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꽃 피우려면 규제 말고 특혜를”
“송도 꽃 피우려면 규제 말고 특혜를”
‘삶의 질’로 차별화… 더 개방적인 의료·교육 서비스 제공해야 수도권정비법 묶여 국내 기업 못 들어오는 ‘희한한 경제특별구역’ “10년 뒤 송도국제도시에 야생화 향기 날리게 하는 것이 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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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살지 않는 아파트 장사꾼 GIK는 미국의 부동산 개발 회사인 게일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이 70대30으로 합작한 송도신도시개발(NSC)의 실질 업무를 맡고 있다. 지분이 적은 포스코건설 측에서 CEO를 맡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조용경’이라는 사람을 믿고 있다는 뜻이다. 조 사장은 “서로 잘하는 쪽을 나눠서 하는 것이다”며 “인허가 문제와 토지 매입, 주거단지 분양·시공은 포스코건설이, 외국인 투자 유치, 해외 홍보는 게일이 담당한다”고 설명한다. 조 사장은 이어 “현재는 마스터 플랜 실시계획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짐짓 여유가 있어 보인다. 기다릴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사연이 있다. 송도에 경제자유구역 얘기가 나온 때는 199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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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놓고 있는데 단 한 사람 “원더풀” “원더풀”을 외치면서 침묵을 깬 것은 이 자리에 있던 ‘손님’이었다. 헬리콥터에서 내린 사람은 모두 여섯 명이었다. 세 사람과 함께 미국에서 온 제이킴 일행이었다. 미국의 원전 설비업체인 웨스팅하우스 출신의 물리학자인 제이킴은 고리·영광 등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으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는 현역에서 은퇴해 펀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을 때다. 제이킴은 부동산 개발회사인 스탠 게일 회장과 존 하인즈 부사장(현 GIK 대표이사)을 동행했다. “환상적이지 않은가. 세계적인 공항이 있고(그때만 해도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전이다) 자동차로 1시간40분이면 서울에 갈 수 있다.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아시아 100만 명 이상 도시가 60개가 된다. 물류기지로도 손색이 없다.”(스탠 게일) 포스코건설과 게일은 같은 해 6월 송도 매립지 투자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2년 뒤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리고 3년이 지났지만 송도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스탠 게일 회장은 불만이 가득하다. 게일 회장이 조 사장에게 쏟아놓는 불평들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 외국 기업이 사업을 하기에 조건이 가장 열악한 나라다. 지나치게 민족의식이 강하다. 인천만 해도 서울과 사업할 환경이 다르다. 외국과 외국인 기업을 약탈자, 자산가로만 본다. 외국인 기업은 악(惡)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하다.” 실제로 존 하인즈대표가 인천 시의회에 불려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싼값에 송도 매립지를 불하받았느냐’고 추궁당하기도 했다. “당시 인천시는 송도 매립지 때문에 재정 파탄에 몰릴 지경이었습니다. 처음에 인천시는 평당 71만원을 주고 매립했는데 49만원에 팔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120만원을 주고 샀습니다. 이것이 왜 특혜입니까. 땅값이 왜 올랐다고요? 송도에 그림을 그리고 나니까 값이 오른 것 아닙니까. 이익을 도로 내놔라, 이것은 억지입니다.” 어쨌든 씨앗은 뿌려졌다. 게일이 꼽은 송도의 3대 성공조건은 ▷인천공항과 송도를 연결하는 인천대교, 외국 기업과 외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주환경, 특히 ▷영어가 자유롭게 통하는 국제학교와 ▷세계적인 의료시설이었다. 인천대교는 지난해 7월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했다. “상하이 푸둥이나 선전과 비교해 송도의 투자 매력은 바로 ‘삶의 질(Quality of Life)’입니다. 그 핵심이 학교와 병원입니다. 당초 정원의 40%까지 한국 학생이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양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외국교육기관 설립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된 후 ‘교육 주권의 포기’라는 이유로 벽에 부닥쳤습니다. ‘비영리 법인이 들어와야 한다’ ‘학교 운영을 통해 얻어지는 과실 송금은 안 된다’ ‘초기 몇 년 동안만 한국인 학생을 정원의 30%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제약조건이 붙었습니다. 이런 조건을 안고 외국 학교법인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요. 지난해 관할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빨 빠지고 발톱이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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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큐 파티?…“돼지 잡는 중” 경제자유구역이 생긴 지 3년이 다 돼가지만 외국인 투자는 지지부진하다. 경제자유구역이 국내 다른 곳과 비교해 ‘특별한 혜택’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송도에 입주한다고 했을 때 입주 기업이 누리는 특혜가 무엇이냐”고 되묻기 일쑤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묶여있다 보니 인천 지역에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투자 계약 및 양해각서를 맺은 곳은 15개 업체, 266억5800만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NSC의 국제업무지구 조성과 인천대교 건설, 골프장 개발 등을 빼고 ‘투자다운 투자’라고 할 만한 것은 셀트리온의 바이오단지 조성(1억5000만 달러), GM대우자동차의 연구개발단지 건립(1억4700만 달러) 정도로 줄어든다. <도표 참조> 너무 일이 더딘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제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나무(경제자유구역)’가 고사할 정도는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저에게 ‘바비큐 파티를 한다고 해놓고 왜 식탁에 아무것도 없지’하며 따지듯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지금은 돼지 잡는 중이다’고 웃어 버립니다. 10년 후에 와 보세요. 야생화가 활짝 피어있을 겁니다.”
조용경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사장 1951년 경북 문경생 경기고·서울대 법대 졸업 1974년 한국은행 1988년 포항제철(현 포스코) 회장 보좌역 1990년 박태준 민주자유당 최고위원 보좌역 1995년 도서출판 한송 대표 1997년 자민련 총재 비서실 차장 1999년 포스코개발(현 포스코건설) 전무 2001년 3월∼現 포스코건설 부사장 2005년 10월∼現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 사장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고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제특별구역.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덩샤오핑이 ‘선부론(先富論)’에 입각해 선전 등 4개 도시를 경제특구로 지정한 것이 성공사례로 꼽힌다. 재정경제부는 2003년 인천과 부산·진해, 광양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했다. 162만 평의 크기로 조성되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국제업무단지는 포스코건설과 미국의 부동산개발업체인 게일이 공동 투자한 게일인터내셔널코리아가 주도하고 있다. 2014년까지 127억 달러를 투자해 주택 2만여 가구와 컨벤션센터, 국제학교 및 병원, 트레이드타워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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