 과감한 특혜를 베풀어야 한다. 그래서 경제자유구역이 필요하다. 조 사장이 “경제자유구역은 특혜를 주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비슷한 시기 포스코건설이 찾아낸 땅이 바로 송도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철강 분야의 공장 합리화’를 추구하는 전문 건설업체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먹고살 거리를 찾?있었다. “일단 주택사업을 하자. 신용도를 높이려면 대형 개발사업을 벌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땅을 찾으러 다닌 사람이 조 사장(당시 전무)이다. 한반도 지도를 훑다가 인천 용유도와 영종도까지 왔다. 이때 송도 매립지 문제로 고민하던 최기선 당시 인천시장이 그를 불렀다. “그러면 우리가 개발해 놓은 땅을 사라”는 제안이었다. 포스코건설로서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지주가 40∼50명 되는 땅보다 한 사람(인천시)과 거래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렇게 해서 포스코건설 내에 송도사업본부가 만들어진 것이 2001년 1월이다. 조 사장이 본부장을 맡았다. 그러나 이때부터가 일이었다. “송도에 헬리콥터를 타고 내렸는데 황당했습니다. ‘이런 데서 도대체 무엇을 한단 말인가’하는 두려움뿐이었지요. 포스코건설에서 임명규 부장이, 인천시에서 심헌창 송도개발과장(현 GIK 상무)이 함께 왔는데…. 세 사람 모두 넋을 잃고 있었습니다.”

넋놓고 있는데 단 한 사람 “원더풀” “원더풀”을 외치면서 침묵을 깬 것은 이 자리에 있던 ‘손님’이었다. 헬리콥터에서 내린 사람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세 사람과 함께 미국에서 온 제이킴 일행이었다. 미국의 원전 설비업체인 웨스팅하우스 출신의 물리학자인 제이킴은 고리·영광 등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으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는 현역에서 은퇴해 펀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을 때다. 제이킴은 부동산 개발회사인 스탠 게일 회장과 존 하인즈 부사장(현 GIK 대표이사)을 동행했다. “환상적이지 않은가. 세계적인 공항이 있고(그때만 해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전이다) 자동차로 1시간40분이면 서울에 갈 수 있다.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아시아 100만 명 이상 도시가 60개가 된다. 물류기지로도 손색이 없다.”(스탠 게일) 포스코건설과 게일은 같은 해 6월 송도 매립지 투자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2년 뒤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3년이 지났지만 송도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스탠 게일 회장은 불만이 가득하다. 게일 회장이 조 사장에게 쏟아놓는 불평들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 외국 기업이 사업을 하기에 조건이 가장 열악한 나라다. 지나치게 민족의식이 강하다. 인천만 해도 서울과 사업할 환경이 다르다. 외국과 외국인 기업을 약탈자, 자산가로만 본다. 외국인 기업은 악(惡)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 실제로 존 하인즈대표가 인천 시의회에 불려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싼값에 송도 매립지를 불하받았느냐’고 추궁당하기도 했다. “당시 인천시는 송도 매립지 때문에 재정 파탄에 몰릴 지경이었습니다. 처음에 인천시는 평당 71만원을 주고 매립했는데 49만원에 팔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120만원을 주고 샀습니다. 이것이 왜 특혜입니까. 땅값이 왜 올랐다고요? 송도에 그림을 그리고 나니까 값이 오른 것 아닙니까. 이익을 도로 내놔라, 이것은 억지입니다.” 어쨌든 씨앗은 뿌려졌다. 게일이 꼽은 송도의 3대 성공조건은 ▷인천공항과 송도를 연결하는 인천대교, 외국 기업과 외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주환경, 특히 ▷영어가 자유롭게 통하는 국제학교와 ▷세계적인 의료시설이었다. 인천대교는 지난해 7월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했다. “상하이 푸둥이나 선전과 비교해 송도의 투자 매력은 바로 ‘삶의 질(Quality of Life)’입니다. 그 핵심이 학교와 병원입니다. 당초 정원의 40%까지 한국 학생이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양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국교육기관 설립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된 후 ‘교육 주권의 포기’라는 이유로 벽에 부닥쳤습니다. ‘비영리 법인이 들어와야 한다’ ‘학교 운영을 통해 얻어지는 과실 송금은 안 된다’ ‘초기 몇 년 동안만 한국인 학생을 정원의 30%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제약조건이 붙었습니다. 이런 조건을 안고 외국 학교법인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요. 지난해 관할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빨 빠지고 발톱이 빠졌습니다.”
결국 지난 3월 8일 송도국제학교를 착공했지만 계획과는 다른 모양새였다. 조 사장은 “까다로운 법조항 때문에 투자 유치가 실패했고 그렇다고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NSC 측에서 1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미국 인터내셔널스쿨서비스(ISS·전 세계에 100여 개의 국제학교를 운영하는 법인)가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상태다. “얼마 전 존 하인즈 대표가 ‘우리는 참 바보들이다(We are very stupid)’고 하더군요. 생각해 보세요. 사업자가 1300억원이란 돈을 추가 부담으로 안게 된 것입니다.” 그나마 국제병원은 순조로운 편이다. 우선 협상 대상자로 미국의 뉴욕장로병원(NYP)이, 국내 파트너도 연세의료원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국제병원을 건설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과실 송금이 그래요. 병원은 절대로 크게 수익이 남는 분야가 아닙니다. 그런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를 감수해야 한다면, 한국에 진출할 외국 병원이 과연 있을까요?”
바비큐 파티?…“돼지 잡는 중” 경제자유구역이 생긴 지 3년이 다 돼가지만 외국인 투자는 지지부진하다. 경제자유구역이 국내 다른 곳과 비교해 ‘특별한 혜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송도에 입주한다고 했을 때 입주 기업이 누리는 특혜가 무엇이냐”고 되묻기 일쑤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있다 보니 인천 지역에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투자 계약 및 양해각서를 맺은 곳은 15개 업체, 266억5800만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NSC의 국제업무지구 조성과 인천대교 건설, 골프장 개발 등을 빼고 ‘투자다운 투자’라고 할 만한 것은 셀트리온의 바이오단지 조성(1억5000만 달러), GM대우자동차의 연구개발단지 건립(1억4700만 달러) 정도로 줄어든다. <도표 참조> 너무 일이 더딘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제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나무(경제자유구역)’가 고사할 정도는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바비큐 파티를 한다고 해놓고 왜 식탁에 아무것도 없지’하며 따지듯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지금은 돼지 잡는 중이다’고 웃어 버립니다. 10년 후에 와 보세요. 야생화가 활짝 피어있을 겁니다.”

조용경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사장 1951년 경북 문경생 경기고·서울대 법대 졸업 1974년 한국은행 1988년 포항제철(현 포스코) 회장 보좌역 1990년 박태준 민주자유당 최고위원 보좌역 1995년 도서출판 한송 대표 1997년 자민련 총재 비서실 차장 1999년 포스코개발(현 포스코건설) 전무 2001년 3월∼現 포스코건설 부사장 2005년 10월∼現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사장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제특별구역.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덩샤오핑이 ‘선부론(先富論)’에 입각해 선전 등 4개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한 것이 성공사례로 꼽힌다. 재정경제부는 2003년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162만 평의 크기로 조성되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국제업무단지는 포스코건설과 미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인 게일이 공동 투자한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가 주도하고 있다. 2014년까지 127억 달러를 투자해 주택 2만여 가구와 컨벤션센터, 국제학교 및 병원, 트레이드타워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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